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를 흔드는 '문국현 바람'

2007. 8. 31. 19:43[사람과 향기]/▒ 삶 의 향 기 ▒



▲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


"저를 범여권으로 몰아가면 그 분들은 좋을 지 몰라도, 국민들은 혼동을 일으킬 것이다."

대통합민주신당(이하 민주신당)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는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한 말이다.

문 전 사장은 30일 기자들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민주신당과의 후보단일화 논의에 대해 "(민주신당은) 비전과 구호로는 서 민들을 위한다고 했으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킨 사람들 아니냐"며 "정책이나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당연히 단 일화 논의를 하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기회를 안 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문 전 사장은 또 "계속 독자 행보를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기존 세력 가운데 자신의 능력이 우리의 비전과 가치관, 정 책에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합류를 환영한다"고 역제안하기도 했다.

특히 "가치관의 응집없이 세력만 모이는 것은 일시적이고 일회용 정치"라며 "지금 있는 일부 정당은 대통령이 안되면 없어 지는 당"이라고 말해, 민주신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그는 최근 지지율이 오르고 있는 것과 관련 "인터넷에서의 열기를 보고 놀랐다"며 "우리 사회에 불이 붙고 있다, 잠잠하고 죽어있던 영혼이 다시 불타오르려 하고 있다"고 소회를 피력했다.

그는 유시민 민주신당 후보가 '정치 시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한 것과 관련 "기존 정치 세력이 내가 만만하게 본다고 하는데, 정치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면서도 "다만 국민을 섬기지 않고 국민을 만만하게 보는 구 정치세력들은 만만하게 본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실패한 정치인"이라고 반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서는 "전직 대통령인데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분이 대선에 대해 아무 말씀 도 안 한다면 '옛날에 안주해서 국민 무시한다'고 할 것"이라며 "특히 내년 5월까지 북미수교를 해야 할 절박한 상황에서 군 사대치, 대북봉쇄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는 안된다'고 꾸짖는 것은 순리"라고 옹호했다.



다음은 문국현 전 사장과의 일문일답 요지다.

"창당, 지금 단계에서 급한 것 아니다"

- 인터넷 상에서 네티즌들의 반응이 좋던데.
"사람이 가장 영명스럽다. 똑똑한 동물이다. 진정성 읽을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삶의 축적이 아니라면 그들은 금세 안다. 그 분들이 쉽게 간파할 수 있다. 번개팅 하자고 하더라. 주말에도 광주에 하러 간다. 여기저기서 번개팅 하자고 해서 몸은 한 개인데 분신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인터넷에서의 열기를 보고 놀랐다. 우리 사회에 불이 붙고 있다. 잠잠하고, 죽어있던 영 혼이 다시 불타오르려 하고 있다."

- 대선 출마는 언제 결심했나.
"최근이다. 정운찬 전 서울대총장이 할 때만 해도 느슨했다. 그 분이 그만두고 4, 5월 경 갑자기 최열 (환경재단) 대표가 '60 세가 되기 전에 우리가 성취한 캐리어, 삶을 과감하게 던지고 국민 위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고, 찬성했다. 5월 하 순경 모든 관심이 나에게 몰렸다. 다 함께 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누군가 먼저 실천에 나서야 했다. 그래서 회사, 유한학 원…, 이런 것 내놓을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킴벌리클라크 북아시아 총괄대표로서) 국제 사회와의 약속을 어떻게 지혜롭게 포기해서 그곳 사람들로부터 신뢰를 상실 하지 않도록 하느냐, 그걸 처리하느라고 2개월 반이 걸렸다. 정치는 이미 24년전부터 해왔다. 사회적 자본이라고 할 수 있 는 반부패운동도 하고, 환경운동도 하고…. 대선후보는 최근에 결심한 것이다."

