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4. 16:13ㆍ[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27일 목요일 20일차
오늘은 베이스캠프 아래 전지역이 자욱한 황사 먼지로 뒤덮여 시야가 흐릿하다. 어젯밤 늦은 시간까지 벌인 축하 만찬과 누적된 피로 때문에 몸이 개운하지 않다. 오늘은 베이스캠프에서 하루 휴식하면서 그 동안 등반하면서 지친 몸을 추스리고 베이스캠프 철수 계획을 세운다. 계획한 원정일정보다 5일 정도 빨리 등반이 종료되어 가능한 일정을 앞 당겨서 귀국하기로 단장님과 의논을 한다. 하지만 귀국 스케쥴을 변경하려면 국내 에이전시와 전화로 연락을 해야 하는데 이곳 베이스캠프에서는 휴대폰은 통화가 되지 않고 위성전화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위성전화를 보유한 중국팀은 이미 어제 베이스캠프에서 철수하고 없어서 다른 방법을 찾아야 했다. 다행이 베이스캠프에서 약 300m정도 떨어져 있는 기상관측 통신용 안테나가 설치된 작은 봉우리에 오르면 중국 차이나텔레콤 통신회사의 휴대전화는 통화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는 카스 현지 대행사 가이드인 당소강씨의 휴대폰을 빌려서 산악회와 국내 에이전시에 연락을 하기 위하여 그 곳으로 갔다. 베이스캠프에서 그 곳까지 이동하는데 소요되는 시간은 15분 정도 소요된다. 송신기지에 도착하여 휴대폰으로 한국에 통화를 시도하니 다행히 연결이 된다. 먼저 산악회 회장님에게 전화를 하여 우리의 등정성공과 대원들이 모두 건강하다는 소식을 전하니 윤태곤회장님이 반갑게 축하해 준다. 우리팀의 등반대행을 맡은 드림익스퍼디션 에이전시의 김수현 대표에게 전화하여 귀국 스케쥴을 변경하여 일정을 4일 앞당겨 달라고 요청하니 오후가 되어야 스케쥴 변경 가능 여부를 알 수 있다고 한다.
오후에 다시 연락하기로 하고 베이스캠프로 복귀하여 철수를 위하여 공동장비와 개인장비를 분류하여 국내에 반입할 장비와 현지에서 처분할 장비를 구분하였다. 귀국시 항공 수하물 허용중량 초과 문제 때문에 가능하면 필요없는 장비는 처분하여 최대한 무게를 줄여야 했다. 또한 사용하고 남은 식량도 이제 거의 필요없으므로 대부분 현지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하행 카라반시 수바쉬캠프에서 사용할 2~3끼 정도의 반찬과 라면류 등만 남기고 모든 식량을 나누어 주었다. 장비와 식량을 정리하고 있으니 우리 캠프 주변에 현지인들이 수십명 몰려든다. 또 그 옆에는 기념품을 판매하려고 현지인들이 작은 상점을 차린다. 기념품을 판매하려는 사람들과 우리팀의 장비와 식량을 구입하려거나 얻으려는 사람들, 그리고 많은 구경꾼들이 모여 조용하던 베이스캠프가 한순간 시골장터처럼 왁자지껄 소란스럽게 변한다. 점심식사 때는 조현숙대원이 감자를 삶아와서 사탕수수로 만든 설탕에 찍어 먹으니 맛이 일품이었다. 식사 후 후원단체의 깃발을 들고 대원들과 단체 촬영을 하고나서 각자 베이스캠프에서 마지막날 오후 시간을 한가롭게 즐기고 있다. 귀국 일정 변경을 위하여 다시 국내 에이전시에 연락하니 아직 일정변경 여부가 확인이 되지 않아서 내일 낮이나 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이런 만만디 중국인들...
