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그대 뒷모습...
2007. 5. 31. 11:44ㆍ[사람과 향기]/▒ 문학의향기 ▒
풀꽃은 철 모르고 피어나서 시장에 나와 앉아 있는 꽃들하고는 달리 고작 어린 아이들 손가락에 꽃반지로나 올라지면 최고 출세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들을 건너온 바람에 잠시 몸을 맡기거나 아침 햇살에 이슬 머금은 얼굴 로 하늘이나 우르러는 맑은 기쁨이 있을뿐. 재수가 없으면 소발굽에 밟히고 염소의 장 난질에 훼손 당하기는 하나 그 고통을 묵묵히 전쟁난민들처럼 감수하는 저 인내. 누구 나 관심을 가지고 풀꽃을 들여다 보게 된다면 참으로 많은 깨우침을 얻을 것이다. 큰 나무 아래에서 그러고 다른 잡풀에 치이면서도 절대로 비굴하지 않으며 절대 제 얼 굴을 잃지 않고 있지 않는가. 그리고 저녁 햇살 한 톨만으로도, 새벽 달빛 한톨만으로 도 충분히 제 얼굴을 맑히는 꽃. 소박하고 단촐하며 바라볼수록 작은 물줄기마냥 그치 지 않고 흘러나오는 아름다움을 가진 꽃이 풀꽃이다. 어리고도 부드러우며 지심의 지순한 언어만으로 아침을 깨우는 가장 친밀하고 가장 은 근한 저들 풀꽃. 그들은 언제나 양지고 그늘이고를 가리지 않고 도처에 피어나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찬미를 받을수 있는 꽃이다. 풀꽃은 절대로 큰소리로 떠들지 않는다. 들릴락 말락하게 속삭일 뿐이다. 그것도 마음 이 가난한 이들이나 알아들을 정도로 풀밭에 누워 빈 마음으로 그 작은 얼굴을 바라보 면 들여올 것이다. 마음의 어룽을 지워주고 한없이 날라가고픈 동심을 심어주는 풀꽃의 귀뜸이. 나는 풀꽃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몸태가 죽은 아이들이 하늘나라에서 날다말고 이렇게 잠시 지상에 쉬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되어지곤 한다. 이름도 지어주기 전에 이 세 상을 떠난 아이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누가 저들한테 이름이라도 달아줄까 봐 논둑 에도 밭고랑에도 숨어 있는 것이 아닐까. - 정채봉님의 "그대 뒷모습" 중에서 - |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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