- 계속 독자 행보로 가나.
"자꾸 미래로 가려고 하니까, '독자'라고 하는데, 말에 어폐가 있다. 원혜영 의원 같은 분이 자기 인생을 걸고 있고, 정범구 같은 분이 왜 자기 인생을 여기에 걸고 있겠나. 수많은 학자들이 왜 그렇게 하겠나. 새로운 정치사를 열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권에도 유능한 분 많지만, 새로운 시대정신에 못 따라와 그쪽에 몰려 계실 수 있다. 기존 세력 가운데 자신의 능 력이 우리의 비전과 가치관, 정책에 쓸모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의 합류를 환영한다."

- 민주신당과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과거에 집착 안하는, 정책이나 비전을 실천할 수 있는 사람 중심으로 되어야 한다. 비전과 구호로는 서민들을 위한다고 했 으면서 양극화를 심화시킨 사람들 아닌가. 정치는 구호로만 안된다. 경제도 소수만이 아니라 다수를 위한 참경제로 해야 한다. 그 분들이 그런 생각을 하면 당연히 단일화 논의를 하겠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국민들은 기회를 안 줄수도 있다. 지 금은 내 몫을 충실히 하면서 그 분들이 합류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 '범여권 후보'로 불리는 것에 대해.
"정당원이 아니라서 한 것이 없고, 그 분들이 높이 사 주는 것인데…. 그 쪽이 과거와 잘 정리하고 단절시키면…. 저를 범여 권으로 몰아가면 그 분들은 좋을지 몰라도, 국민들은 혼동을 일으킬 것이다."

- 향후 지지율 제고 방안은.
"10년 정치한 사람보다 (지지율이) 2배 이상 높다. 그 관성을 유지하면서 저희 예상보다 2~3배 빠르게 올라가고 있기 때문 에 대학생도 만나고 많이 만나서 얘기하고…. 기업인 다 부정한 것으로 몰아가는데, 기업인들이 명예회복을 하려고 나를 앞세우고.…. 부패한 기업인에 대해 분노하고 있는 기업인이 많다. 그들이 모두 저의 지지 세력들이다."


▲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비정규 직 등 노사문제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저를 범여권으로 몰아가면 국민들은 혼동을 일으킬 것"

- 정당 창당 작업은 어떻게 돼 가나.
"요즘엔 정당을 일주일이나 이주일이면 만드는 것 같아서 걱정은 없다. 9월말이나 10월초 쯤.... 정당 만들수 있는 전국적 인 능력은 가지고 있다. 아직 정당은 아니지만 9월 2일 창조한국 출범도 하고... 우리는 타협하지 않고 국민이 요구하는 데 로 달려가고 있다. 꼭 필요하다면 그때 가서 만들 것이지만, 지금 단계에서는 그리 급한 것은 아니다."

- 정당 없이 대선 치를 생각도 있나.
"정당이 없으면 워낙 불이익이 많다. 지난번에 (출판기념회 때) 600명 오셨는데, 문서(초청장)로 하지 못하게 해서 힘들었 다. 앞으로도 계속 힘들어질 것 같다. 전단지 하나 만들수 없으니…. 수많은 제약과 가시밭길을 가려고 한다. 현재 선거법 이 문제가 많다. 신참들이 어렵게 해놨다. 가시밭길 가면서 이번 기회에 '선거법이 참으로 어렵게 돼 있구나, 기득권을 유 지하기 위한 법이구나' 하는 점을 알려나겠다.

가치관의 응집없이 세력만 모이는 것은 일시적이고 일회용 정치다. 가치관을 중심으로 모이고, 무슨 목표를 정해서 가지고 가면 수천명, 수만명이 모여들텐데, 어떻게 중간에 그만두나. 미래의 온 국민을 통합시키는 새로운 불루오션으로 나가고 있다. 지금 있는 일부 정당은 대통령이 안되면 없어지는 당이다. 지금 우리는 과거의 잘못과 단절하고 미래를 위한 역사를 쓰고 있다."

- 유시민 후보가 문 전 사장에 대해서는 '괜찮은 분'이라면서도 천정배 후보에 대해서는 '왜 당 밖에서 노느냐'고 지적했는 데.
"유시민 후보는 젊은 사람들의 일정 영역에서 우상이고, 사회투자국가론 같은 것을 내놔서 눈여겨 보고 있다. 그러나 전혀 모르는 사람이다. 그렇게 많이 다니는데, 어떻게 한번도 마주친 적이 없는 사람이다.

