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4. 13:18ㆍ[사람과 향기]/▒ 삶 의 향 기 ▒
부처님 배꼽도 빼놓고 ‘생활 화두’ 툭 툭 | |
봉은사 주지 명진 스님 참선법회 에 ‘구름 신도’ 인사처럼 “덥죠” “예” “어디가 더워요” 순식간에 잠잠 ‘열탕지옥도 찜질방으로, 아줌마의 힘’ 유머에 까르륵 | |
“덥죠?”
“날씨가 덥습니까. 몸이 덥습니까. 마음이 덥습니까. 땀이 나니 땀구멍이 덥습니까. 덥다고 하는 그 놈이 어떤 놈입니까 ?” 단박에 사족을 잘라 버린 채 머리부터 내민다. 참나를 찾기 위한 화두가 ‘이뭣고’(이것은 무엇인가)만은 아니다. 의심을 불러일으키는 그것이 바로 화두다. 불교란 물음의 종교라고 보는 명진 스님의 질문에 법왕루에선 바람 한 점 없는 적막 이 흐른다. 더욱 덥다. 숨 막힌 보살(여성 불자)들의 얼굴이 간절히 한줄기 바람을 그리워한다. 그가 더욱 더 숨통을 조일 것인가, 과연 자비를 베풀 것인가.
갇힌 ‘선’ 아닌 삶의 현장서 의심 대상 찾아
질문을 받고 꿀 먹은 벙어리가 돼 고개를 숙였던 보살들이 명진 스님의 반전에 반색하며 고개를 쳐든다. “저승에 올 사람이 제대로 왔는지 확인해야 하는데, 얼마나 깎고 밀고 성형을 했는지 주민등록증으로 아무리 대조해도 알아 볼 수가 없다는 거요!” 갑자기 “와!”하는 웃음소리로 한줄기 바람이 인다. 이어 이열치열이다. “그 뿐이 아니요. 다음에 들어가는 곳이 무진장 뜨거운 연옥인데, 한국 여자들이 얼마나 찜질방에 단련이 됐는지, 그 열 탕지옥에서 ‘아이고 시원하니 좋다 좋다’하면서 나오지를 않는 통에 정체돼 진도가 안나간다는거요.” 그 앞에서 저승과 지옥도 유머가 될 뿐이니 이제 생사법문조차 무용지물이다. 20대에 불과했던 30년 전 서울 수유동 화 계사에서 욕쟁이 선사 춘성이 열반했을 때 춘성이 평소 즐겨 부르던 ‘나그네 설움’ 한가락을 뽑은 다음, 상가를 ‘전국 수 좌(선승) 노래자랑대회’와 춤판으로 만든 장본인이 바로 그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서도 죽음이 어찌 고통이 아니었을 것인가. 그가 여섯 살 때 어머니는 자살했고, 3개월 뒤 재혼한 아 버지 또한 그가 20대 때 세상을 등졌다. 그의 유일한 혈육인 남동생도 군에 가서 사고로 이승을 떠났다. 그런데도 그 기 막힌 생의 아픔조차 천성이 밝은 그의 입을 거치면 생사마저 해학이 되고 만다. “진짜 슬퍼봤소? 자식 읽은 어머니가 상청 앞에서 억지로 ‘아이고! 아이고!’하며 웁디까. 그렇게 안하더라도 밥을 먹다가 도 울고, 잠을 자다가도 울컥 울음이 쏟아져 이불을 적시는 것이오. 그와 같이 ‘도대체 내가 누구인지’ 몰라 참으로 답답 해 진짜 의심이 가는 사람이 억지로 화두를 챙길 필요가 있습니까. 화두가 배급입니까. 타게. 화두가 보따리입니까. 챙기 게.” 화두를 타고 화두를 챙기는 선가의 방식조차 그는 가볍게 베어버렸다. 그는 의심의 대상 또한 고서가 아니라 이 삶의 현 장에서 찾도록 했다.
“부처님이 꽃을 든 것만 의심스럽습니까. 조주 선사가 왜 무(無)라고 했는지만 궁금합니까. 왜 저 밖에서 까마귀가 우는 지 그것은 궁금하지 않습니까. 지금 설법을 듣는 놈이 누군지 그것이 궁금하지 않습니까?” 선방에 갇힌 선이 아니라 치 열한 삶의 현장에서 선을 여는 그의 방식은 어떤 상황에서도 이어진다. 한 보살이 그에게 반해 죽고 못살겠다고 하자, 그 가 국립묘지의 동생 묘지에 데려가 “동생을 살려내면 보살 하자는 대로 해주겠다”고 해 눈물로 돌아서는 보살에게 생사 의 화두를 안겨준 그다.
참선 법회에 매회 1천여명 북적
참선 법회가 끝난 뒤 그의 처소로 올라갔다. 다래헌(茶來軒·차 마시러 오는 집)이다. 하지만 찻집의 틀에 갇혀있을 그가 아니다. “술마시는데는 도가 없고, 똥 누는데는 도가 없느냐”는 그다. 다만 이곳은 절이니 술을 마실 수 없어 차를 마실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7개월째 절 밖을 나가지 않고 매일 1천배씩 하고 있다. 천일기도다. 열여덟살에 대학입시공부를 하러 절간에 갔다 가 우연히 만난 선승으로부터 “도대체 너는 누구냐?”는 질문을 받고 성철 선사에게 찾아간 뒤부터 선방 안팎을 들짐승처 럼 휘젓고 다녔던 그에겐 참으로 놀라운 일이다. 그러니 이제 그가 좀 달라졌을 것인지 은근히 한 질문을 던져본다. “저는 여자를 안고 자고 일어나는데, 부대사(497~569)는 ‘밤마다 부처를 안고 자고, 아침마다 함께 일어난다’(야야포불 면 조조환공기·夜夜抱佛眠 朝朝還共起)고 합디다. 스님은 어떻습니까?” “밤마다 망상으로 잠이 들고, 아침마다 망상과 함께 일어난다오.” 그가 안고 있는 것이 이미 티끌로 무화(無化)했다. 이제 ‘깨달음’이니 ‘해탈’이니 하는 것 또한 망상이 되었다. 찌는 듯이 더운 지금 서울 강남에서 한 줄기 바람이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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