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살아도 호랑이처럼 - 알렉스 매킨타이어

2018. 9. 16. 08:55[알피니즘]/▒ 알 피 니 즘 ▒

 

 

알렉스 매킨타이어와 그 세대의 등반 이야기로 삶의 본질을 파헤치다!

1982년 가을 안나푸르나 남벽 높은 곳에 떨어진 운명의 돌멩이 하나로 산악계는 위대한 클라이머 한 명을 잃었다. 그때 알렉스 매킨타이어Alex MacIntyre는 불과 스물여덟에 불과했지만, 성공적인 시절을 보내고 있던 영국 산악계를 대표하는 인물이었다. 그는 다울라기리와 창가방 같은 히말라야의 거벽에서 어려운 신루트를 개척했고, 알프스와 안데스에서도 많은 초등을 이룩했다.


더그 스콧에 의하면 사람이 산에서 죽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야망이 앞서거나 운이 없거나. 그는 조 태스커와 피터 보드맨을 야망이 앞선 사람으로 생각했고, 알렉스는 운이 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이 책의 저자 존 포터는 더그의 관점에 일리가 있다는 걸 인정하면서도 히말라야의 고봉에서 초등을 노리는 사람에게는 비범한 야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등반은 일반적인 직업이 아니며, 평균적인 스포츠는 더더욱 아니기 때문이다. 알렉스 매킨타이어는 운이 나빴다. 하지만 그의 야망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었다.


이 책은 알렉스 매킨타이어를 포함하여 당대의 가장 유능하고 혁신적인 클라이머들에 대한 생생하고 통찰력 있는 전기이며, 야망과 아드레날린이 넘쳐 결국 등반으로 종언을 고한 클라이머들의 한 세대를 세심하게 그려낸 역사책이다.

또한 이 책은 산악인들의 전기에서 거의 다루어지지 않은 진실에 접근하고 있다. 철의 장막을 사이에 둔 냉전의 시기에 잉태된 무정부주의적이고 역동적인 등반 문화의 뒷이야기를 포함하여 등반이 위험하고 반항적이었던 아주 특별한 시간을 포착하고 있다.


등반활동을 시작한 알렉스가 단계별로 성장할 때마다 존 포터가 항상 그의 곁을 지켰고, 알렉스가 아메리칸 알파인 저널에 기고한 다울라기리 등반보고서에서 존 포터를 ‘전통적인 파트너’라고 표현할 정도로 둘의 우정은 각별했다. 당시 유명했던 노래들의 제목을 적절하게 각 장의 제목으로 삼은 것에서도 음악을 사랑했던 알렉스를 기리는 존 포터의 마음이 느껴진다.


알렉스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존 포터가 쓴 이 책은 특별했던 최고의 순간과 비극적이었던 최악의 순간을 동시에 보여주면서, 유능하고 논쟁적이며 혈기왕성했던 한 전설의 잊을 수 없는 초상을 그리고 있다.


[책속으로 추가]

돌아온 녀석들
“이제 리드미컬한 발레와 같이 야만적이고 원시적인 제스처와 고전이 섞인 네 동작의 아주 독특한 아이스 댄스가 시작된다. 얼음 거울 앞에 선 인물은 마치 주인공 무용수가 리허설을 하듯 프런트 포인팅으로 정교하게 발을 내딛는다. 이 특별한 발레에서는 발끝으로 도는 동작pirouette을 하면 안 된다. 그가 강조하고자 하는 종아리의 굴곡과 발목의 힘은 그의 얼굴에 나타난 격렬하고 공격적인 모습과 일치한다. 최고의 무용수는 최고의 투우사같이 단 한 번을 타격할 뿐이다.”---p.213