벌써 베이스캠프 주변에는 내일 우리팀의 짐을 수송하기 위한 여러마리의 낙타들이 도착해 있고 우리는 내일 베이스캠프에서 하산할 때 대원들은 지프를 타고 하산하기 위하여 현지 대행사에 지프 2대를 요청하였다. 베이스캠프에서 수바쉬캠프까지 지프 사용료로 1대당 300위안을 지불하기로 협의하였다. 이곳 무즈타가타 베이스캠프에서는 양고기, 염소고기, 야크고기와 쌀, 맥주, 고량주 등 웬만한 것은 다 구입할 수 있다. 또 한가지 중요한 사실은 우리팀은 식량계획을 세울때 처음에는 이곳 베이스캠프에 지난해까지 현지인이 운영하는 식당이 있었다는 이야기만 듣고 약 3~4일분의 식사를 베이스캠프 식당에서 매식으로 대신하려고 계획을 세웠었다. 그런데 막상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고 보니 올해는 식당을 운영하지 않는다는 소식을 듣고 황당하기 그지 없었다. 다행이도 현지 대행사의 쿡이 식량을 넉넉히 구입하여 원정기간 내내 모든 식사를 대행사 쿡이 조리하는 음식으로 대체할 수 있어 다행이었지만, 차후 무즈타가타에 원정을 가는 팀들은 출발전에 반드시 베이스캠프의 식당 운영여부를 확인하고 출발하거나 아니면 아예 처음부터 베이스캠프에서의 식사를 전량 쿡이 준비하도록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을 것이다. (한영준 이하 동일)
7월 28일 금요일 21일차
아침 이른 시간부터 낙타소리와 현지 주민들의 소리가 뒤섞여 시끄럽게 들려온다. 오늘 우리팀이 철수하는 것을 알고 모여 든 것이다. 베이스캠프에 설치했던 5인용 텐트 4동을 철수해서 현지인에게 싼값에 매각하였다. 어차피 항공 수하물 중량초과 문제로 국내로 가지고 가기도 어렵다. 최종적으로 짐을 정리해서 낙타에 싣는데 시간이 제법 많이 소요된다. 그사이 우리가 요청한 지프가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베이스캠프의 뒷 마무리를 부대장에게 맡기고 단장님과 4명의 대원, 현지고용인 3명, 그리고 지프 운전사까지 총 9명의 인원이 지프차에 빽빽하게 올라탔다. 과연 이 많은 인원을 태우고도 지프가 제대로 내려갈 수 있을지 염려가 된다. 더구나 지프가 다니는 길은 도로도 아니고 그냥 산 비탈을 위태롭게 구불구불 돌아서 내려가는 길이라 잘못하면 사고가 일어날 확률도 있다. 지프가 다니는 루트는 걸어서 수바쉬로 내려가는 길과 달리 베이스캠프에서 찰토막마을을 경유하여 수바쉬로 이어진다. 지프는 베이스캠프를 출발하여 험한 오프로드를 덜컹거리면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이따금 웅덩이가 패인 곳을 지나거나 돌을 넘어갈때 지프가 덜컹거리면 대원들이 괴성을 질러대곤 한다. 아마도 모든 대원들이 이러한 오프로드 카라반은 처음일 것이다. 무즈타가타 베이스캠프를 왕래하는 지프가 다니는 길과 비교하면 네팔이나 파키스탄지역 산군의 베이스캠프로 이동할 때 지프가 다니는 길은 고속도로라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우리가 탑승한 지프는 일제 4륜 구동 지프였는데 엔진의 성능도 좋아서 그 많은 사람들을 태우고도 거뜬하게 비탈길을 내려간다. 찰토막 마을을 지나서 빙하가 녹아 흙탕물이 흐르는 작은 강을 건너고 평평한 사막길을 야생마처럼 달려서 드디어 출발점인 수바쉬캠프로 되돌아 왔다.
우리는 우선 짐을 보관할 유르트 한 동을 이틀 사용하기로 하고 150위안을 주고 임대했다. 대원들의 배낭을 유르트에 보관하고 나는 우선 국내 에이전시와 귀국일정 변경을 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빌려서 휴대폰 통화가 가능한 지역까지 약 10분 정도 이동하여 전화를 하러 갔다. 이곳 수바쉬캠프 역시 휴대폰 통화가 불가능한데 전화를 하려면 카스쪽으로 약 10분정도 도로를 따라 이동하면 전화 통화가 가능하다. 물론 우리나라 휴대폰은 해외로밍이 되어있어도 이 지역에서는 통화가 불가능하며 중국 현지에서 차이나텔레콤이라는 통신회사에 가입된 휴대폰만 통화가 가능하다. 에이전시에 전화를 하니 다행이 스케쥴 변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는 원래 계획보다 4일 빠른 8월 2일 귀국하는 것으로 일정을 변경했다. 그런데 이렇게 에이전시와 일정을 변경하게 되면 항공료, 호텔비, 각종 임대료, 식당 등 모든 비용에서 할인 받았던 금액이 취소되고 많은 추가 비용을 물어야 한다. 우리팀의 경우 일정을 변경하는데 소요된 비용이 자그만치 85만원 정도 들었다. 그래도 대원들은 하루라도 빨리 귀국해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고 싶은 표정들인데 어찌하랴? 현지 대행사에서 내일 카쉬가르로 이동하도록 수바쉬캠프로 오후 2시쯤 버스를 보내 주겠다고 한다.
