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산 의료 상식

2007. 5. 30. 14:02[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고산 의료 상식


사람이 높은 곳에 있을 때, 인체에 나타나는 자연적인 반응의 하나는 골수의 활동이 증가하는 현상이다. 인체의 조직은 산소 부족을 채우려고 골수를 자극해서 짧은 시간에 적혈구를 많이 만들어서 혈액의 농도를 갑자기 배로 늘린다. - 9,000,000/mm3까지 적혈구가 많아지면 체내의 산소운반이 쉬워지지만 혈액의 농도가 짙어져서 결과적으로 혈액순환을 어렵게 한다(샤워기 구멍으로 물 대신 꿀이 나오는 식으로). 그래서 피가 손가락과 발가락 끝의 모세혈관까지 가기 어려워진다. 이것이 바로 높은 고소에서 동상에 걸리기 쉬운 원인이다.

고소에서 그리고 고소 때문에 공기중의 산소가 적어져서 제일 먼저 나타나는 반응은 호흡의 횟수가 늘고 심장 고동이 빨라지는 것이다. 의학계에서는 이 현상을 ‘불완전 숭응’이라고 하는데 이런 형상이 눈에 띄게 좋아지려면 2,3주가 걸린다. 히말라야에서 베이스캠프로 가는 산록 행진은 고소순응을 위해 아주 홎은 기회다. 이 단계를 생락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아무리 건강하고 훈련이 잘 되어있는 사람이라도 갑자기 7,500미터 고소에 놓이게 되면 10분 후에는 의식을 잃고 얼마 있다 죽는다.

 

에베레스트 정상이라면 3분에서 5분 고통이 계속될 것으로 본다. 이러한 단적인 예로 보아 시간이 걸려도 적절한 고소순응 방법을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고소순응에도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몽블랑 정상에서는 자기 능력의 70% 정도를 발휘할 수 있고, 에베레스트에서는 20%밖에 발휘하지 못한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다음과 같은 결론이 나오는데 7,400미터 고소까지 인간은 2주간을 견디지만 생리학적 죽음의 한계로 간주되는 7,400미터 이상의 고소에서는 2,3일 이상을 머물 수 없다.


나는 언제나 온갖 정성을 기울여 고소순응에 힘쓴다. 에베레스트에서는 이런 관점으로 볼 때 산록행진, 많은 전진 캠프의 설치, 그리고 최종 캠프까지의 장비 운반 덕택으로 우리의 고소순응 전제 조건이 아주 이상적이었다. 특히 이 '시게추’를 닮은 상하 운동은 히말라야의 고전적 방법이다. 훗날 한해에 세 번이나 히말라야에 갔었을 때 고소순응이 그때마다 빨라지는 것을 알았다. 의사들은 잘 모르고 있었는데 몸에 ‘고소 기억력’ 같은 것이 생긴 듯했다.

최근에 과학자들이 엔도르핀이라는 화학물질을 뇌가 만들어 낸다는 것을 알아냈다. 그 화학적 화합물과 작용은 모르핀을 닮았다. 그리고 사람이 지나친 육체적 정신적 긴장상태에 놓일 때 엔도르핀의 생산이 촉진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빠져나갈 것이 없어졌을 때 특히 그렇다는 것이다. 이러한 순간에 엔도르핀은 자연스러운 마취제 역할을 한다. 이 엔도르핀의 출현으로 의사들은 소위 경기자의 '제2의 힘'에 대한 현상을 밝혀보려고 하고있다.


예를 들면 장거리 경주 때 근육과 폐가 고통을 겪기 시작하여 견딜 수 없게 되는 일이 있다. 바로 이러한 경우에 엔도르핀이 작용한다. 엔도르핀은 고통을 완화하고 계속 달릴 수 있도록 한다. 이와같은 현상은 사람이 죽음의 위험에 부딪쳤을 때에도 일어난다. 엔도르핀은 안정을 다시 가져오고 외부에서 오는 충격을 완화하며 심한 불안감을 쾌감으로 바꿔놓기도 한다. 과학자들의 말을 따르면 마라톤 경주자와 알피니스트는 몸이 엔도르핀에 의존하는 구조가 되어있어서 약물에 매달리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이것은 하나의 추측만이 아니고 마라톤 경주자들의 뇌척수액의 분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실험해본 것이다. 그 결과 이런 추측이 사실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지금까지 아무도 등산가를 실험한 일이 없었는데, 능력있는 사람은 등산가들을 암상실험 하듯이 잘 관찰할 수가 있었다. 등산가 만큼 자주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 없으며 그들만큼 생명의 위험을 느끼는 사람이 있겠느가? 그들처럼 극한 상황에 빠진 자가 있겠는가?

