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운문사에서.2

2007. 6. 2. 09:10[사람과 향기]/▒ 문학의향기 ▒

     
         운문사에서.2
                            - 서정윤 -
    운문사 마당에 떨어지는 물소리에 놀라
    늦가을 햇살이 바르르 떤다
    이미 흩어진 인간의 질서들이 나무 뒤에 숨어
    바람으로 손짓한다
    더 이상 낮아질 수 없는 소나무를 보며
    버리려는 나조차 집착이라고
    바지자락을 잡는 풀잎들이 서걱인다
    반 열린 눈에 비친 현상이
    욕심의 또 다른 모습으로 계곡에 흐른다
    끊어진 다리를 보고만 있다
    말로 움직이는 바위 굴리며
    자신있는 다툼으로 버티던 자리에
    풀들이 뿌리를 묻고 일어서면
    시간은 '우우' 낙엽더미 옆에서 웅성인다
    사라짐으로 시작하는 순간
    그들의 연속으로 인해
    사리암 오르는 끈을 잡으면
    물길로 이름지어진 하늘
    흐를 수 있는 어떤 것으로
    나를 부른다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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