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따라 구름따라 흘러간 쇠점골 산행
어제까지만 해도 일요일 비올 확률이 60%라서
그런대로 산행하는데 별 지장이 없을것 같았는데
오늘 오후들어서 일기예보가 갑자기 바뀌어서
일요일 비올 확률이 오전 100% 오후 80%가 되어 버렸다.
몇 개월만에 한 번 자삶향 회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기로 했는데..
내 마음은 잔뜩 찌푸린 하늘처럼 우울하다.
하지만 우리 무적(무적님 죄송^^)의 자삶향이
비가 온다고 산에 가지 않을 수야 없지...
저녁을 먹고 집 뒤에 있는 까르푸 할인점에
내일 산행할 준비물을 구입하러 갔다.
이번 산행은 17명이라는 대 식구가 참석할 예정이고
또 점심을 이 피츠의 전문요리 비빔냉면으로 준비하기로
했기 때문에 나 하나의 손에 자삶향 식구들의
운명이 달려 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ㅋㅋ
시장보러 가는 내 마음은
이미 가지산 쇠점골 품안에 안긴지 오래되었다.
무엇을 사야 하나?
가장 먼저 핵심인 비빔냉면을 구입하러 갔는데
종류가 여러가지 있지만 마음에 드는 상표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한참 이리 저리 살펴보는데 맨 아래칸에 풀무원에서 생산한
비빔생면이 숨어있다.
즉석 냉면은 종류가 아주 다양하지만 맛은 각양각색이다.
내가 오랫동안 경험한 바에 의하면 가격은 조금 더 비싸지만
풀무원에서 생산한 생 비빔냉면이 가장 맛이 좋다.
냉면은 2인분 포장이 남자 한 사람 정도의 분량이기 때문에
남자 10명 여자 7명이면 대략 25~28인분 정도 준비해야 한다.
그래서 4인분 포장으로 7포장을 구입했다.
계란국을 만들 계란과 양파
더덕막걸리와 PET맥주, 소주
안주용 풋고추와 생오징어, 초고추장, 쌈장
또 가스버너용 가스연료, 나무젓가락, 커피 등...
시장 비용이 7만원 정도 들었다.
집에 와서 생오징어를 장만하여 살짝 데쳐서 냉장고에 넣어 두고
배낭을 꾸리고 있는데 와이프가 탁구장에 갔다 오면서
지금 밖에 비가 약간 내리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난 이미 예상했던 바라 그냥 응 알았어! 하고
계속 배낭을 챙겼다.
와이프도 나는 비가 와도 곧잘 산에 가는 것을 알고 있는 터라
별 반응이 없다.
비가 많이 내리지만 않으면
간단한 우중산행 준비만 갖추면 된다.
방수가 되는 창모자 1개, 우의, 갈아 입을 옷 한 벌, 수건 한 장
그리고 미끄러운 산행로에 대비한 등산용 스틱 하나면 충분하다.
비가 오는 날 산에 올라 보면 평소 맑은 날 느낄수 없었던
많은 자연의 아름다움과 마주치게 된다.
짙은 안개에 묻힌 산 능선과 개스로 가득찬 계곡은
신비스럽기 그지 없다. 또 생명의 물로 갈증을 달랜 이끼류는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하며 청초한 초록의 빛깔을 마음껏 뽐내기도
한다. 나뭇잎 끝에 달린 수정처럼 영롱한 물방울속에는 작은
우주가 하나씩 들어가 있으며 나뭇잎에 부딪히는 빗소리는
빗방울 전주곡을 연주하기도 한다.
어디 그 뿐이랴...평소에는 물끼조차 보이지도 않던
작은 골짜기들이 만들어 내는 수백개의 폭포수는
웅장한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천지창조의 경외심마저 느끼게 한다.
자연의 향기를 품고
꿈속에서 나래를 펴다 눈을 떠니 아침 6시다.
벌떡 일어나 아파트 창가로 가서 밖을 내다보니 역시나 가랑비가
조금씩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정도의 비라면 산행하는데
별 지장은 없을 것 같다.
자삶향 회원들 모두가 한 두번의 우중산행 경험이 있기 때문에
크게 염려하지 않아도 모두 알아서 준비를 해 오리라 생각된다.
그렇지만 산행 당일 아침에 비가오는 날은
꼭 한 두 사람은 산행을 취소하는 연락이 온다. 어떤 사람은
출발 한 시간전에 연락하고, 또 어떤 사람은 출발시간이 임박해서야
연락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아예 약속장소에 나타나지도 않고
종무소식인 사람들도 드물게 있곤 한다.
아침에 휴대폰 전원을 켜기가 무섭게 문자메시지와 전화가 울린다.
