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빛나는 벽을 향하여...13탄
2007. 5. 29. 23:56ㆍ[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21일(Gasherbrum Base Camp 도착 26일차 Camp4-->Camp3-->Camp2-->Camp1) 아침에 일어나니 온 몸이 쑤시고 저린다. 텐트 밖에는 여전이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맛없는 알파미를 억지로 삼키고 캠프4 철수를 서두른다. 2동의 텐트는 다른 팀이 사용하도록 그냥 설치해 두고 침낭만 챙겨서 캠프3을 향해서 출발한다. 올라 가는 등반도 힘들지만 내려가는 등반 또한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다. 캠프3에 거의 도착할때가 되니 모두 파김치가 된다. 캠프3에 설치해 둔 텐트안으로 들어가서 인스탄트 죽을 끓여서 허기를 달랜 후 물을 충분히 섭취하였다. 고소지대에서는 탈수 현상이 아주 심하기 때문에 자주 물을 마셔두어야 탈수증으로 인한 장애를 예방할 수 있다. 베이스캠프의 대장으로부터 안전한 하산을 독려하는 메시지가 무전기를 통해서 쉴새 없이 전달된다. 한 동안 휴식을 취한 후 또 다시 캠프2를 향하여 하산을 시작한다. 캠프3에서 캠프2 구간의 픽스로프는 모두 눈속에 파 묻혀버려서 찾는데 고생을 하고, 막상 찾아도 파묻힌 픽스로프를 발굴하는 작업은 보통 힘든 작업이 아니었다. 특히 마지막 구간의 픽스로프는 한 참 눈속을 뒤진 끝에 겨우 찾을수 있었다. 캠프2의 텐트안에는 여러가지 식량이 많이 남아 있었다. 점심을 든든하게 먹고 휴식 후 다시 캠프1을 향하여 하산을 시작한다. 바나나리지를 힘들게 하강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으로 눈사태가 휩쓸고 지나간다. 순식간에 세찬 눈가루가 전신을 할퀴고 지나간다. 순간 대원들은 재빨리 피켈을 눈속 깊숙히 박고 머리를 눈속에 쳐 박으며 엎드린다. 그래도 다행스럽게 눈사태의 규모가 별로 크지 않아서 금방 후폭풍의 영향에서 벗어난다. 다시 정신을 추스리고 하강을 계속하여 설원지대를 지나 기진맥진한 상태로 캠프1 가까이 도착하니 정인규대원이 반가이 마중을 나왔다. 캠프4에서 캠프1까지 하산하는데 거의 하루종일 걸린 셈이다. 대원들은 모두 극심하게 피곤했는지 저녁을 먹자 마자 그대로 곯아 떨어진다. 나도 베이스캠프의 대장과 교신 후 오늘은 정말 편안한 밤을 보내고 싶다. 7월 22일(Gasherbrum Base Camp 도착 27일차 Camp1 --> Base Camp) 어제는 또 밤새도록 눈이 내렸다. 아침에 텐트 문을 여니 텐트는 거의 절반이나 눈에 파 묻히고 사방에 가스가 자욱하게 끼어서 시계가 거의 제로 상태이다. 이제 모든 것이 귀찮고 한시 바삐 베이스캠프로 내려가고 싶은 마음만 간절하다. 약 1주일 동안 의 기후변화로 인해 베이스캠프에서 캠프1 구간의 루트 지형이 아주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특히 전 구간의 크레바스가 매우 발달하여 아주 위험하다고 한다. 아침을 먹고 캠프를 정리한 후 우리는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한다. 그러나 하산 루트가 가스에 잠겨서 좀처럼 찾을수가 없다. 우리는 일단 3인 1개조로 안자일렌을 하고 천천히 조심스럽게 하산 루트를 찾아 내려가기 시작했다. 루트의 지형이 많이 바뀐데다가 가스까지 자욱하게 끼여서 루트파인딩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비되었다. 캠프1 지역은 가스가 심하게 낄때는 자신의 손이 안 보일정도로 시계가 불량하다. 우리는 1~2백미터 마다 겨우 하나씩 설치되어 있는 붉은 깃발의 표식기를 찾아 헤메이면서 하산루트를 찾아서 겨우 ABC캠프 사이트까지 도착했다. 