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4

2007. 6. 2. 13:59[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12일 수요일 5일차

아침 일찍 일어나서 캠프 주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해가 뜬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 그런지 아직 바람도 제법 많이 불고 기온이 제법 쌀쌀하다. 무즈타가타의 정상은 여전히 구름에 쌓인 채 그 자태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잠시 초원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명상에 잠겨본다. 등반을 떠나기 전에 불교대학에서 배운 명상과 호흡법으로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덕분에 이번 원정에서 마음의 동요가 있을 때마다 많은 도움이 되었다. 10시경 아침 식사를 하고 식당 천막과 취사도구, 식량 등을 먼저 베이스캠프로 수송하기 위해 등반가이드와 보조쿡 2명이 먼저 베이스캠프로 출발했다. 우리는 고소적응 차 베이스캠프로 올라가는 길 입구 오른편에 있는 봉우리로 고소적응 훈련을 갔다. 간단한 간식과 식수를 준비하여 약 20분 가량 올라가니 왼쪽 산 아래에 현지인들이 사는 마을이 보이고 마을 가까이에는 이슬람문화의 영향을 받은 듯한 묘지들이 보였다. 집들은 흙벽돌로 네모나게 지었고 묘지도 흙으로 봉분을 만들어 놓았다. 마을을 지나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을 따라 올라가다 오른쪽에 보이는 3,944m봉으로 올라간다. 밑에서 불과 200m 정도 올라가는데도 숨도 많이 차고 힘이 든다. 비로소 고산증이라는 것이 실감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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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시 45분경 산 정상에 도착하니 몸이 날려갈 만큼 바람이 아주 세게 분다. 잠깐 단체사진을 한 컷 촬영하고는바람이 없는 아래쪽으로 내려와 커피와 간식을 먹으며 고소순응을 위해 1시간가량 체류했다. 간식 중 육포의 인기가 대단하다. 하산은 마을 쪽으로 내려선다. 사막에는 동굴을 파고 사는 토끼만한 양서류가 많이 서식하는데 동물 이름이 환타라고 한다. 산을 내려와 마을 중간을 지나서 다시 막영지로 돌아왔다. 수바쉬캠프에 내려와서 영숙이와 영주는 고소증으로 머리가 아파다면서 일찌감치 침낭속으로 들어가 버린다. 대원들이 몇 일째 중국음식의 향료에 식욕을 잃은 것 같아서 저녁에는 내가 카레를 만들기로 했다. 감자와 양파, 카레 재료를 준비해서 쿡인 김영걸과 함께 식당에 취사도구를 빌리러 갔더니 현지 위그루인들이 우리가 하는 재료에 돼지 기름이 들어간 음식이라면 취사도구를 빌려줄 수가 없다고 한다. 이슬람교가 대부부인 그들에게 돼지고기는 가장 금기시 하는 음식이라고 한다. 한참을 설명하고 나서 겨우 취사도구를 빌려 카레를 만들어 그들이 만든 음식과 함께 먹으니 김치생각이 간절하다. 식사 후 재미삼아 고스톱을 치면서 왁자지컬 웃고 떠들며 즐기는 사이 고소적응에 상당히 도움이 되는 것 같다. 내일이면 드디어 베이스캠프로 출발한다. 수바쉬의 밤하늘은 별이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크고 밝게 빛난다. 마음속으로 무사산행을 기원하면서 잠을 청한다.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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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3일 목요일 6일차