가야 되나 말아야 되나?
1975년 여름, 알렉스는 닉 콜튼, 테리 킹, 고든 스미스와 함께 당시의 젊은 영·미 클라이머들로서 클린 클라이밍의 윤리와 열정을 갖고 완벽한 자유등반으로 오른다는 목표 아래 루트 체크 리스트를 만들었었다. 소위 말하는 ‘프랑스식 자유등반French free’, 즉 ‘기존에 박혀 있는in situ’ 피톤을 잡고 올라가는 일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들은 인위적으로 도움을 받는 등반은 철저히 배제하고 있었다. 딱 한 가지 그들의 우려는 이런 클린 클라이밍 윤리가 더 이상 앵글로색슨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르네 길리니나 장 마르크 부아뱅Jean-Marc Boivin 같은프랑스와 유럽 클라이머들도 비슷한 등반 대상지 체크 리스트를 만들어, 이 새로운 윤리를 적용하고 있었다. 이런 루트들을 누가 먼저 오르느냐 하는 경쟁이 펼쳐진 것이다.---p.225


개구리와 키스를
정상의 설원지대는 그랑드조라스의 쉬라우드 루트와 비슷하다. 바위가 있는 한 곳을 제외하고 가파른 데다 쭉 뻗어 있다. 나는 아이젠의 앞 발톱으로 살금살금 기어오른다. 오버행의 ‘개구리 눈알’이 처음에는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 우리는 여덟 피치를 올라 그 두 눈 사이에 있는 콧잔등을 지난다. 그러나 원치 않는 마지막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베이스캠프에서 우리는 개구리 눈이 정상 커니스라고 판단했었다. 그러나 실상은 그 눈들이 지금 우리 머리 위쪽에 위태롭게 걸려 있는 정상 커니스를 가리고 있었다. 나는 전날 밤 보이텍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그 말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p.274~276

오해하지 마
알렉스는 모든 이슈들뿐만 아니라 파벌적인 정책까지 신속하게 파악했지만, 어디까지나 민주적으로 남았다. 그는 산악훈련심판원이라 불리는 중재위원회에 제출할 BMC의 입장을 사안별로 정리하는 임무를 맡았다. 결국 심판원은 2개의 기구, 즉 교육주의자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과 BMC에 의해 운영되는 것을 통합하라고 권고했다. 따라서 BMC는 계속해서 주된 역할을 맡고 있던 산악센터 관리자들을 비롯한 전문가들과 함께 모든 산악훈련을 위한 정책을 자체적으로 개발할 수 있었다.
---p.315

태양은 언제나
이제 익숙한 일들이 자리 잡기 시작한다. 선등이 최고다. 더구나 흥미진진하기까지 하다. 짐을 끌어올리는 일은 그저 고통스럽고, 힘들며, 선등에 나선 사람들이 과연 가장 좋은 라인을 따라가는지 걱정만 하는 불확실성의 연속이다. 매일 정오쯤이 되면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해 오후가 되면 눈이 내리기 때문에 동작들이 까다롭고 로프가 얼어붙는다. 주마링이 힘들고 두려워질 정도로 로프가 뻣뻣하다. 그러나 아침이 되면 다시 하늘이 깨끗해지고 난다데비 성역을 둘러싼 봉우리들의 어지러운 군
상 위로 태양이 불쑥 나타난다. 알렉스와 나는 장비를 정리한다. 그러면서 얼지 않은 손가락으로 다루게 된 것을 감사히 여긴다. 우리는 얼마 되지 않는 영광스러운 시간 동안 편하게 등반할 수 있다. 그러나 정오도 되기 전에 바람이 구름 속에서 불어오고, 눈발이 날리기 시작한다.---p.350

엉터리 영어
흥미진진한 소풍이었다. 미디 북벽 아래로 스키부츠 한 짝을 떨어트린 블랙 닉은 그다음 곤돌라를 타고 숙소로 내려가야 했다. 운이 없는 나머지 셋은 이틀이나 걸려 벽 밑까지 스키로 이동했다. 우리는 다섯 피치 정도를 등반한 후 클라이맥스를 맞이했다. 해먹이 두 개뿐인 세 남자가 얕은 눈구덩이에서 참혹한 밤을 보낸 것이다. 예상대로 일기예보도 어긋났다. 서사적인 후퇴에서 르네는 눈부신 재주를 선보였고, 우리는 눈이 먼 것처럼 그를 뒤따르며 허우적거렸다.그는 달인의 솜씨를 발휘하며 우리를 샤모니로 데리고 내려왔다. 시내의 술집에서 나는 사진이 위로 보이게, 그 엽서를 테이블에 올려놓았다. 그 사진에는 여전히 많은 선들과 점들, 물음표들 그리고 고도 표시들이 있었는데, 아마도 이런 것들은 그렇게 표시한 사람에게만 의미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가장 굵은 검정색 선을 놓고 골똘히 생각했다. 나는 결심을 굳히고 르네에게 같이 해보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그는 따뜻한 와인과 우편엽서 그리고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의 힘을 빌려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모든 프랑스계 이탈리아 사람들 마음속에는 튀어보려는 영국인 하나쯤 들어앉아 있지 않았을까?---p.442~443

