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4. 17:06ㆍ[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31일 월요일 24일차
카쉬가르공항에서 약 100kg 정도의 수하물 오버차지로 2,000위안(약 240,000원)을 지불하였다. 새벽 1시 20분발 우루무치행 비행기를 타고 2시 50분에 우루무치공항에 도착하여 오리엔트다이내스티호텔로 이동하였다. 호텔에서 잠도 몇 시간 자지 못하고 일어나 오전 10시경 늦은 아침을 먹고 오늘은 우루무치에 있는 천산 천지호수를 관람하기 위해 출발한다.
◇ 천산(天山) 천지(天池)
중앙아시아 대륙 실크로드의 중간에 커다란 분지 타클라마칸사막이 있고, 이 곳에는 사막을 가로 지르는 길이 2,555km의 대 장벽이 있는데, 이 장벽이 천산산맥(天山山脈)이다. 또 산맥의 북쪽을 천산북로(天山北路), 남쪽을 천산남로(天山南路)라고 부른다. 천산지역은 연중 평균기온이 낮아서 일년내내 눈이 쌓여 있는데, 천산 뒷쪽에 있는 보그다봉(5,445m, Bogda, 博格達峰) 위에 쌓인 눈은 일년내내 녹지 않아서 사시사철 흰산의 아름다움을 제공한다.
천산 천지는 우루무치에서 동쪽으로 110㎞ 지점인 보그다봉의 북쪽 아래 지역에 있으며, 남북 길이 3.4㎞, 동서 폭 1㎞, 넓이 5㎢, 해발 1,910m인 천지는 우리 나라 백두산 천지와 이름이 같아 흥미롭다. 전설에 따르면, 천지는 하늘나라 서왕모가 목욕하던 연못이었다고도 한다. 또한 3000년 전에 유목부락 서왕모가 살던 선경이 천지였다는 다른 전설도 있다. 천산산맥의 눈이 녹으면서 만들어진 호수인 천지 주변에는 침엽수림이 자란다. 이러한 침엽수림은 보그다봉의 만년설과 어울려서 장관을 이룬다.
천지에서 유람선을 타고 암자에 들렀다가 호수를 한 바퀴 돌아 나와서 전기차를 타고 주차장으로 내려왔다. 중국땅에서 계곡에 맑은 물이 흐르는 곳은 이 천산 천지에서 처음 보았는데 우리나라는 당연히 모든 산 골짜기에 맑은 계류가 흐르지만 중국은 우리나라와 달리 맑은 물이 흐르는 강이나 계류를 찾아 보기가 쉽지 않다. 점심을 먹고 한약재를 판매하는 곳에 들렀는데 한의학의 종주국답게 약재의 종류가 무수히 많다. 그 중에는 눈에 익은 영지버섯도 보였는데 우리나라 영지버섯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큰 것이 대부분이다. 천산 주변 관람을 마치고 버스로 다시 시내로 이동하여 우리나라의 백화점 비슷한 마켓으로 쇼핑을 갔다. 제법 규모가 큰 여러층으로 이루어진 마켓에는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는데 특히 신장성의 특산품인 수공예 칼 제품이 눈낄을 끌었다. 쇼핑을 마치고 저녁 8시반경 우루무치 가이드에게 현지 한국식당을 알아보라고 하니 여기저기 연락해 보더니 한 곳을 찾아서 미리 예약을 하고 출발한다. 그 식당의 이름은 '한성한국요리' 인데 한국인이 직접 운영하는 식당이다. 지금까지 보아왔던 지저분한 중국인 음식점과 달리 내부가 깔끔하게 단장되어 있어 기분이 좋다. 음식의 종류도 아주 다양하게 한식이 준비되어 있었으며 우리팀을 위해 김치와 깍두기는 그냥 서비스로 제공해 주어서 고마웠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을 보니 대원들의 식욕이 왕성해진다. 짜장면을 시켜 순식간에 한 그릇씩 비우고 또 김치찌게, 된장찌게, 삼겹살, 소주 등...정신없이 먹었다. 그런데 매일 알콜도수 50도가 넘는 고량주만 마시다가 소주를 마시니 맛이 거의 맹물 수준이다. 저녁식사를 마치고 식당주인이 소개하는 한국노래를 부를 수 있는 노래방으로 가서 맥주도 한 잔 하면서 흥겹게 노래도 부르며 즐기다가 호텔로 돌아왔다.
