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규의 산악스키교실-산악 스키 장비

2007. 6. 5. 14:14[사람과 산]/▒ 스 키 등 반 ▒

현대의 산악 스키 장비는 눈부신 발전을 거듭하여 세계 최고봉에서의 등반과 활강이 가능할 정도로 향상됐다. 이번 호에서는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산악 스키의 장비들에 대하여 살펴본다.

 

글/유한규, 사진/김남곤 기자
(man & mountain 2004.02)

 


산악 스키 장비의 특징

 

산악 스키 장비는 알파인 스키와 노르딕 스키의 장비가 합쳐진 형태로 이해하면 쉽다. 가장 특이한 것은 바인딩으로, 노르딕스키의 바인딩처럼 뒤꿈치를 들리게 할 수도 있고, 알파인 스키와 같이 고정시킬 수도 있다. 경사면을 오를 때는 잠금을 풀어 발목을 자유롭게 움직이고 활강할 때는 뒤꿈치를 고정시켜 안정적인 스킹이 가능하다.

 

부츠는 알파인 부츠와 외형상으로 차이가 없는 플라스틱 하드 부츠가 일번적이다. 알파인 장비보다는 발목의 움직임이 자유롭다. 활강할 때 발목을 고정시킬 수 있는 모델도 있다. 등반용 플라스틱 부츠 (흔히 이중화라 부름)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으나 등행이 용이한 반면 활강 시에 발목을 잡아주는 능력이 떨어져 스키의 구사가 어렵다. 따라서 이중화를 산악 스키 부츠로 사용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스키는 보통 폭 55~70밀리미터의 넓은 것을 사용한다. 등반에는 가벼운 스키가 다운힐에는 무거운 장비가 유리하다. 일반적으로 스키장에서 사용하는 스키보다는 길이가 짧고 폭이 넓다.

 

폴은 경사면의 상황에 따라 길이를 조절하여 사용할 수 있어야 하며, 적설량을 측정할 수 있도록 눈금이 있는 것을 사용한다.

 

아울러 스키 스킨과 크램폰 역시 중요한 장비이다. 스킨은 물개 가죽처럼 짧은 털이 한쪽으로 강하게 누운 표면을 가진 직물을 스키 바닥에 부착하는 것이다. 경사면에서 한쪽 방향으로만 마찰력을 가져 뒤로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한다. 또 급경사나 단단한 얼음면에서는 금속 톱니몽양의 크램폰을 스키에 부착한다.

 


산악 스키 장비의 최근 경향

 

산악 스키 장비는 유럽에서는 스키 랑도네(Ski Randonnee). 미주에서는 알파인 투어링(Alpine Touring : AT) 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을 사용한다. 명칭의 차이일 뿐 실제는 동일하다. 이 시스템은 등반이나 평탄한 설면 이동 시 바인딩의 힐이 자유롭게 아래, 위로 움직이다가, 다운-힐을 할 때는 스키에 고정시킬 수 있는 어드저스터블릴리즈(adjustable release) 방식의 바인딩을 사용한다. 고급 단계의 급경사 설면에서는 텔레마크나 패러럴 기술 모두 플라스틱 부츠에 너비가 70밀리미터 정도인 알파인 스키를 사용한다.

 

사실, 최상급 단계의 장비에서는 텔레마크 스키와 알파인 투어링 장비에서 별반 차이가 없다. 한때 알파인 투어링 스타일에서만 사용하던 어드저스터블 릴리즈 방식의 바인딩을 현대에 와서는 상급 텔레마크 스키어가 쓰기도 한다. 유일한 차이점이라면 피보트 포인트(Pivot Point)다. 알파인 투어링 바인딩은 힐 리프팅을 위해 금속 피보트 장치가 필요한데, 텔레마크 스키어들은 알파인 투어링 장비의 이러한 딱딱함을 싫어해 3-pin 방식의 바인딩을 고수한다. 하지만 효율성에는 큰 차이가 없다. 양쪽 장비가 가격도 비슷해지고 있으며 무게 역시 차이가 없다. 기술적으로 산악 스키에서는 패러럴 회전이 우수하다는 것을 여기에서 발견할 수 있다.