천정배 후보는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말해서 왕따를 당하는 사람이다. 어떻게든 지켜줘야 한다. 혹시라고 그렇게 몰아세우 는 것은 용기있는 지성인이 아니다. 천 후보가 '돈 있는 사람이 더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반성도 더 해야 하고 죄값도 더 물 어야 한다'고 말했을 때, 감동 받았다. 그 사람이 한미FTA 때 단식 했다고 왕따를 당하는가 본데, 그 사람의 정신을 살려야 한다. 유시민 후보도 그 사람을 경쟁자로 보지 말고 약자로 생각하고…."

- 유시민 후보가 문 전 사장에 대해 '정치 시장을 잘 모르는 것 같다'고 말했는데.
"기존 정치 세력이 내가 만만하게 본다고 하는데, 정치를 만만하게 보지 않는다. 다만 국민을 섬기지 않고, 국민을 만만하 게 보는 구 정치세력들은 만만하게 본다. 국민을 섬기고 국민에게 감동을 주지 못하면 실패한 정치인이다. 정치인은 국민 에게 감동을 줄 수 있어야 하고, 더 섬겨야 한다."

- 한나라당 경선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이명박 후보를 경제인의 대표로 알았는데, 한나라당 경선하면서 이런 생각이 정리됐다. 이 시대에 대운하를 얘기하는 환 경의식, 자기 경험만으로 21세기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개발독재의 리더라는 것이 부각됐다. '기업인은 당연히 썩었다'는 인식을 확산시켜 80년대 수준으로 우리나라를 역행하게 만들었다. 부동산 투기를 해서 자기 처남과 가족을 부자만들기 바 빴고, 수많은 의혹에 휩싸였다.

입으로는 늘 서민을 위한다고 해서 그런 줄 알았는데, 20-30년전부터 자기 자식들을 귀족주의에 물들게 만들려고 학교도 옮겼다. 공교육을 강화해야 할 국가 지도가자 그래서는 안된다. 재벌들끼리 꼭 결혼을 해서 정경유착을 맨 앞에서... 전경 련 회장과 혼인을 맺어서 그런 문제가 생기고…. 그렇게 하려면 편안하게 그 쪽 길로 가서 사시지, 왜 대선에 출마하나?"

-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논란에 대해.
"우리나라 온 국민이 정치에 관심을 갖고 있고, 정치에 불만, 분노하고 있다. 전직 대통령인데다, 노벨평화상까지 받은 분 이 대선에 대해 아무 말씀도 안한다면 '옛날에 안주해서 국민 무시한다'고 할 것이다. 특히 내년 5월까지 북미수교를 해야 할 절박한 상황이다. 군사대치, 대북봉쇄책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그래서는 안된다'고 꾸짖는 것은 순리다. 남북정상회 담하고, 북미정상회담하고, 북미수교하고, 그러면 빅뱅이 온다. 군사대치가 아니라 한반도 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 (DJ가) 옳은 얘기를 한다면 국민들이 좋아할 것이다."

- 김 전 대통령이 현실 정치에 대해 말 하는 것에 대해선.
"그 부분만 신문에 나니까 그렇지, 전체를 보면 그 얘기는 적은 부분이다. 그 얘기가 마음에 안드니까, 작은 얘기를 큰 얘기 처럼 언론이 써서 그렇다. 지금 국운이 왔다갔다 하는 절체절명의 시기다. 한 나라의 운명이 지도자에 따라 크게 바뀔 수 있다."

"경제인들 부패 관련있는 한 노사 분규는 없어지지 않는다"

- 대선 출마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한 경제인이고 연봉도 재벌총수 빼고 가장 많이 받던 사람이 그 모든 것을 포기한다고 했을 때, 가족 들이 이해 못했다. 게다가 두 딸은 결혼도 아직 안했는데, 아버지가 실업자가 된 것이다. 우리 가족이 정신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지금은 새로운 국가 창조를 위해 저희 가족은 저를 내놨다."