그나마 여기서 부터는 시계가 약간씩 트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좀 더 내려가니 이번에는 수많은 크레바스가 가로로 길게 입을 벌리고 있다. 처음 이 지역을 통과할 때는 뛰어서 건너곤 했는데 약 1개월이 지난 지금의 크레바스 상태는 수 백미터를 우회하지 않고는 지나갈 수 없을 정도로 간격이 넓게 변해 있었다. 특히 숨어있는 히든 크레바스는 대원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며 깊은 크레바스는 깊이가 수십미터에 달하는 곳도 많이 있다. 실제로 이 지역을 통과하다가 박을규대원이 히든 크레바스에 빠져서 하마터면 큰 사고를 당할뻔 하였다. 다행이 서로 로프로 안자일렌으로 연결을 하고 있었고 배낭이 크레바스 입구에 끼여서 깊숙히 추락하지 않아서 화를 면할 수 있었다. 크레바스에 빠진 박을규대원을 구조하고 나니 그 자신도 무척 놀랐는지 한 참 동안 넋이 나간 표정이었다. 캠프1에서 베이스캠프로 내려가는 루트에 있는 크레바스 지대 크레바스 지역을 통과하면 이제는 미로처럼 구불구불한 세락 지대가 나타나는데 이 세락들도 대부분 붕괴되어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베이스캠프 직전 약 1km 지점에 도착하니 권순두대원과 2명의 쿡이 우리를 마중하러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1주일만에 다시 보는 얼굴이지만 무척 반가웠다. 베이스캠프에 거의 도착할 무렵 대장과 정부연락관이 직접 마중을 나왔다.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차를 한 잔 마시고나서 하행 카라반 준비에 들어갔다. 등반이 끝난 만큼 이 황량한 불모의 빙하지대에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하행 카라반은 성대팀과 같이 움직이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짐의 일부는 이미 어제 당나귀 한 마리에 먼저 실어 보냈고 오늘은 정인규대원과 성대팀의 김창선대원이 당나귀 9마리에 짐을 싣고 출발했다고 한다. 저녁에는 성대팀 대원들과 같이 오랜만에 느긋한 마음으로 담그어 둔 동동주를 같이 한 잔 하면서 지금까지의 등반에 관한 이야기를 밤늦도록 하였다. 이제 내일이면 등반을 가셔브룸2봉 등반을 마무리하고 하행 카라반을 한다는 생각을 하니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다. 인간이 정말 변덕스러운 것은 올라올 때는 하루 빨리 베이스캠프로 오고 싶었는데 40여일동안 가량 눈과 빙하로 뒤 덮힌 산속에 있다보니 이제는 속세가 그리워서 이곳은 쳐다보기도 싫어 졌다. 베이스캠프에서 대원들과 정부연락관과 함께 한 컷(완전히 쿤타킨테들이다^^) 7월 23일(하행 카라반 1일차 G2 Base Camp-->샤그린-->아미캠프-->콩고르디아캠프) 오늘은 눈덮힌 산 위에서 생활한지 약 40일만에 등반을 끝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하행 카라반을 시작한다. 포터를 7명 고용하고 필요없는 대부분의 장비를 처분한 후 꼭 필요한 장비와 식량만을 가지고 출발했다. 실제 등반은 우리가 예상했던 기간보다는 열흘 정도 빨리 끝난 셈이다. 우리는 샤그린캠프를 통과하여 아미캠프(Army Camp)를 지나 오후 5시경 콩고르디아에 도착 했다. 콩고르디아에도 군인캠프가 있다고 한다. 파키스탄은 인도와 오랫동안 국경분쟁을 일으키고 있어서 지금도 몇 일마다 발토로 계곡을 군수 보급품을 실은 헬리콥터가 수시로 머리위로 날아 다니고 있었다. 콩고르디아 캠프에서는 K2, 브로드피크, 가셔브룸4봉, 미터피크 등을 조망할 수 있다. 우리는 하행 카라반을 하면서 간식을 제대로 준비하지 않아서 고생을 좀 했다. 상행 카라반도 중요하지만 하행 카라반을 위한 준비도 세심하게 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콩고르디아 캠프지에 도착하니 스페인 트레커팀들이 먼저 도착해 야영을 하고 있었다. 