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등반과 설벽등반기술

2007. 5. 30. 14:01[사람과 산]/▒ 클 라 이 밍 ▒

혼합등반과 설벽등반기술

글 : 허 긍 열

액스의 샤프트를 수직보다 좀 더 가파른 각도로 눈에 깊이 박은 다음 손, 발, 무릎, 팔꿈치 등등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여 올라야 한다. 스노우바가 있으면 액스 대신 이것을 잡고 오르는 방법도 좋다.
이러한 장소에서는 세컨드의 자기 확보가 안되어 있는 경우가 많고 선등을 하고 있는 톱 역시 전혀 확보물이 없는 경우 많다. 이런 경우 톱이 추락을 하면 두 명 모두 죽기 십상이다. 따라서 톱을 빌레이보는 세컨드는 자일을 몸에서 풀고 손으로 자일을 잡은채 빌레이만 보는 방법이 어떨까 한다.

실제로 샥슨 등반 도중 가장 중요한 부분을 톱을 서고 있을 때 나의 미국인 파트너 두 명은 나 몰래 자일을 몸에서 푼채 손으로 자일 만 잡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원망하거나 나무랄 수 없었다. 내가 추락하면 어차피 우리 세 명이 모두 죽기 때문이었다.

이상 설명한 설벽등반은 아주 드문 경우이고 대부분의 설벽은 주로 킥스텝으로 가볍게 오를 수 있는데 이때 프랑스식 삐에 아쁠라가 주로 사용된다.
신설은 크렘폰에 달라붙는 스노우 볼( 영문)현상이 종종 생긴다. 이 스노우 볼을 방지하기 위해 실리콘을 크램폰에 발라 놓기도 하지만 등산화의 밑창에 달라붙는 눈을 방지하는 데는 큰 효과가 없다.

푸트팡 같은 크램폰에는 빨강색의 빨래판 같은 플라스틱이 부착 되어 있어서 이러한 스노우 볼 현상을 억제한다. 다른 회사에서도 크램폰에 부착이 가능한 고무판을 제작하여 판매를 하고 있는데 이것도 성능은 좋으나 수명이 짧은 것이 흠이다.

비닐봉지를 등산화에 씌워 놓고 크램폰을 착용하면 스노우 볼 현상을 어느 정도 방지할 수 있다. 또한 발뒤꿈치를 서로 부딪치면 대부분의 경우 스노우 볼이 털려 나간다. 이때 너무 세게 발뒤꿈치를 부딪치면 발란스가 깨지며 추락을 할 위험도 있다.
하산시에는 이러한 동작이 불가능하므로 아이스 액스의 샤프트로 크램폰을 때려서 스노우 볼을 털어내야 한다. 탄소섬유로 된 샤프트는 그 경도가 약하여 이런 경우 샤프트에 상처가 나니 주의해야 한다.

대부분의 단단한 설벽은 수월하게 오를 수 있으므로 특별한 확보 없이도 안자일렌만하고 올라갈 수 있다. 이때 길이가 40∼50미터인 자일을 사용하면 거추장스러워서 불편하다. 따라서 몸에 자일을 사려서 감은 뒤 8자 매듭으로 자일을 묶어서 몸에 고정시켜 놓으면 자일의 길이가 짧아지게 되어서 좋다. 이러한 짧은 자일로 연속 등반을 하다 어려운 피치가 나오면 다시 자일을 풀어서 길게 사용할 수도 있겠다. 이러한 방법은 빙하지대에서나 가능하다.

◆플런치 스텝

설벽의 경사가 낮거나 혹은 깊은 신설로 인하여 글리세이드가 불가능할 때는 할 수 없이 걸어 내려가야 한다.
이때 주로 설벽을 등지고 내려가게 되는데 뒤꿈치를 이용하여 몸무게로 눈을 다지면서 내려가면 하강이 퍽 수월해진다. 이러한 방법을 플런치 스텝이라 하며 주로 경사가 가파르지 않은 설벽에서 많이 사용된다.

