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우찬님이 추구하는 테크니컬 모글스킹

2009. 2. 18. 13:37[사람과 산]/▒ 스 키 등 반 ▒

정우찬님이 추구하는 테크니컬 모글스킹

내가 추구하는 "테크니컬 모글스킹"


01/02시즌 처음으로 위슬러에서 스킹을 즐기면서 무수하게 맞닥뜨리는 자연모글에서 맥을 못추는 제 스킹에 무척 낙담하였습니다. 위슬러와 블랙콤 마운틴은 스키장이 아닌 말 그대로 산(山)입니다.

한라산보다 커다란 두 개의 산에 이리저리 길을 뚫어 슬로프를 만들었지만 칠부능선위로는 삼림한계지역이라 나무가 없으니 그저 광활한 산의 능선위로 눈이 쌓여있는 상태입니다. 칠부능선 아래로도 리프트 밑이나 나무가 많은 지역 그 외 그루밍(정설)을 할 수 없는 지역은 대개가 자연모글로 형성되어 있습니다. 물론 눈이 내린 뒤엔 파우더로 변하지만 하루 이틀 지난 뒤엔 다시 자연모글 상태로 변합니다.

이런 지역에서 스킹을 하다보니 그루밍된 사면보다는 파우더나 자연모글사면에서 스킹하는 것을 선호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블랙다이아몬드 코스들은 자연모글을 탈 수 없다면 상당히 힘겹습니다. 그래서 점차 모글 테크닉에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죠.

첫 시즌에 모글을 처음 접하고 나서 모글스킹이 무척이나 어려우면서도 그만큼 재미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테크닉에 대한 고민도 많이하고 연습도 하면서 몇 가지 고민이 생겼습니다.

테크니컬("인터스키"를 어떻게 표현하나 고민했었는데 이 곳 캐나다에서는 "테크니컬 스킹(technical skiing)"이라고 부르더군요. "인터스키"라는 표현보다 의미전달이 정확한 것 같아 앞으로는이 표현을 쓰겠습니다.) 모글스킹과 프리스타일 모글스킹의 장단점에 대한 고민이었죠.

01/02시즌을 마친 뒤 위와 같은 고민을 하다가 02/03시즌에는 더욱 더 모글스킹에 치중하였습니다. 특히 2003년 여름에는 존스마트가 운영하는 SMS 모글캠프에 들어가 프리스타일 모글 테크닉을 배우고 연구하였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글은 제 홈피 sms 모글캠프 후기에 정리하였습니다. 총 9편을 연재하였는데 그 중 첫 번째 글에서 모글캠프를 듣게 된 배경에 대하여 당시의 심정을 표현하였습니다.

여름 모글캠프를 통하여 어느정도 모글스킹에 대한 자신감이 생긴 뒤 맞이한 03/04시즌. 하지만 생각처럼 모글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어? 이상하다. 분명 이 정도 모글은 쉽게 탔던 것 같은데......"

지난 여름 시즌을 생각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시즌 초를 보낸 뒤 2월경에 프리스타일용 스키를 신어보면서 그 차이를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스키와 장비가 가진 특성이 프리스타일 테크닉을 제대로 접목하는 것을 방해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시즌 초에는 HEAD WORLD CUP SLALOM을 탔고, 중반 이후엔 한국의 엑심으로부터 스폰받은 ROSSIGNOL 9DOS를 탔습니다. 이 두 스키 모두 숏턴용 스키이고 강한 리바운드를 특성으로 합니다. 어느정도 속도가 붙은 상태에서 모글에 부딪치면 그 강한 리바운드 때문에 튕겨져 나가기 일쑤입니다. 또한 넓은 팁과 테일은 스탠스를 좁히기 힘들게 하였고, 깊은 사이드 컷은 모글위에서의 피봇팅을 부자연스럽게 만들었습니다.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폴은 모글에서는 턱없이 길어서 자꾸만 모글에 걸리기만 했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제 스스로가 참 우둔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스포츠카를 몰고 울퉁불퉁 오프로드를 달리면서 "왜 이렇게 차가 퉁퉁 튀기는 거야?"라는 푸념을 늘어 놓은 셈이니 말입니다. 그 뒤 한동안은 프리스타일용 스키를 신었습니다. 프리스타일용 스키를 착용하고 1미터 길이의 모글용 폴을 사용하니 모글스킹이 월등히 쉬워지고 부드러워 졌습니다. 속도도 많이 붙일 수 있었구요. 지난 여름 모글캠프에서 배운 테크닉을 온전히 적용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얼마 안 가 다시 로시뇰 9DOS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정말 헷갈리시죠?^^* 이렇게 오락가락하니.^^

제가 로시뇰 9DOS로 다시 돌아와야 했던 이유는 제가 추구하는 스타일이 올마운틴(all mountain) 스키어라는 것 때문입니다.