콩고르디아캠프는 미터피크와 인접해 있는데 이곳에서 K2, 브로드피크의 베이스캠프로 진입하는 갈림길이 시작된다. 이제는 오메불망 하루라도 빨리 이 지긋지긋한 산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 뿐이다. K2와 브로드피크의 베이스캠프 분기점인 콩고르디아캠프 7월 24일(하행 카라반 2일차 콩고르디아캠프 --> 고로캠프 --> 우르두까스캠프) 오늘은 2명의 포터를 추가로 고용했다. 대원들이 짐이 너무 무거워서 브로트피크 등반대의 카라반을 끝내고 하산하는 포터중에서 2명을 고용한 것이다. 하행 카라반 역시 지루하기 짝이 없고 힘들기는 상행 카라반과 피차 일반이다. 우리는 일정을 단축하기 위하여 이틀 소요되는 하행 카라반 구간을 하루만에 주파하려고 하다보니 하루에 보통 7~8시간씩 강행군을 해야 했다. 정오쯤에 고로캠프에 도착하여 점심을 먹었다. 고로 역시 군용 유류를 저장하는 군인캠프가 있는 곳인데 유류 운송 수단은 당나귀를 이용한다고 하니 이곳에서는 당나귀가 중요한 운송수단임에 틀림없다. 발토르빙하 루트로 하행 카라반을 할 때 콩고르디아에서 우르두까스까지의 구간이 가장 멀고 힘이 많이 드는 구간인 것 같다. 이즈음 선발대는 나귀를 24명의 포터로 교체했는데, 나귀는 구간별로 운행을 하는데 중간에 연결이 잘 되지 않아서 아예 포터로 교체했다고 한다. 우르두까스에 도착하면 만날수 있을것이라 하는데 가도 가도 빙하로 이루어진 길은 끝이 없다. 하루 종일 걸어도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고 오직 보이는 것이라고는 시커먼 돌과 자갈로 뒤덮여 있는 모레인 빙하지대 뿐이다. 우리는 오후 7시쯤 겨우 우르두까스 캠프지에 도착했다. 우르두까스 캠프사이트는 조그만 산 기슭에 있었는데 그래도 그 캠프사이트는 조금 낭만적이었다. 약간의 풀도 있으며 캠프지 아래에는 나귀들을 방목하고 있었다. 먼저 도착한 선발대가 텐트를 설치해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 대원이 모여서 함께 저녁을 먹고 내일은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한다. 7월 25일(하행 카라반 3일차 우르두까스캠프 --> 릴리고캠프 --> 빠유캠프) 오늘은 더 일찍 출발하기 위하여 6시에 아침을 먹었다. 그런데 이용순대원이 어제부터 또 컨디션이 좋지 않다고 하더니 오늘은 아예 걷지도 못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되었다. 등반기간 내내 치통으로 인한 고소증세에 시달렸으나 고통을 극복하고 어렵사리 정상 등정까지 해냈는데 지금 또 건강상태가 악화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어쩔수 없이 2명의 포터를 추가로 고용해서 쿡과 교대로 업어서 내려가기로 했다. 60kg이 넘는 성인을 등에 업고서 운반 한다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달리 방법이 없었다. 릴리고캠프까지 내려오는 동안 이용순대원의 상태는 급격히 악화되어 거의 의식불명의 상태에까지 이르렀다. 나는 대장과 의논한 끝에 구조용 헬기를 부르기로 했다. 잘못하면 생명이 위독해질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머뭇거릴 여유가 없었다. 구조용 헬기를 한 번 이용하면 최소한 2,00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고 해도 어찌 사람의 생명보다 돈이 더 중요하겠는가? 등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막판에 이 무슨 불행한 사건인가? 정부연락관을 통하여 헬기 구조요청을 하였지만 기상이 좋지않아 헬기를 운행할 수 없는지 도무지 소식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날씨마저 비가 오락가락한다. 우리는 하는 수 없이 다시 포터에게 이용순대원을 업혀서 빠유 캠프지까지 이동하기로 하였다. 