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국의 계단 3.

2007. 5. 29. 18:27[사람과 향기]/▒ 문학의향기 ▒

    지리산
               최석주
    지리산 
    조용한 초원에
    꺾지 않고 두고 온
    들꽃.
    아침안개 흐르는 
    피아골 계곡의 호젓한 산길
    남몰래 놓아버린
    내 심혼의 한 가닥
    짙은 흙냄새 나무냄새 산냄새에서
    잃어버린 나를 찾아보는데
    생명의 닻줄
    길게만 감아올리는 봉우리
    나는 구름 휘감고
    세석 천왕봉은 이제야
    오래 기다리던
    무대에 오른다
    아!
    파아란 옷자락
    잠잠히 물결지는
    아름다운 산이여.
    내 사랑 남김 없이
    쏟고 갈 이 땅에 
    지리산이 있었는가
    거기 들꽃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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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악 북주릉과 서북주릉 그리고 용아장성
                                   제갈 종익
    I
    창바위 뒤로 하며 구비 돌아 미시령
    배낭끈 붙잡는 잿빛하늘 초저녁 별
    세파에 찌든 맘일랑 예두고 설악 가라
    붉은 해를 길벗 삼아 내달리는 북주릉
    넘실대는 동해 뜨거운 피 이글이글
    황철봉 에델바이스 안길 듯 흠칫버둥
    영랑호 잔물결 하얀 고독 울산바위
    마등령 고갯길에 만나는 이 반가운 이
    당귀차 향긋한 내음 풀벌레 밤 우리들 밤.
    Ⅱ
    운해 위의 공룡능선 능선 위의 신선무리
    하고 많은 아귀다툼 부질없는 세상사
    희운각 차운 개울물 긴목 뽑아 벌컥벌컥
    소청쉼터 걸터앉아 되돌아본 북주능선
    공룡능선 하늘 날 듯 마등령 뛰어갈 듯
    북주릉 통일 꿈꾸듯 향로봉에 달려가네
    중청관목 쓸쓸함에 온몸으로 꼬옥 잡고 
    좌측으로 점봉우리 우뚝 솟아 오라 하네
    펼쳐진 서북주능선 눈앞에 가물가물
    구불구불 한계천 서북주와 내달리기
    피곤한 몸 터벅터벅 1,355고지 자리 펴니
    손등 위 노오란 텃새 이 밤은 그대와 함께.
    Ⅲ
    하늘엔 새털구름 땅 위엔 산사나이들
    서북주릉 헤치고 부푼 가슴 열어젖혀
    돌무덤 귀때기 청봉 가슴 탁 틴 설악바람
    대승령 고갯길 조상님들 숨결소리
    대승계곡 어디선가 풍겨오는 더덕내음
    발밑에 웅크린 버섯 함뿍 따다 먹어보세
    수렴계곡 화강암 맑은 바닥 초롱 눈빛
    메기친구 낯모름에 바위 속에 줄행랑
    옷일랑 홀랑 다 벗고 메기하고 숨바꼭질.
    Ⅳ
    단숨에 용아초입 뛰어올라 둘러보고
    옥녀봉 젖가슴에 덥석안겨 볼일 보고
    용아성 험준한 장성 조심조심 나아가세
    개구멍에 큰절하고 엎드려서 엉금엉금
    뜀바위에 두 발 모아 쓰러지듯 건너뛰고
    마지막 용아잇속을 아쉬운 듯 넘어간다
    봉정암 얼음물에 온 가슴이 얼덜덜
    민족젖줄 한강수 봉정암서 세계로
    설악은 우리의 샘터 두 손 모아 보존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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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금강
               박동욱
    산내 울음우는 심산
    풍경소리에 잠긴
    산사의 정적
    바람따라 세월은 흘러
    승복 걸친 스님의 가슴에
    끝없는 고적이 쌓이는 
    생기가 돈다.
    비바람 속에
    더욱 예쁜 산나리꽃
    이슬 맺힌
    너의 눈망울이 그립다.
    하늘의 먹구름처럼
    통절한 외로움으로
    덩굴을 헤치며
    무거운 발걸음은 산정을 향한다.
    운해의 산정은
    무아경의 순간
    그러나
    결국은 탈속할 수 없는
    인간의 굴레를 의식하고
    하산하는 허탈감
    청학동 소금강
    푸른 숲엔 학은 간 데 없고
    안개만이 자욱한 
    한 폭의 동양화
    이름 그대로 만물상의 기암절벽
    또 하늘은 무심하게
    주룩주룩
    비를 뿌리고
    젖은 옷깃이 차갑다.
    눈을 감으면
    가슴 깊숙히 저려오는
    만상의
    슬픈 인연들
    아득하게 먼
    어린 시절의 사라진 꿈
    터벅터벅
    그리움에 젖어 
    산길을 걷는다.
    맴 - 맴
    매미 울음 우는
    호젓한 산길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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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봉산
                권경업
    허릿길 위로
    뜀바위 지나
    10년전 옛 악우 
    정이 새롭다.
    연산홍 꽃망울 이른 봄 햇살
    창공만 덩그렁 종달새 없고
    그 위로 그 위로
    뻐꾸기 울음은 까마득하다.
    우이암 뛰고 건너
    있는 듯 없는 아지랑이 속
    인수봉 자락에 임 안긴다.
    만장봉너머 걸린 태양
    선인들은 앞자락에 꿈을 거둔다.
    화톳불 활활 할머니 품안 
    아직 못다 토한 산 얘기
    소줏잔 가득 기울여도
    별은 흘러 흐르지 않고
    지금
    이 골짜기
    어느 비탈에서 
    노루는 뛰고 있을까.
    출처 : 울산산울림산악회
    글쓴이 : 피츠로이(한영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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