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과일껍질도 쓰레기, 산에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2007. 5. 29. 18:54[알피니즘]/▒ 산 악 칼 럼 ▒

과일껍질도 쓰레기, 산에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거름된다는 생각은 잘못

우리나라의 대도시 근처에는 가볍게 오를 만한 산들이 많다. 도시에 녹지나 공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그나마 큰 혜택이다. 날씨가 일찍 풀려서인지 벌써 주말이면 많은 사람들이 산을 찾는다.

며칠 전에 아주 반가운 표어 하나를 산에서 만났다. ‘귤 껍질도 버리면 쓰레기’란 표어였다. 산행 중에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장면 중 하나가 바로 곳곳에 떨어져 있는 쓰레기인데, 그중에는 과일껍질이 유독 많다. 산에 오는 이들은 대부분 산을 좋아하는 분들일 텐데, 무심결의 습관, 거름이 된다는 생각 등 보다 적극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 아닐까 싶다. 특히,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산에 버린 과일 껍질은 곧바로 거름이 될 수 없다. 쓰레기일 뿐이다.

생물체가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얻고 성장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물질을 필요로 한다.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물을 제외한다면 가장 많은 양이 요구되는 것은 탄소이다. 식물은 탄소를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에서 얻고 질소, 인 등의 영양물질과 칼륨, 마그네슘 등의 미량원소들은 뿌리를 통해 토양에서 얻는다. 수분을 제외한다면 과일껍질에서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원소인 탄소와 산소를 식물들은 직접 사용하지 않는다. 오히려 많은 탄소를 포함한 음식물 쓰레기가 분해되면서 악취가 발생하고, 해충의 서식처를 제공하고, 야생동물들의 섭생을 변화시키며, 보는 이로 하여금 불쾌감을 주는 등 부작용만 유발시킨다.

자연 상태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분해되려면 퇴비화 공정 같은 인공적으로 조절되는 반응에 비하여 월등히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미생물에 의해 음식물쓰레기가 분해되기에 최적의 조건을 부여하는 퇴비화 공정은 숙성 등의 후속 작업을 제외하고도 1주일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와 같이 안정화된 퇴비에는 식물의 성장에 필요한 영양염류와 미량원소가 풍부하게 남게 된다. 반면 음식물 쓰레기를 산에 버리는 것은 음식물 쓰레기를 이용하여 만든 퇴비를 산에 뿌리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낙과(落果)나 버려진 음식물쓰레기나 다를 바가 없지 않나 하는 의문이 생길 수도 있다.

과수원과 같이 동일한 수종을 인공적으로 집약적으로 재배하는 조건이 아니라면, 자연에서 절로 생겨서 땅에 떨어지는 열매의 양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은 야생동물들이 소비한다. 환경공학의 관점에서 본다면, 오염을 유발하는 물질의 절대량 못지않게 공간적 분포도 중요하다. 같은 양의 유해물질이라도 낮은 농도로 퍼져 있으면 자연의 자정능력에 의해 해결되기 쉬우며, 위해성도 낮아질 수 있다. 산에 버려지는 음식물쓰레기의 부작용은 초등학교에서 배우는 과학 지식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초등학교 과학교육에서 식물의 탄소동화작용과 음식물 쓰레기를 산에 버리는 것을 서로 연계하여 배운다면, 산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일이 훨씬 적어질 것이다.

과학적 사고는 합리적인 판단의 바탕이다.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해가 보다 확산되어 일상 생활 속에 스며들어 갈 때, 사회는 보다 합리적으로 변할 것이다. 산에 버려져 있는 쓰레기를 주워 오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지 않고 배낭에 넣어 되가져 오는 일은 알기만 하면 가능한 일이다.

글/김재영(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교수)
출처 : 울산산울림산악회
글쓴이 : 피츠로이(한영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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