오늘은 베이스캠프로 올라가는 날이다. 아침에 일어나니 나는 컨디션이 괜찮은 것 같은데 영숙이는 아직 상태가 좋지 않아 보인다. 아침식사로 튀긴 빵과 식초와 간장 그리고 고춧가루에 무친 오이생채, 달걀후라이와 숭늉이 나왔지만 다들 입에 잘 맞지 않는지 시큰둥한 표정이다. 아침을 먹고 나오니 벌써 짐을 운반할 낙타들이 도착해서 왁자지껄 소란스럽다. 개인 장비만 제외하고 나머지 짐은 모두 낙타로 베이스캠프캠프까지 수송한다고 한다. 그런데 짐 수송비용 중 현지 대행사가 우리에게 베이스캠프에서 제공하기 위해 구입한 식량의 운송비까지 원정대가 부담해야 한다는 쿡 김영걸의 말에 대장과 한참 의논끝에 우리가 직접 대행사와 협의하기로 하고 짐을 싣는다. 수바쉬캠프에서 베이스캠프캠프까지 짐 수송 계약을 할 때 현지 대행사에서 제공하는 취사장비와 식량 운송비용은 원정대와 에이전시 상호간 미리 명확한 계약을 해야 한다. 처음으로 가까이서 낙타를 보니 신기한 생각이 들었지만 낙타 코 잔등을 나무 송곳 같은 것으로 뚤어 고삐를 걸어서 낙타를 다룰 때 그걸 당겨서 낙타를 굴복시키는 모습에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경험 있는 낙타들은 주인이 시키는대로 알아서 앉아 자기의 짐을 싣고 일어서는데 초보 낙타들은 주인에게 실컷 맞고서야 무릅을 굽히고 어떤 녀석은 코에서 피까지 흘리니 더욱 안쓰럽다. 먼 옛날에 대상들과 함께 실크로드를 주름잡던 낙타들이 지금은 겨우 원정대의 짐을 수송해 주며 주인들의 생계를 이어주고 있다니 격세지감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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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 한 마리가 수송하는 짐 무게는 80kg인데 무게를 측정할 때 그들이 가져온 추를 얹어 측정하는 저울을 사용하는데 미덥지 못하다. 그래서 우리의 조그만 스프링 저울로 달아보니 그들도 신기한 듯 쳐다보고 나중에는 자신들에게 팔라고 한다. 11시경 짐을 낙타 9마리에 나누어 싣고 대원들과 함께 베이스캠프를 향하여 출발한다. 날씨는 화창하지만 바람이 쌀쌀하다. 출발해서 한참 기분 좋게 올라가다가 마을을 지나 잠시 휴식하려는데 원수형이 마을에서 비디오를 촬영하면서 GPS를 떨어뜨리고 온 것 같다고 한다. 몇 명이 다시 마을근처까지 내려가서 다행이 풀밭에서 GPS를 찾아서 올라온다. 시작부터 고소적응 훈련을 확실히 한다. GPS 고도가 3,886m를 가르키는 곳에 도착하니 폐허가 된 집이 몇 채 나타난다. 오른쪽은 빙하가 녹아서 흙탕물이 흘러내리는 계곡이고 왼쪽은 바위가 많은 산이다. 메마른 사막 길을 따라 고도를 높일수록 숨도 차고 발걸음이 느려진다. 오후 2시 3,997m 지점에 있는 큰 바위 아래에서 아침에 준비한 알파미와 강된장으로 점심을 먹는다. 강된장이 그런대로 먹을 만 했으며 중국 현지인들도 배가 고파서인지 입맛에 맞아서인지 몰라도 잘 먹는다. 이젠 제법 산의 윤곽이 뚜렷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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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조금 더 오르니 오른쪽 아래에 찰토막 마을이 보인다. 약 10여채 정도의 유르트와 오토바이, 그리고 여기저기 방목하는 가축들이 보인다. 잠시 후 벌써 등반을 마치고 걸어서 하산하는 미국팀을 만났는데 정상 바로 아래 7,200m까지 진출했으나 화이트아웃 현상으로 루트파인딩이 불가능해서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하는 중이라고 한다. 등반에 대해 아쉬운 듯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편안한 도시로 하산한다는 희망으로 즐거운 표정이다. 우리도 저들과 같이 덤덤한 마음으로 등반하고 싶다. 대장님과 헌남형이 앞서 가고 나머지 대원들은 자기 페이스에 맞추어 천천히 오른다. 모래산 주위로 가끔 야크와 토끼만한 들쥐의 일종인 환타가 보인다. 찰토막에서 올라오는 길은 지프차량 길과 사람들이 다니는 길이 따로 나 있었다. 오후 4시경 갑자기 하늘이 어두워지면서 먹구름이 짙어지고 짙은 가스가 시야를 가리면서 눈보라가 몰아치기 시작한다. 얼른 오버자켓을 꺼내 입는다. 베이스캠프에 가까이 다가 갈수록 눈이 점점 많이 내린다. 길도 흔적도 희미하고 주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길이 뚜렷한 지프차량 길을 따라서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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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드디어 베이스캠프 직전에 도착하니 헌남형이 마중을 나왔다. 