릴리고캠프에서 빠유캠프 구간 역시 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빠유 캠프 사이트 조금 못 미친 지점에서 정말 지겹던 빙하지대는 끝이 나고 브랄두 강이 눈앞에 펼쳐진다. 하지만 이건 맑은 강물이 아니고 완전히 진흙탕 물이다. 그 이유는 빙하가 녹으면서 흙 먼지 등을 그대로 지니고 강으로 흘러들기 때문이라고 한다. 마치 우리나라 여름철에 홍수가 난 강물과 똑 같다고 보면 된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빠유 캠프지에는 약간의 푸른 나무도 있고 뒷편 빠유피크에서 흘러 내려오는 맑은 물도 있어 식수는 풍부했다. 빠유 캠프지는 발토르 루트로 상행 카라반을 할 때 포터들이 휴식일을 갖는 아주 중요 요충지라고 한다. 빠유에 도착하니 푸르만이라는 친구가 닭 10마리를 가지고 왔다. 베이스캠프에서 먼저 내려가는 포터에게 미리 주문을 해 두었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한다. 약 한 달 반 동안 말라빠진 채소와 인스턴트 식품만 먹다가 고기를 보니 눈이 뒤집힐 지경이다. 우리는 허겁지겁 백숙을 끓여서 대원들 모두 포식을 했다. 이용순대원은 내일 날씨가 맑으면 헬기편으로 스카르두 병원으로 후송하기로 하였다. 7월 26일(하행 카라반 4일차 빠유캠프 --> 쫄라브릿지캠프) 이제 피로가 누적되어서 그런지 푹 자고 일어나도 몸이 개운하지가 못하다. 아침에 성대팀의 한대장님이 군인캠프에 가서 정부연락관과 연락을 취하여 헬기를 부르기로 하였다. 군인캠프까지는 빠유에서 걸어서 한시간 반 정도 걸린다고 한다. 우리 때문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포터를 정리하여 3명을 해고시키고 임금을 지급하였다. 이용순대원과 대장이 헬기를 타고 가면 포터가 남기 때문이다. 대원 몇 명은 포터들과 먼저 출발시키고 나서 나는 김창선대원과 우리 대원 6명은 빠유에서 한대장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전 9시쯤 한대장님으로부터 오늘은 헬기가 분명히 올 것이라는 연락을 받고 대장과 이용순대원만 남겨두고 우리는 쫄라브릿지 캠프사이트를 향해 출발한다. 내려오는 도중에 스페인의 트랑고타워 등반팀을 만났는데 그들이 부럽기만 하다. 우리나라 산악인들도 머지 않아서 히말라야 벽등반쪽으로 등반 대상지를 바꾸는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본다. 발두마르라는 지역 좀 못 미친 곳에서 먼저 간 정인규, 장상기대원이 냉면을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맛있게 먹고나서 또 하염없이 걷는다. 가는 도중 머리위로 헬기가 지나갔는데 대장과 이용순대원이 타고 나갔으리라 예상은 하지만 아직 확인할 방법이 없다. 오늘은 오후 일찍 쫄라브릿지 캠프사이트에 도착했다. 모처럼만에 조금 한가한 시간을 가질수 있어 좋았다. 성대팀의 김창선 대원은 오늘 아스콜리까지 가자고 이야기 했지만 포터들이 쫄라브릿지를 지나서 통과하는 암릉길이 위험해서 야간 운행은 할수 없다고 하면서 거절한다. 하는 수 없이 내일 아침 일찍 출발하기로 하고 저녁을 지어 먹은 후 거의 모든 취사 장비를 쿡에게 나누어 주었다. 7월 27일(하행 카라반 5일차 쫄라브릿지캠프-->아스콜리-->호또 -->다소-->스카르두 귀환) 오늘은 더욱 더 이른 새벽 4시에 기상했다. 드디어 걸어서 가는 하행 카라반 마지막 날이다. 하행 카라반도 결코 손쉬운 등반이 아니다.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하루 종일 하염없이 걸어야 한다. 쫄라브릿지 캠프사이트 앞에는 빙하가 녹은 물이 흐르는 블랄두강이 있는데 수량이 많아서 그냥 건너갈 수가 없기 때문에 와이어 케이블로 된 다리에 걸려있는 바구니를 타고 건너야 한다. 짜파티로 아침을 대신하고 짐과 사람 모두 각각 5루피씩의 다리 사용료를 지불하고 강을 건넜다. 