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옛 파견법 공개변론 “헌법정신은 직접고용”

2013. 6. 15. 16:34[사람과 향기]/▒ 삶 의 향 기 ▒

헌재 옛 파견법 공개변론 “헌법정신은 직접고용”
현대차와 고용노동부 설전...‘착취’ 당해온 비정규직은 말없이 지켜봐

 

페이스북에서 공유하기! 트위터에서 공유하기! 미투데이에서 공유하기! 요즘에서 공유하기! C 공감에서 공유하기! 현대차가 옛 파견법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라며 제기한 헌법소원에 대한 공개변론이 13일 오후 서울 삼청동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옛 파견법에서 2년 이상 파견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이냐 합헌이냐를 가리기 위한 공개변론이다.

 

이 조항의 위헌을 주장하는 현대차와 합헌을 주장하는 고용노동부, 질의하는 헌재 재판관들이 3시간 가까이 설전을 벌이는 동안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 쌍용차 사내하청 노동자 등 10년 동안 불법파견에 시달려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말없이 지켜봤다.

 

 


현대차 “사용자 기본권 침해, 사용자 희생 강요” 위헌 주장
98년 파견법 제정은 환영, 2010년 대법원 불법파견 인정 이후 반대?

 

공개변론에서 현대차는 2년 이상 파견노동을 할 경우 정규직으로 간주하는 조항이 사용사업주의 기본권을 침해해 ‘위헌’이라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현대차 대리인 법무법인 화우의 박창훈 변호사는 “고용의제 조항은 해고의 자유를 제약하고, 고용간주의 경우 불법파견이 포함되는지, 구체적인 근로조건은 어떻게 되는지 아무런 언급을 하고 있지 않아 명확성의 원칙에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2년 경과만을 요건으로 파견근로자와의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것은 강제조항이고 사용사업주의 자기결정권을 제한하는 규정”이라며 “사업주의 계약체결 자유와 상대를 선택할 자유를 제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그는 “파견근로자를 2년 동안 고용한 것은 사용 사업주가 ‘계속 채용하겠다’고 선택한 것이 아니라, ‘직접 채용하지 않기로’ 선택한 것이다”며 “기업의 선택을 존중하지 않으면 기업의 자기 결정권은 박탈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파견근로자에게만 반대의사 표시 기회를 부여하고 사용사업주에게는 허용하지 않는 것은 평등원칙을 위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변호사는 “사내도급이 직접고용으로 간주될 경우 조선업종, 제조업 등 전체 산업에 커다란 파급 효과가 있을 수 있고, 한국은 고용유연성이 경직되어 있다”며 “사용자의 일방적 희생을 강요하는 것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려 반드시 해결해주길 바란다”고 주장했다.

 


박한철 헌재 소장이 98년 파견법을 제정할 때 현대차가 환영했는데, 이제 와서 입장이 바뀐 이유가 무엇이냐고 묻자 현대차 쪽은 “IMF 외환위기 당시 큰 그림에서 환영했는데, 고용간주 조항을 실수로 넘겼고, 대법원 (불법파견) 판결로 인해 잠재적 위험성이 이렇게 드러날지 몰랐기 때문에 그때부터는 반대 입장이 됐다”고 밝혔다.

 

또한 박 소장이 고용간주 조항 등 비정규직 보호 장치가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일리가 있어 보이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고용 안정은 우리도 인정해 3,500여명은 직접 고용으로 신규 채용할 계획이지만 갑자기 13년 전 당시 근로자를 동일하게 해 달라는 것은 가장 극단적인 방법”이라고 주장하며 사실상 불법파견을 부정했다.

 

 

고용노동부, “현대차가 불법 간접고용을 계속 해달라고 한다” 합헌 주장
“현대차가 노조법 자체를 심판대에 올린 것”

고용노동부 대리인 법무법인 한결의 이경우 변호사는 “한국은 간접고용을 금지하고 규제해왔으며 현재도 변함이 없다”며 “청구인의 주장은 불법적인 간접고용을 계속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주장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박했다.

 

중간착취의 위험이 있는 파견근로는 원칙적으로 금지되고 예외적인 경우에 한해 허용되므로, 현대차가 주장하는 사내하도급은 실제로는 사용자 책임 회피 등의 결과를 가져오는 간접고용에 해당해 이를 규제한 고용의제 조항이 위헌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변호사는 “파견근로자들은 노동관계에서 가장 시급한 문제 중 하나인 비정규직 근로자들로서 근로계약 체결 관계에서 갑, 을 관계도 아닌 병, 정 뒤의 가장 취약한 근로자”라며 “이 사건의 법률조항은 우리 헌법이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에 부합하고 헌법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 조항은 적용요건을 ‘2년 초과’로 규정해 요건을 명확히 하고 있고 사용사업주는 이 규정으로 인해 기존에 금지된 파견근로자를 비로소 사용할 수 있게 됐다”고 밝혔다.

