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회

2009. 10. 25. 20:09[사람과 향기]/▒ 삶 의 향 기 ▒

문국현사건. 대법원 판결에 대한 소회
사법부 스스로 '권력의 시녀'였음을 인정한 판결
 
 
권력분립이 얼마나 잘 갖추어져 있는지의 여부가 그 나라의 민주 발전을 가늠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가 된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한국인들은 수평적 정권 교체 이후 적어도 최근까지 정치적으로는 아시아에서 가장 앞선 민주주의를 이룩했다고 자부해왔었다. 하지만 행정부의 독주를 견제하고 국민의 의사를 정치에 반영해야할 국회의원들이 본분을 망각하고 거수기로 전락한 입법부, 주요 시국 사건 재판에서 사사건건 권력의 구미에 맞는 판결로만 일관해온 사법부의 행태를 본다면 감히 ‘대한민국은 민주주의 국가’라고 하는 것조차 낯 뜨거울 만큼 부끄러운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과거 독재시절 정권의 구미에 맞춘 판결로 ‘권력의 시녀’로 비난받아오던 사법부는 수평적 정권교체를 이룬 김대중. 노무현 집권 시절 사법부의 수장들은 과거 사법부의 부끄러운 과오에 대해 여러 차례 반성하고 사죄하는 발언과 함께 권력으로부터 사법부의 독립을 다짐했었다.
 
그 중에서도 이용훈 현 대법원장은 과거 반성과 사법부의 독립에 대해 가장 많이 언급한 인물이었고 이명박 집권 첫해인 작년 제헌절 기념사에서도 ‘사법부의 독립’을 강조한 점을 상기한다면, 정권이 다시 한나라당으로 넘어간 점을 감안한다고 할지라도 각종 시국 관련 사건에서 사법부가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하여 ‘법과 양심에 따른 판결’을 내려줄 것으로 어느 정도 기대할만 했었다.
 
하지만 어제 있었던 창조한국당 문국현 대표에 대한 대법원 판결은 이러한 기대가 부질없는 것이었음을 확인시켜주었다. 이 판결로 문대표는 의원직을 잃게 됐지만 판결의 주체인 사법부는 이보다 훨씬 큰 국민의 신망을 잃고 말았다.
 
대법원은 수사과정과 공판 진행과정에서 불거진 갖가지 오류들을 바로 잡아 법치의 기강을 바로 세울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외면했을 뿐 아니라, 참신한 마인드를 가진 정치인을 국민과 지지자로부터 빼앗아가는 부끄러운 과오를 또 다시 반복하고 말았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 정부 시절 여러 차례 머리 조아리며 과거의 잘못에 대해 반성한다던 사죄가 단지 시류에 영합하여 국민과 역사의 눈을 가리고 비난을 모면하기위한 위선이었음을 확인시켜 주었으며, 아직도 대한민국 사법부는 여전히 권력자의 뒤치다꺼리나 해주는 신세임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다.
 
이번 판결을 통해 새천년을 여는 21세기에 이르러서도 과거를 벗고 환골탈퇴했다던 대한민국 사법부가 여전히 ‘권력의 시녀’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나니 허탈하고 분한마음 금할길이 없다.
 
대한민국은 정녕 깨끗하고 참신한  씨앗이 뿌리를 내릴 수 없는 척박한 땅에 불과 했었던가?
오호 통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