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빛나는 벽을 향하여...3탄

2007. 5. 29. 23:53[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5월 22일
오늘 아침은 우리가 성대팀을 초청해서 우리가 지은 밥과 반찬으로 같이 아침식사를 했다. 배이스캠프에 가면 또 지겹도록 보겠지만 막상 내일 먼저 스카르두로 카라반을 출발한다고 하니 섭섭하다. 정인규대원과 나는 아메리칸익스프레스은행에 여행자 수표를 달러로 환전하러 갔다가 거절 당했다. 루피로만 환전이 가능하다고 한다. 웃기는 녀석들이다. 자기들 손해보는 일은 죽어도 하지 않으려고 하니...관광성으로 가서 담당자 나지르알비를 만나 우리팀의 정부연락관 배정을 독촉한 후 숙소로 돌아와 성대팀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점심을 먹으러 차이나타운에 갔다. Kim Mun이란 사람이 하는 집인데 우리 입맛에 잘 맞는 음식이 많았다.

식사 후 숙소로 돌아와서 쉬고 있는데 라왈핀디에 갔던 용순이와 상기가 파김치가 되어서 돌아왔다. 라왈핀디는 정말 길 찾기가 어렵다고 한다. 라왈핀디에서 석유통과 포터 지급용 석유버너를 구입하고, 달러도 환전(1달러당 25루피)하고, 포터에게 지급해야 할 장비도 물색해 두었으며 버스를 대여해 주는 곳도 알아서 왔다고 한다. 저녁에 한국의 송대장님에게 팩스를 보냈는데 중간에 팩스가 잘렸다고 송대장에게서 연락이 와서 다시 연결하여 잘린 부분을 보냈다. 송대장님 왈 사흘동안 줄곧 한 밤중에 팩스가 와서 잠도 제대로 못자고 죽을 지경이라고 한다. 성대팀은 내일 새벽 6시 30분에 스카르두로 출발 한다고 한다.

5월 23일
오늘은 성대팀을 전송하기 위해 아침 6시 15분경에 일어났다. 항공편 사정으로 이틀이나 연기되어서 오늘에야 겨우 떠난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용순이와 인규는 관광성으로 가고 나와 상기는 라왈핀디에 가서 포터 지급용 장화와 담배, 파키스탄국기 등을 구입하기로 하였다. 라왈핀디는 우리나라 재래시장 같았지만 그 규모가 상당히 크고 많은 사람들과, 말이 끄는 마차, 자동차들로 엄청나게 붐볐다. 우리는 1시간당 50루피를 주기로 하고 택시를 한 대 계약했다. 장화는 1켤레당 20루피 정도였으며, 포터지급용 담배는 6,000개비에 2,000루피 정도의 가격이었다. 정수기를 구입하려고 했지만 일제 내셔날 제품이 우리돈으로 약 5만원정도로 비싸서 일단 구입을 보류하였다. 라왈핀디 시장은 상품 종류별로 군락을 이루고 있었는데 우리팀이 필요한 대부분의 물건을 이곳에서 구입할 수 있을것 같다.

우리는 버스를 빌리기 위하여 렌트카 센터로 갔는데 가격이 생각보다 훨씬 비싸다. 거의 항공수송료와 맞먹는다. 내가 판단한 대로 항공운송을 택했더라면 더 좋았을 것 같았다. 12,000루피면 적은 돈이 아니다. 적어도 8,000루피 정도에 버스를 빌려야 타산이 맞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 게스트하우스로 돌아오니 인규와 용순이가 정부연락관을 만나고 왔다고 한다. 다행이 일찍이 정부연락관이 배정이 되어서 안심이 된다. 오후에는 면세점에 식량을 구입하러 가기로 하였는데 서로 연락이 잘 되지 않아서 25일로 연기하기로 했다.

5월 24일
오늘은 주마바자르(매주 금요일 열리는 시장)에 가서 귀한 배추와 여러가지 야채류를 사 왔다. 아침 7시정도에 가면 각종 신선한 야채류와 과일, 쌀, 음료수, 차, 짜이, 생수등 여러가지를 구입할 수 있다. 오늘은 또 이슬라마바드 거주 한인 체육대회가 열리는 날이라고 한다. 오전 10시쯤 이슬라마바드클럽이라는 곳으로 갔는데 약 70~80명의 한인들이 모였다. 오늘처럼 이렇게 많은 한국인들이 모이기는 처음이라고 한다. 홍순영 파키스탄대사님의 인사와 한인회 회장님의 인사가 끝나고 체육대회가 시작되었다. 우리팀과 낭가팀이 한팀이 되어 족구시합을 하였는데 우리가 1등을 하였다. 경기 후 부패식으로 점심을 먹고 수영도 하고 영화도 관람하였다. 참가팀들 중에는 럭키건설, 현대건설, 한보상사 등 여러 국내 그룹사 직원들과 대사관가족, 학생등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시상식에서 우리팀이 1등상을 받았는데 좀 어안이 벙벙하였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등반도 이렇게 잘 풀려야 할텐데...내일은 면세점에서 식량을 구입하고 버스도 계약하기로 하고 저녁 5시 30분에는 정부연락관을 만나기로 하였다.

5월 25일
아침부터 스카르두행 버스계약 관계로 이리저리 뛰어 다녔으나 진척이 없다. 에어콘이 장착된 20인승 미니버스 대여비가 10,000루피 정도였고, 에어컨이 없는 15인승 미니버스는 대여비가 5,000루피정도 한다고 한다. 저녁에 정부연락관을 만나기로 하였는데 5시 30분에 만나기로 한 녀석이 저녁 8시 30쯤에야 나타났다. 우리팀의 행정업무 진척상황과 자신에게 지급하는 장비 및 앞으로 해야할 업무에 대해 토의한 후 내일 다시 만나기로 하였다. 얼마후 낭가팀 대원들이 와서 오랜만에 같이 한 잔 하였다. 그런데 원사범택 미스터 오가 불행한 소식이 담긴 팩스를 가지고 왔다. 송대장이 내일 못 온다고 하고, 3명의 대원만 갈 것이라고 한다. 분명히 무슨 문제가 생긴것임에 틀림없다. 순간 걱정이 눈앞을 가린다. 지금까지 준비했던 지난 시간들이 뇌리를 스쳐지나가며 머리를 어지럽게 한다. 정말 어떻게 해야 할 지 난감했다. 어쩌면 우리가 등반을 포기해야 할 지도 모른다는 상황은 생각조차 하기 싫었다.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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