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 우두산 의상봉 실크로드리지

2007. 6. 7. 13:26[사람과 산]/▒ 클 라 이 밍 ▒

거창 의상봉 '실크로드'


가을 햇살 기다리는 황홀한 비단길

남 일원에서 암릉등반 대상지는 그리 흔치 않다. 그중 등반의 재미를 느낄만한 곳이 부산 금정산(802m)의 '무명리지'지만 길이가 너무 짧다. 때문에 많은 클라이머들이 7∼8시간을 도로에 투자해 가며 설악산을 찾고 있다.

최근 이런 갈증을 해소할만한 리지가 경남 거창의 의상봉에 개척됐다. 대구의 카라코 람산악 회(회장 최기환)가 97년부터 개척하기 시작한 이 리지는 7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졌으며 올 초에는 전문 가를 위한 루트를 추가해 리지 등반에 목마른 영남인들의 갈증을 해소해줄 것이 라 본다.

칸첸중가(8,586m) 원정대원으로 12일 출국한 하찬수씨의 사전 제보로 10일 저녁, 별 하나 없는 하늘을 원망하며 거창 가조면으로 향했다.


카라코람산악회의 회장 최기환(35세), 이경숙(28세), 정형우(27세)씨 네명은 직장을 마치고 난 후 기자와의 약속 시간을 맞추느라 숨도 돌릴새 없이 부산히 짐을 챙겨 왔다고 했다.

최기환씨의 차를 타고 고견천 옆 고견사 입구 주차장에 차를 세웠다. 주차장에는 서너 대의 차량이 보 일 뿐이다. 온종일 30도가 넘던 날씨는 계곡에 들자 서늘해지긴 했지만 비가 올지 모른다는 걱정을 날려버리진 못했다.


97년 대구 카라코람산악회가 개척시작

출발 전 '비가 와도 간다'는 확답을 받긴 했지만 그보다는 폭우로 중간에 탈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이 남는다. 민박보다는 시원한 계곡에서의 야영이 좋을 것이라는 최기환씨 의 의견에 따라 견암산장 뒤편 계곡에 있는 야영장에 텐트를 친다.

드넓은 야영장은 주변에 두세 팀이 막영을 하고 있어 간혹 정적을 깨긴 했지만 견암폭포가 내뿜는 시원한 물소리의 한가로움을 막진 못했다.

당초 리지코스라도 눈대중 할 수 있을까 하는 설렘은 달도 뜨지 않은 밤이기에 온통 어둠 속에 묻혀버려 짐작할 수 없다. 가스등 아 래 모여 '실크로드' 등반에 대한 의견을 나누 고 한잔의 술잔을 들이키는 동안 꼭꼭 숨었던 별들이 하나둘 제 모습을 드러낸다.

아침 6시, 이경숙(28세)씨가 잠을 깨운다. 1시가 넘어 잠든 사람 치곤 부산히 서두른 셈이다. 밥과 참치찌개, 깻잎, 김치, 고기주물럭 등 풍부한 아침싱을 잠이 덜 깬 눈을 비 벼가며 해치 워버린다.

6시 40분, 주차장에서 불필요한 짐을 정리하고 고견사로 향했다. 고견사 오름은 처음부터 급경사로 주차장에서 1.2킬로미터 거리다. 고견사의 급경사오름은 이내 계단으로 이어진 다.

지난 밤 우렁차게 울어대던 물소리의 주인공은 이 계단 오른편에 위치 한 견암폭포다. 견암폭 포는 20여미터 높이지만 수량이 많고 수직으로 떨어지는 탓에 하얀 물보라가 주변을 수놓는다. 잠시 물보라를 바라보며 땀을 들인다.


두 개의 루트로 나뉘는 실크로드

길은 견암폭포를 지나자 제법 평탄해진다. 평탄한 오름길은 계곡 물을 건너고 나면 숲길 이 이어지고 다시 계곡물을 건너곤 한다. 주차장을 출발해 25분을 걸으니 신라 문무왕때 창건 했다는 고견사다. 실크로 드의 초입은 고견사에서 의상봉 능선상의 안부로 이어지는 등산로를 따라 50여미터를 더 오르면 된다. 좌우로 산죽이 무성한 등산 로 우측으로 '실크로드'란 표지판을 세워놓았다. 하얀색의 표지판 을 따라 산죽 숲으로 들어선다.

