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12. 25. 14:09ㆍ[사람과 산]/▒ 스 키 등 반 ▒
[스키 등반 기술]
산 오르기(Hill climbing)
스키등반은 어떠한 등산 장비도 사용하지 않고 오직 스키로 정상을 오른 후 자연설을 활강하여 하산하는 알프스식 등산의 한 형태인 것이다. 따라서 스키를 타고 산을 오르는 기술이야말로 중요한 역할이 아닐 수 없다.
1) 스트라이딩(Striding)
프리힐 바인딩(Freeheel binding)이 설치된 스키를 신고서 큰 걸음으로 걸어서 평지나 산, 언덕을 오르는 것을 스트라이딩이라 한다. 스키등반에서는 이 동작이 가장 많은 시간동안 쓰여진다. 따라서 정확한 테크닉과 체력 소모를 줄이는 비결 등을 알아 두어야 한다.
평지에 가까운 지형에서는 뒤 스키를 밀어 차면서(Kicking or Pushoff) 앞 스키와 함께 미끄러지기(Gliding)를 하면 속도가 빠르며 체력 소모를 줄일 수 있다. 평지이거나 언덕이거나 스키를 눈 바닥에서 들어올리지 말고 가볍게 끌어서(Shuffling) 옮긴다. 스키를 들어 옮기면 체력 소모가 증가되므로 신경을 써야 한다.
경사가 심한 경우에는 서두르지 말고 뒤로 미끄러지지 않도록(Traction) 체중을 스키 중심에 두고 밟는다. 경사가 심해지면 스키 크램폰을 사용하는 것이 안전하며, 스킨도 급경사용으로 털이 강한 것을 쓰는 것이 좋다. 스키는 바닥 전체가 골고루 설면에 닿도록 해야한다. 엣지만 닿거나 체중의 중심이 앞 또는 뒤로 치우치면 트랙션이 되지 않을 수 있다.
스트라이딩에 관한 연습도 필요하다. 스키와 스키 사이의 간격은 어깨 반 넓이 정도 편안하게 한다. 여럿이 동행을 할 때에는 경험이 많은 사람이 앞에서고 나머지 일행은 앞사람의 트레일을 따라간다.
알프스처럼 오랜 시간을 두고 올라가야 할 경우에는 무엇보다 체력을 아끼는 지혜가 필요하다. 폴 찍기에 너무 의존하거나 상체의 불필요한 동작 등을 줄이는 것이 좋다. 팔은 좌우로 넓게 벌려서 균형 유지를 하며 호흡은 크고 깊게 한다. 스텝의 간격은 가능한 길게 하는 것이 좋다. 급경사면에서는 지그재그로 오른다. 가벼운 경사면에서는 라운드 턴으로 심한 급경사에서는 킥턴으로 방향을 바꾸며 지그재그 길을 만들어 간다.
① 라운드 턴(Rounded turn)
산을 올라갈 때 편하게 사용하는 완 경사에서 쓰는 턴 기술이다. 천천히 걸어서 스텝을 옮기며 바꾸는 턴이기 때문에 큰 기술이 필요 없다. 바깥 쪽 스키부터 옮겨 놓고 안쪽 스키를 바깥 쪽 스키만큼 옮기고 다시 바깥 쪽 스키가 리드해 가며 언덕을 올라간다.
② 킥 턴(Kick turn)
킥 턴은 트래버스에서 트래버스로 바로 방향을 180도 바꾸어 주는 이상적인 턴 기술이다. 평지에서 급경사에 이르기까지 정지 상태에서 안정된 턴을 할 수 있으므로 필수적으로 배워두어야 한다.
2) 헤링본과 사이드 스텝(Herringboning and Side stepping)
씰이 부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까운 거리의 언덕은 헤링본(생선가시 걸음)이나 사이드 스텝(옆 걸음)으로 오를 수 있다. 경사도 100%가 넘는 설사면도 사이드 스텝으로 모두 등산이 가능하다.
