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고산 트레킹

2007. 5. 30. 13:43[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질환을 가진 사람들의 고산 트레킹


우리 나라는 근자에 경제 위기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면서 고산등반으로 여가를 보내려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그 중에는 나이 든 사람이나 만성질환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이들에게 어떤 조언이 필요한가? 이들을 위해 국제산악연맹 의학위원회의 지침을 소개한다.

**고산과 산악환경의 효과

고산에서는 기압이 낮으므로 흡입되는 산소의 압력이 평지에서보다 낮다. 따라서 고산에서는 신체의 산소 수송체계에 어려움이 발생하고 선행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더욱 악화시킨다. 따라서 심폐계통의 질병이 있는 경우에는 고산에서 특히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고도 자체 외에도 산악환경에는 여러 가지 장해가 있다. 저개발국가나 황무지에서는 위장관 질환이 흔히 발생하고 의학적 도움이 보장되지 않는다. 고산등반은 상당히 힘든 운동이고 관절에 무리가 가해지는 것이다. 특히 무릎, 엉덩이와 허리 관절에 무리가 가해진다.

끝으로 문화나 생활양식의 차이로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사람에 따라서는 견뎌내기 힘들 정도로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 원정등반이나 트레킹의 경우 '사람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다'라는 격언을 도시생활에서 보다 특히 강조하고 싶다. 대원의 한 사람이 병에 걸리면 팀 전체가 영향을 받으며, 때로는 다른 대원의 안전이 위협받게 된다. 따라서 선행질환이 있는 사람은 반드시 사전에 이를 알려야 한다. 최소한 대장에게는 꼭 알려야 하고 의사가 동행하는 경우에는 의사에게 알려야 한다.

특수상황에 대한 대처 몇 가지 흔히 있는 경우만을 여기서 기술하려 한다. 자세한 것은 첨부한 참고서적을 참조하기 바란다.

1. 호흡기계 :
만성기관지염이나 폐기종, 기타 호흡기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평지에도 호흡이 힘듦으로 당연히 고산에서는 더욱 호흡이 힘들어진다. 천식은 일반적으로 고도로 인한 문제가 덜한 편이다. 찬 공기를 호흡하면 기관지 경축을 일으킬 수 있으나 고산에는 알레르기원이 없으므로 호흡곤란은 덜하다. 교감신경 자극이나 부신피질 호르몬의 분비 증가가 일조할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평상시 사용하던 약을 충분히 지참해야 할 것이다.

2. 심장질환 :

증상이 있는 심장질환. 예를 들어 불안정 협심증이나 심부전증이 있는 사람은 고산에 가서는 안 된다. 그러나 약물로 조절되는 고혈압증이 있는 사람은 고산에서 위험률이 더 높아지지 않는다. 그리고 관상동맥 우회술 수술을 받아 평지에서 활동에 지장이 없는 경우에도 고소에서의 위험은 더 높아지지 않는다. 하지만 약물로 조절되고 있는 협심증이 있는 사람은 고산에 가기 전에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증상이 없던 사람들에서 고도가 관상동맥 폐색의 위험요인인가의 여부는 논란의 대상이며, 아직 분명하지 않다. 확실한 요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3. 혈액질환 :
빈혈이 있는 사람은 고산에서 숨이 더 찬다. 또 철분 부족이 있는 여자의 경우 고산등반 전에 철제제를 먹어두는 것이 좋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철제제나 비타민을 따로 먹을 필요는 없다. 출혈 경향이나 혈액응고 장애가 있는 사람은 고산등반을 피해야 한다. 고도가 혈액응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의료시설에서 멀리 떨어졌다는 이유만으로도 고산등반을 피해야 한다. 또한 어떤 이유로든 혈액응고 억제제를 먹는 사람도 의료시설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여가를 보내는 일은 피해야 한다.

