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5. 29. 18:51ㆍ[알피니즘]/▒ 산 악 칼 럼 ▒
국립공원에 두른 철조망부터 걷어라
국립공원 입장료 폐지, 그 후
1967년 지리산을 필두로 지정되기 시작한 우리나라 산악 국립공원은 현재까지 16곳이 지정되어 있다. 한라산을 제외한 15곳의 산악과 3곳의 해상국립공원이 국립공원 관리공단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국립공원이란 아름다운 금수강산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곳을 지정해 놓은 곳이고,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그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잘 유지 관리하여 후세에까지 지속적인 이용이 가능하도록 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환경부 산하 국가 기관이다. 말하자면 우리나라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지키는 파수꾼의 임무가 주어진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1980년 자연공원법이 제정될 당시 국립공원 입장료 징수에 대하여 국민들은 마음으로부터 동의 하였던 것이다.
그러나 여러 개발 사업으로 인해 국립공원이 파괴되어 갈 때 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이 눈치 저 눈치 보며 뒷짐만 지고 있었으며, 여러 환경 단체와 시민들이 공단을 대신하여 개발 논리에 맞서 왔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대폭 인상하거나, 입장료를 징수할 목적으로 산에 무분별하게 철조망을 둘러치고 동물 생태계를 차단할 때에도 환경 파수꾼에 대한 기대와 격려가 있었기에 묵묵히 따라 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사찰 관람료 (명분은 문화재 관람료라 하지만 그것은 허울일 뿐임)를 공원입장료에 포함시켜버렸다. 설악산의 경우 설악동 신흥사 땅을 밟고 국립공원에 들어갈 때는 공원입장료 1,600원에 사찰 땅 통과료 1,800원을 더하여 3,400원의 입장료를 내야 했었고 용대리 백담사 땅을 밟고 설악산에 갈 때에는 공원입장료에 사찰 땅 통과료 1,600원을 더하여 3,200원의 입장료를 냈던 것이다.
이 통과료(문화재 관람료)는 외국인이건, 불교신자가 아니건, 사찰문화재를 관람할 의사가 전혀 없는 사람이건, 심지어 앞 못 보는 시각 장애인을 가리지 않고 무소불위의 통과료로 징수되었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각종 이유를 둘러대며 그 통과료 징수 대행기관으로 전락하여 이곳저곳 철조망 치고 매표소 건설에 주력하였다. 이에 분노한 산악인들은 (사)대한산악연맹을 중심으로 국립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분리징수 운동을 전개하였던 것이다. 또한 시민단체는 공원 입장료와 문화재 관람료 통합징수의 부당함에 대한 헌법 소원을 내기에까지 이르렀다. 그 운동은 불합리한 문화재 관람료 징수제도를 개선하자는 요구이었지, 국립공원 입장료를 걷지 말라는 요구는 아니었다. 관람하지도 않은 문화재 관람료를 징수당한 시민들 입장에서는 통합 징수된 입장료가 국립공원 입장료라고 체감하게 되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이었던 것이다.
한편, 그 동안 국립공원 내에서 여러 형태의 안전사고가 발생하였을 때 일부 시민들이 국립공원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입장료를 받았으니 안전시설 미비로 인한 사고에 대하여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그 책임의 일부를 지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소송에서 국립공원 관리공단 측에 불리한 판결이 계속되자 공단 측으로서도 난처한 입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런저런 이유와 사찰통과료 징수대행기관이라는 오명을 씻고자, 국립공원 관리공단과 환경부는 2007년 1월 1일을 기하여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였다. 국립공원 입장료를 폐지하자는 강한 주장이 없었음에도 말이다. 하여튼 입장료는 폐지되었고 그것이 시행 된지 2개월이 지났으니 가까운 시일 내에 입장료를 다시 징수하지는 못하리라 판단된다.
그렇다면 국립공원 관리공단으로서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입장료 받기위해 둘러 친 철조망부터 걷어내는 일일 것이다. 세계 어느 나라 국립공원에서 볼 수 없는 대규모 생태계 파괴 철조망과, 군대에서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장벽용으로 둘러친 위험하기 짝이 없는 원형 철조망(원형 철조망은 매우 위험하여 그 날카로운 쇠가시에 다치거나 옷이 찢긴 사례가 많음)을 최우선적으로 걷어내야 한다. 입장료 징수에 관여했던 공단 직원들을 괜히 산길에 세워놓고 오가는 산악인들에게 불편한 감시의 눈총을 보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에게 출입금지 구역 감시자의 임무를 줄 것이 아니라 시민들과 함께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유지 보전하기 위한 청소년 교육과, 시민 환경의식을 고양 시킬 수 있는 성숙한 정책을 펴 나갈 수 있는 지도자의 역할을 맡겨야 할 것이다. 국립공원 관리공단이 대승적 차원에서 공원 입장료를 폐지하였다면, 환경정책 또한 거시적이고 근본적으로 펼쳐주길 바란다.
글/이규태 마운틴월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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