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11. 16. 11:34ㆍ[사람과 향기]/▒ 삶 의 향 기 ▒
‘상식과 실천’ 안철수의 1인혁명
뉴스 분석 기부에 담긴 메시지
“안철수 기부, 박근혜와 이명박 완전 무력화”
“보수진영 지나친 견제가 오히려 정치적 위상 키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500억원 상당의 주식 기부 결정으로 다시 정치권 ‘태풍의 눈’으로 떠올랐다. 짧은 시간에 그가 한국 사회에 던진 강력한 충격 때문인지, 그의 메시지와 소통방식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안 원장은 15일 아침 경기도 수원 융합과학기술대학원 앞에서 기자들과 잠시 만나 “단지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일을 실행에 옮긴 것일 뿐”이라며 “제가 강의나 책을 통해 사회에 대한 책임, 사회 공헌에 대해 말씀을 많이 드렸는데 그것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라고 말했다. 메시지의 핵심은 ‘실천’이다.
정치평론가나 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그동안 던진 메시지의 특징을 이렇게 요약한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가 ‘이념’이 아니라 ‘상식’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참여하고 실천한다. 사회를 둘로 나누어 보려 하지 않지만, 분명한 역사 인식과 현실 진단을 바탕으로 행동한다.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 땐 감성적이지만 쉬운 말로 한다. 이 모든 방식에 일관성을 갖추려 한다.’
상식, 참여, 실천으로 요약되는 그의 메시지는 ‘대중에게 각인될 만큼’ 반복됐다. 지난달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그는 박원순 후보에게 건넨 편지에서 “선거 참여야말로 원칙이 편법과 특권을 이기는 길이며, 상식이 비상식을 이기는 길”이라고 했다. 지난 14일 안철수연구소 직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도 “공동체의 상생을 위해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덕목”이라고 말했다.
참여와 실천을 강조하는 근거도 분명히 제시한다. 그는 “서울시장 선거가 ‘부자 대 서민’, ‘노인 대 젊은이’, ‘보수 대 진보’의 대립이 아니다”(박원순 후보에게 전한 편지)라며 이분법을 경계했지만, “우리 사회 수많은 문제의 핵심 중 하나는 자원의 편중된 배분이며, 그 근본에 교육이 자리하고 있다”(14일 편지)고 강조했다. “현 집권세력이 정치적 확장성을 가지는 것에 반대한다”고 말하거나, 평소 그가 대기업 중심의 기업생태계를 꾸준히 비판하는 말들을 해온 것도 같은 맥락이다.
풍부한 감성을 담은 그의 쉬운 말도 대중적 호소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14일 편지에는 희망, 은혜, 영혼, 꿈 등의 단어가 반복적으로 사용됐다. “언젠가 같이 없어질 동시대 사람들과 좀 더 의미 있고 건강한 가치를 지켜가면서 살아가다가 ‘별 너머의 먼지’로 돌아가는 것이 인간의 삶이라 생각한다”는 그의 말은 트위터 등을 통해 강한 전파력으로 누리꾼들을 사로잡았다.
50%의 지지율을 양보할 때도, 50%의 주식 지분을 내놓을 때도 기성 정치권의 모습과 달리 망설이거나 잰 흔적이 없다는 점도 대중을 사로잡는 요소로 꼽힌다.
이처럼 정치와 비정치의 경계를 넘나들며 기성 정치의 문법과 행동양식을 깨버린 그의 ‘파격’에 정치권은 사실상 ‘패닉’ 상태다. 그가 의도했건 아니건, 이제 그를 빼고는 여야 모두 정치의 앞날을 말하기 어렵게 돼버렸다. 여권은 그의 행보를 본격적인 ‘현실 정치 참여’로 보고, 그가 불러올 정치 지각 변동에 바짝 긴장하고 있다. 야권 역시 이제 안 원장을 빼고는 대중들에게 대통합의 완성을 말하기 어렵다고 보고 고심하는 분위기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안 원장이 기성정치권에서 벗어난 행동을 통한 이른바 ‘탈정치의 정치’를 하고 있는데, 그가 국민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읽고 있어 자신의 의지가 아닌 국민에 의한 수평적 리더십이 형성되고 있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도 “그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이번 기부 선언으로 박근혜 전 대표가 내놓은 생애주기별 맞춤 고용 등의 복지 비전이나 이명박 대통령이 추진하던 공정과 공생이라는 슬로건을 완전히 무력화했다”고 평가했다. 그는 “야권 입장에서 보면 안 원장은 이미 오프로드로 거침없이 달리고 있는데 야권은 이제 도로나 닦고 있는 모양새가 돼버렸다”고 말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는 지나친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안 원장의 행보가 정치적으로 해석되는 것은 도리가 없지만, 사실은 그가 정치적이 될까 봐 두려운 보수진영이 지나치게 견제하고 과잉해석하는 것”이라며 “이런 견제 자체가 오히려 그의 정치적 위상을 키워주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꼬집었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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