놀랍고 또 놀랍다
그러나 알렉스는 추락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오토가 아니라 알렉스가 오히려 편안한 곳에 있었다. 등반을 마치고 오토는 알렉스에게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서 확보물 설치도 없이 어떻게 평정심을 유지했는지 물었다. 그러자 알렉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는 그저 안전에 대한 일상적인 생각과 감정의 스위치를 껐을 뿐입니다. 확보는 가장 좋은 때라도 상대적인 개념이죠.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안전은 개인의 능력과 그의 정신력에 상당히 좌우됩니다.”---p.481~482

호랑이의 눈
한낮에 태양이 구름을 뚫고 나오자 성역의 웅장하고 하얀 벽들이 빛났다. 그리고 안나푸르나 남벽이 우리 앞의 공간을 순식간에 꽉 채웠다. 우리가 이전의 원정대들로부터 들은 바로는, 베이스캠프 자리는 빙하 옆 모레인 지대와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Hiunchuli(6,441m)를 향해 솟은 급경사면 사이의 움푹 들어간 곳이었다. 그러나 포터들은 우리가 그곳까지 갈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않았다. 따라서 우리가 그곳까지 가려 한다면 우리는 2시간분의 임금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트레커들의 종착지인 지금의 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는 남벽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지만, 벽 밑까지 가려면 몇 시간 동안 까다로운 빙하지대를 통과해야 한다. 이곳에는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엮고 주름진 함석지붕을 얹은, 연기 자욱한 오두막 두세 채가 다였다.---p.541

유리 심장
베이스캠프에서 보낸 마지막 며칠 동안 알렉스는 기분이 착 가라앉아 있었다. 밤에 이상한 일들이 일어났다. 알렉스와 나는 낙석 꿈을 꾸며 몇 차례 잠에서 깼다. 낙석 소리를 듣고 서로 잠에서 깨어났지만, 사방은 고산의 적막뿐이었다. 나는 몹시 혼란스러웠다. 나는 알렉스에게 확실히 침착할 수 있겠느냐고 묻고 싶었다. 이 등반은 그가 원하는 것일까, 아니면 르네가 원하는 것일까? 나는 컨디션이 좋다고 하더라도, 확신컨대 그들로부터는 따돌림을 당했을 것이다. 나는 르네가 상당히 야심만만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알렉스가 산에서 보인 똑같은 행동은 다소 생뚱맞은 경험이었다.---p.561~563

시간은 흐르고
30년이라는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여전히 당시의 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알렉스는 운명의 물결을 받아들이고, 그 물결을 따라가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이 등반하고 싶은 히말라야 거벽들의 체크 리스트를 갖고 있었다. 아마도 그는 경력을 쌓기 위해 등반을 해야 한다고 느꼈을지도 모른다. 알렉스 매킨타이어는 ― 스스로의 주인으로서 ― 자신에게 이렇게 말했다. “체크 리스트에 있는 대상지를 전부 등반해야 해. 그러면 새라와 함께 있을 수 있고, 다른 길을 갈 수도 있어.”---p.574~575

순수한 마음을 찾아서
더그 스콧에 의하면 사람이 산에서 죽는 이유는 두 가지다. 야망이 앞서거나 운이 없거나. 그는 조 태스커와 피터 보드맨을 야망이 앞선 사람으로 생각했고, 알렉스는 운이 없는 사람으로 여겼다. 더그의 관점도 일리가 있지만, 나는 히말라야의 고봉에서 초등을 노리는 사람에게는 비범한 야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등반은 일반적인 직업이 아니며, 평균적인 스포츠는 더더욱 아니다. 알렉스는 운이 나빴다. 하지만 그의 야망은 자신을 극한으로 몰아넣었다.---p.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