[사람과 향기]/▒ 문학의향기 ▒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피츠로이7 2007. 5. 30. 14:52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 김재진 -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 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다 세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 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뿐 
      완전한 반려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나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 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긍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러나 혼자가 주는 텅빔
      텅빈 것의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 날 길을 묻는 나그네 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 넣고 떠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