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 15:12ㆍ[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16일 일요일 9일차
오늘은 드디어 전진캠프로 올라간다.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고소적응차 수바쉬까지 내려갔다 온 것이 도움이 되었는지 몸이 가뿐하다. 어제 전진캠프를 설치한 대원들은 오전에 휴식하고 나머지 대원들은 고소적응 겸 전진캠프까지 장비와 식량을 수송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쌀죽에 달걀후라이와 마른반찬 뿐이지만 수바쉬캠프보다는 반찬과 음식을 우리 기호에 맞게 먹을 수가 있어 한결 좋다. 어제 분류한 스키장비와 고소식량이 든 카고백 2개는 포타를 고용하여 수송하기로 하고 6명(한영준대장, 김원수, 김지성, 김헌남, 권영주, 조현숙)의 대원들이 먼저 전진캠프로 출발한다. 올해는 예년보다 적설량이 적어서 베이스캠프에서 5,200m까지 눈이 거의 없어 오르는 길에 먼지가 많이 날린다. 모두 느린 동작으로 고소적응을 위해 최대한 천천히 오른다. 빨리 오르고 싶어도 숨이 목구멍까지 차서 어림도 없다. 등반 복장은 고소내의에 파워스트레치 상하의를 착용하고 오버자켓과 트라우저는 배낭에 넣어서 간다. 신체의 탈수현상을 방지하기 위해 자주 물을 마셔야 하는 것을 잊어 버리지 않기 위해서 배낭 멜빵 고리에 수통을 메달고 가면서 자주 물을 마신다. 탈수현상이 심화되면 고소증에도 적지않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식수로 1리터짜리 수통에 2통을 준비했으니 충분할 것이다. 다이아막스 반알을 먹으니 소변도 잘 배설된다. 소변을 보고 물을 먹을 때마다 머리가 맑아지는 느낌을 확실히 받을 수가 있다. 조금씩 고소적응의 노하우가 생기니 자신감이 생긴다. 다른 대원들은 다이아막스를 복용하는지 않하는지 통 알 수가 없다. 단지 대장님은 베이스캠프에서 딱 한 알 먹은 이후로 전혀 복용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4,500m 지점에서 베이스캠프의 단장님과 원수형이 무전기 교신 상태를 시험하기 위하여 무전 교신을 한다. 베이스캠프에서 망원경으로 5,400m의 캠프1 까지는 잘 보이므로 베이스캠프에서 쉽게 대원들의 위치를 파악할 수가 있다. 4,700m에서 휴식을 취하며 다시 베이스캠프와 교신을 한다. 오후 2시경 원수형과 헌남형이 전진캠프에 도착하고 권영주대원의 뒤를 이어 나도 5,100m의 전진캠프에 도착했다. 내가 도착하니 포터들들 당나귀에 실은 짐을 어디에 내릴 것인지 묻는다. 내 생각에는 어차피 올릴 짐이므로 조금이라도 더 높은 곳으로 올리고 싶은데 베이스캠프에서는 전진캠프에 내려 놓으라고 한다. 잠시 후 대장이 도착하여 베이스캠프의 통역과 교신하여 을 5,300m 캠프1에 내려달라고 했으나 이미 짐을 내린 후 당나귀가 내려가 버렸기 때문에 곤란하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전진캠프에 짐을 보관하는 수 밖에 없었다. 어제 설치한 텐트를 걷어서 조금 위쪽의 더 좋은 자리로 옮기고 추가로 3~4인용 텐트 1동을 더 설치하고 짐을 정리한다. 점심은 보온도시락에 싸온 알파미와 마른반찬류, 해찬들 강된장으로 먹는데 목이 메어 잘 넘어가지 않는다.
