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 14:24ㆍ[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14일 금요일 7일차
아침에 일어나 화장실에 가려고 하니 힘도 없고 마치 구름 위를 걸어가는 것 같이 몸을 제대로 가누기가 힘이 든다. 다행히 날씨는 맑다. 아침을 먹고 단장님, 대장님, 나, 권영주, 진영숙, 조현숙대원 이렇게 6명이 고소적응이 잘 안 되어 찰토막마을까지 내려갔다가 오기로 했다. 비교적 고소적응이 순조로운 부대장님, 헌남형, 덕규형, 원수형은 베이스캠프에서 짐 정리와 휴식을 하기로 하고 우리는 무전기도 한 대를 준비하여 11시경 베이스캠프를 출발 한다. 날씨도 화창하고 고도를 조금 낮추니 나는 금새 컨디션이 좋아지는 것 같다. 약 1시간 걸어서 찰토막 마을에 도착하니 영어를 조금 할 줄 아는 남자가 다가와 오토바이가 필요한지 물으면서 어느 나라에서 왔는지 물어 본다. 우리는 그 현지인 소개로 고소적응을 위해 자기집 유르트에서 몇 시간 수면을 취하기로 했는데, 만약 몇 시간 휴식후에도 고소적응이 안될 때를 대비해 3~4시간 후에 오토바이나 지프를 준비해 줄 것을 부탁했다. 유르트 1채를 4시간 빌리는데 100위안(약 13,000)을 주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생각보다 공간이 넓었지만 한가지 문제는 먼지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잘 수 있게 이불을 펴주는데 유르트 지붕에 동그랗게 뚫어놓은 구멍사이로 비치는 햇살에 유르트 안에 둥둥 떠다니는 먼지가 보인다. 하지만 먼지보다 고소증으로 인한 고통이 훨씬 더 큰데 그까짓 것이 대수인가? 그냥 조용히 눈을 감고 누웠다.
얼마동안 잠이 들었을까? 선 잠이 들었는데 여자주인과 아이들과 할머니가 옆에 앉아서 우리가 신기한 듯 소곤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 일어나니 그들이 차와 빵, 요구르트(신 맛에 무미건조)를 먹어보라고 권하는데 그런대로 먹을 만 하다. 대장이 대원들의 상태를 관찰하여 아직 고소적응이 제대로 안 됐다고 판단하고 수바쉬까지 내려가기로 결정한다. 밖으로 나오니 유르트 근처에 벨기에 출신의 트레커 가족들이 텐트를 설치하고 있었다. 리더인 아버지는 유니세프 중국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는데 휴가차 이곳의 환경, 위생, 교육 등의 상황도 돌아보고 있다고 한다. 자녀들은 여러 나라에 흩어져 살면서 학교에 다니거나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고 하며, 큰 딸은 지금 베이스캠프에 다녀오는 길이라고 한다. 벨기에는 언어가 불어를 하는데 이렇게 가족이 들이 여러곳에 흩어져 살다가 휴가 때 함께 모여 트레킹을 다니는 것을 보면 서양인들의 생활방식은 우리와 많이 다른 것 같다. 우리는 그들에게 원정 기념스카프를 몇 장 선물로 주고 그들의 천막 안에서 수박을 얻어 먹으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가 요청한 오토바이가 도착했다. 1인당 30위안에 찰토막에서 수바쉬까지 내려가기로 흥정했다.
찰토막에서 수바쉬까지는 오토바이로 약 25분 정도 소요된다. 오토바이 뒤에 타고 내려오면서 혹시라도 오토바이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지나 않을까 내심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그들은 숙련된 솜씨로 운전을 잘 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수바쉬캠프로 무사히 내려왔다. 수바쉬캠프에는 종사자들이 모두 베이스캠프로 올라 갔는지 한적하다. 침대가 있는 유르트 사용료는 40위안/1인 이며 아침식사 비용은 10위안/1인, 저녁식사 비용은 30위안/1인 으로 하고 숙소에 짐을 풀었다. 고도를 많이 낮추어서 그런지 마음도 안정되고 몸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바깥에 나와 산책도 하면서 한가한 시간을 보낸다. 베이스캠프와 무전교신을 하여 베이스캠프에 남은 대원은 내일 캠프1에 텐트 2동을 설치하고 침낭 3개를 올리라고 대장님이 지시한다. 베이스캠프에 있는 대원들은 모두 상태가 좋은데 헌남형만 컨디션이 약간 좋지 않다고 한다. 우리는 오늘밤 수바쉬에서 하룻밤 자면서 고소적응을 하고 상태가 좋아지면 내일 지프를 이용하여 찰토막마을까지 이동한 후 걸어서 베이스캠프로 다시 올라가기로 하고 수바쉬캠프 관리인에게 내일 아침 지프를 한 대 불러줄 것을 요청하였다. 수바쉬캠프의 침대가 있는 유르트 안에는 석탄을 사용하는 난로가 있었는데 영주와 단장님이 난로에 석탄을 넣어 불을 지펴서 막사 안이 훈훈하다. 오후 9시경 저녁식사를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든다. 옆에 누워계시는 대장님의 기침소리가 심상치 않아 보인다. (김지성)
7월 15일 토요일 8일차
아침 일찍 일어나 오늘 수송할 장비를 준비하고 뜨거운 국화차를 수통에 담고 점심으로 알파미를 보온도시락에 싸서 9시경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한다. 고소적응차 수바쉬캠프로 하산했던 단장님과 대장님 및 대원들은 오늘 베이스캠프로 다시 올라 온다고 한다. 수바쉬캠프에서 찰토막마을까지 지프차 비용은 200위안 정도 한다고 하는데 흥정하면 더 싼 요금도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우리는 4,700m까지는 별 무리 없이 올랐으나 5,000m을 넘어서니 정부대장과 박선배가 두통을 호소하며 힘겨워 한다. 아침에 출발할 때는 손이 시렸으나 햇볕이 들자 금방 기온이 올라가고 능선에서는 가끔 바람이 불어와 체온을 빼앗아 가곤 한다. 우리는 고소증 때문에 거북이처럼 느린 걸음으로 발길을 옮긴다. 우리가 출발한지 한 시간쯤 지나서 다른 팀들도 올라오는 모습이 보인다.
