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 변주곡
- 서정윤 -
새들이 숲에 스며든다
시간의 가지 끝에 머무는
이슬들은 의미가 되어 엎질러지고
땅속에서는 뿌리의 목소리가 일어선다
불길에 녹은 유리조각의 끈적임 같은
진흙탕에 쓰러진 생각들이
골목길을 돌아 휘파람 분다
공기가 부족한 도시의 건물 안
거미줄에 걸린 언어들이 대롱인다
물이 되어 반짝이며 흐르다가
걸어가고, 뛰어가고
부서져 재가 되어 흔적없이 숨었다가
소리의 숲에서
분수로 솟아오른다.
길의 끝은 보이지 않고 시간 속에서
순간의 폭발로 사라지는 소리
단순 숫자의 달력들, 주름진 구름이
갑작스러운 먼지더미에 허물어지고
산에서 갓 내려온 새벽 언어의 영상이
우주의 깊은 수렁 아래로 내려간다
소리의 숲에서 자유롭기 위해
시간의 한쪽 벽에 숨어서
숨도 멈추고 있는 나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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