오후 3시경 베이스캠프에서 정종렬부대장님과 덕규형이 출발한다고 연락이 왔다. 어제 전진캠프까지 고소적을 한 원수형만 남고 대장님, 나, 헌남형, 조현숙, 권영주대원은 베이스캠프로 내려가기로 했다. 내려오는 도중에 부대장님과 덕규형을 보니 감회가 새롭다. 오후 4시경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맛있는 수박이 준비되어 있었다. 시원한 수박을 먹고 나서 배낭을 정리하고 오랜만에 머리를 감았더니 날아갈 것 같이 개운하다. 대장님은 전진캠프에 있는 원수형과 무전으로 전진캠프 옆 계곡의 눈 상태를 파악하고 있다. 지난해 대산련팀은 전진캠프 오른쪽 계곡으로 스키로 등반하고 다운힐도 했다고 하니 우리도 시도해보려는 것 같다. 원수형이 오전과 오후 기온에 따라 눈의 상태가 틀리므로 내일 아침에 확인 해보고 다시 연락하겠다고 한다. 오후 7시경 정부대장님과 덕규형이 전진캠프에 도착했다는 무전 연락이 왔다. 대장님이 내일은 전진캠프 오른쪽 계곡으로 스키등반하여 가장 높은 5,570m의 캠프1에 텐트 2동을 설치하고 침낭을 수송하라는 지시를 내린다. 저녁식사는 밥과 된장찌개, 육개장, 달걀찜으로 맛있게 먹었다. 식사 후 쉬고 있으니 현지 고용인들이 수바쉬 식당에 있던 종업원들이 베이스캠프로 올라와 양고기꼬지를 만들어 팔고 있다고 해서 꼬지를 좀 사서 모처럼만에 약간의 고량주와 함께 베이스캠프에서 저녁시간을 즐긴다. 내일은 다시 전진캠프에 올라 1박 한다고 하는데 권영주대원은 고소증세가 악화되어 컨디션이 많이 좋지 않은 것 같다. (김지성)
7월 17일 월요일 10일차
오늘은 전진캠프까지만 이동하면 되므로 느긋하게 일어나 늦은 아침을 먹는다. 전진캠프에서 하루 머문 정부대장님과 덕규형, 원수형이 오른쪽에 눈이 덮힌 계곡을 따라 스키등반으로 출발한다는 무전 교신이 왔다. 망원경으로 보니 스키등반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이는데 속도가 아주 느리다. 나중에 들은 바로는 등반루트를 잘못 선택해서 캠프1까지 올라가는데 굉장히 힘들었다고 했다. 평소 혈압이 높았던 원정단장님께서 고소생활에 힘들어 하시더니 이제 더 이상 견디기 힘들다고 하시면서 일단 수바쉬캠프까지 하산해서 상태가 호전되지 않으면 카쉬가르까지 내려가서 휴식한 후 정상등정 일정에 맞추어 다시 베이스캠프로 올라 오시겠다고 하신다. 입술까지 부르터신걸 보면 많이 힘드셨던 모양이다. 11시경 지프가 도착하여 카스 대행사 가이드인 당수광씨와 함께 하산 하신다. 고소캠프로 올릴 짐을 다시 세분해서 무게를 과감히 줄이고 점심으로 라면과 즉석 쌀국수, 달걀찜과 김치 등으로 아주 맛있게 먹었다. 달걀은 카쉬가르에서 약 1,000개를 구입하여 베이스캠프로 수송하였는데 초반에는 쿡이 요리를 제대로 하지 못하여 거의 소비가 되지 않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단장님이 집에서 사모님의 달걀찜 요리를 생각해 내셔서 쿡에게 조리법을 가르쳐 만들었는데 양파를 섞어서 만든 달걀찜은 이후 베이스캠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이 되었다.