쫄라브릿지를 건너자 가파른 암릉길이 나타나는데 자칫 방심하다간 절벽밑으로 추락할 위험이 높은 구간이었다. 그 험준한 지형을 포터들은 25kg의 짐을 지고 잘도 간다. 쫄라브릿지는 한사람이 통과하는데 약 1분 정도 소요된다. 오전 8시경 고로혼이라는 지역에 도착하였는데 이곳은 통상 포터들이 아침 식사를 하는 장소라고 한다. 또 이곳은 비아포빙하가 시작되는 기점이기도 하며 여기서 길을 잘못 접어들어 빙하지대로 들어서면 길을 잃기가 쉽다고 하니 아주 주의해야 한다. 고로혼 이후부터는 비교적 길이 좋았다. 하지만 아직 마지막 기점인 아스콜리까지는 가도가도 끝이 없을 것 같은 머나먼 고향이었다. 대원들은 5일간 강행한 카라반으로 이제 지칠대로 지쳤다. 오후 12시 20분 드디어 최초의 산골 오지 부락인 아스콜리에 도착했다. 이곳은 우리팀의 쿡을 맡았던 유솝의 동네이기도 하다. 유솝은 이 부락 촌장의 사위로써 여기서는 상당히 고위층 엘리트에 속하는 계급이었다. 이 부락 하지마디촌장의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며 모든 거래는 그를 통해서 이루어진다고 한다. 우리는 하지마디촌장의 집으로 안내되어 닭고기 요리와 삶은 달걀, 차 등을 대접 받았다. 유솝은 자신의 동네에 금의환양하는 셈이었는데 유솝이 도착하자 온 부락이 떠덜썩하게 축제의 도가니로 변했다. 그들이 거주하는 집이래야 우리나라의 가축우리 수준이니 그 사람들의 생활 실상을 간접적으로나마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곳에서 약간의 쌀과 닭, 계란, 담배 등을 구입한 후 우리를 환대해 준 보답으로 1,000루피를 촌장에게 기부하고 지프가 대기하고 있는 호또로 출발한다. 아스콜리 부락의 하지마디촌장과 환담하는 대원들(왼쪽 중간이 피츠 몰골이 흑인 뺨친다^^) 보통 지프가 이곳 아스콜리까지 올라오는데 중간에 도로가 유실되어서 이곳까지 못 올라온다고 한다. 대원들이 먼저 호또에 도착했으나 아직 포터들이 도착하지 않아서 2시간씩이나 기다리고 있으니 포터들이 하나 둘씩 도착하기 시작한다. 오후 3시경 포터들의 임금을 모두 계산하고 우리는 3대의 지프에 대원과 짐을 분산하여 싣고 오후 4시에 드디어 스카르두를 향하여 출발한다. 지프는 이곳에서 스카르두까지 1대당 2,000루피씩 계약을 하였다. 지프를 타고 내려가는 도중 다소라는 마을이 있는데 살구가 동네 어귀에 지천으로 떨어져 있었다. 현지인들은 살구를 잘 먹지 않는다 한다. 우리는 차에서 내려 달콤한 살구를 정신없이 주워 먹었다. 정말 살구가 이렇게 맛있는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었다. 아마 한 사람당 한 세숫대야씩은 먹었을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그 날 오후에 모조리 배탈이 나서 고생을 많이 하였다. 다소는 예전까지 상행 도보 카라반의 출발지였는데 아스콜리까지 도로가 건설되고나서 다소는 단지 통과하는 지점으로 남아 있을 뿐이리고 한다. 호또에서 스카르두까지는 8~9시간 지프로 가야 하는데 날은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밤 12시가 넘어야 스카르두에 도착할 수 있을것 같다. 우리는 다소 다리를 건너 군인막사에 잠시 들러 그곳 사령관에게 차를 대접 받으면서 우리팀의 대장과 이용순대원의 소식을 접할수 있었고 직접 송대장과 전화 통화도 할 수 있었다. 군인막사에서 20~30분 거리에 있는 조그만 식당에 저녁식사를 하러 갔으나 음식이 변변찮아서 제대로 먹지도 못했다. 어두운 밤길을 쉬지않고 달려서 밤 12시 30분쯤 드디어 스카르두에 도착하니 송대장이 미리 모텔을 예약해 두고 기다리고 있었다. 이용순 대원은 여전히 두통은 심하지만 상태는 많이 회복되었다고 한다. 모두 너무 피곤해서 자리에 눕자 마자 꿈속으로 빠져든다. |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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