- 노조, 노동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이 뭘 잘못했다'고 말하기 전에, 우리 사회 양심있는 지도자들은 가슴에 손을 얻고 반성해야 한다. 경제인들이 부패와 관련있는 한 우리나라 노사 분규는 없이지지 않는다."

- 비정규직 법안에 대해.
"법을 너무 졸속으로 만들었다. 뜻이 좋다고 해고 해고사태를 만들면 안된다. 정치권에서 잘 간파했어야 했다. 해고사태는 예고된 것이었다. 우리같은 전문가들이 법에 대해 문제점을 제기했는데, 밀어붙여서 했다. 정치인들이 경제를 잘 모르고 그렇게 만들어놓고, 누구하나 책임을 지려고 하지 않는다. 이랜드 박성수 회장은 간접 책임을 느낄 수도 있는데, 박성수 회 장은 신뢰를 바탕으로 사람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이번에 나쁜 선택을 했다. 그렇게 만든 것이 정치권이다. 여든 야든. 그 런 정치세력 쪽으로 자꾸 새로운 사람을 가라고 하면 안된다."

- 자녀분들이 비정규직이라고 하던데.
"둘째는 아직 대학교 4학년이어서 어쩔 수없이 비정규직이고, 큰애가 유치원 교사였는데, 유치원 교사는 다 비정규직이다. 그나마 쫓겨났다. 그 때 딸이 울면서 심각한 공황상태에 빠졌는데, 대기업 사장인 아버지로서 뭘 해줄 수도 없고…. 걱정을 많이 했지만, 혼자서 잘 해나가더라."

- 기부입학 문제, 평준화 문제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보면 기부입학하는 곳이 많다. 우리는 아직 그렇게 하기에는 많은 단계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 공교육을 최고로 만들어야 한다. 국가가 한다고 무조건 교육 수준이 낮아지는 것이 아니다. 국가가 나서서 확실하게 해야 한다. 안 그러면 한국의 미래가 없다. 돈 있는 사람에 의해 좌우되서는 안된다. 기부는 얼마든지 할 수 있다. 기부와 자녀 입학을 바 꾸자고 해서 문제 아닌가? 기부입학은 우리에게 아직 먼 얘기다."

- 유한킴벌리 사장까지 오른 비결은.
"사장이 된 뒤 어머니께 말씀을 드렸더니, 꾸겨진 신문광고를 꺼내 보여주시더라. 삼성에서 장교출신 신입사원을 뽑았다고 냈던 광고였는데, 그 때가 74년이다. 내가 사장 된게 95년이니까, 21년간 간직하고 계시던 광고였다. 충격을 받았다. 삼성 에 뽑혀갔다고 신문광고까지 났었는데, 내가 유한이라는, 그 때 보면 중소기업 정도의 회사로 간 것에 대해 어머니께서 삼 성으로 가라는 말씀은 못하시고, 마음 속에만 두고 계셨던 것이다.

제가 유한에 온 것은 유일한 박사의 정신 때문이었다. 투명한 경영,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경영인의 상징이었다. 그렇게 존 경하는 사람이 하는 기업에 갔으니, 다른 사람보다 더 치열하게 살았다. 그렇게 해서 유한킴벌리라는 작은 회사를 매출 1 조가 넘는 회사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한국에서 존경받는 기업, 대학생들이 가고 싶은 5대 기업으로 만들었다. 유일한 박사의 정신이 저를 지난 30년간 살게 했고, 10년 일찍 부사장되고, 대표이사 된 것이다."

- 능력이 있으나 호감이 안가는 사람, 호감이 가나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있다면 직원으로 누굴 뽑겠나.
"우리 회사는 능력을 많이 따지지 않고, 들어와서 어떻게 하면 10년, 20년안에 세계 최고봉이 될 수 있을 것인가를 본다. 그 때 중요한 것이 사람 됨됨이다. 머리만 좋으면 사리사욕을 추구하게 되고 그 회사를 죽이는데 앞장선다. 사회의 분열, 부패 를 낳게 된다. 거의 나치같은 조직으로 전락한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머리가 나쁜 사람보다 사회에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 . 그게 나치다."