 

옛 파견법상 고용의제 조항이 2006년 국회에서 과태료를 포함한 고용의무 규정으로 바뀐데 대해서도 “고용의무로의 개정은 과태료 등을 통해 직접고용의 실효성을 거두기 위한 것으로, 고용의제의 위헌성 논란과는 관련이 없다”고 반박했다.

 

노동자쪽 대리인 법무법인 시민의 김선수 변호사도 “근대 노동법의 주요 원칙인 중간착취 금지 또는 직접고용의 원칙은 결코 가벼운 가치가 아니라는 점에서 고용의제 규정은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하고 있다고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대차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노조법 자체를 심판대에 올린 것으로 위헌 판결이 내려진다면 노동 자체에 대한 사망선고”라고 강하게 제기했다.

 

고용노동부 참고인 강성태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파견근로는 간접고용과 기간제고용이 결합된 형태로 노동법이 전제하고 있는 직접고용과 상시고용 원칙에서 모두 벗어나는 원칙”이라며 “파견 업무 허용 범위를 확대하자는 청구인쪽 주장은 기업의 경영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마지막 변론에서 노동자 쪽은 “현대차가 오늘날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제반 정책적 지원, 지역사회의 협력, 국내 소비자의 지지, 직접 및 간접 고용된 근로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자 국가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은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누린 혜택과 지원을 배반하는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고 꼬집었다.

 

파견법은 97년 외환위기 당시 IMF가 구제금융의 조건으로 내걸고, 한국 정부가 경제를 살린다는 이유로 1998년 제정됐다. 헌법에 명시된 중간착취금지를 완화하는 대신 중간착취 남용을 막기 위해 고용의제 조항을 넣은 것으로, 기업들은 정규직 노동자를 해고하고 사내하청 비정규직으로 대거 고용하기 시작했다.

 

2010년 7월 대법원이 불법파견을 인정했지만 현대차는 불법파견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고, 고용의제 조항이 계약과 기업운영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오히려 헌법소원을 냈다. 김준규 씨 등 현대차 아산공장 사내하청 노동자 6명이 제기한 근로자지위 확인소송, 현대차 울산공장 최병승 씨 부당해고 소송이 이번 공개변론에서 다뤄졌다.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영령이 하늘에서나마 위로 받을 수 있도록”
현대차 사내하청 노동자쪽 최후변론

 

이 사건의 충실한 심리를 위해 공개변론을 열고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신 데 대하여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공개변론을 마무리하면서 이 사건 결정이 갖는 의미, 특히 신속한 합헌결정의 필요성과 절박성에 대해 강조하고자 합니다.
 
이 사건 조항은 청구인과 같은 대기업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에게만 적용되는 조항이 아닙니다. 지난 10년간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노동조합 가입률은 전체 850만여 명 중 1.8~2%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 사건 조항은 노동조합이 없는 대다수의 비정규직 불법파견 근로자들이 불법파견이 확인되었다는 이유로 부당한 처우와 해고를 당하였을 때에 그나마 기댈 수 있는 유일한 보호조항입니다.

 

이 사건 공개변론을 앞두고 갑자기 취하한 파르나스호텔 사건의 이해관계인들은 객실 청소를 하는 룸메이드 저임금 여성 근로자들이었는데, 그들은 불법파견 진정을 해서 노동부도 이를 인정했으나, 그 결과로 돌아온 것은 해고였고, 지난 8년 가까이 재판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구로디지털단지(옛 구로공단) 사업장 4곳 중 1곳이 불법파견(2005년 노동부 특별점검 결과)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들 IT업종과 전자제조업종에 종사하는 생산직 여성, 남성 근로자들, 원자력연구원이 연구용으로 가동하는 원자로에서 위험한 작업을 위장도급으로 수행해 온 비정규직 근로자들,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에서 최저임금 수준의 급여를 받으면서 상품진열, 이동, 고객 응대를 하는 판매서비스 분야의 근로자들 등 전국의 많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이 이 사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이 사건 조항의 위헌성 여부와 관련한 청구인 주장의 부당성과 이 사건 조항의 합헌성에 대해서는 오늘의 공개변론 과정에서 이미 충분하게 논증되어 상식적인 판단을 할 경우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명백하게 되었으므로 더 이상 상론할 필요가 없을 듯합니다. 다만, 모두에서 말씀드린 바와 같이 이 사건 청구는 형식적 사적자치에 의한 왜곡을 실질적 자치로 극복하여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를 지키는 역할을 하는 노동법 자체를 심판대 위에 올린 것으로서, 이 사건 조항에 대해 위헌 결정이 내려진다면 그것은 곧 노동법 자체에 대한 사망 선고라는 점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오늘 변론과정에서 외국 입법례에 대해 많은 논의가 있었으나,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로 불법파견이 대기업을 필두로 해서 심각하게 남용되고 있기 때문에 보다 강력한 대책이 요구된다는 사정이 고려되어야 합니다.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는 심각하고 부정의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상황이지만, 이 사건 조항은 사용사유 제한 방식을 채택한 프랑스나 불법파견의 경우 즉시 고용간주한 독일의 방식에 비해 엄격한 방식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또한 외국 입법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시사점은 직접고용 간주 방식을 중요한 수단으로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이 다수 있고, 어느 나라에서도 이 방식이 위헌으로 인정된 예가 없다는 점입니다. 이 방식이 국제적으로도 인정되고 있는 합헌적인 파견근로자 보호방식임을 알 수 있습니다. 세계에서 아직까지 이 사건 조항과 같은 파견근로자 보호조항에 대해 위헌 선언을 한 기관이 없으므로, 만일 이 사건에서 위헌결정이 이루어진다면 헌재가 세계에서 유일한 기관이 될 것입니다.
 