위슬러는 한국과 달리 다양한 스키환경이 존재합니다. 무릎이상 빠지는 파우더가 있는가 하면 때론 반질반질한 아이스가 있고, 자동차만한 크기의 자연모글이 있는가하면 비단결처럼 잘 그루밍된 슬로프가 있습니다. 절벽같이 아스라한 더블블랙 코스가 있는가하면 평지처럼 한가로운 그린 코스들이 산재해 있습니다.

제가 프리스타일 스키어라면 모글이 있는 코스나 파크(park)에서는 정신을 집중해서 타겠지만 일반 그루밍코스에서는 거의 할 게 없습니다. 제 마음에 들게 카빙턴이나 숏턴을 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입니다. 말 그대로 올마운틴 스키어(all mountain skier)가 되기위해 서는 다시 로시뇰 9DOS로 돌아와야 했습니다. 이 스키야말로 어떤 사면에서든 제가 원하는 턴을 만들어 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지만 이 곳은 원래의 자리는 아닙니다. 이미 많은 것을 깨달은 뒤이기 때문입니다. 집을 떠나야 집의 소중함을 알게 되고, 조국을 떠나야 조국의 소중함을 깨우치듯이 저는 제가 추구할 스킹 스타일을 다시한번 절실히 깨닫게 된 것이지요. 그래서 올마운틴 스키어(all mountain skier)라는 제가 서 있을 자리를 다시한번 확인하게 된 것입니다. 이제 다시 이 자리에 서서 모글스킹을 돌아보게 됩니다.

제가 추구하는 테크니컬 모글스킹은 전반적으로 프리스타일 모글 테크닉을 많이 받아들인 스킹입니다.

일단 바디포지션(body position)을 보면 상체의 자세는 적당히 펴진 상태로 테크니컬 스키어들에게서 주로 보이는 소위 "절하기"나 "인사하기"가 보이지 않아야합니다.

"절하기"는 모글을 부딪칠 때 충격흡수를 허리로 하면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인사하기"는 시선이 바로 앞의 모글에 있거나 고개가 숙여진 상태에서 모글에 부딪칠 때 나타나는 현상이구요. 이러한 현상이 없다는 것은 상체를 펴고 시선을 멀리둔 상태에서 하체를 이용해 충격을 흡수하는 프리스타일 모글스킹의 장점을 응용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폴플랜팅(pole planting)의 자세나 방식은 테크니컬 스키어와 프리스타일 스키어의 중요한 차이입니다. 직선적인 프리스타일 모글스킹에서는 전후와 상하 밸런스가 중요합니다. 그러므로 폴플랜팅의 자세나 방식이 다릅니다. 주로 전후밸런스를 중심적으로 잡아주어야 하므로 팔은 가능한 앞으로 모아져 나온 상태가 됩니다. 이 자세가 모글에서는 멋진 자세이지만 일반 슬로프에 서면 보기에 좀 우수운(?) 장승자세가 됩니다.

이에 반해 테크니컬 스키어는 팔을 넓게 벌려서 좌우밸런스를 잡기에 유리한 위치에 있습니다. 그루밍슬로프에서는 멋진 카빙턴이나 숏턴을 만들어내는 자세이지만 모글사면에서는 옆이나 뒤로 튕겨지면서 상체의 안정을 깨뜨리거나 보기에 우스운 모양을 만들어 냅니다.

저는 어깨넓이 정도를 유지하면서 스킹하려고 노력합니다. 전후와 좌우밸런스를 잡기에는 이 정도가 적당하기 때문입니다. 폴플랜팅은 가능한한 프리스타일적인 방식을 응용해 뒷사면을 찍기 위해 애씁니다. 그래야 폴이 튀는 것을 최소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몇몇 뛰어난 테크니컬 스키어들은 모글스킹에서도 놀랍도록 멋진 스킹을 보여주지만 팔의 자세만큼은 여전히 "옥의 티"를 면키 어렵습니다.