오후 1시 20분 전진캠프를 향해 출발한다. 이제 두 번째 올라가는 길이라서 그런지 힘이 좀 덜 드는 것 같다. 나는 4시 40분경에 전진캠프에 도착하고 권영주대원은 좀 늦게 도착했는데 아직까지 고소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는지 아주 힘들어 한다. 이상하게 몸의 근육질이 많거나 나이가 젊은 대원들은 고소적응이 잘 안되는 것 같다. 국내에서 훈련때는 그렇게 힘이 넘치던 영주가 이곳에서는 맥을 못추니 정말 아이러니가 아닐수 없다. 통계에 의하면 나이가 너무 젊은 대원들은 대다수가 고소적응이 잘 안된다는 보고가 있었지만 막상 우리팀의 대원들이 고소증으로 트러블을 겪는 모습을 보니 새삼스럽다. 대장님의 지시로 영주를 베이스캠프로 내려 보낸 후 전진캠프의 짐을 다시 정리하고 나서 5,200m지점에 스키장비를 데포하기 위해 올라가다가 피로에 지쳐 하산하는 정부대장님과 덕규형, 원수형을 만났다. 오늘 등반이 너무너무 힘들었다고 하시며 손사래를 치신다. 잠깐동안의 만남을 뒤로 하고 5,200m 가까이 설선이 시작되는 지점에 돌로 케른을 쌓고 카고백에 스키와 부츠를 보관하고 전진캠프로 돌아왔다. 전진캠프의 공간이 협소해서 다시 장비 보관용 텐트를 한동 더 설치하여 짐을 분산하였다. 저녁으로 알파미와 북어국, 김치, 마른반찬과 함께 먹었는데, 개인적으로 이번 원정시 준비한 김치찌개와 북어국, 육개장중에 북어국이 속도 제일 편하고 먹기에 좋았던 것 같다. 옆 사이트에 뉴질랜드팀 4명이 전진캠프에 새로 텐트 2동을 설치하고 있었는데 그들은 벌써 캠프2까지 한 차례 고소적응차 다녀왔다고 하니 부럽기만 하다.
이곳 전진캠프(5,100m) 위로는 통상적인 캠프1(5,200m)과 약 200m 더 높은 눈사면 중간에 눈을 깍아서 만든 또 다른 캠프1(5,400m)과 그리고 그위에 가장 높은 캠프1(5,570m) 이렇게 3개의 캠프1 사이트가 있다. 전진캠프 사이트는 바닥이 거의 돌로 이루어져 있으며 5~6동의 텐트를 설치할 수가 있고 기존의 캠프1은 설선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눈과 돌이 섞여 있고 경사가 대체로 완만하며, 주위로 넓게 10~15동 정도의 텐트를 설치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중간의 5,400m는 캠프1 사이트는 눈사면을 깍아서 만든 사이트인데 10동 정도의 텐트를 설치할 수가 있었지만 처음 이 캠프 사이트를 삽으로 파내고 설치하기란 굉장히 힘이 들것 같다.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캠프1 사이트는 넓고 평평해서 수십동의 텐트 설치가 가능한데 한 가지 단점은 베이스캠프에서는 전혀 캠프가 보이지 않으며 주변의 히든 크래바스가 더러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저녁 10시경 대장이 베이스캠프의 부대장님과 교신을 한다. 현재 베이스캠프에서 대기하는 팀은 내일 하루 쉬고 전진캠프에 머물고 있는 팀은 내일 캠프1까지 식량을 수송하고 나서 베이스캠프로 내려가기로 했다. 캠프사이트가 서서히 어두워지면서 황금빛 노을에 물들어 가는 콩쿠르산과 깨알 같은 점으로 보이는 수바쉬캠프, 아스라이 멀리 보이는 파키스탄령 쪽의 히말라야산맥의 파노라마가 일몰의 풍경과 더불어 내 영혼을 소년처럼 순수하게 만든다. 이내 어둠이 별과 함께 찾아와 밤 하늘을 수놓고 있는 모습을 보노라면 새삼 두고 온 가족들이 그리워진다.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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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 반쯤 눈을 떠 보니 밖에는 간밤에 서리가 내려 주변이 하얗다. 