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천국의 계단 2.
2007. 5. 29. 18:27ㆍ[사람과 향기]/▒ 문학의향기 ▒
한 편의 시를 위한 길 김기섭 암벽화 끈을 조이며 이마에 붉은 스카프를 맨다. 소토왕골 시퍼런 물소리가, 물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우리가 오르고 있는 이 길은 동해의 푸른바다가 생기고 바람이 생기고 우리가 처음인지 모른다 설악산 오면 가슴에 진한 병만 얻어간다던 녀석의 얼굴이 생각났다 텐트를 두들기는 빗소리도 소토왕골을 가르는 하켄의 경쾌한 바람소리도 가슴 언저리 앙금처럼 뚜렷이 박히고 박힌 자리마다 바람처럼 돋아나는 에델바이스 우리는 인간의 언어를 다 동원해도 표현치 못할 한 편의 詩를 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는 비밀처럼 가슴 깊숙히 우리가 구름 위에 서 있다는 것을 태어난 처음 깨달았다. (설악산 노적봉 리지코스인"한편의 시를 위한 길" 개척자인 김기섭씨의 시) ------------------------------------------------------------------- 시 하나 하정호 지겹고 암울한 날들이 지나면 빛바랜 색을 지고 다 닳아 헤진 크레타를 터벅이며 먼지나는 황톳길을 올라가보자 호주머니엔 풍족한 돈이 없어도 좋다. 다정한 친구가 없어도 좋다. 설악으로- 깎아지른 벽에 매달려 가장 절박한 숨 쉬며 내 살아 있는 날들 확인하리라. 작렬하는 태양 아래 온 몸의 수분 다할 때까지 에테르에 마취된 환자처럼 걸어가보자 공룡의 잔등에 앉아 저녁놀에 타는 눈동자를 보리라. 저녁이면, 서북주 비박터에 하루를 누이고 촉촉한 대기 감촉하며 우주를 호흡하리라 머리 위 쏟아지는 별들의 세례 속 은총으로 가득찬 잠을 맡기리라. 새벽 이슬로 몸이 젖어도 가장 먼저 일어나 대지로 떠오르는 태양을 보리라. 그리고 다시 떠나리라. 타오르는 태양의 심장 속으로... ------------------------------------------- 여름산행 이윤미 태양이 하얗게 녹아 지쳐버린 여름이 비를 토할 때 우리는 떠났다. 멀고 긴 산맥으로 산처럼 건강한 젊음으로 풀잎마다 길마다 땀을 적시며 밟고 온 길들은 까마득히 푸르름으로 이어지고 책장을 넘기듯 가고 있었다. 젊음을 거부치 못한 저 산맥으로 여름을 지우며 우리는 그렇게 걸어가고 있었다. 깊은 안개 속도 비바람 스치고 간 별 없던 밤도 원망을 안 했다. 산을 사랑한 그 마음들이 산맥마다 뿌려졌기에 산을 사랑한 산사람이기에 ---------------------------------------------- 산에서는 민영숙 산에서의 나는 王이다. ‘이길’로 간다고 뭐랄 사람도 없고 ‘저길’로 가라고 강요할 사람도 없다. 산에서의 나는 ‘자유인’이다. 흙이 묻었다고 흉볼 사람도 없고 세수를 안 했다고 욕할 사람도 없다. ------------------------------------------- 산으로 오라 조운제 매연에 짓눌려 숨쉬기 힘들면 산으로 오라. 입에 풀칠하기 바빠 하늘을 볼 짬이 없거든 산으로 오라. 터질 듯이 가슴이 아파 밤잠이 안 오거든 산으로 오라. 산에는 풀잎이 산들산들 손짓하고 산새가 노래로 반기고 개울물이 수줍은 듯 속삭이고, 탁 트인 하늘이 모든 시름을 안아가니까.출처 : 울산산울림산악회글쓴이 : 피츠로이(한영준) 원글보기메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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