베이스캠프에는 어제 먼저 올라온 등반가이드와 쿡 보조원들이 식당텐트는 설치해 놓았지만 우리 대원들이 사용할 텐트는 설치해 놓지 않아 지금 설치해야 한다고 한다. 눈보라가 몰아치고 고소적응도 제대로 안된 상태에서 텐트 사이트를 삽으로 고르고 팩을 돌로 박고 줄을 당겨 고정하며 거의 2시간가량 텐트 설치 작업을 하니 머리가 띵하고 어지러운 것이 고소증이 오는 것 같다. 호흡도 가쁘고 두통도 있고해서 따뜻한 물을 한 잔 마시고 헌남형, 나, 영주가 한 텐트를 사용하기로 하였다. 개인 장비를 정리하고 컨디션이 좋지않아 텐트속에 들어가 누웠다. 부대장님은 일을 벌인김에 GP안테나까지 세우신다고 분주한데 나는 미안한 마음으로 먼저 텐트에 누웠있다가 저녁을 대충 먹고 다시 자리에 눕는다. 염려했던 고소증세가 서서히 나타나는 모양이다. 다이아막스 반 알을 복용하고 내일은 컨디션이 좋아지기 빌어 본다. 내일은 베이스캠프 정비와 휴식일이라서 마음은 느긋한데 머리가 어지럽고 두통이 심하다. 화장실은 100m나 가야 되고...(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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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니 두통으로 머리가 지끈거린다.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하고 부시시하게 일어났는데 코피가 저절로 쏟아지는 것을 보니 덜컥 겁이 난다. 아직 고소적응이 덜된 상태라 머리도 아프고 소화도 되지 않는다. 더구나 아침 식사메뉴가 말이 흰죽이지 물에 밥알 몇 개가 둥둥 떠다니는게 고작인 죽과 기름에 잠수시켜 만든 것 같은 달걀후라이에 무지하게 짠 단무지와 함게 먹고 나니 속이 한층 더부룩해진다. 이러다가 베이스캠프까지도 가지 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 앞선다. 식사 후 한의사인 덕규선배의 침 시술을 받고 겨우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오전 10시경 카고백의 무게를 체크한 후 낙타에 짐을 싣는데 중국 사람들의 느긋한 성격 때문인지 짐을 싣는데도 필요 이상의 시간을 허비한다. 대원들은 최소한의 장비만 배낭에 넣고 드디어 베이스캠프로 긴 여정길을 떠난다. 들판의 공기는 상쾌하고 맑지만 길 주변에는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메마른 모래산과 끝없는 사막으로 이루어진 황량한 들판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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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빠르게 걸어도 머리가 어지럽고 숨쉬는 것이 힘든다. 평지길을 걸어가도 이렇게 힘이 드는데 언제쯤 베이스캠프에 도착할지 조바심이 생기지만 속도는 더 이상 빨라지지 않는다. 메마르고 황량한 사막 길을 하염없이 걷다 보니 선두팀과 나의 간격이 1시간 이상 벌어진 것 같다. 겨우 4,300m 고도에 도달하니 설상가상 눈까지 내리기 시작한다. 아직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려면 한참 더 올라가야할 것 같은데 기온은 차츰 내려가고 추위까지 엄습해서 나를 더욱 힘들게 만든다. 그나마 부대장님이 옆에서 나와 함께 보조를 맞추어 운행해주시는 것이 내게는 큰 힘이 된다. 저 멀리 베이스캠프가 보일때 쯤 헌남 선배가 마중을 나왔다. 선배님들의 세심한 배려가 너무 고맙고 또 한편으로는 괜히 나 하나 때문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스런 마음도 든다. 8시간의 지루하고도 먼 길을 걸어 드디어 베이스캠프에 입성하자 선배님들이 반갑게 맞아준다. 너무 감격스럽고 이루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기쁨이 벅차오른다. (진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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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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