 

우리 나라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산악 스키가 곧 텔레마크 스키라고 생각하지만, 실제 대부분의 산악 스키 활동은 알파인 투어링 방식이라고 보면 된다. 텔레마크 스키는 완만한 경사의 슬로프에서 가벼운 짐을 졌을 때 반면 알파인 투어링 장비는 급경사 슬로프에서 무거운 짐을 가졌을 경우에 보다 적당하다. 텔레마크 스키가 산악 스키 등반에 부적절하다는 것은 아니지만, 오늘날 유럽 산악 스키 연구의 95퍼센트가 알파인 투어링 스키를 사용하고 있다.

 
최근의 산악스키 경기에서는 다이나피트의 바인딩 시스템이 표준적인 것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부츠 역시 그러한 시스템에 적합하도록 설계된다. 위 사진의 부츠는 다이나피트 바인딩 시스템에 적합하도록 제작된 것이다. 물론 다른 바인딩 체계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 / 위왼쪽-산악스키는 등반과 활강이라는 두가지 요소를 동등하게 가지므로, 가벼운 무게, 견고성, 회전 기능의 우수성 등 여러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경기용으로 사용되는 다이나스티의 스키로 특히 경량화에 초점을 맞추어 코어를 아크릴로만 제작한 모델이다. /위가운데-투어링에 적합하게 구성된 스키는 가벼운 무게와 다양한 회전 기능을 모두 가진다. 따라서 경기용 스키에 비해 무겁지만 회전력이 우수하다./ 아래가운데-산악스키용 부츠는 일반 알파인 스키 부츠에 비하여 가볍고 보행, 등반에 유리한 기능을 가진다. / 오른쪽 스키2개-질브레타(좌)와 디아미르 투어링 바인딩을 고정한 산악 스키

 


장비 구입 요령

 

산악 스키는 대자연에서 장시간 걸쳐 격렬하게 움직이는 스포츠로 자신의 체력과 기술, 취향에 적합한 장비 선택이 대단히 중요하다. 체력적으로 자신이 있고, 균형 감각이 뛰어나며 실제적인 등반이나 산악 스키 경기를 목표로 한다면, 스키나 바인딩, 부츠 모두 가벼운 장비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면 보다 다운-힐에 즐거움을 둔다면 스키가 약간 무거울 지라도 탄력, 회전력등이 우수한 장비 구입을 권한다.

 

바인딩도 역시 견고하고 사이즈 조절이 편하며, 안전장비 시스템이 좋은 바인딩, 그리고 등행에 유리하도록 가볍고 간단한 시스템으로 제작된 바인딩이 있다. 이 역시 자신이ㅡ 산악 스키 스타일에 맞추어 구입한다.

 

폴은 경기용으로 가볍고 길게 제작된 크로스 컨트리용과 본격적인 산악 등반에 적합한 기능을 가진 것이 있다.

 

마지막으로 어떤 스타일의 장비를 선택했든 리조트와 백-컨트리 양쪽에서 같은 장비를 사용하면 근력과 기술 향상에 큰효과가 있다. 스키는 도구를 사용하는 스포츠이며, 어떠한 도구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숙달되는 정도와 즐거움이 크게 달라진다. 올바른 장비 선택은 그만큼 중요하므로 장비 구입은 경험자의 도움을 받는 것이 좋다.

 


스키

 

스키는 크게 탑-벤드, 센터-벤드, 테일-벤드의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일반적으로 탑과 테일 부분은 넓고, 중앙의 센터-벤드 부분은 잘록한 모양이다. 또 스키바닥의 양쪽 끝에 금속 테두리부분을 에지(edge)라고 부른다. 에지는 날이 서 있어서 눈과 마찰을 일으켜 스키가 미끄러지지 않도록 하는 기능과 에지의 각에 의해 회전을 만드는 역할과 빠른 속도로 활주하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한다.

 

에지의 모양은 스키의 모양을 따라 탑에서 테일까지 오목하게 원의 호 모양을 이루는데 이 휘워진 부분을 사이드 커브(side curve)라 한다. 또 센터 벤드는 두꺼운 반면, 탑이나 테일로 향할수록 점점 얇아진다. 이러한 두께의 변화와 사이드 커브가 스키 운동의 기본이 되는 회전의 성질을 만들어 낸다.