 
노동계를 흔드는 '문국현 바람' 
[분석] 전현직 노동계 총수와 잇따라 만나... "얘기가 통한다" 
 
"인터넷에서 나에 대한 열기보고 놀랐다
 죽어있던 영혼이 다시 불타오르고 있다" 
문국현 후보, 민주신당 '러브콜'에 "그 분들의 합류를 기다린다" 



▲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과 비정규 직 등 노사문제에 대해 토론하기 앞서 악수하고 있다.


지난 30일 오후 4시 40분께 서울 여의도 CCMM빌딩 12층.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을 복도에서 마주쳤다. 이수호 전 민 주노총 위원장과 비정규직 대담을 마무리한 직후였다.

표정은 밝았다. 1층으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 안에서 "양대 노총을 대표하는 위원장들과 잇달아 만나시는데…"라고 물었 다. (대담 직후 문 전 사장과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의 만남도 예정돼 있었다. 이 회동은 비공개였다.)

문 전 사장은 웃으면서,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던 분들이어서…"라며 간단하게 답했다.

"그래도 기업가로서 (대선)출마를 선언하시고, 이렇게 (노동계 대표 인사들을) 만나는 게 의미가 있을 것 같다"고 재차 물 었다. 문 전 사장은 "요즘 사회가 얼마나 어려운가"라며 "비정규직이든가, 고용문제 등… 이 분들과 이런 이야기를 나누고, (대책을) 고민해 보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자본과 노동의 만남. '사람 중심 경제'를 표방한 문 전 사장의 행보가 예사롭지 않다. 최근 대구 등 지방의 중소기업 현장 방문에 이어, 30일엔 양대 노총의 전현직 위원장들과 연이어 마주 앉았다.

같은 날, 같은 곳에서 양대 노총 전현직 총수와 만나

문국현-이수호 대담은 언론과 인터넷 등의 생중계로 공개됐지만, 문국현-이용득 회동은 알려지지 않은 것이었다. 당초 이 날 오후 이용득 위원장과 회동이 예정된 곳은 서울 강남 모 호텔이었다.

하지만 대담이 끝난 후 문 전 사장의 강남 이동시간을 감안해, 이용득 위원장이 직접 여의도로 찾아온 것이다.

지난 29일에는 한때 문국현-이수호-이용득의 이른바 '3자 대논쟁'도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돌았다. 최근 주 요 이슈인 비정규직 해법을 두고, 양대 노총을 대표하는 전현직 위원장을 한자리에 모이게 하는 것만으로도 '큰 그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들 두 전현직 위원장이 과거 양대 노총의 연대투쟁을 이끌면서 좋은 관계를 유지했던 것도 이 같은 3자 직접회동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이후 문 전 사장 쪽과 양쪽 위원장 사이의 의견 조율 과정에서 '각자 회동'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최근 비정규직 해 법을 둘러싸고 양대 노총이 틀어질 대로 틀어진 상황에서 자칫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문국현 캠프의 김헌태 상황실장은 "우리 사회의 주요 이슈인 비정규직과 고용문제를 두고 양대 노총을 대표하는 전현직 위 원장과 만나 공감대를 이룬 것 자체가 큰 의미"라고 말했다.


▲ 최근 대선출마를 선언한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30일 오후
서울 여의도에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을 만나 악수 하고 있다.


이수호 "이야기 통하는 것이 많다"... 이용득 "사람 중심 경제에 관심 많다"

실제 이날 이수호 전 위원장과 이용득 위원장 모두 문 전 사장의 노사관이나 비정규직 해법 등에 공감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수호 전 위원장은 "현재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가장 중요한 문제인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도록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해 야 한다"면서 "(문 전 사장과) 이야기가 통하는 바가 많고, 상당히 저희들 쪽에서 존중해야 할 말씀이 많아서 좋다"고 평가 했다.