모글에서의 길잡기를 보면 이 또한 테크니컬 스킹과 프리스타일 스킹의 중간부분을 지나갑니다. 테크니컬 모글스킹은 일반적인 숏턴의 회전호를 그리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좌우 폭이 넓은 회전호를 그리며 스킹합니다. 하지만 이 경우 프리스타일 모글스킹에서 보여지는 속도와 다이나믹함은 많이 부족합니다. 프리스타일 모글스킹은 최대한 빠른 스킹을 추구합니다. 그러므로 직선적입니다. 이러한 스킹을 가능케하는 프리스타일용 스키는 앞부분이 부드러워 스키의 팁을 모글사면에 부딪쳐가면서 속도를 컨트롤할 수 있게 합니다.

저는 가능한한 직선적인 스킹을 추구하고자 합니다. 여기에서 "직선(直線)"은 스키의 회전호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몸의 중심을 말합니다. 몸의 중심이 넓게 좌우로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직선으로 폴라인을 따라 내려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반 그루밍 사면에서는 좌우이동의 폭이 넓어야 다이나믹해 보이지만 모글사면에서는 직선으로 치고 내려오는 것이 더욱 다이나믹하게 보여집니다. 이것은 아마도 하체가 빠르게 상하운동을 하기에 그런 것 같습니다.

하지만 로시뇰 9DOS같은 스키를 모글 정면에 부딪쳐가면 모글사면에 스키팁이 박혀버리거나 아니면 강하게 튕겨져 오릅니다. 그러므로 직선적인 스킹이 대단히 어렵습니다. 어느정도 모글을 돌아가는 테크닉이 쓰여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글을 좌우로 넓게 돌아가거나 너무 속도를 컨트롤하면 다이나믹한 스킹의 느낌을 줄 수 없습니다. 어느정도는 직선적인 공략을 통해 다이나믹하고 컨트롤 범위내에서의 빠른 속도를 추구하여야 합니다. 이러한 스킹을 가능케 하는 것이 프리스타일 모글 테크닉입니다.

이 부분이 9DOS가 가진 장점이 될 수 있는 부분입니다. 프리스타일 스키어와 같은 엄청나게 빠른 속도를 내지 않으면서도 스키가 가진 강한 탄력을 이용함으로써 다이나믹한 느낌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프리스타일용 스키를 신었을 때보다 9DOS를 신었을 때 보다 다이나믹한 느낌을 준다는 다른 스키어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번에 일본기선전에서 보여준 일본 선수의 모글스킹은 대단히 인상적입니다. 특히 초반과 후반의 6~7턴은 다이나믹한 모글스킹의 진수입니다. 테크니컬 스키어이면서도 프리스타일 모글스킹 테크닉을 잘 응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과 같은 인공모글 상황에서는 프리스타일 테크닉의 적용이 필수라고 생각됩니다. 일본의 스키장에는 제가 가보지 않았지만 추측컨대 위슬러와 같은 자연모글이 많이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러한 사면을 만나게 되었을 때 당연히 그에 필요한 스킹방식이 개발되고 발전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므로 일본기선전에서 모글스킹 테스트를 자연모글에서 하는 것은 자연스럽습니다.

하지만 한국의 경우엔 자연모글이라고 부를만한 지형이 없습니다. 주말 오후에 생겨나는 작은 범프들은 모글이라고 부르기엔 너무나 부족합니다. 어느정도 숏턴을 능수능란한게 구사하는 사람이라면 별 어려움 없이 타고 넘을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한국의 상황에서 모글이라고 부를만한 지형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인공모글 뿐입니다.

이러한 인공모글은 한국의 대표적인 슬로프인 용평 레드에 만들어짐으로써 모글스킹의 대중화를 선포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예전에는 몇몇의 모글스키어들만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젠 모든 스키어들에게 열려진 공간이 되었습니다. 그 공간에 들어가 "모글을 정복할 것인가?"라는 명제가 예전엔 선택이었다면 이젠 필수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이렇듯 인공모글뿐인 한국의 상황에서 누군가에게 모글을 배우거나 가르치기 위해서는 인공모글로 들어가야 합니다. 위슬러와 같은 자연모글을 기대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에 걸맞는 인공모글에서의 스킹테크닉을 받아들이고 발전시키는 것은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됩니다. 이번 03/04 기선전에서는 예전과 달리 인공모글에서 모글스킹을 테스트하는 것을 보면서 한층 발전된 인식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한국의 모글스킹은 프리스타일 테크닉을 많이 받아들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테크니컬 스킹과의 접목을 통해 더욱 발전된 테크니컬 모글스킹이 나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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