의사이며 등산가인 얀 코이사르 박사는 열의 손실을 가장 심각한 문제로 여긴다. 열을 뺏기지 않으려면 될수록 몸을 바람과 추위에서 보호하고 비박도 잘해야 한다. 사람의 몸이 열을 유지하는 기은에 지장을 받으면 체열의 손실이 가중되고 팔 다리와 몸을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이러한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요소를 들어보면, 첫째로 고소순응을 잘할일이고, 둘째가 고산 경험과 자기단련이다. 이러한 일들이 투쟁의욕을 일으키고 정신적인 절망감을 저지한다. 인체는 또한 방어기능을 작동한다.

 

특히 생존이라는 관점에서 특히 중요한 신체의 부위인 피부와 피하의 지방세포 그리고 근육과 지방이 많은 부분과 같은 말초적인 부위에서 혈액순환을 감소시킨다. 그래서 제일 먼저 팔다리를 못쓰게 된다. 몸은 첫째로 체내에서 가장 중요한 뇌, 심장, 폐 그리고 장과 같은 내부기관의 체온을 유지하고, 그 저하속도를 늦추는 집중적인 역할을 하고있다. 자기의사와 관계없이 근육이 움직이기 시작할 때에는 자기도 어떻게 할 수가 없을 정도로 몸이 심하게 떨린다. 또한 숨을 깊이 들이쉬게 되고 호흡의 횟수가 잦아진다. 체내 기환의 온도가 30도 아래로 내려가면 의식을 잃고, 맥박이 불규칙 해지며, 심장의 근육 수축이 약해지다가 죽는다.

동상은 3 단계로 나뉜다. 첫째는 세포가 하얗게 되고 대개의 경우 부위가 굳어지며 감각으 잃는다. 부위에 물집이 생기면 두 번째 단계에 들어간 것이다. 세포조직이 검푸르거나 검어지면 셋째 단계라 할 수 있다. 히말라야에서 입은 동상과 알프스에서 입은 동상을 통계적으로 비교해보는 것도 흥미있는 일이다. 히말라야의 경우는 발의 동상이 71퍼센트고, 유럽에서는 50퍼센트 이상이 손의 동상이다. 유럽 아닌 다른 산악지대에서는 1도의 동상은 거의 없다. 동상에 걸렸다하면 78퍼센트가 2도고, 21퍼센트가 3도의 동상이다.

예방용 약품으로 유익한 것이 두가지 있는데, 아스피린과 디우라미드라 할 수 있다. 아스피린은 반응고제의 역할을 한다. 혈액에 적혈구가 많아지면 농도가 짙어지고 혈액순환에 지장이 온다. 아스피린은 시신경에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입히게 되는 눈의 출혈을 예방한다. 통계가 보여주듯이 이 약품도 고소순응을 촉진시킨다. 또한 디우라미드는 이뇨제로 호과가 있다. 디우라미드는 고산병 가운데 아주 어려운 병인 폐수종의 위험을 일정한 작용으로 줄여준다.

우리는 최근에 히말라야 원정대의 수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현재 나타난 데이타로는 등산가의 약10퍼센트가 고산병에 걸리고 ,10퍼센트가 심한 다른 병세를 보이고 잇다고 한다. 또한 사고의 여파로 병에 걸리기도 하고 그들 가운데 15퍼센트가 사망한다. 이 숫자는 누구나 수긍하는 숫자다. 그리고 이 숫자를 기억해두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가 '향해는 해야하지만 목숨은 필요없다'는 모토로 행동하지 않는 이상, 원정대에 의사가 따라가는 것이 결코 쓸모없는 지난날의 유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고소에서 호흡하기가 어렵고 땀을 지나치게 흘리면 무기물의 소모가 심해진다. 이렇게 되면 사람 몸에서 전기분해의 균형이 크게 지장을 받는다. 이러한 상태에서는 보통 신장을 거쳐 분비되는 나트륨이 쌓이며 이것이 세포와 세포사이에 물을 고이게 한다. 이렇게 해서 생기는 병이 수종이며 몸이 붓는다. 수종 현상이 다리나 얼굴에 나타나는 것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 그러나 뇌수종이나 폐수종의 경우는 치명적이다. 역설적인 말이지만, 누구보다도 빨리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있고, 산소공급을 거의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재빨리 오를 수 있는 제일 잘 훈령된 등산가들이 폐수종의 위험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이 병은 높이 4,000미터에서 이미 그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피로와 호흡곤란과 관계가 있다. 대개의 경우 호흡이 곤란한 사람은 입에 거품을 문 것이 멀리서도 보인다. 병자는 대부분 산소 결핍으로 피가 검푸르게 되는 치아노오제 현상을 일으킨다. 전형적인 증세는 빨라지는 맥박돠 기침이다.기침은 처음에 심하게 일어나지만, 침이 마르며 나중에는 피가 섞인 점액을 토하고 결국 각혈을 하게 된다. 의학적으로는 죽음과 다를 바 없으며 결국 질식해서 죽게된다. 그러므로 이에 대한 치료법으로서 이뇨제를 사용한다.