겸상적혈구성 빈혈(우리 나라에는 거의 없음) 환자도 고산에 가서는 안 된다. 겸상적혈구성 빈혈의 유전소인만 있는 경우에도 고도 2,000m 이상에서는 20~30%에서 발작이 일어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고산에서 혈액의 농축으로 인한 혈액응고를 방지하기 위하여 아스피린을 먹는다. 아스피린이 고산에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분명한 증거는 없으나 각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4. 당뇨병 :
고도 자체는 당뇨병에 특별한 영향을 미치지 않으므로 대부분이 당뇨병 환자들은 고산등반을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운동량이 증가하면 인슐린의 요구량이 감소하므로 이를 조종하지 않으면 저혈당의 위험이 있다. 환자 자신은 물론이고 동반자들도 저혈당 또는 고혈당의 위험성을 잘 알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의료 시설이 없는 곳에서 이 같은 문제를 처치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한다.

5. 스트로이드 치료 :
부신의 기능부전으로 스테로이드 보충치료를 받는 환자는 고산등반시 고도로 인한 스트레스가 스테로이드 요구량을 증가시키므로 복용량을 증가시켜야 한다.

6. 위장관장애 :
트레킹 시에 가장 흔한 위장관 장애는 설사다. 설사 증상이 있는 선행질환, 예를 들어 크론씨병이나 괴양성 대장염이 있는 사람은 고산등반을 삼가는 것이 좋다. 위십이장괴양도 고산등반 전에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평지에서는 별 문제가 없던 치질이나 항문열상도 고소에서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고산등반 전에 적절히 조치해 둬야 한다.

7. 신경계장애 :
편두통이 있는 환자는 고산에서 흔히 발작이 유발된다. 때로 심할 때는 신경계 증상을 수반하는 수가 있다. 일반적으로 급성고산병에 의한 두통은 편측성이 아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고산성 뇌부종이난 고산성 폐부종에 의한 두통과 구별이 힘들 때가 있다. 편두통 치료제를 반드시 휴대하여야 하고 첫 증상이 나타나면 복용해야 한다. 진단이 불확실할 때 특히 약물 복용 후에도 증상이 지속될 때는 고산성 뇌부종이나 급성고산병으로 간주하고 치료해야 한다.

8. 뇌혈관장애 :
일과성 허혈발작, 뇌졸중 또는 경동맥폐색 같은 뇌혈관장애가 있거나 의심되는 환자는 고산등반을 피해야 한다. 혈구수 증가에 의한 혈저증의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9. 간질 :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리 고도로 인해 간질 발작의 위험이 증가한다는 증거는 없다. 약물로 잘 조절되는 간질 환자는 보통 등산에서나 마찬가지로 고산등반을 즐길 수 있다.

10. 관절과 인대 :
트레킹 시 특히 내리막 길이 많을 때는 하중을 받는 관절이 취약하다. 이는 고도 자체에 의한 것이 아니므로 낮은 사에서 자신의 상태를 시험해 보아야 한다.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가 효과를 나타낼 수 있으므로 이들 약품을 휴대하는 것이 좋다. 통증이 나타난 후에 복용하는 것 보다 적당량을 미리 먹어두는 것이 좋다.

11. 이비인후 및 치과장애 :
코의 폴립은 호흡에 장해가 된다. 고산등반 전에 처치해야 한다. 치과적 증상이 있을 때에도 미리 처치해야 한다. 치주농양은 고산에서 흔히 발생한다. 면역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으로 생각된다. 귀가할 때까지 항생제로 조절할 수는 있다.

12. 정신과적 문제 :
고산에 올라간다는 것은 힘들고 악조건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을 흥분시키는 경험이다. 대부분의 경우 많은 등산경험을 쌓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갑자기 경험해 보지 못하였던 세계에 도전해 보고 싶은 생각이 떠올라 자신의 능력을 초월해 비현실적으로 생각할 때도 있다. 사람들은 대개의 경우 생활방식의 변화에 잘 적응한다. 그러나 때로는 정신적으로 적응이 잘되지 않아 정신과적 문제가 되며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들에게 부담이 된다. 이상, 위와 같은 사례에 직면한다는 것은 즐거운 일은 못된다. 그러나 만성질환이 있는 많은 사람들이 등산을 즐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상황을 현실적으로 파악하여 조언을 듣고, 자신의 능력에 맞도록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출처-광주산악연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