 

산악 스키에서는 넓은 스키가 보다 유리하다. 특히 최근의 장비들은 일반 알파인 장비의 카빙 디자인을 받아들여 폭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다. 한편 스키가 무거울수록 카빙 회전이 잘 되는 장점이 있지만, 장시나 등행을 해야 하는 산악 스키에서는 오히려 불리하다.

 

최신장비를 보면 경기용으로 제작된 가벼운 것은 960그램에서 1100그램까지. 일반적인 산악 스키는 1250그램에서 1350그램 정도가 적당하다. 스키의 길이는 카빙 회전 성능이 우수한 것은 스키어의 키보다 약간 짧게. 그렇지 않은 장비는 자신의 키 정도가 적당하다.

 


부츠

 

산악스키에 사용되는 부츠의 제질은 오랫동안 가죽이 주를 이루다가 점차 플라스틱 소재의 제품으로 바뀌어, 오늘날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가 활용되고 있다. 현대 산악 스키에서는 다양한 소재와 디자인으로 경량화, 회전성, 견고성, 방한성, 등반성 등 보다 완벽한 기능을 충족시키기 위한 노력이 끊임없이 진행되고 있다.

 

초기의 부츠는 이동, 즉 보행이나 등행 기능을 중요하게 여겨 발목이 짧고 부드러운 구조였다. 현재는 종아리 부분이 높아지고 딱딱해졌으며, 보행과 활강 모드로 조정도 가능해지는 등 기능이 다양하고 편리하다.

 

최근 생산되는 산악 스키 부츠는 이중화 형태로 아우터 셀(Outer Shell) 이너 셀(Inner Boot)의 두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아우터 셀은 스키화를 스키 바인딩에 고정하여 스키어의 의지를 스키에 전달 하며, 이너셀은 발을 쾌적하게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셀의 구조는 발의 편안함과 보온성을 그대화시키는 동시에 스키의 운동 효과를 좀 더 높이려는 노력을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진보는 최근 산악 스키가 이루어낸 경이로운 발전의 밑거름이 되었다.

 

한편 알파인 투어링 스키와 텔레마크 스키는 부츠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다 많다. 사람들은 산악 스키하면 곧 텔레마크 스키를 생각하고 있는데 텔레마크 스키가 스키 알피니즘에는 맞지 않다는 것을 다음의 설명을 통해 알 수 있다.

 


텔레마크 부츠

 

부츠 밑바닥 앞 부분에 3-PIN 바인딩을 고정할 수 있도록 주걱처럼 넓은 면이 있고 발등 부위는 쉽게 구부러질 수 있게 주름집이 있다. 따라서 고산 등반에서 텔레마크 부츠를 신고 경사가 급한 사면을 등반하는 것은 어려우며, 크램폰을 착용할 수도 없다. 오늘날 사용되고 있는 텔레마크 부츠는 플라스틱소재를 사용하여 방수, 보온 기능이 크게 향상되었으나 여전히 알파인 투어링 장비에 비해서는 발목이 짧고, 보온성, 등반성이 떨어져 산악 스키에는 그다지 활용되지 않는다.

 

텔레마크 스키를 산악 스키로 이해하기 보다는 그 장소가 인공적인 슬로프이건 자연 상태의 설면이건 텔레마크 회전을 즐기기 위한 장비로 이해하는 것이 옳다. 텔레마크 기술은 스키의 고전적인 회전 기술 중 하나로 우아한 회전 자세가 일품이다. 특히 복고풍의 유행속에서 북미, 일본에서는 많은 스키어들이 텔레마크에 새롭게 입문하고 있다.

 


알파인 투어링 부츠

 

일반 이중화와 같은 구조로, 바닥은 비브람 사용이 일반적이다. 밑창이 유연성이 떨어져 텔레마크 장비보다는 보행성이 떨어지지만, 최근의 장비들에서는 보행 시에 사용 가능한 조절 모드가 고안되어 이러한 불편이 크게 해소되었다. 최근 에베레스트 스키 등반에서도 이 장비를 이용하고, 어려운 벽 등반을 이 부츠에 크램폰을 착용하여 넘어서는 등 기능에 있어서 눈부신 진보가 있었다. 왠만한 빙벽이라면 알파인 투어링 부츠를 이용한 등반이 가능하다고 보아도 무방한 것이다.