산소부족과 그로 인해 호흡이 힘들고 몹시 빨라지는 경우에 신체는 혈액속에서 만들어지는 이산화탄소를 많이 내보내려고 한다. 이것이 산과 염기의 균형을 저해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그로 인해 인체의 산도가 높아진다. 혈액에 이산화탄소가 부족하면 호흡중추(뇌에 있는)를 막는다. 호흡이 점점 약해져 마침내는 아주 불규칙하게 되거나 호흡이 끊어지는 증세가 나타난다. 그러나 다행히도 등산가에게는 반대의 기능이 작동한다. 즉, 이러한 호흡의 불균형 상태로 이산화탄소가 신체에 다시 증가하고 따라서 뇌에 있는 호흡중추의 기능이 다시 활발해지면서 호흡이 되살아난다.


8,000미터 고도에서 등산가의 체내 기관은 그 활동이 아주 무거운 부담을 안겨준다. 아직도 이러한 상황을 정의하거나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지금도 의학계는 등산가들을 따라다니면 그 활동을 과학적으로 연구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등산가들이 스스로 체험한 여러가지 관찰을 통해서 볼 때 그들 가운데 의사 출신 등산가들도 있는데 - 등산가들이 삶과 죽음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걷고 있는 경우가 한하다는 것을 인정하게 된다. 등산가들의 각종 보고를 통해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을 살펴보면, 사람은 죽기 직전에 오줌과 변을 배설한다. 그리고 얼마 안가서 저승의 몸이 된다.

고산병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 뇌수종이다. 뇌는 다른 기관과 달리 두개골이라는 아주 한정된 곳에 들어있다. 뇌가 부어서 늘어날 수 있는 자리는 척수와 두개골이 갈라지는 빈틈뿐이다. 부풀어 오른 뇌가 늘어난 골수에 가하는 압력으로 심장의 활동을 조종하고 호흡을 조절하는 중심부가 지장을 받게된다. 이러한 상태에 놓인 사람은 사형선고를 받은 거나 다름없다.


뇌수종의 초기증세는 다음고 같다 : 무기력, 졸음, 운동신경의 둔화와 심리적 태만 등이다. 이 모든 것이 고소순응 단계에서 나타날 수 있다. 수종이 악화되면 심한 두통과 평행장해 그리고 청각, 시각의 환각이 일어나며 마침내는 실신 상태에 이른다. 환각과 착각에 대해 말하는 등산가가 많은데 그것은 사실상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섰다는 강력한 증거다. 일정한 고도부터는 이러한 일들이 이성보다는 본능적으로 벌어진다. 그러므로 환각과 착각은 정상적인 조건 하에서는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등산가들은 인간의 가능성의 한계가 어디에 있는가를 가장 높은 산에서 보여주었다. 히말라야 등산은 기술의 계속적인 기여 없이는 본질적인 발전이 이루어질 것 같지 않다.

고소에서는 뇌와 폐가 그 기능을 잘 발휘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소화기관의 기능까지 점점 악해진다. 산소 공급이 모자라 장의 소화기능이 약해지는 것이다. 따라서 연소작용이 점점 더 심해지면서 동화작용을 방해하여 신진대사의 장애가 일어난다. 이것은 다 먹고나면 소화하기 시작하는 사람 몸의 챙체 기관의 기능 상실을 가져온다. 특히 근육과 지방질에 큰 타격을 주고, 근육 위축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소화작용이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고,이 때문에 칼로리 부족 현상이 일어난다. 산소공급이 충분하지 않을 때에는 음식을 여러가지로 섭취하기보다는 특후한 단백질을 '먹는 것'이 잘 소화된다. 한편 유동식과 탄소화합물이 동화작용을 일으키기 숩다. 그래서 힘ㄹ라야 등산가들은 단 것을 자주 먹는다. 하지만 이것은 몸이 여위는 '고소위축증'을 막지는 못한다. 히말라야 등산가는 한번 원정 나가면 체중이 15킬로그램까지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