이제 귀국 일정도 변경되었으므로 우리가 할일은 편히 쉬면서 우리 입맛에 맛는 음식을 많이 먹어 체력을 회복하는 일만 남았다. 수바쉬캠프에서 한참을 기다려도 뒤에 남은 대원들이 도착하지 않아서 걱정이 된다. 오후 1시가 넘어서야 나머지 대원들이 도착했는데 그들은 낙타에 짐을 실어 출발시키고 좀 낡은 지프로 출발했는데 찰토막마을을 지나서 내려오다가 지프가 고장이 나서 수리하는데 많은 시간을 허비하였다고 한다. 카스 대행사 대리인 당소강씨한테 수바쉬캠프에서 가까운 지역에 우리 대원들이 편히 쉴만한 곳이 있는지 물어보니 이곳에서 약 2시간 정도 가면 작은 온천이 있다는 말에 귀가 번쩍 뜨인다. 더욱이 그 온천에서 다시 40~50분 더 가면 타쉬쿠르칸이라는 조그만 국경도시가 있는데 호텔도 있고 식당도 많이 있다고 한다. 나는 당소강씨한테 당장 이동할 차량을 수배하도록 지시하였는데 한 가지 문제는 이곳 수바쉬캠프에서는 오토바이는 얼마든지 쉽게 구할수 있지만 차량은 좀처럼 구하기 어렵다고 한다. 특히나 중형급 이상의 버스는 구할 확률이 거의 제로라고 한다. 억지로 버스를 구하려면 카쉬가르에서 여기까지 버스를 불러서 와야 한다고 하니 말도 안된다. 여기 저기 수소문 하던중 한 사람이 작은 픽업트럭을 구할 수 있다고 하였는데 그나마 3대 이상 구하는 것은 불가능 하다고 한다. 우리대원 10명과 현지 고용인 3명이 같이 이동하려면 좌석이 13개가 있어야 하는데 픽업트럭에는 운전사 외에 4명만 탈수 있으므로 좌석이 하나 모자란다. 그렇지만 더 이상 어쩔 방법이 없다. 우리는 일단 픽업 트럭을 3대 불러줄 것을 요청하고 점심을 먹었다. 점심을 먹고나서 아무리 기다려도 온다는 픽업트럭은 나타나지 않는다. 기다리다 지쳐서 이젠 막 짜증이 나려고 하는데 오후 5시가 다 되어서 자욱한 먼지를 휘날리면서 3대의 픽업트럭이 수바쉬캠프를 향해서 달려오고 있는 것이 보인다.