 

※현대의 모든 산악스키 부츠에는 보행과 활강에 편하도록 부츠의 동작을 조절하는 장치가 있다. 보행 모드에서는 발목 부분이 움직이되, 활강모드에서는 고정되어 원활한 회줜을 지원한다.

 


바인딩

 

바인딩에 있어서도 텔레마크와 알파인 투어링 장비는 근본적인 차이가 있다. 앞에서도 거론한 바와 같이 텔레마크 바인딩의 경우 바인딩과 부츠의 앞부분이 2개의 작은 핀으로 연결, 고정되는 3-PIN 시스템이다. 부츠의 앞부분만 바인딩으로 스키에 고정되고, 부츠의 힐은 항상 풀려있는 것이다. 반면에 알파인 투어링 바인딩은 부츠 전체가 바인딩에 고정되어야 하되, 필요에 따라 바인딩의 뒷부분을 조정하여 힐-리프팅이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또 바인딩의 뒷부분은 높이 조절이 되어 동행시의 경사도에 따라 각도를 맞추어 사용할 수 있다.

 

산악 스키의 바인딩은 질브레타(Silvretta), 다이나피트(Dynafit), 디아미르(Fritschi Diamir) 등 3개 회사의 제품이 가장 많이 보급되어 있다.

 

먼저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는 질브레타 제품은 내구성이 좋고 기능도 우수하지만, 부피가 크고 금속을 많이 사용하여 무겁다는 단점이 있다.따라서 진지한 산악 등반보다는 일반적인 투어링 스키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다. 디아미르는 보다 후발업체로서, 티타늄 등의 소재를 사용하여 보다 가벼운 제품을 만들지만, 견고함에 있어서는 질브레타에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이다. 뒷바인딩이 조금씩 슬라이드 하는 등 사용상의 오류도 가끔 보이며, 습설에서 바인딩의 뒷부분에 스노우-볼이 형성되어 등행에 불편을 주는 경우가 발생한다. 하지만 질브레타와 마찬가지로 스키 부츠의 탈착은 매우 편리한 것이 큰 장점이다.

 

다이나피트 바인딩은 본격적인 산악 등반에가장 적합한 장비로 불 수 있다. 이 장비의 가장 큰 장점은 가벼운 무게에 있다. 또 착용감이 뛰어나며 등행, 다운-힐 부문 모드에서 우수한 기능을 선보인다. 하지만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라면 부츠 착탈이 불편해 충분히 사용 연습이 필요하다.

 

현재 세계적인 산악 스키 대회에 참가하는 선수의 거의 모두가 다이나피트 바인딩을 사용하고 있고, 알프스 지역의 산악 스키 전문 가이드 90퍼센트 이상이 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는 등, 스키 등반 활동에 가장 적합한 장비다. 이 바인딩은 역시 다이나피트에서 만드는 부츠만 맞는데, 최근에는 가몬트나 스카르파 등에서도 다이나피트 바인딩에 적합한 부츠 모델을 생산하고 있어 점차 그 호환성이 높아지는 등 현존하는 바인딩 장비 중에서는 가장 우수한 제품이다.

 

산악스키 경기를 위해서 가장 선호되는 제품이 다이나피트의 바인딩 시스템이다. 대단히 가벼우며 활강에서의 기능 역시 우수하다. 투어링에 적합한 바인딩은 질 브레타와 디아미르의 장비가 있다. 두 가지 모두 탈착이 아주 편리하지만, 각각 상이한 사용상의 성질을 가진다. 산악스키에서 바인딩 뒷부분의 고정을 선택할 수 있어, 등행 시에는 풀어서 사용하고 활강시에는 대개 고정시켜 놓는다.