스키와 부츠를 밖에 내 놓아 젖지 않았을까 염려스러웠으나 다행히 젖지 않았다. 물을 끓여 수통에 담고 누룽지를 삶아 아침을 먹고 점심용 알파미 도시락도 준비했다. 기온이 낮아 출발 시간을 10시에서 11시로 미루고 눈이 있는 오른쪽 계곡으로 스키 등반을 하기 위해 장비를 점검했다. 아침 햇살이 텐트를 비추자 순식간에 기온이 올라간다. 서둘러 캠프1에 설치할 텐트와 장비를 베낭에 넣고 출발한다. 계곡에 쌓여있는 눈의 상태는 바닥에 먼저 쌓인 눈이 결빙되어 있고 그 위에는 신설이 살짝 덮여 있어서 스키 크램폰과 씰이 잘 작동하지 않는 곳이 많아 아주 위험하다. 우리는 설사면에서 추락하지 않기 위해 극도로 주의하면서 등반하지만 눈 사면의 상태가 나빠서 아주 느린 속도로 전진해야만 했다. 시간은 빨리 흐르고 중간에서 도시락으로 점심을 먹고 다시 등행을 시작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급경사 설벽과 어깨를 짓누르는 배낭의 무게로 인해 체력은 점점 떨어져가고 추락의 위험에 대한 공포감마저 엄습해 온다. 오후 4시가 조금 지나서 기나긴 시간의 등행 끝에 드디어 5,570m의 캠프1에 도착할 수 있었다. 캠프1 중에 가장 높은 고도에 있는 이 사이트는 베이스캠프에서는 전혀 볼 수 없으며, 주변이 비교적 넓고 평탄한 지형을 이루고 있다. 이 곳에서 왼쪽 대각선 위쪽 방향은 캠프2로 올라가는 길이고 뒤쪽과 오른쪽 끝에는 작은 크레바스가 몰려있어 이동시에 주의해야 한다. 주변 경관을 비디오로 촬영하고 나서 눈삽으로 캠프사이트를 고르는데 몇 번의 삽질에 숨이 턱까지 차올라 고도가 높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시간은 금방 흘러가고 캠프사이트 작업은 진전이 없다. 한 시간쯤 지나서 박선배가 도착하고 뒤이어 부대장이 도착한다. 두 사람 모두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내가 먼저 작업하던 텐트 사이트를 포기하고 조금 아래쪽의 평탄한 눈 위에 그대로 텐트 2동을 설치했다. 오늘 베이스캠프에서 출발한 대원들이 전진캠프에 5시쯤 도착했다고 무전을 통해 알려 왔다. 오후 6시가 조금 넘어 하산 한다는 보고를 하고 전진캠프로 향했다. 5,200m쯤 내려오다 대장님과 헌남선배를 만났는데 스키 장비를 모레인지대와 설사면 경계지점에 데포시키려고 올라오는 중이라고 한다. 전진캠프에 도착하니 영숙이가 반갑게 맞아 주었다. 데포시킬 장비와 가지고 내려갈 장비를 정리하고 서둘러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 한다. 내려오는 도중에 먼저 내려가고 있는 권영주대원을 만났는데 고소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 몸 상태가 많이 안 좋아 보였다. 거의 9시가 다 되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하여 차 한 잔 하면서 망원경으로 뒤에 내려오는 권영주대원을 지켜보니 너무 힘들어 하는 것 같아서 등반가이드 양호석과 쿡 김영걸에게 물을 준비해서 마중을 보내 함께 내려왔다. 도착 후 영주는 박선배에게 약을 받아 먹고 저녁도 먹지 않고 텐트에 드러누워 버렸다. 늦은 저녁을 먹고 차 하잔 하고 나니 벌써 밤 12시가 다 되어 간다. 오늘따라 텐트 옆으로 흐르는 빙하 물소리가 유난히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김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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