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여운 긴 방황...

2007. 12. 26. 10:37[사람과 향기]/▒ 삶 의 향 기 ▒

    지난 몇 일간 고통스러웠던 내 삶의 고뇌를 떨쳐보려고
    답답한 가슴으로 어둠속을 하염없이 걸어서
    어두컴컴한 산기슭 작은 길을 따라 오랜 시간 걸으면서
    많은 생각을 해 보았다.

     

    일상적이고 세속적인 왁자지껄함에 길들여진 육신은  
    먹고..마시고..취하고..잠자고..다시 깨어나고...  
    이 모든 행위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초췌한 모습으로 일어나 혼돈의 뇌리를 흔들며  
    마치 아무일도 없었다는 듯이 또 하루를 시작해야만 하는가? 
      
    어둠은 그 자신의 치부를 일시적으로 숨길수는 있지만  
    그 무엇이든지 영원한 것은 없다.  

     

    이미 퇴색하기 시작한 내 삶은 온갖 위선과 허울로  
    화장하고 가면무도회를 열고 있다.  
    취한 영혼은 나무가지 끝에 걸린 별들마저 흔들고 있다.

     

    나뭇 잎이 모두 떨어지고 가지만 앙상하게 남은 가로수가
    어둠속에 외롭게 찬 바람을 맞으며 덩그렇게 혼자 서 있는
    모습을 보니 푸르렀던 지난 여름은 한 낱 일장춘몽 이었을까?

     

    하지만 그들은 어둠이 걷히고 태양이 솟으면
    언젠가 다시 부활할 날을 기다리는 희망이라도 있으니
    그래도 조금은 행복하지 않을까?

     

    시간은 덧없이 흘러 벌써 중년이라는 세월을 지나고
    상처뿐인 삶에서 탈출해 보려고 이리 저리 헤매어도
    내가 갈 만한 곳은 선술집과 산 외에 별로 없는 것 같다.

     

    세상의 모든 번뇌를 깨끗이 잊고 조용한 산속에서
    한동안 지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지만 ...

     

    대부분의 인간은 속세를 떠날 때의 결심과는 달리
    몇 일을 참지 못하고 다시 세속의 삶을 그리워 할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나는 그렇게 어리석은
    결심은 하지 않는다.

     

    시련과 고통을 많이 겪을수록 그 사람의 내면은
    진정한 아름다움이 더욱 충만하고 빛이 난다고 하지만
    정작, 그 인고의 시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더 중요할 것
    같다.

     

     

     

    내 삶의 방황은 이십대 중반부터 시작하여 현재까지 진행형
    으로 이어져 오고 있다. 내 인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동반자와의 갈등으로 인해 나는 항상 저잣거리를
    배회하면서 갈 곳을 찾지 못해 지금도 방황하고 있다.

     

    그러한 고통을 잊으려고 자주 술을 퍼 마시면서
    왁자지껄하게 떠들고 웃으며, 만나고 헤어지고 해 보지만
    다시 눈을 떠면 허황한 아침만 나에게 가엾은 미소를
    보내곤 한다.

     

    그러한 단조로운 나의 일상은 암처럼 내 가슴 한 켠에
    회한의 채찍 자국만 남길 뿐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지난 날 내 인생의 항로를 잘못 선택한 것에 대해
    나 자신에게 한 없이 증오감을 느끼며 지금도 나 자신을
    자학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세상 모두가 내가 아닐테고 어차피 혼자 가야할 길인데
    둘이 가면 만족한가 왜 소유의 욕망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가?

     

    때로는 초라해지기도 하고 때로는 부끄러워지기도 하고
    그리고 때로는 허황한 가슴으로 술에 취해서 울부짖으면서
    반 쯤은 가사를 잊어버린 노래를 불러보기도 하고

    그러다 문득 잊고 지내는 나이를 생각해 보기도 하지만


    점점 번뇌와 상념이 많아지는 세상사에 나오는 것은
    허탈한 웃음 뿐이다.
     
    뒤틀리는 창자의 아픔보다 더한 그 끝없는 열망의 불꽃으로
    한 껏 타오르다 스러질 내 보잘것 없는 삶에 어둠의 신이
    관용의 술이라도 한 잔 더 베풀어 주기를 빌어보자.

     

    내 존재의 의미보다 더한 흔들리는 사랑은
    이 세상 사람들 모두 잠들고 난 뒤 어둠 속에 갇혀서
    꿈조차 잠이 들 때 희미한 어둠의 새벽에 홀로서서
    홀로 일어난 새벽을 두려워 말고 별을 보고 걸어가는 사람이 되자.

     

    그리하여 아직도 죽도록 사랑해야할 삶이 남아있슴에
    진정으로 감사해야 함을 몸서리 치도록 느껴 보자.
    내 가슴 속 가득히 마지막 뜨거운 불씨를 담고서...

     

    당분간 현실을 잠시 접어두고 여기 저기 방황하다가
    언젠가 또 다시 자신의 본연의 자리로 돌아와서는

     

    지금까지의 내 삶보다는
    앞으로의 네 삶이 더욱 더 중요하다는
    평범한 진리를 망각하지 말고 내 가슴속의 증오를 갈고 닦아
    빛이 나고 향기로운 진주로 만들기 위해 우리 함께 오늘도
    피안의 삶의 수레바퀴를 열심히 돌려보자.

     

    짧은 여운..긴 방황.. 내 삶의 종착지가 어디인지


    결코 그 누구도 나에게 미리 알려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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