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7. 13. 09:53ㆍ[알피니즘]/▒ 산 악 뉴 스 ▒
실종 산악인 고미영씨 ‘사망 확인’ | |
1500m 굴러떨어진채 발견 |
산악인 고미영씨가 시리도록 하얀 설원의 붉은 점 하나로 남아 있다. 고씨는 11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산에서
하산 길에 실족해 벼랑으로 떨어졌다. 수색에 나선 헬기는 홀로 쓰러져 있는 고씨를 발견했으나, 악천후로 접근
하지 못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여성 산악인 고미영(42·코오롱스포츠)씨가 악명 높은 히말라야 낭가파르밧산 정상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 도중 '칼날 능선'에서 실족 추락해 조난된 뒤 사망한 것으로 확인돼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이번 사태는 무리한 등반이 빚은 사고라는 지적을 낳고 있다.
주파키스탄 한국대사관은 12일 “등반팀이 고씨가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고 전해 왔다”고 밝혔다. 대사관 관계자는 "현지 구조팀이 헬기를 동원해 13일 시신을 운구할 예정인 것으로 안다."며 "등반팀은 대사관 측에 장례절차 및 시신 운구 등 문제를 상의해왔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고씨의 장례 및 시신 이송 등 문제는 고씨 가족들이 이슬라마바드에 도착한 이후 협의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라며 "태국을 거쳐 이슬라마바드로 들어오는 비행편이 월요일과 수요일, 금요일에 있는 만큼 이르면 내일, 또는 수요일께 협의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고씨는 10일 오후 5시30분쯤 세계에서 9번째로 높은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해발 8,126m) 정상 정복에 성공한 뒤 캠프4에서 휴식을 취하고 이튿날 캠프3를 거쳐 캠프2로 하산하던 중 11일 밤 10시30분에서 11시 사이에 변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며 “사고 지점은 해발 6200m로 지형이 좁아 로프를 설치할 수 없는 10~20m 구간”이라고 전했다. 발견 당시 고씨는 1500여m를 굴러떨어졌고, 머리 쪽에 출혈이 심해 생존 가능성이 희박한 걸로 추정됐다.
고씨가 실족 조난된 낭가파르바트산(해발 8,126m)은 전세계 8,000m급 고봉 14좌 가운데 아홉째로 높은 봉우리로, 파키스탄 북동부와 인도 접경 지역인 히말라야 산맥 서쪽 끝에 자리잡고 있다. 이 산은 하산하기 어려운 가파른 지형이라 그동안 사고가 많았는데, 수직에 가까운 경사 탓에 에베레스트(8'848m) 남서벽, 로체(8'516m) 남벽과 함께 3대 고난도 루트로 꼽힌다. 지금까지 31명의 희생자를 내기도 했다.
세계 최초로 여성 산악인의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완등을 앞둔 고미영씨는 오은선(43·블랙야크)과 함께 국내 여성 산악인의 대표 주자로 꼽힌다. 두 사람은 히말라야 8000m급 14좌 세계 첫 등정이라는 기록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각각 11개와 12개를 올라 세간의 관심을 모았다. 오씨는 고씨보다 하루 앞선 지난 10일 낭가파르바트에 올라 12좌 등정을 마쳤다. 고산 등반을 시작한 지 만 3년도 안 된 고씨가 본인의 목표대로 2011년 14좌를 완등한다면 최단 기간(8년) 완등 경신이 기대됐다.
1991년 산악인으로 입문한 그는 키 160㎝에 몸무게 48㎏의 작은 체구로, 2007년엔 여성 산악인 최초로 8,000m급 봉우리 3개를 연속 등정하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낭가파르바트 정상에 오른 후 소속사를 통해 "남은 3개 봉도 안전하게 등정해 대한민국 여성의 기상을 전 세계에 떨치겠다."며 14좌 등정에 강한 의욕을 드러낸 바 있다.
1991년 코오롱 등산학교를 통해 산악에 입문한 고씨는 자그마한 체구(160㎝·48㎏)로 고산 등반에 도전하기 전에는 국내 여성 스포츠클라이밍의 1인자로 활약했다. 1995년 대한산악연맹대회 스포츠클라이밍에서 우승한 것을 비롯해 2002년 대한민국 산악상(등반 부문)을 받았고, 2003년에는 제12회 아시아인공암벽등반대회 여자부에서 우승했다.
그러다 2005년 파키스탄 드리피카(6047m) 등정을 계기로 높은 산에 관심을 보였고, 2006년부터 고산 등반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농림부 공무원 출신인 고씨는 첫 히말라야 등반에서 "고소(高所)에 대한 두려움 증세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고산(高山) 체질"이라는 권유에 따라 고봉 등정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
2006년 10월 히말라야 초오유(8,201m) 등정에 성공하고 나서 2007년 5월 히말라야 최고봉인 에베레스트(8848m)를 정복했다. 그해 국내 여성 산악인 최초로 8,000m급 봉우리 3개를 연속 등정하는 기록도 세웠다. 지난해에는 해발 8163m의 히말라야 마나슬루를 무산소 등정했다. 베이스캠프를 출발한 지 이틀 만에 산소 호흡기의 도움을 받지 않고 오르는 데 성공했다. 올해에는 히말라야 마칼루(8,463m), 칸첸중가(8,586m), 다울라기리(8,167m)를 이미 올랐다. 이번에 낭가파르바트(8126m)까지 오르면서 히말라야 8,000m 이상 고봉 14개 봉우리 중 11개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히말라얀클럽 오인환 회장은 “남자들도 1년에 1~2개 등정하는 것이 보통인데, 고씨와 오씨는 올해에만 5개 등정 목표를 세웠다”며 거리가 멀고 험한 히말라야의 고봉들을 한 시즌에 잇달아 공략한다는 것 자체가 위험하다며 줄곧 우려를 표시해 왔다. 여기에 소속 후원사의 마케팅 경쟁과 언론사의 취재 경쟁도 위험 가중에 한몫했다. 코오롱스포츠와 블랙야크(동진레저) 등은 임직원을 현지로 보내 원정대 지원에 나섰고, 언론을 상대로 한 홍보전에 열을 올려 왔다.
필자와 2009년 4월에 함께 등반했던 마칼루 탕마르 베이스캠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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