습한 숲길은 지계곡이 하나 흘러내리고 이를 넘어서자 이후 론 급경사의 산죽지대 오르 막이다. 이 길가의 나뭇가지를 헤치고 100여미터를 올라서니 고 견사 뒤편에 솟은 1봉 초입에 닿는다. 고견사 뒤편으 론 아침 안개에 잠겨버린 가조면이 잠 이 덜 깬 채 햇살을 받고 있다. "더 더워지기 전에 조금이라도 일찍 끝냅시다." 최기환씨가 오늘 저녁은 설악으로 향해야 한다는 설렘에 조금이라도 서두르고 싶은가 보다. 6명의 취재진은 잠시 더위를 식히고 난 후 안전벨 트를 묶는다. 1봉 초입의 완만한 바위면을 슬랩으로 오르자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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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봉의 두번째 마디를 오르고 있는 이경숙씨>


의상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는 '카라코람'과 '발토로' 코스로 나누어 진다. 바 위면 왼편의 카라코람은 초보자들을 위한 것이며, 중상급자들을 위한 것이 바위면 오른편을 타고 이어지는 발토 로다. 1봉 외쪽편의 카라코람은 평범한 슬랩으로 연등이 가능할 정도지만 우측의 발토로는 중간이 오버행의 벙어리 크랙이라 쉽지 않다.
결국 젊디젊은 이경숙씨를 카라코람 코스의 선등으로 내세우고 지난 밤 술자리에서 끝끝내 몸을 사렸던 정 형우씨를 발토로 선등으로 정했다. 이경숙씨가 1봉의 카라코람 루트 한마디를 끝내는 동안 정형우씨는 크랙 중간에 프렌드를 설치한 후 직벽으로 올라선다.

우중충한 하늘은 장군봉으로 먹구름이 몰려가고 가조면은 안 개에서 겨우 벗어나 제 모습 을 드러낸다. 1봉 오름에선 '아침햇살이 사진찍기에 좋다'는 서기자의 주문으로 발토로코스에 4명의 식구가 모델로 나선 다. 1봉의 발토로코스 두 번째 마디는 오버행을 이룬 크랙이며 중간에 하켄이 설치되어 있다. 크랙 위론 볼트가 박혀있다. 정형우 씨의 선등이 끝난 후 최기환씨가 나섰고 시간을 줄이기 위해 기자는 왼편의 카라코람 코스로 선회했다.


두 번째 마디의 소나무에 확보한 후 암봉 끝에 올라서니 이후론 2봉 초입까지 걷는 길이다. 1봉 끝에서 바라본 2봉은 하나의 독립봉 같다. 규모도 제법 큼직하고 등반루트도 길기 때문 이다. < /p>

1봉 끝에서 소나무 가지를 밟아가며 2봉으로 내려서니 2봉에서 다시 두 갈래로 길이 갈라 진다. 정형우씨가 우측 바위 면의 발토로를 오른다. 바위면이 계단을 형성한 탓에 쉬울 듯 했지만 홀드가 좋지 않다. 2봉 첫마 디를 3미터 정도 올라 볼트에 확보한 후 크랙을 따라 등반한다. 크랙이 그리 넓지 않아 프렌드를 설치해도 좋을 듯싶다.

마디 끝 테라스에 흰 페인트로 표시한 확보용 소나무 에 올라 숨을 돌린다. 발토로 2봉 두 번째 마디는 오버행으로 등반 길이는 6미터 정도지만 홀드가 좋지않아 5.10급 정도는 되어 보인다.

이경숙씨와 정형우씨는 카라코람코스로 변경, 수직의 암봉을 왼편으로 7∼8미터 트래버 스해 70도 경사의 크랙을 타고 올라선다. 기자와 서준영기자는 실크로드의 백미를 맛보기로 결정 하고 최기환씨를 선등으로 오버행의 두 번째 마디에 달라 붙었다.

'최대한 무게를 줄여야 한다'는 서기자는 퀵드로와 주마마저 배낭에 넣어 버렸다. 하지만 예 상처럼 쉽지 않은가보다. 기자가 열심히 주문을 해보지만 힘에 부치는지 결국 중단의 오버 행에서 주마링으로 전환 하고 만다. 2봉 끝에는 쌍볼트에 와이어 줄, 링까지 걸어 놓았다.
2 봉에서 3봉 초입까지는 평탄한 숲길이다. 10여미터 높이의 3봉은 연등하며 걸어 올라설 수 있을 정도로 쉽다. 봉우리 우측면을 타고 오르는 발토로는 두 마디로 되어 있으며 카라코람은 크랙의 중간에 볼트가 하나 박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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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보는 소나무와 볼트를 이용해야

3봉을 지나 4봉에 달라붙었다. 4봉에선 등반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숲지대와 슬랩으로 쉽 게 넘어설 수 있는 카라코람으로 정형우, 이경숙, 황봉구씨를 보내고 난 뒤 최기환씨를 선등으로 4미터 정도의 암봉을 직진하는 우측의 발토로로 향했다.

