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국의 계단 1.

험한 산 되어
                    장정호
고독한 이가 살 곳은 어디며,
방황한 이가 머물 곳은 어디인가.
너와 나, 험한 산 되어,
고통을 느껴본다.
고독은 달콤한 냇물이 되며,
방황은 시원한 바람이 되네.
슬픔 고옵게 빛지닌 눈물을
다 지우려고 애쓰려 말자.
너와 나 험한 산 되어
강함을 배운다면
우리 마음의 슬픔은
아름답지 않을까 하네.
저 하늘의 구름아!
모든 번민, 구름 되어 너와 날 괴롭히는가
구름 위에 선다면
번민의 구름은
천국의 계단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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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산
           김기영
골짜기 아래를 묻으며 
멧부리 높이를 띄우며
얼기설기 엉기는 구름 속
베갯잇같이 하얗게 바랜
바위를 베고
거기 누워라
겨울산
갈 것은 다가고
너와 나만 남았다.
헐벗은 잔가지는 잔가지로 문지르고
얼어붙은 뿌리는 
뿌리로써 엉켜라
아이들이 몸을 숨기게 
눈을 감는 술래처럼
씨감자 속살 깊이 새싹을 묻어 두고
그렇게 눈 감아라
눈이불을 덮어줄게
네가 갈아입는 수의 아래
바람이야 매울수록
산수유 봉오리는 더욱 붉어지리니
열어라 겨울산
잉태하라 나의 사람아
등산화 아래
아름다운 것은 여전히
게 있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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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지의 설화
                   김현곤
준령 한 줄기에 된 바람 불어
바로 선 나무들 휘어지던 날
천년 그늘진 차가운 골짜기에
꺾이며 뽑히면 뒹굴던 날
이 바람 무찔러 소리소리 높았지
검은 구름도 갈기갈기 찢기었지
그 날은, 아 그 날은 가고.....
모자란 흙으로 가려본 뿌리들에
찬비가 뿌리다 서릿발 덮치니
얼룩진 잎새들 떨어지는 소리뿐
세월은 그런거라 수군대는 갈잎뿐
서러운 뿌리들 어이 덮일까?
글썽이던 이슬도 흔적이 없네
그 날은, 아 그 날은 가고.....
그늘진 골짜기 잎들은 죄 져도
뻗어 남은 기개야 북녘 사슴뿔
흰눈을 입으시니 골수의 설화로다.
넋이야 한결 맑아진 눈으로
빙벽에 비쳐드는 들빛을 읽나니
깊은 땅 더운 김에 뿌리를 덥히는가
그 날은, 아 그 날은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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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이옥선
긴 밤을 앓아온
절절한 상념의 찌꺼기
힘겨이 조여논
삶의 매듭 매듭
무엇으로 감당할까
목구멍으로 가득히 솟구쳐오르는
그리움의 덩어리조차
어느새
해묵은 노트의 첫장처럼 와닿는
산
천지를 개벽하던 그 날
억만년을 용틀임할 자리 하나에
세월의 아픈 뜻조차
묻어놓은 
내 영혼의 나뉨
그대 산이여
언제나 잠시 떠날 수도 없던
너의 자리에
비켜선 그림자인 양
허울좋게 숨쉬어온 나날
아, 
어느틈에 자라온 너에의 갈망
차라리 
영특한 신앙이소서
출처 : 울산산울림산악회
글쓴이 : 피츠로이(한영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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