이용득 위원장도 "문국현 후보의 사람 중심 경제에 관심이 많다"면서 "(정부와 자본가들이) 이런 시각을 갖췄다면 비정규직 문제가 이렇게까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 전 사장은 이날 현행 2년으로 돼 있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기간을 없애고, 장기화될 일자리의 경우 아예 정규직만 채 용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이를 위해선 서구 유럽식 일자리 창출과 함께 평생학습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는 그의 지론이기도 하다.

이용득 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선 사교육비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보육, 교육을 국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거 문제와 관련, 토지 불로소득과 건설과정에서 부당하게 챙기는 이득을 적극적으로 회수해서 '반의 반값' 아파트 를 실현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대선 주자 가운데 문 후보와 같은 대안을 제시하는 사람이 별로 없다"고 답하기도 했다.

노동계, 문국현 바람을 주목하다

문 전 사장과 이수호-이용득 전현직 양대노총 위원장의 연쇄 대담과 회동은 약 5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그러나 일부 언론 을 제외하면 이 만남은 언론에 보도되지 않았다.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언론 등은 이날 회동 사실조차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노동계 안팎에는 이날 회동을 예사롭게 보지 않은 시각도 있다. 특히 이수호 전 위원장의 경우 민주노동당 경선 과 정에서 한때 민주노총의 독자 대선 후보로까지 언급됐던 인물이다.

이용득 위원장의 한국노총은 이미 이번 대선에서 '정책연대'를 선언한 상태다. 조합원을 상대로 대선후보 여론조사를 발표 하고, 9~10월께 독자적인 대선후보 토론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이 위원장도 이날 문 전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그동안 한국노총 지도부가 대선 지지 후보를 결정해왔지만 조합원에 도움 이 되지 않는다"면서 "11월에 한국노총의 조합원 총투표를 거쳐서 지지후보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위원장은 "당락 여부를 떠나 문국현 후보와 같은 정치인이 나와야 한다"면서 "기업가 스스로 모범을 보이면서 정치 사를 바꿔가는 것이 보기도 좋고, 또 반응도 좋다"고 덧붙였다.

한국노총 산하 금융산업노동조합의 한 고위간부는 "인터넷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문국현 바람을 노동계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이 바람이 미풍이 될지, 태풍이 될지 유심히 보고 있다"고 말했다.

강익구 한국노총 대변인도 "문 후보의 노동자 교육을 통한 생산성 향상과 일자리 창출 모델, 기업의 사회적 책임론은 이 위 원장의 사회개혁적 노동조합주의와 여러모로 닮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강 대변인은 "이번 회동은 정치적 의미를 떠나 책임과 신뢰의 노사관계를 위한 사회적 만남"이라며 일정한 선을 그었 다. 이번 회동이 자칫 '문국현 지지'로 확대 해석되는 것을 경계하는 눈치다.

"가짜든, 진짜든 CEO는 CEO 관점으로 사물을 볼 뿐" 비판도

물론 문 전 사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많다. 정책과 관점이 신선하긴 하지만, 기업가로서 한계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선예비후보.


심상정 민주노동당 대선예비후보는 "문국현이 이명박에 비해 참신하고 진지하다"면서도 "영혼이 타락한 CEO와 비교해서 참신한 CEO이지, 진정 노동자의 아픔을 아는 지도자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심 후보는 "가짜 경제의 CEO건, 훨씬 나은 진짜 경제의 CEO건 결국 CEO의 관점으로 사람과 정치를 바라본다"면서 "경제 관 역시 노동자 등 국민을 생산요소로 취급"할 뿐이라고 말했다.

민주노총의 한 간부도 "수구보수와 비교하면 문국현 모델이 매우 진보적이고 개혁적일 수도 있다"면서 "양심적이고 깨끗한 기업가로서 받는 평가와 노동자, 서민을 위한 진정한 진보적 대안이라는 평가는 구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바람으로 진보진영은 한 차례 홍역을 치렀다. 5년이 지났고, 문국현 바람은 다시 진보진영의 또 다른 논쟁의 불씨가 되고 있다. 불씨가 그냥 이대로 꺼질지, 아니면 어디로, 어떻게 튀어 '큰불'로 번질지 진보진영은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