청구인은 이 사건 조항을 빌미로 ‘걷잡을 수 없는 법률분쟁의 발생, 노사분규 증가로 인한 노사관계 악화’ ‘노동시장 경직성 증가로 인한 고용 및 기업경쟁력에의 악영향’ ‘수십조의 손해로 인한 국내 생산기반의 경쟁력 약화와 해외 이전에 따른 고용시장의 침체’ 등의 주장으로 정부와 국민에 대한 협박을 일삼고 있습니다. 청구인이 오늘날 세계적으로도 성공한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국가의 사회간접자본 건설과 제반 정책적 지원, 지역사회의 협력, 국내 소비자의 지지, 직접 및 간접 고용된 근로자들의 땀과 노력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습니다. 그렇기에 청구인은 공동체의 주요 구성단위로서 사회적 책임을 부담해야 할 지위에 있고, 그 출발점은 청구인이 사용한 근로자들의 권리와 지위를 보장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청구인이 마땅히 감당해야 할 책임을 회피하고자 국가와 국민을 협박하는 것은 그 동안 우리 사회에서 누린 혜택과 지원을 배반하는 매우 부적절한 태도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청구인은 비용의 문제를 과장해서 주장하기도 하나, 일방적인 계산을 믿기 어렵고, 설사 일부 비용의 증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는 추가적인 인건비가 아니라 원래 정규직이 되었어야 할 불법파견 근로자들에게 당연히 임금으로 지불했어야 할 금원을 지급하는 것에 불과합니다. 그리고 노동비용이 증가한다면 이는 사회․경제적으로 바람직한 일기도 한데, 노동소득 분배율이 개선되고 내수가 진작될 것이고,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근로소득이 늘어나 생활이 안정될 것이며, 노사 쌍방이 납부하는 사회보험료가 늘어나 사회보험 재정이 안정될 것이고, 근로자들이 납부하는 근로소득세도 늘어나 국가 재정에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불법파견의 실질을 갖는 사내하청 근로자들은 우리 사회에서 취약계층을 이루고, 잉여인간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최근에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노동쟁의의 상당 부분이 사내하청 문제로 인한 것으로 쟁의 건수도 많고, 기간도 길며, 투쟁양상도 격렬합니다. 눈에 보이는 차별이 그만큼 심각하고 부정의한데도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청구인은 이 사건이 계류 중임을 방패삼아 사내하청 근로자들을 직접고용으로 전환하지 않고, “위헌 결정이 날 것”이라며 교섭과 복직에 소극적으로 대응하고 있으며, 또한 전국의 많은 소송사건이 이 사건의 처리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사건 결정이 늦어지고 있는 사이에 많은 사업장의 사내하청 근로자들이 고통과 기다림에 지쳐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2004년 2월 14일 비정규직 차별 철폐를 외치며 자살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근로자 박일수, 2005년 9월 4일 해고 3개월 만에 자살한 청구인 사내하청 해고자 류기혁, 2012년 12월 22일 하청의 폐업에 개입한 부당노동행위는 인정되었으나 해고에 대해서는 패소 판결을 받은 후 자살한 현대중공업 사내하청 해고자 이운남, 2013년 1월 28일 자살한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해고자 윤주형, 2013년 4월 14일 정규직 전환 회피 목적으로 촉탁계약직으로 전환되었다가 계약해지되자 자살한 청구인 촉탁직 해고자 공만규, 2013년 4월 16일 분신자살을 시도하여 병원에 입원 중인 기아자동차 사내하청 근로자 김학종 등...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내하청 근로자들의 영령이 하늘에서나마 위로를 받을 수 있도록, 땅에서는 더 이상의 죽음 행렬이 이어지지 않도록, 그리고 우리 사회의 취약계층인 사내하청 및 불법파견 근로자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이 정의가 살아있음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합헌결정을 하여 주시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