8월 1일 화요일 25일차
이곳에서의 하루 일과를 시작하는 시간은 빠르면 오전 9시이며 보통 10시에 아침을 먹는 일이 허다했다. 해가 늦게 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그 다음 날 아침 시작 시간도 늦어지는 모양이다. 아침 식사 후 다시 장비를 재 패킹 한다. 항공스케쥴 변경으로 취소가 되었던 항공 수하물 추가중량 서비스를 다시 재 요청하여 승인 받는데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겨우 어제 오후에서야 승인이 났다는 연락을 받았기 때문이다. 요즘 대한항공에서는 국제선 항공 수하물의 허용 기준인 20kg을 엄격하게 적용한다고 한다. 우리는 출국전에 대한항공에 해외원정대 항공수하물 추가 승인 요청 공문을 보내 인천-우루무치 왕복 구간에 한 사람당 30kg까지 허용을 받았었다. 그러나 귀국 스케쥴을 변경한 탓에 추가 수하물 허용 승인을 국내 에이전시에서 다시 요청하였는데 귀국일이 임박해서야 겨우 승인을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20kg으로 포장되어 있던 카고백을 다시 모두 30kg으로 재 패킹하였다. 짐 패킹을 마치고 11시 40분경 호텔 체크아웃을 한 후 짐을 모두 버스에 싣고 홍산공원 관람을 위해 출발한다.
◇ 홍산(紅山)
우루무치시내 중심에 위치한 홍산은 붉은색 돌로 이루어진 산이라고 해서 홍산(紅山)이란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홍산은 산세가 동서쪽으로 향해 있고 크고 작은 암벽들로 이루어졌는데, 주 봉우리는 해발 1,391m이다. 산머리가 마치 호랑이같고, 암벽이 붉은 색이어서, "호두산(虎斗山)', 홍산취(紅山嘴)'라고도 불린다. 원래 홍산은 당애 불교의 성지였는데 안타깝게도 이때의 문물과 유적이 지금은 남아있지 않다고 한다.
홍산은 여러 해를 거쳐 녹화(綠化)를 이루어 울창해졌고, 산 기슭에는 인민공원인 홍산공원이 조성 되었다. 공원내에는 누각이나 정자 등이 있고, 동물원이나 찾집 등이 있어서 시민들의 휴식장소로 이용되고 있다. 근래에는 청대 민족 영웅인 칙서(則徐)의 돌조각상과 홍산의 녹화를 기념하는 조각이 각각 세워졌다. 홍산 정상에는 우루무치의 상징이라고 하는 1788년에 건립한 9층 진룡탑(鎭龍塔)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 이 산은 한 마리의 용이었는데, 우루무치에 대홍수를 일으킨 죄로 여신 서왕모가 화나서 용의 머리 위에 탑을 세워 용을 진압했다고 한다. 그 탑이 바로 이 진룡탑이라는 것이다. 또 홍산 정상에 있는 "원조루(遠眺樓)"에 오르면 우루무치시내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홍산공원 관람을 마치고 신강위그루자치구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우루무치의 신장(新疆)위구르자치구박물관은 실크로드 본고장에서 화려한 옛 문명의 향기를 맡으려는 순례자들이 단골로 들르는 곳이라 한다. 지하 1층 지상 2층으로 건립되어 있는 박물관 연전에는 타클라마칸사막의 옛 도시 니야 유적 등 3만7000점의 유물을 소장하고 있으며, 주(主)전시실은 1층에 위치하고 있다. 중국은 현재 자기 영토 내에서 활동한 모든 민족은 중화민족이라는 다민족 통일국가론을 내세우면서 소수민족의 역사도 모두 자기 것이라고 우기는 중화제국주의는 다른 민족의 고유한 역사와 뿌리를 짓밟는 후안무치한 오랑캐들의 소행으로 절대 묵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중국이 소수민족 역사를 자기 것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56개 민족으로 이뤄진 중국의 국민적 영토 통합을 위해서다. 하지만 자기들이 뭉치겠다고 주변 민족의 역사를 멋대로 왜곡하는 난폭한 역사관으로는 결국 이웃 나라와 ‘역사전쟁’을 가져올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박물관을 나와서 시내에 있는 옥제품 전문 매장으로 쇼핑을 갔다. 세계 1위를 자랑하는 인구의 규모에 걸맞게 모든 것이 규모가 크고 웅장하다. 3층 건물 전체가 옥을 파는 매장이다. 진열대 안에 장식되어 있는 옥제품을 둘러보니 그 다양성에 저절로 감탄사가 흘러 나온다. 쇼핑을 마치고 저녁 시간이 아직 많이 남아서 근처에 있는 시장에 구경을 갔다가 어제 저녁 식사를 했던 한국인이 운영하는 한성식당에 다시 갔다. 대원들은 오늘도 어제처럼 변함없이 왕성한 식욕을 보인다. 하기야 거의 25일 가까이 중국 음식만 구경하다가 한국 음식을 보니 그럴만도 하다. 거나하게 음식을 먹고나서 중국에 가서 안 해보면 후회한다는 유명한 발 마사지를 받으러 갔다. 중국에서는 이 발 마사지만 전문으로 가르치는 교육기관까지 있으며 그 곳을 수료하여 자격증을 취득해야만 공식적으로 마사지를 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유명한지 짐작이 갈 것이다. 발 마사지를 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가 깨어보니 1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 버렸다. 발 마사지를 끝내고 대원들이 모두 집결하여 꿈에도 그리던 한국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우루무치 공항으로 이동한다.