 


스킨

 

산악 스키가 리조트 스키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은 등행이 가능하다는 것. 등행을 하는데 있어 핵심은 바로 스킨(Ski Skin, Ski Seal)이다. 초기에는 실제로 동물(Seal : 물개)의 가죽을 사용한 적도 있으나, 최근에는 인공 섬유 소재 사용이 일반적이다. 주로 나일론이나 플라스틱 소재를 쓰는데, 특히 글라이딩이 뛰어나며 수분 흡수가 적은 나일론 소재 제품이 인기이다. 스킨은 노르딕 스키의 왁스에 비해 등행 늘격이 대단히 우수하다.

 

표면은 털이 한쪽으로만 누워 있어 한 방향으로는 잘 미끄러지지만, 반대 방향으로는 미끄러지지 않는다. 따라서 전진 시의 글라이더(Glide)는 가능하지만, 후진할 때는 설면에 대한 그립(Grip)작용이 생겨 미끄러지지 않는다.

 

스킨을 스키의 바닥면에 고정시키는 방식으로 버클식과 접착식이 있는데, 테이프처럼 스킨을 붙이는 접착식이 우수하다. 버클식은 특히 에지 부분의 고정력이 약한 단점이 있다. 다운-힐 시에는 속도 조절과 에지 사용을 위해 스킨을 떼어낸다. 한편 스킨을 스키에 부착시키는 접착제는 온도나 눈 상태를 고려해 신중하게 선택해야 하며, 전문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스킨에는 접착제가 칠해져 있어 별도의 접착제를 사용하지 않고 스키 바닥에 쉽게 붙이고, 떼어낼 수 있다.

 

스킨의 길이는 스킨 바닥 전체를 덮어야 하지만, 폭은 약 1센티미터 정도 양쪽으로 여유를 두어 스키의 에지 성능이 완전히 발휘되도록 해야 한다. 급경사 투어링에서는 스키폭과 동일한 스킨을 사용하는 것이 유리하지만, 완만한 구릉지대에서는 스키폭보다 좁은 노르딕 스타일 스킨을 부착하는 것이 속도감이 있어 좋다.

 

스키 역시 체력 소모를 줄이고 빠른 등행을 위해서는 좁고 짧은 것을 사용한다. 안전에 보다 비중을 둔다면 길고 넓은 스킨을 사용한다. 등반성을 높이기 위해 잘 미끄러지는 소재와 잘 미끄러지지 않는 대신 안정성을 높인 소재 가운데 각자 능력에 따라 선택한다.

 

스키 스킨 사용은 매우 중요한 기술로, 등반 중 사용한 스킨을 눈에 젖은 상태로 그냥 배낭에 보관했다가 재사용시 접착이 안 되거나, 스키에 접착이 잘못되어 등반 중 자꾸 떨어지는 경우, 스킨 사이로 눈이 들어가 접착력이 떨어지면 등반에서는 낭패를 볼 수 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접착식 스킨을 붙일 때는 스키 바닥면의 습기를 완전히 제거한 다음 탑-벤드부터 아래로 기포가 생기지 않게 부착한다. 추운 상황에서 장갑을 끼고 스키 스킨을 부착하고 벗기는 훈련과 관리 방법을 숙달시켜야 한다.

 


크램폰

 

크램폰은 스킨이 소용없을 정도의 단단한 빙설면에서 등행이 어려울 때 사용한다. 크램폰은 보통 바인딩에 고정되어 리프팅 될 때 함께 들어올려 지도록 설게되어 있다. 하지만, 이 경우 급경사에서 크램폰이 완전히 빙설면에 박히지 않았을 경우 균형 유지에 오히려 어려움을 겪는 단점이 있다. 이런 까닭에 어려운 벽 등반에서는 크램폰을 사용하지 않고, 스키를 벗어 배낭에 매고 등반용 크램폰을 착용하여 등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스키에 부착하는 크램폰은 크러스트된 완만한 설사면을 등행할 때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급경사 빙면에서 사용하는 것은 위험하다.