수바쉬캠프에서 타쉬쿠르칸까지 1박2일 동안 왕복으로 차량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우리는 픽업트럭 한 대에 600위안을 지불하기로 계약하고 현지 고용인을 포함한 13명의 인원이 픽업트럭 3대에 나뉘어 타고 타쉬쿠르칸으로 가는 중간에 있다는 온천을 향해서 출발했다. 그런데 3대의 픽업트럭 중 한 대가 너무 낡아서 파미르고원 지역 고개를 올라가는데 그만 시동이 꺼지면서 차가 멈추어 서 버린다. 운전사는 내리더니 돌을 주워 엔진룸의 연료분사기 주위를 탁탁 두드리고 나니 신기하게 시동이 걸린다. 우리는 그냥 웃을수 밖에 없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폐차장에 가도 그런 고물 차를 구하기 어려울텐테 이곳에서는 그나마 이런 썩어빠진 고물차량도 구하기 어렵다고 하니 할 말이 없다. 우리가 지금 차량으로 이동하는 도로가 바로 그 유명한 카라코람 하이웨이라고 하는데 이 길을 따라 계속 가면 파키스탄으로 갈 수 있다고 하며 실제로 많은 트레커들이 이 길을 이용하여 실크로도 지역을 여행한다고 한다. 파미르고원으로 향하는 카라코람 하이웨이 도로 주변은 풀과 나무를 구경하기 어렵고 대부분 사막지역으로 이루어져 있어 정말 황량하기 이를데 없었다. 더구나 40도를 웃도는 한 여름에 이 지역을 지나다가 차가 고장나거나 식수가 떨어지면 꼼짝없이 목이 말라 죽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섬뜩한 기분이 든다. 말이 고속도로이지 절반은 비포장이며 그나마 포장된 곳도 편도 1차선 도로일 뿐이다. 우리가 갔을 때는 한창 도로 확장과 보수공사를 병행해서 하고 있었는데 언제쯤 이 길의 공사가 끝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도로보수 공사를 하는데 장거리에서 포장재료를 수송하는 것이 아니고 원료만 가져와서 도로 가장자리 적당한 지점에 현지공장을 건설해서 즉석에서 재료를 생산하여 도로를 보수하고 있는 것이 특이했다. 몇 차례 차가 고장났지만 그 때 마다 돌로 두드리니 신기하게도 엔진이 다시 작동한다. 내가 짐작하건데 연료필터나 에어필터가 너무 노화되어서 오르막길을 주행할때 연료가 지속적으로 충분히 공급되지 못해서 엔진이 멈추는 것 같았다. 내리막길에서는 전혀 문제가 없었다.
2시간 가량 차를 달려서 온천이라고 하는 곳에 도착했는데 이건 또 더욱 황당한 광경이 펼쳐진다. 우리는 대행사 가이드의 말만 믿고 온천이 있다고 해서 왔는데 이건 온천이 아니고 환자 요양소가 아닌가? 그나마 우리 눈으로 본 온천시설은 너무 열악하여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온천을 기대한다면 천만에 만만에 말씀이며 절대 가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실망하여 바로 차를 돌려서 타쉬쿠르칸으로 이동한다. 약 40분을 달려서 드디어 사람이 사는 것 같은 도시인 타쉬쿠르칸에 도착하였다. 도시입구 사거리에 위치한 조그만 호텔(말이 호텔이지 여인숙 수준임)에 물어보니 다행이 방이 있어서 우리는 두 말 않고 방을 얻어서 올라갔다. 방에 들어가기가 무섭게 욕실로 가서 20여일 동안 씻지 못한 먼지투성이의 몸을 깨끗이 씻고 면도도 말끔히 하고 나니 그제서야 사람모습이 조금 돌아 오는 것 같다. 타쉬쿠르칸에서는 해외로밍한 우리나라 휴대폰으로 국내에 전화가 가능하다. 산악회 회장에게 귀국 일정이 변경되었다고 전화로 연락하고 저녁을 먹으러 도시로 나갔다. 말이 도시이지 우리나라 읍 단위보다도 훨씬 적은 규모의 도시이다. 호텔 네거리에서 왼쪽 도로를 따라 약 300~400m 전방에 말끔한 중국식 식당이 있어서 들어가니 식당 영업을 시작한지 몇 일 되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부가 산뜻하고 깨끗했다. 우리는 여러가지 중국 음식을 주문해서 먹었는데 우리 입맛에 거의 맞을 만큼 맛이 일품이었다. 중국외에 다른 나라를 여행하면서 현지의 중국 음식점에 가보면 웬만한 메뉴는 다 우리 입맛에 맞는데 바로 그런 맛이었다. 아무래도 이 지역은 중국보다는 이슬람권 문화에 근접해 있는 곳이라서 음식 맛도 완전히 다른 것 같다. 우리는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고 호텔로 돌아와 정말 오랜만에 푹신한 침대에서 편안한 휴식을 취한다.
'[사람과 산] > ▒ 해 외 원 정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15 (마지막 회) (0) | 2007.06.04 |
---|---|
[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14 (0) | 2007.06.04 |
[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12 (0) | 2007.06.02 |
[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11 (0) | 2007.06.02 |
[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10 (0) | 2007.0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