8월 2일 수요일 26일차
우루무치 공항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짐을 내려 공항입구로 모두 옮겼다. 그런데 귀국할 때와 마찬가지로 출국할 때에도 초라한 옛날 공항 건물에서 탑승 수속을 해야 한다고 한다. 공항안에는 에어컨도 없어 정말 후덥지근 했다. 더위를 식히기 위해 아이스크림을 몇 개씩 먹으며 탑승 수속이 시작되기를 기다린다. 이놈의 공항은 도무지 서비스라고는 찾아볼래야 찾아 볼 수도 없다. 탑승 수속 안내 방송도 없고 아무 것도 없다. 모든 것을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니 정말 짜증이 난다. 새벽 1시경 그 동안 함께 생활하며 정이 들었던 등반가이드 양호석씨와 쿡겸 통역인 김영걸씨와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탑승 수속을 위해 대기실로 들어갔다. 그런데 우리팀은 항공 스케쥴을 변경하였기 때문에 확인을 받아야 하는데 아무리 둘러 보아도 창구가 없다. 흡사 무슨 시골 간이역같은 모습이다. 어찌할 바를 몰라 우왕좌왕하고 있는데 옆에서 한국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뒤돌아 보니 몇 명의 한국인이 항공사 직원인 듯한 사람과 대화를 하고 있었는데 알고보니 그 사람이 바로 대한항공 우루무치공항지점 책임자였다. 그에게 우리의 스케쥴 변경 이야기를 하자 이미 그는 우리의 상황을 알고 있었으며 수하물 수송대에 또 다른 대한항공 직원이 한 사람 있으니 그 쪽에 가서 이야기하면 알아서 해 줄 것이라고 한다. 우여곡절 끝에 무사히 탑승 수속을 완료하고 탑승 대기실 안으로 들어갔다. 그 곳에는 우리와 같이 등반을 했던 뉴질랜드팀이 먼저와 있었다 우리는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루무치에서 뉴질랜드로 논스톱으로 가는 항공편이 없어 하는 수 없이 다시 대한항공을 타고 한국을 경유하여 귀국한다고 한다. 그들과는 인연이 많다. 시작부터 같이 출발해서 두팀 모두 스키를 이용하여 등반하고, 정상 등정 후 귀국일정도 똑 같은 것을 보면 이건 보통 인연이 아닌 것이다.
새벽 2시 10분 드디어 대한항공 KE884편은 우람한 굉음을 울리면서 어둠속의 우루무치공항을 사뿐히 날아 오른다. 나는 그제서야 안도의 긴 한 숨을 내쉬며 지그시 두 눈을 감는다. 1년여 가까이 훈련하고 준비하여 원정을 떠나 한 달 가까이 등반하면서 즐거웠던 일과 힘들었던 기억들을 반추하면서 알 수 없는 허무감에 젖어든다. 등반을 떠났다가 돌아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열심히 훈련하고 준비하는 그 과정이 오히려 실제 등반을 하는 그 순간보다 더 행복하다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비행기는 아침 7시 15분경 5시간여의 비행끝에 드디어 그리고 그리던 인천 공항에 안착한다. 공항에 도착하니 드림익스퍼디션의 전종열팀장이 마중을 나왔다. 모르긴해도 이번에 우리팀의 에이전시를 맡아서 고생깨나 했을 것이다. 물론 그 때문에 우리 원정대도 상당한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지만 그래도 국내에 그러한 에이전시가 있다는 사실 하나만 해도 우리 산악인들은 다행으로 알아야 한다. 이전에는 대부분의 팀들이 중국쪽으로 등반을 갈 때면 중국 현지 에이전시에 등반 대행을 위탁하였는데 등반 도중이나 끝날 무렵 항상 원정비용 때문에 문제가 생기곤 했는데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만 했다고 한다. 하지만 우리 원정대는 이번 등반기간 동안 에이전시의 착오로 추가 비용이 발생한 부분에 대해서는 전액 환불을 받을수 있었다. 인천 공항에서 아침 식사를 하고 칼 리무진 셔틀버스에 짐을 싣고 김포공항으로 이동하여 10시 30분 발 울산행 비행기에 탑승하였다. 약 1시간의 비행끝에 울산공항에 도착하니 많은 회원들과 가족들이 마중을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 시즌이 한창 여름휴가 기간인데 우리 때문에 휴가도 가지 못하고 마중 나온 것에 대해 미안할 따름이었다. 한 달여 만에 그리운 가족들과 재회를 하고 미리 예약해 둔 삼산동 횟집으로 자리를 옮겨서 그 동안 정말 먹고 싶었던 생선회를 실컷 먹으며 산악회원들과 가족들과 함께 재회의 기쁨을 만끽하였다. 끝으로 이번 무즈타가타 원정을 위하여 뒤에서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신 고도화학주식회사 정석관 사장님, 레저마트 문홍인 사장님, 산악회 회원 여러분, 울산지역 산악 선후배 여러분, 또 울산지역 해병전우회 회원 여러분 등 모든 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 목표를 정하고 시련에 도전하는 자 만이 성취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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