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08 남도 문학기행)

2008. 6. 2. 16:35[사람과 향기]/▒ 문학의향기 ▒


♤ 문학의 향기를 찾아서...(08 남도 문학기행)


화려하지도 않으면서 화려한 연보라 등나무꽃이 주렁주렁 정말 예쁘고 탐스럽게 피어있는
오월의 하늘은 새벽녘에 내린 이슬과 연두빛 송화 가루가 뒤엉켜 희멀건 �빛이었다.
그렇지만 남도로 향하는 문학기행에 설레임 때문인지 마음속엔 상큼한 아카시아 향기가
코끝으로 타고 흐른다.



그렇게 3시간을 넘게 도착한 곳이 첫번째 기행지 조선시대 실학자 다산 정약용 선생의 유배지
전남 강진에 도착 하였다.
정약용 선생은 황사영 백서 사건으로 18년간 유배생활을 하며 유명한 저서들이
이곳에서 집필되었다고 한다.




전시관 입구에 걸려있는 긴포스터 2007년도 "다산학회의 뿌리를 찾아서" 가 마중을 나왔다.
그리고 전시관은 다산 정약용 선생의 가계도및 친필과 "목민심서"등 여러 유물들이 전시 되어있다.




전시관을 둘러보고 난뒤 10여분을 걷다보면 만덕산 중턱에 자리한 제자들을 가르치던 다산초당으로 가는길엔
울창한 숲이 초여름의 따가운 햇살을 머리에 이고 있고 대나무 울타리는 서로서로 어깨 맞대고
여러폭 병풍으로 수목을 감싸안고 있어 다산 초당으로 으로 가는길은  운치가 더해준다.
또한 다산 정약용선생 유배생활을 심목 으로 감히 느낄수 있는 초목의 뿌리가 우리네 혈관처럼
솟구쳐 있어 다산초당을 오르는 이들의 계단이 되어 자신을 학대하고 희생하는듯 했다.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다산 정약용선생의 사상중에...
자신의 심신을 수양하고 일표이서(一表二書)로써 천하와 국가를 다스리니 이로써 본(本)과 말(末)을 갖추었다”는
자신의 인격수양으로 시작하는 학문을 떠올려 보았다.
요즘들어 여.야 를 막론한 국회위원들과 관리의 행태가 개탄스럽다.
누구를 위한 정치인지 안스럽다.
다산 정약용이 집필한 많은 책들중에 한권만이라도 탐독하고 실천한다면 진정한 애국자가 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본다.




다산초당의 건물 뒷뜰엔 오후의빛이 처마 끝자락에 내려 앉아 굴뚝위의 잡초들과 함꼐 어울려 오수를 즐기고 있고
초당 뒤뜰 작은샘터엔 한모금의 물이 남아 있어 마실까 했는데 뽀오얀 먼지가 지난 세월을 약천은 말해주고 있어
제자들의 숙소로 쓰였던 동암과 서암을 둘러 천일각에 올랐는데 천일각에서 바라보는 강진만의 시원한 풍광은
엷게 깔린 헤이즈로 인해 볼수없어 안타까웠지만 하산하여 약1Km  떨어진 백련사로 향하였다.




백련사
백련사는 고려시대(1216)에 원묘국사가 구기에 대대적인 중창을 하고 송광사의
정혜결사와 함께 백련결사를 일으켰던 사찰이며 고려에서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팔대국사와 팔대사를 배출한 명찰이다.
그러나 백련사는 너무 인위적인 사찰같다는 느낌이 짙었다.
황토빛 석축이 그랬고 풍광 조차도 어수선하여 고사찰 다운 고저넉함이 없었기때문이다.
울창한 동백나무로 백련사는 둘러 쌓여있고 대웅전 앞의 작은 연못에 빠진 배롱나무는
소쇄원의 흰속살 드러낸 여인의 손등처럼 고운모습의 배롱나무는 아니었지만 넓은 치마폭을 연못에 담궈
여름을 물들이고 있었다.




김영랑 생가로 가는길은 백련사에서 그리멀지않았다.
김영랑 시인의 생가는 그 작품을 보는듯 이영으로 덮은 초가지붕은 깔끔하고
길게 늘어선 돌담엔 우리네 향수가 나름대로 질서를 유지한채 올망졸망 쌓여있어
김영랑 선생이 노래한 마음의 시만큼이나 단아했다.
작은 앞뜰엔 목련이 시비(詩碑) 감싸안고 짙은 미소 짖고 있다.





♤ 모란이 피기까지는

                 ;        - 김 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둘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
오월 어느날 그 하루 무덥던 날
떨어져 누운 꽃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해는 다 가고 말아
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네다
모란이 피기까지는
나는 아직 기둘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1934년 오월의 어느날 김영랑 시인은 이시을 �마루에 걸터앉아 오늘처럼 따가운 햇발을
친구삼아 지었을것 같다는 생각이 스친다.