선등자인 최기환씨의 설명처럼 4봉의 발토로는 그리 어렵지 않지만 무작정 넘어서기도 쉽지 않다. 크랙을 잡고 올라쳐 암봉의 하켄과 볼트에 설치한 퀵드로를 회수하고 바위 밴드를 타고 내려서 5봉 전 안부에 닿는 다.

5봉은 10여미터 높이로 카라코람코스는 왼편의 크랙을 타고 오르며 프렌드를 확보물로 준비 해야 한다. 우측의 발토로는 크랙 중간에 볼트가 2개 박혀 있다.

카라코람에 정형우씨를 선등으로 올려보내고 줄줄이 연등으로 오른다. 5봉 끝에는 쌍볼 트에 와이어와 링까지 설치한 하강지점이 있다. 높이는 18미터 정도지만 오버행 하강이라 쉽지 않다.

6봉 전의 안부에선 땀도 식히고 샘터도 가까운 덕에 이곳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다.


5봉 끝에서는 오버행 18미터 하강

안부 왼편의 내리막은 고견사에서 의상봉으로 오르는 등산로의 샘터로 떨어지게 된다. 12 시 가 넘어 라면과 사과, 참외 등 물 많은 과일들로 배를 채운다. 최기환씨는 개척등반시 늘 이 안부에서 점심을 해결하 곤 했단다. 막내인 정형우씨가 담아온 물로 각자의 수통에 물을 채 운다.

식사 후 6봉 앞에 섰다. "이전까지 등반한 시간이나 남은 두 봉우리를 넘는 시간이나 비슷 할 겁니다." 황봉구씨의 설명처럼 6봉과 7봉은 하나의 독립된 암봉이다. 세마디로 구성된 6봉은 첫마디 와 끝마디의 코 스가 각기 나누어질 뿐이다. 암봉 왼쪽의 카라코람은 첫마디가 크랙이지만 물기가 많아 쉽지 않다. 특히 홀드가 좋지 않아 반침니로 겨 우 겨우 올라선다.

6봉의 암봉 오른편을 타고 오르는 발토로는 슬랩으로 올라선 후 왼편의 사면을 타고 트래 버스 한 후 벙어리 크랙을 반침니로 올라서야 한다. 온종일 상처 날까 몸 사리던 기자가 반바 지의 비극을 느낀 것은 마 지막 벙어리 크랙이다. 좁은 틈에 발 재밍으로 힘을 쓰다보니 무릎에 벌건 피가 흐르기 시작한다. 6봉 첫마디 끝에는 쌍볼트와 링 을 설치해 놓았다. 이후는 자일 없이도 등반이 가능할 만큼 쉬운 구간으로 바위턱을 잡고 오르니 촉스톤에 슬링을 감아 튼튼한 확보지 점을 만들었다. 6봉 세 번째 마디는 5.10급 정도로 직벽에 가까운 슬랩구간으로 최기환씨를 선등으로 발토로에 달려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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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봉의 카라코람 코스 두번째 마디를 트래버스하는 취재진>


일곱 번째 봉우리의 산모크랙

"처음 개척등반때는 확보물이 없어 한참이나 오토바이를 탔던 곳입니다." 마디 중간 볼트 에 확보를 하고 잠시 숨을 돌린다. 첫 볼트 이후론 그리 어렵지 않은지 쉽게 넘는다. 이어 서준영기자가 주마링으로 오 르고, 기자는 겨우겨우 슬랩으로 올라 쌍볼트가 박 힌 확보지점에 닿는다. 의상봉 정상으로 바로 올라 치는 7봉이 둔중한 모습을 드러낸다. 결코 가볍게 볼만한 상대는 아닌가 보다.

7봉의 왼편 크랙을 타고 오르는 카라코람은 두마디로 최기환씨가 선등에 나섰으며 우측 면의 잔 크랙을 따라 오르는 발토로는 제일 몸이 가볍다는 정형우씨가 십자가 를 맸다. 카라코람은 첫 마디의 크랙부분이 고빗사위다.

