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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그 사람...

피츠로이7 2007. 6. 2. 10:32

그 사람
              - 김 용 택 - 
작은 바람결에도 
멀리 흔들리는 
아주 작은 풀잎같이 
작은 산그늘에 붙잡혀도 
가지 못하는 풀꽃같이 
사는 사람이 있다네 
아침에 새들이 잠 깨우면 
이슬을 털며 산길을 가고 
이슬이 옷깃을 적시면 무거워서 
산길에 앉아 쉬는 사람 
강가에서 강이랑 나무들이랑 아이들이랑 
오래오래 산다네 
이름 없는 산골짜기 
늦가을 해 저문 산길같이 외로운 그 사람 
봄이 오면 봄 산으로 
여름 오면 여름 산으로 
가을 오면 가을 산으로 
겨울 오면 겨울 산으로 
세상을 오고 가는 사람 
이 세상 꽃이 다 져버려도 
늘 꽃 피는 들길 산길 강길을 가진 사람 
아, 저물어 오는 산 같은 그리움을 품은 사람 
그 사람 
바람 부는 들판에 서면 
들판같이 바람 가득한 사람 
해 지면 금세 잠드는 아주 작은 풀꽃같이 
산그늘 끌어 덮고 
그는 잔다네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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