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3

2007. 6. 2. 13:59[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10일 월요일 3일차

셔먼호텔 식당에서 죽과 만두, 생우유, 양고기 등으로 아침식사를 했다. 이제 어느 정도 향신료를 사용한 요리에 약간은 익숙해 진 것 같다. 아침을 먹고 카스 시내에 있는 대형 마트에 식량과 필요 물품을 구입하러 갔는데 식품과 물품 대부분을 그 곳에서 구입할 수 있다. 일반적인 마트일 뿐인데도 매장 입구에서 카메라, 캠코더, 가방 등 개인 물품을 지참하고 입장을 하지 못하며 입구에 있는 보관함에 보관하고 들어가야 한다. 맥주와 생수, 달걀, 양파, 슬리퍼, 거울, 세면도구, 등 필요 물품을 대량으로 구입하니 호텔까지 배달해 준다고 한다. 약 3시간에 걸쳐 물품을 구입하고 건과일은 가까운 시장에서 구입하기로 했다. 할인점 안에도 건과일이 있었지만 시장에서 구입하는 것이 훨씬 저렴하다고 한다. 할인점을 나와 점심을 먹고 카스에 딱 한 군데 있다는 등산 장비점에 들렀는데 규모는 작았지만 설피 등 왠만한 등산장비는 다 있었지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몇 가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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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식 시장에는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었다. 깐호두, 건포도, 무화과 등 수많은 건과류가 있는데 가격도 아주 저렴했다. 우리는 몇 가지 과일을 구입하여 호텔에 도착한 후 내일 베이스캠프로 이동할 짐과 개인이 사용할 장비를 다시 분류해 패킹한다. 국내에서 식량과 장비를 패킹하고부터 지금까지 거의 매일 짐 분류 작업을 하는 것 같다. 어제는 오버차지 문제로 오늘은 내일부터 있을 카라반에 대비해서 개인이 필요한 장비만 제외하고 모두 수송 장비로 분류했다. 앞으로 얼마나 더 분류작업을 해야 할지 대원들도 서서히 힘들어 하는 표정들이다. 나는 짐 분류 작업을 하다가 한 순간 허리가 뜨끔하여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박부회장이 침으로 응급처치를 하고나니 조금 나아진 것 같았지만 나는 그 때 다친 허리의 통증이 원정기간 내내 나를 괴롭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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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을 먹고 호텔 근처 시내로 산책을 하러 길을 나섰다. 낮에는 무덥고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선선한 저녁 시간이 되면 시내가 활기를 띄는 것 같았다. 길모퉁이마다 자리잡고 있는 상점 곳곳에는 양고기 꼬지를 곁들여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간판도 특이하여 'OO中心' 이라고 쓴 간판은 OO센타의 중국식 표현이고, 'OO주점' 이라고 쓴 곳은 여관임을 뜻한다. 양고기 굽는 연기가 시내 길 모퉁이 여기저기서 희뿌옇게 피어오른다. 시내를 돌아 다니다 보니 도시인들의 평범한 일상들을 엿볼 수 있어 좋았다. 호텔 근처에 도착하여 우리도 거리 식당에서 양고기와 쇠고기꼬지와 맥주를 시켜 카스에서의 마지막 밤을 즐긴다. 오늘은 모든 대원들이 활기차 보인다. (김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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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일 화요일 4일차

