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산에 살아도 나는 언제나 산이 그립다
2007. 6. 2. 11:29ㆍ[사람과 향기]/▒ 자연의향기 ▒
산에 살아도 나는 언제나 산이 그립다 인적마저 끊긴 깊은 산중에서 투명한 햇살과 맑은얼굴의 꽃들을 아무 말 없이 바라만보고 싶다 그리고 그 햇살의 투명함과 꽃들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아주 긴 질문을 던지고만 싶다 그러면 위안을 얻을 수 있을 것만 같다 혼탁하고 아름답지 못한 내 삶의 자리에 놓인 자괴를 조금씩 씻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새벽에 일어나 예불을 드리고 나서 제일 먼저 하는 일은 도량에 가득한 꽃향기를 맡으며 꽃들의 안부를 살피는 것이다 밤새 꽃들은 안녕하셨는지 꽃들은 아무 말없이 자신의 향기로만 네게 지난밤의 안부를 전한다 그때 향기로만 전하는 꽃들의 안부는 이 세상 어느 언어보다는 감미롭다 얼마를 살아야 나도 꽃 같이 향긋한 향기로 내 삶의 안부를 전할 수 있을까 그날이 언제일는지 그런날이 내 생전에 오긴 올는지 자신할 수가 없다 어느 날 법회에서 나는 신도들에게 물었다 꽃들은 전생에 무엇이었기에 그토록 아름다운 향기와 모습을 지닐 수 있는지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꽃들의 향기로운 것은 전생에 험담을 하지 않고 언제나 아름다운 말로 타인의 가슴에 기쁨을 남겼기 때문은 아닐까 자비로운 얼굴과 사랑이 가득 배인 언어로 위안을 건네던 꽃들의 전생은 보살 이었을 것이라고 나는 상상하고 있다 나는 그 상상을 거침없이 들려주었다 그날 이후 내 방에는 언제나 예쁘게 장식된 꽃이 놓이곤 했다 예순이 넘은 노신도님이 내 방에 꽃꽂이를 해 놓은 것이다 나는 신도님에게 꽃꽂이를 해다놓는 이유를 물었다 그분은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스님은 지금 보살이시니까 다음 생애에는 꽃이 될는지도 모르쟎아요 꽃은 내 다음 생애의 모습이라는 말에 나는 그만 겸연쩍게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음 생애에 꽃이 될 사람은 내가 아니라 그 분일 것이라는것을 나는 알고 있다 날마다 부처님께 꽃을 올리고 말 한마디 한마디가 따뜻하고 자상한 그 분의 다음 생애는 꽃처럼 예쁘고 향기로울 것만 같았다 암자는 가끔 가벼운 바람이 지나고 그때마다 풍경이 운다 풍경이 우는 툇마루에 앉아 차를 달여 내리며 나는 생각한다 다음 생애에 꽃이 되기 위해 지금의 나의 입과 눈은 얼마나 진실되고 순해야만 하는 것일까? 도량 가득한 꽃향기에 두 눈을 감고 나는 막연히 다음 생애의 나를 묻는다 -옥천암 성전스님- |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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