아이스 액스를 자기 제동의 준비 자세로 잡되, 경사가 비교적 가파른 곳에서는 삐올레 깡의 자세를 취한 뒤, 아랫발 높이 정도에 스파이크를 쑤셔 넣으며 스텝을 한다. 만약 설벽의 경사가 좀더 가파르면 아이스 액스를 가능한 한 깊이 쑤셔 넣어야 하는데 플런지 스텝이 불가능할 정도로 결사가 심할 때는 자세를 바꿔 설벽을 마주 보며 앞꿈치로 킥 스텝을 하면서 하강해야 된다. 이때 아이스 액스를 삐올레 망쉬 자세로 잡으면 더욱 효과적이다.
깊은 신설에서는 길이가 짧은 설피를 사용하면 이것을 신고서도 플런지 스텝을 할 수가 있다. 이때는 가능한한 설피의 뒷부분이 설벽에 먼저 닿도록 해야 앞으로 고꾸라지지 않는다.

◆삐올레 람쁘
설빙벽을 하강할 때는 아이스 액스를 자기 제동의 준비 자세로 잡은 뒤 설벽을 등지고 오리걸음인 삐에 앙 까나르로 내려가면 편하다.
그러나 설벽의 경사가 가파를 때는 아이스 액스를 밑으로 휘둘러서 발밑에 피크를 박은 뒤 샤프트를 잡고 내려가면 되는데 이 방법을 삐올레 람쁘라 한다. 다른 방식과 마찬가지로 아이스 액스의 샤프트를 윗쪽으로 약간 당겨 피크의 톱니가 설벽에 더욱 단단히 박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몸이 밑으로 내려가면 되는데 경사가 아주 심하게 가파르면 설벽을 마주보고 서서 프론트 포잍팅으로 하강해야 한다.

◆자기제동
경사가 별로 가파르지 않은 연빙지대나 설벽을 오를 경우에는 추락을 하여도 자신의 힘으로 제동을 할 수가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자기 제동이라 한다. 자기 제동은 크게 반제동과 전제동으로 나눌 수 있다.

1) 반제동
반제동은 한 손으로 아이스 액스의 머리 부분을 잡고 반대편 손으로 페룰을 잡은 뒤, 옆으로 누운 자세로 피크를 빙벽에 가볍게 박고 추락하는 속도를 줄이는 방법인데 주로 가벼운 추락시의 제동이나, 전제동의 준비자세로 사용된다.
제동을 할 때, 피크를 단단한 설벽에 너무 갑자기 박으면 추락하는 속도로 이하여 아이스 액스를 손에서 놓치는 수가 있으므로 피크를 박을 때는 가볍게 박은 다음 가슴으로 샤프트를 늘러서 서서히 제동을 해야 한다.
특히 경각피크나 바나나 피크를 사용하연 피크가 급격히 설벽을 파고드므로 액스를 놓치기가 십상이니 서서히 제동하는 연습을 많이 해야 되겠다.

2)전제동
반제동 자세에서 몸을 계속 회전시키며 엎드린 자세로 제동하는 자세로 제동하는 방법인데, 자세는 아이스 액스의 머리부분을 잡은 손이 어깨높이에 오도록 하고 반대편 손이 옆구리에 오도록 하여야 한다. 이때 간혹 턱이나 어깨를 아쯔에 찔리는 수가 있으므로 턱을 높이 치켜들어서 몸을 활모양으로 휘게 하여야 한다. 양발을 약1미터 간격으로 벌려 균형을 잡고 발끝을 같이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그러나 크램폰을 착용하고 이러한 방법을 사용하면 프론트 포인트가 설벽에 박혀들면서 몸이 뒤집히므로 이때에는 양발을 뒤로 들고 무릎으로 균형을 잡아야 된다.

3)제동시 주의점
추락하는 속도가 줄어들지 않을 경우, 페룰을 잡은 손을 약간 위로 치켜들고 샤프트를 가슴으로 눌러서 제동 속도를 적당히 조절할 수 있다.
빙벽을 등지고 추락하는 경우에는 몸을 돌리면서 아이스 액스의 피크를 빙벽에 가볍게 박아야 하는데 항상 아이스 액스의 머리 부분을 잡고 있는 손을 중심으로하여 몸을 회전시켜야 한다.

만약 반대편 손을 중심으로하여 몸을 회전시키다가는 스파이크에 배를 찔리는 수가 있으므로 항상 피크를 중심으로 회전하여야 한다. 간혹 거꾸로 머리가 먼저 추락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에는 먼저 피크를 머리 높이의 옆부분에 박아서 거꾸로 떨어지던 몸이 회전하여 바로 잡히도록 한 뒤 바로 이어서 전제동을
하여야 한다. 최악의 경우, 재주를 넘듯이 데굴데굴 굴러 떨어지는 수가 있는데 이때 몸을 곧바로 펴 몸의 회전을 멈춘 뒤 전제동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