오늘은 수바쉬로 이동하는 날이다. 아침 8시쯤 일어나서 개인별 카고백을 정리해서 트럭에 옮겨 싣고 호텔 매점에서 무즈타가타 지도를 2장 구입하고 호텔 체크아웃 후 수바쉬를 향해 출발한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 한가운데 아스팔트를 깔아서 건설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는 생각보다 초라한 모습이었다. 한 시간쯤 지나 도착한 우파르마을 시장에서 멜론, 수박, 자두, 사과배 등의 과일과 요라고 부르는 빵을 구입했다. 과일은 아주 저렴해서 베이스캠프로 수송할 수만 있다면 얼마든지 구입해도 좋다. 특히 수박은 베이스캠프에서 고소캠프에서의 갈증을 풀어주는데 더 없이 좋으며 멜론은 장시간 보관해도 잘 상하지 않아서 좋다. 이곳 우파르(Wupar) 시장은 먼 옛날 실크로드를 오가던 대상인들이 고비사막을 눈앞에 두고 잠시 목을 축이고 갔다는 곳으로 이 시장에는 여러가지 과일과 양고기는 물론 가전제품, 오토바이 수리점 등 모든 모든 문명이 뒤 섞여 있어 실크로드의 역사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 했다. 시장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스콜과 같은 소나기가 한줄기 내린다. 대기중에 무수히 떠다니던 먼지가 차창에 부딪히는 빗물과 섞여서 창문과 버스 전체를 금방 흙탕물로 물들여도 그 비로 인해 한결 시원해 진다. 카라코람 하이웨이를 가다 보면 여러곳에서 휴식하게 되는데 그 중 몇 군데는 화장실을 가려면 돈을 내야 하는데 보통 한 사람당 0.5~1위엔을 내야 하므로 미리 잔돈을 준비해서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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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코람 하이웨이의 왼쪽은 게즈(Ghez)강을 끼고 오른쪽은 와인색의 모래로 이루어진 거대한 언덕이 간간이 나타나는 황량한 도로를 따라 수바쉬를 향해 계속 달린다. 게즈강물은 빙하가 녹아서 내려오는 물이어서 온통 흙탕물이고 지금이 빙하가 녹는 시기라서 그런지 수량이 엄청나다. 한 시간 반쯤을 더 가다가 차가 멈추었다. 아니나 다를까 빙하물이 범람하여 도로가 유실 되었다고 한다. 버스에서 내려서 보니 보수 장비래야 돌을 실어 나르는 트럭만 2~3대 있을 뿐 모두 사람 힘으로 철사로 엮어 만든 자루에 돌을 채워서 유실된 도로를 메우고 있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공사를 해서 어느 세월에 복구가 될지 의심스럽다. 이러다가 여기서 밤을 지새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된다. 하는 수 없이 우리는 차 안에서 도시락을 먹으며 마냥 공사가 끝나기만을 기다린다. 보수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았는데 다행히 2시간 반 만에 겨우 차량 1대씩 통과할 수 있게 복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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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가다보니 국경은 아직 멀었는데 검문소가 있어 영문으로 작성한 대원명단과 여권을 제출하고 우리는 차에서 내려서 검문소안을 지나서 통과한다. GPS상의 고도가 2천m대에서 차츰 3천m대로 고도가 높아지자 차도 힘겨워 하는 것 같다. 얼마를 더 올랐을까 오른쪽에 거대한 모래산이 나타났는데 산 전체가 흰모래로 뒤덮여 있고 아래 부분은 사막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 한 호수도 보인다. 그 곳에서 20여분 더 가니 왼쪽에 하얗게 눈을 뒤집어 쓰고 있는 콩쿠르(7,710m)산이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압도하여 잠시 눈이 팔려 있는 사이 조그만 호수들과 유르트(지붕이 뾰족하고 동그랗게 생긴 유목민들이 사는 천막으로 만든 집)가 나타나고 양과 말, 야크 등이 한가롭게 풀을 뜯어 먹는 평화로운 풍경이 나타났다.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주위 풍광을 감상하면서 5시간 정도 달려 카라쿨리호수에 다다렀다. 카라쿨리호수는 원주민들이 신성시할 만큼 아름답고 수정처럼 맑고 투명한 빛깔이었으며 그 위로 비치는 무즈타가타의 웅장한 자태는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아름다웠다. 카라쿨리호수 주변에서 사진을 찍으면 돈을 내야 한다고 하는데 아쉽게도 곧장 수바쉬까지 간단다. 오후 5시 40분경 드디어 고도 3,800m의 수바쉬캠프에 도착했다. 수바쉬캠프 왼쪾 멀리에는 콩쿠르가 위치하고 전면에는 쿡세이피크와 무즈타가타가 우뚝 솟아 있다. 주변 산군들의 모습이 사막에서 발생하는 황사 때문에 흐릿하게 보인다. 3,800m를 바로 차로 곧장 올라와서 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고 걷기도 힘이 든다. 하지만 무즈타가타 정상부는 구름에 쌓인채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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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바쉬캠프는 유르트를 시멘트로 지어서 원정대에게 임대해 주고 있었는데 시멘트로 만든 유르트가 10채 정도 있고 현지인들이 거주하는 유르트가 5채를 합하여 총 15채 정도가 있다. 유르트를 중심으로 왼쪽에는 초원 보호구역이고 오른쪽에는 바람이 불면 엄청난 먼지가 발생하는 사막이다. 등반팀은 주로 오른쪽 사막에서 야영을 하는데 오늘은 유난이 바람이 거세게 불어 우리는 하는 수 없이 유르트를 2개 빌려 1개는 짐을 보관하고 1개는 대원들이 사용하기로 했다. 사막의 모래 바람이 일기 시작하면 먼지 때문에 모두 마스크를 써야할 정도다. 우리가 타고온 버스보다 먼저 출발한 짐을 실은 트럭이 이제야 도착 한다. 우리 짐과 함께 현지 가이드와 쿡이 자기들 식당 텐트와 취사도구를 같이 싣고 왔다. 현지 고용인들이 유르트 앞에 식당 텐트를 설치했으나 바람이 심해 철수하고 오늘은 수바쉬 식당에서 음식을 사 먹기로 했다. 수바쉬에는 베이스캠프로 이동하려는 원정대가 2팀이 있었다. 바람이 불면 사막의 모래 먼지가 연신 우리를 괴롭힌다. 오후 10시가 넘어 해가 지려고 하자 그제서야 바람이 조금 잠잠해 진다. 내일은 이곳에 하루 더 머물면서 근처 4,000m급 봉우리로 고소적응 등반을 다녀온다고 한다. 고소증 때문에 숨도 차고 머리도 띵하다. 다이아막스를 반알 먹고 물도 많이 마시면서 한시 바삐 고소에 적응되도록 노력한다. 드디어 오늘부터 고소와의 전쟁이 시작되는 건가...(김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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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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