시인들은 김영랑 생가에서 한소절의 시를 읊는다.

♤ 5월 아침

비 개인 5월 아침
혼란스런 꾀꼬리 소리
찬엄(燦嚴)한 햇살 퍼져 오릅내다

이슬비 새벽을 적시울 즈음
두견의 가슴 찢는 소리 피어린 흐느낌
한 그릇 옛날 향훈(香薰)이 어찌
이 맘 홍근 안 젖었으리오마는
이 아침 새 빛에 하늘대는 어린 속잎들
저리 부드러웁고
발목은 포실거리어
접힌 마음 구긴 생각 이제 다 어루만져졌나보오

꾀꼬리는 다시 창공을 흔드오
자랑찬 새 하늘을 사치스레 만드오
사향(麝香) 냄새도 잊어버렸대서야
불혹이 자랑이 아니 되오
아침 꾀꼬리에 안 불리는 혼이야
새벽 두견이 못 잡는 마음이야
한낮이 정밀하단들 또 무얼하오

저 꾀꼬리 무던히 소년인가 보오
새벽 두견이야 오-랜 중년이고
내사 불혹을 자랑턴 사람.




♤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

돌담에 속삭이는 햇발같이
풀 아래 웃음짓는 샘물같이
내 마음 고요히 고운 봄 길 위에
오늘 하루 하늘을 우러르고 싶다

새악시 볼에 떠오는 부끄럼같이
시의 가슴 살포시 젖는 물결같이
보드레한 에머랄드 얇게 흐르는
실비단 하늘을 바라보고 싶다.




시인은 노래했다
시인의 노래는 마량만의 갯벌까지 이어졌다.




마량만의 갯벌엔 점심으로 속을 채웠던 장뚱어들의 놀이터였나보다
밀물과 썰물이 지나간 자리엔 장뚱어 흔적이 여기저기에 고스란히 남아있고
썰물에 갇힌 한척의 작은 조각배는 주인을 잃은채 희뿌연 수평선 건너온 하늘 바다에 떠있다.




지평선과 수평선을 나눈 경계엔 죽방렴이 썰물과 밀물의 기다림이있고
외로운 섬하나 쉼없이 허리를 굽힌채 갯벌를 미끄러지듯 오가며
조개를 채취하는 아낙네의 벗이되어 주고있다.





삶의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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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살 비벼가며 불어주는 청보리의 시원한 바람이 해안으로 몰아 순풍 날아가
아낙네들의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어주고 노오랗게 청보리가 익어갈때




진흙으로 덧칠해놓은 젖은 적삼 말려입고  한톨의 낱알도 새들에게 맡기지않게 하기위하여
보리밭 가운데 매달린 깡통을 두드리며 그들만의 노래에 삶의 장단을 맞출것 같은 풍경에
마음이 무겁게느껴졌다.
특히나 한.미 F.T.A 협정으로 인한 그들의 가슴은 오월의 햇발보다 더 뜨겁게 타들어갈것을
생각하니 내마음 한구석에 멍울이 맺힌다.




그런저런 생각에 잠들다 잠시 태백산맥 소설의 산실 조정래 문학관에 잠간 들렸다가
순천만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드넓은 자연 생태계의 보고인 순천만엔 각종 철새들의 자맥질이 한창이다.




낙조가 붉게 드리워지는 순천만 황금빛 노을이 선상에 내려앉더니
검푸레한 산이 다가와 붉게 타오랐던 태양을 삼키며 잔잔한 파도는 똑딱이는 초침사이로
사라져간다.





♤마음이 따뜻한 사람..... ♤

가끔씩은
마음이 따뜻한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가끔씩은
들판의 흙 내음이 좋아지고
푸른 산의 향기도 좋아지는
자연의 모습을 닮은 고향이 그리워지는
향수에 젖기도 합니다

조용히 흐르는 저 강물처럼
바라만 보아도 편하게 느껴지는
그저 마음으로 미소지어 주는 사람이 있어
삶은 참 아름다워 보입니다

기나긴 시간의 흐름 속에도
수수한 삶의 모습 그대로가 좋고
평온한 마음으로 삶을 엮어가는
보통의 사람들이 좋습니다

마음의 고향과도 같은 사람은
묵묵히 바라만 보아도
작은 미소로 받아줄 수 있는 마음이 있어
우리를 또 아름답게 해 줍니다

때로는 마음의 휴식도 없이
바쁜 생의 여정이 이어질 때라도
평화로운 마음으로 삶을 받아들일 줄도 알고
사랑 가득히 담을 줄도 아는 사람만이
진정으로 마음이 따뜻한 사람입니다

바쁘게만 살아가는 삶이지만
넉넉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있어서
희망과 기쁨을 전해줄 수 있는 사람들이 있어서
세상은 참 아름다운 것 같습니다

♤ 山海 /김 유 선




             ♤ 山 海 / 김. 유. 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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