등반 속도가 빠른 것으로 보아 그 중 많은 사람들이 고소 포터일 것으로 생각된다. 4,700m쯤에서 한 번 휴식한 후 5,000m에서 다시 휴식을 취한다. 정부대장이 지쳐서 더 이상의 운행은 무리라고 판단하고 아쉽지만 5,100m에 전진캠프용 텐트 1동을 설치하여 장비를 데포시키고 점심을 먹었다. 약 1시간쯤 전진캠프에서 휴식한 뒤 베이스캠프로 하산한다. 수바쉬캠프에서 올라온 대원들의 격려를 받으며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시원한 수박을 먹고 나니 살 것 같다. 경미한 두통이 있고 목안이 심하게 아파 하베스트 2정을 먹고 나니 조금 회복되는 것 같다. 스키장비와 캠프3용 식량은 내일 포터를 고용하여 전진캠프까지 수송하기로 하고 짐을 재 분류 한다. 내일은 컨디션이 좋으면 나와 정부대장과 덕규선배가 함께 전진캠프에서 하룻밤 머문뒤 캠프1을 건설하기 위해 올라가라는 대장님의 지시가 떨어졌다. 오후 8시 30분 저녁식사를 하면서 내일 등반을 위한 회의를 한다. (김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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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은 유르트안에 피워둔 난로 덕분에 따뜻하게 잘 잤다. 아침을 먹고 지프를 이용해 베이스캠프로 올라가기로 했다. 날짜는 하루씩 지나 가는데 고소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꾸 마음만 조급해 지는 것 같다. 이제서야 깨달았지만 이곳 위그루 사람들은 자신들의 시간을 북경 표준 시간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들만의 시간을 다르게 쓰고 있었다. 저녁식사 시간이나 지프 등을 요청할 때마다 이곳 현지 시간인지 북경시간인지 꼭 물어 보았는데 처음에는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없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이들은 북경 표준 시간보다 2시간이나 더 빠르게 시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사실 하루 중 일출과 일몰 시간을 봐도 이곳에서는 위그루족들이 사용하는 시간이 합리적인 것 같다. 더 넓은 중국영토에서 모두 북경 표준 시간을 적용하면 이곳 수바쉬같은 지역은 밤 10시가 되어야 해가 지는데 북경 표준시간을 적용해서 생활한다면 해가 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아침을 맞아야 하는 실정이다. 우리는 오전 10시까지 차량이 도착하도록 요청했는데 그 시간까지 도착이 가능한지 물어 보면 매번 ‘maybe’라는 대답만 들려줄 뿐이다. 다행히 우리가 요청한 시간보다 조금 늦게 지프가 도착했다. 10시 40분경 지프를 타고 수바쉬캠프를 출발하여 찰토막으로 출발했다. 수바쉬캠프에서 찰토막까지 지프 1대 사용 비용으로 200위안을 지불했는데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협상만 잘하면 100위안만 주어도 가능할 것 같아 보였다.
찰토막에 도착하여 우리는 확실한 고소적응을 위해서 베이스까지 걸어서 올라가기로 했다. 대장님은 아직도 두통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으신 것 같고 영숙이는 여전히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다. 베이스캠프를 향하여 올라가고 있는데 어린 아이들이 당나귀를 몰고 올라가며 타고 가라고 호객행위를 한다. 너무 힘들어 하는 영숙이가 애처로운지 대장님이 영숙이 혼자만 당나귀를 타고 올라가도록 한다. 기진맥진해서 올라가던 영숙이가 입이 이만큼 벌어진다. 오후 1시에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캠프1 설치를 위해 올라간 대원들에게 무전으로 연락을 한다. 선발대는 5,000m대 진입부터 머리가 너무 아파 하는 수 없이 5,100m에 있는 전진캠프에 텐트1동을 설치한 후 장비와 침낭을 데포시키고 내려오는 중인데 원수형만 컨디션이 괜찮고 부대장님과 덕규형은 두통이 심하다고 한다. 그리고 헌남형은 아직 고소적응이 되지 않아서 적응이 될 때까지 베이스캠프에서 쉬고 있었다. 오후 2시경 죽과 달걀후라이, 튀김, 빵으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 저 멀리 전진캠프에서 내려오고 있는 대원들이 보인다. 베이스캠프에서 망원경으로 보면 5,400m 캠프1까지는 선명하게 볼 수 있다. 전진캠프를 설치하고 내려온 대원들이 시원한 수박을 먹으면서 서로 서로 격려하는 모습이 내 마음을 훈훈하게 만든다. 전진캠프에 다녀온 대원들은 휴식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내일 전진캠프로 수송할 스키장비와 고소캠프에서 사용할 장비와 식량을 분류하여 내일 포타를 고용하여 짐을 수송하기 위하여 무게를 점검한다. 오늘 전진캠프를 구축하느라 무척 힘이 들었을텐데 부대장님과 휴식하던 대원들도 나와서 작업을 도와준다.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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