 


 

산악 스키 폴은 강도가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등반, 하강 시의 사면 경사도에 따라 길이를 조절할 수 있는 것이 좋다. 다만 산악 스키 경기에서는 크로스 컨트리에서와 마찬가지로 가볍고 긴 것을 사용하여 빠른 등행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경기용 폴은 다운-힐의 회전시 무게 중심이 높아져 효과적인 턴을 어렵게 만드는 점이 있으나, 경기는 속도를 다투는 것으로 다운-힐의 완벽한 회전은 중요하지 않은 만큼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반적인 스키 등반에서는 길이 조정이 가능하며, 견고한 등반 전용의 폴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최근의 산악 스키용 폴은 눈 사태 시 탐침 기능과 눈 핖이를 사용하는 기능을 함께 가지도록 설게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스키등반 부츠의 앞뒤에는 각각 다른 모양의 흠이 있어 바인딩에 물릴 수 있다. 투어링의 경우에는 길이를 조절할 수 있으며, 바스킷의 폭이 넓은 폴을 사용한다. 반면 경기에서는 등행의 효울성을 높이기 위하여 노르딕용의 길다란 폴을 사용한다. 바스킷의 모양도 차이가 나는데 노르딕 폴은 앞을 항하는 부분에 바스킷이 없어 설면에서의 조항을 없애주지만, 투어링 용도의 폴은 넓은 비스킷을 사용, 심설에 유리하다. 스키 등반의 핵심은 스키 스킨이다. 스킨의 원리는 표면의 작은 털들이 한 방향으로 쏠려 한쪽 방향으로만 미끄러짐이가능한 것이다. 털부분 반대 면에는 접착제가 발라져 있어 스키의 밑바닥에 붙이고 뗄 수 있다.

 


산악 스키 발전없이 등산의 발전도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스키와 등산이 각각 별개의 스포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호에서도 말했듯이 등산과 스키는 본래 불가분의 관계이다. 알프스를 모태로 하고 있는 산악 운동인 알피니즘의 구현을 위해서는 스키가 중요한 등반 기술의 한 부분으로 간주된다. 즉 알프스 등반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바로 (산악)스키인것이다.

 

등산에서의 스키란 오직 하강 시에만 쓰는 기술이 아니다. 그들은 산에 오를 때도 스키를 이용한다. 산악 스키로 설벽을 오르는 알피니스트들의 모습은 서양 등반사에서 극히 일상적인 장면이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등산학교로 흔히 프랑스의 국립스키등산학교인 ENSA(Ecole Nationale de Ski et Alpinisme)를 꼽는데, 이 학교의 정식 명칙을 보면 ‘스키’를 ‘등산’보다 앞에 놓았다. 이를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스키를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알피니즘의 역사에선 등산과 스키는 결코 서로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몸체로 인식된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 역시 대부분 한국 등산의 개척자들이기도 하다.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다. 하지만 한국 스키와 등산이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산악사를 찾아보는 동안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등산의 역사를 보면 1925년 원산 스키 연맹이 조직되고 금강산을 중심으로 스키와 등산이 산악인들 사이에 활발히 행해졌다. 해방 전후의 다양한 스키 단체, 대회 활동은 대개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었고, 아울러 우리 국토 여러 곳의 동계 탐사에서 스키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활용되었다. 현재 상업적인 스키장이 건설된 용평이나 진부령, 천마산 등은 초기 산악인들이 스키 등반과 활강 훈련을 위해 발굴, 애용하였던 장소들이니, 그야말로 오늘날 그 위에 지어진 스키장과는 전혀 다른 정신이 살아 숨쉬던 곳이다.

 

20세기 중반까지 활발하던 산악인들의 스키 활동은 70년대 이후 빙벽 등반의 추세에 밀려나면서 서서히 잊혀지게 되었고, 현재는 스키에 대해 오히려 배타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산악 스키는 대장ㄴ의 정수를 호흡하며 산악 정신을 구현하는 등반 활동의 중요한 일부이다. 이땅에 산악 문화를 일깨워온 우리의 자랑스런 선배들은 ‘스키의 발전 없이 등산의 발전도 없다’는 명확한 인식과 투철한 사명 의식을 가졌다. 앞으로도 새로운 산악 문화를 일구어 나가기 위하여 산악 스키 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한규-대한산악연맹 산악스키 위원장이며, Outward Bound Korea 장을 엮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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