최기환씨가 프렌드 하나를 걸어 확보한 후 차고 올라선다. 발토로는 크랙안에 하켄이 하 나 걸려 있으나 이후론 홀드가 좋지 않아 정형 우씨가 발꿈치로 재밍을 해가며 올라가느라 힘겹기만 하다. 이어 후등인 이 경숙씨가 신음소리까지 내가며 첫마디에 올라서니 힘들다는 생각에 점점 걱정이 앞서기 시작한다.

최회장은 이 크랙을 이경숙씨의 신음소리에 힌트를 얻어 '산모크랙'으로 명명한다. 첫마 디의 산모크랙을 지나면 소나무에 확보할 수 있다. 볼토로는 이후 수평으로 갈라진 넓은 크랙을 따라 트래버스 한 후 직등하 면 된다. 정형우씨가 두 번째 마디를 한참 오르다 말고 연신 한숨을 토해낸다.

다소 오버행을 이룬 마지막 부분이 쉽지 않은 가보다. 이 마디 끝엔 소나무가 있어 후등자 를 확보할 수 있다. 이 두 번째 마디를 올라서면 '실크로드'의 등반은 모두 끝나게 된다. 7봉 두 번째 마디에서 자일을 사리고 난 후 전원이 의상봉 정상으로 향한다.

평일이라 사람 이 없는 의상봉은 따스한 햇살만이 일행을 반길 뿐이다. 멀리 북서쪽으로 합천군 가야면의 풍경과 별유산이 눈에 들어온다. '다왔다'는 기쁨에 복숭 아, 사과, 햄 등 남은 간식으로 파티를 준비했다. 일행이 기념사진 한 컷과 파티를 마치는 사이, 간간이 보이던 가조면은 타는 여름 햇살에 묻혀가고 있다.


실크로드 등반 길잡이


정상으로 이어지는 주변경관 일품

고견사 뒤편에서 의상봉으로 이어지는 '실크로드'는 모두 7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졌다. ' 실크 로드'는 1봉부터 7봉까지 초급자와 전문가를 위해 두 개의 루트가 개척되어 있다.

1번으로 써 있는 '카라코람'은 초급자용 등반 루트며 2번으로 써 놓은 '발토로'는 중상급 자용 등반 루트다. 각 봉우리마다 확보지점에는 쌍볼트에 와이어를 연결해 등반자를 확보하도록 했으며 소나무 를 이용해 확보할 경우, 확보용 소나무에 하얀색 페인트를 칠해 놓았다.

1봉 오름 중 볼토로의 경우 프렌드를 확보 장비로 이용해야 하며 2봉은 오버행이나 확보 에 주의해야 한다. 3봉은 발토로와 카라코람 모두 안자일렌으로 등반이 가능하며 4봉을 오를 때 발토로는 두 개의 퀵드 로를 준비해야 한다.

5봉을 등반하고 나면 18미터 정도 오버행을 하강해야 한다. 5봉 끝에 쌍볼트와 와이어를 연 결해 확보가 가능하도록 했다. 5봉 안부에서 외편의 내리막을 내려서면 고견사에서 의상봉 으로 오르는 등산로 에 닿게 된다. 이 곳에서 식수를 구할 수 있으며 비상시 탈출도 가능하 다. 6봉과 7봉은 독립봉이라 할만큼 덩치가 크며 6봉은 세부 분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테 라스에 쌍볼트와 슬링을 설치해 놓았으며 의상봉 정상으로 이어지는 마지막봉은 모두 두 부분으 로 이루어졌다. 우측의 발토로는 트래버스와 크랙등반이며 두 마디를 오른 후 의상봉 정상 직전에서 카라코람 두 번째 마디로 하산해 소나무 에서 하강하면 된다.

 

교통 서울에서 거창까지는 서울 남부버스터미널에서 09:00부터 17:50까지 1시간 10분 간격으로 하루 13회 직행버스가 운행하며 4시간 거리다. 거창에서 가조까지는 07 :20부터 19:10까지 1 시간 간격으로 버스가 운행한다. 요금은 800원이며 가조초등학교 앞에서 하차하면 된다.
숙박 가조에는 숙박시설이 많지 않으므로 가조온천장(☎0598- 943-8009)이나 의상봉 주차장에 위 치한 고견산장(☎942-3636), 불당산장(☎943-4370)을 이용하거나 거창에 위치한 대운장(☎ 944-5510)이나 금호장(☎944-5895)을 이용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