3) 크램폰(Harscheisen)
눈 표면이 지나치게 크러스트 된 경우에는 스킨이 기능을 잃게 된다. 이 때에는 스키의 바인딩에 크램폰을 설치하여 운행한다.
4) 걸어 오르기(Walking)
경사가 매우 심하거나 설면의 상태가 스키를 신고 오르기에 부적절한 경우에는 스키를 배낭에 부착하거나 짧은 거리일 때에는 서로 마주 묶은 후 어깨에 메고 오른다. 마운틴 투어 스키에는 스키 앞부분에 구멍이 있어서 썰매를 만들어 끌고 갈 수도 있다. 급경사의 단단한 눈에서는 알파인 크램폰을 부츠에 착용하여 등반용 아이스 엑스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스키등반 발전없이 등산의 발전도 없다.
우리 나라에서는 스키와 등산이 각각 별개의 스포츠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지난 호에서도 말했듯이 등산과 스키는 본래 불가분의 관계이다. 알프스를 모태로 하고 있는 산악 운동인 알피니즘의 구현을 위해서는 스키가 중요한 등반 기술의 한 부분으로 간주된다. 즉 알프스 등반을 위해 절대적으로 중요한 기술이 바로 스키 등반인 것이다. 등산에서의 스키란 오직 하강 시에만 쓰는 기술이 아니다. 그들은 산에 오를 때도 스키를 이용한다. 스키 등반로 설벽을 오르는 알피니스트들의 모습은 서양 등반사에서 극히 일상적인 장면이다.
2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세계 최고의 등산학교로 흔히 프랑스의 국립스키등산학교인 ENSA(Ecole Nationale de Ski et Alpinisme)를 꼽는데, 이 학교의 정식 명칙을 보면 ‘스키’를 ‘등산’보다 앞에 놓았다. 이를 보아도 그들이 얼마나 스키를 중시하는지 알 수 있다. 이런 연유로 알피니즘의 역사에선 등산과 스키는 결코 서로 떼어낼 수 없는 하나의 몸체로 인식된다.
그럼 우리는 어떤가. 한국 스키의 개척자들 역시 대부분 한국 등산의 개척자들이기도 하다. 언뜻 들으면 고개를 갸웃거릴 일이다. 하지만 한국 스키와 등산이 하나의 뿌리에서 자라난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한국산악사를 찾아보는 동안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우리 등산의 역사를 보면 1925년 원산 스키 연맹이 조직되고 금강산을 중심으로 스키와 등산이 산악인들 사이에 활발히 행해졌다. 해방 전후의 다양한 스키 단체, 대회 활동은 대개 산악인들을 중심으로 조직되었고, 아울러 우리 국토 여러 곳의 동계 탐사에서 스키는 가장 중요한 기술로 활용되었다. 현재 상업적인 스키장이 건설된 용평이나 진부령, 천마산 등은 초기 산악인들이 스키 등반과 활강 훈련을 위해 발굴, 애용하였던 장소들이니, 그야말로 오늘날 그 위에 지어진 스키장과는 전혀 다른 정신이 살아 숨쉬던 곳이다.
20세기 중반까지 활발하던 산악인들의 스키 활동은 70년대 이후 빙벽 등반의 추세에 밀려나면서 서서히 잊혀지게 되었고, 현재는 스키에 대해 오히려 배타적인 시각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스키 등반는 대자연의 정수를 호흡하며 산악 정신을 구현하는 등반 활동의 중요한 일부이다. 이땅에 산악 문화를 일깨워온 우리의 자랑스런 선배들은 ‘스키의 발전 없이 등산의 발전도 없다’는 명확한 인식과 투철한 사명 의식을 가졌다. 앞으로도 새로운 산악 문화를 일구어 나가기 위하여 스키 등반 운동을 활발히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유한규-대한산악연맹 스키 등반 위원장이며, Outward Bound Korea 장을 엮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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