예정대로 산행을 실시한다는 연락을 한 후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아파트를 나선다.
용손님께 전화를 하니 집앞에 거의 다와 간다고 한다.
명옥님과, 나, 또 입구에서 조현숙님을 태우고 용손님의 차로
동천체육관 약속장소로 향하는데 비가 조금 많이 내리다가
이내 적게 내리다가 하기를 반복한다. 그래도 소나기같이 내리지
않아서 다행이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아직 아무도 보이지 않는다.
오늘 참석을 취소한 사람은 장석원님과 임파젠스님, 로체님 동료
한 명 포함해서 3명이 불참한다고 연락이 왔다.
현숙님이 삶아온 감자와 커피를 마시고 있으니 랄라님이 나타나고
이내 로체님과 그림자님, 저녁노을님이 도착한다.
무거동 약속장소에서 만날 사람들과 연락을 취한 후
용손님에게 가는 도중에 인애님을 태워오게 먼저 보내고
8시 20분경 출발했다.
무거동 문수고등학교 뒷편 약속장소에 가니 멀더님과 샤모니님
도깨비님이 기다리고 있었고 잠시후 미소님도 도착한다.
모두들 비가 와서 약간 어두운 표정이지만 많은 회원들이 모이니
벌써부터 왁자지껄하다.
흐린 날씨지만 여인들의 화사한 꾸밈은 내 마음을 맑게 한다.
그런데 20분 이상을 기다려도 아주 오랜만에 참석하기로 한
청솔님이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으로 전화를 하니 와이프가 받는다.
어젯밤 축구를 보고 잠시 눈을 붙이고 산행에 참석한다고 나갔는데
휴대폰을 깜빡잊고 갔다고 한다.
이내 불길한 예감이 든다.
금요일까지 중간 경유지를 신복로터리로 정했다가
토요일 다시 문수고등학교 뒷편으로 변경했기 때문에
토요일 카페에 접속하지 않았으면 분명히 신복로터리로 나갔을
것 같았다. 서둘러 용손님에게 신복로터리 방향으로 가다가
청솔님을 찾아 보라고 하고 8시 50분쯤 우리도 언양국도로
출발했다.
가는 도중에 용손님에게 전화가 왔다.
신복로터리 주변을 둘러봐도 청솔님이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일단 출발하라고 하고 가고 있는데 청솔님에게서 전화가 온다.
신복로터리에서 40분 가량이나 기다려도 아무도 보이지 않길래
산행을 취소한 줄 알고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나는 미안함을 전하고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산행에
참석하라고 하니 잠시 망설이더니 그렇게 하겠다고 해서 청솔님과
석남터널 직전 가게앞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터널앞에 도착해 있으니 잠시후 청솔님이 도착했다.
처음보는 회원들과 인사를 한 후 산행 종료지점에 용손님의 차를
데포(영어로 중간에 물건을 두는 행위를 말함)시키고
그림자님과 랄라님의 차로 얼음골로 내려갔다.
얼음골 주차장에 도착하니 비가 제법 굵어진다. 하지만 이제와서
어쩌랴...자삶향의 전사들이 이정도 비에 주눅 들 수야 없지.
우중산행 준비를 단단히하고 새로 건설된 아치형 다리를 건너
얼음골 입구로 올라간다. 계곡엔 아직도 피서를 나온 여러개의
텐트들이 보이고 일부는 비가 오는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계곡에서
수영을 즐기고 있었다. 얼음골 직전 계곡은 무분별한 개발로
옛날 모습은 거의 자취를 감추고 없었다.
얼음골 초입에 들어서니 흰색의 아이스밸리 호텔건물이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어떻게 이런 곳에 호텔이 건립될 수가 있는지
우리나라 산림행정의 낙후성과 부패한 공무원들의 썩은 냄새가
깨끗한 자연환경의 오염을 가중시키는 것 같아 씁쓸하다.
이 호텔 건물은 오래전만해도 건설하다 산악인들의 반발로 인해
공사를 중단한 채 흉물스럽게 방치되어 있었는데 어느 순간
재공사를 시작하여 눈깜짝할 사이에 완공하였다.
이런 곳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의식속에는 무엇이 들어있을까?
호텔앞을 지나 천황사 사이로 난 좁은 산길을 따라
가마볼폭포쪽으로 올라간다.
약 20분 정도 올라가니 비로 인해 수량이 많이 불어난 숫가마볼
폭포가 희뿌연 물줄기를 흩날리며 웅장한 모습으로 우리를 압도
한다. 이 폭포는 높이가 약 40m에 달하는 수직을 넘는 각도를
가진 폭포인데 겨울철 빙벽등반가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렇지만 빙폭의 난이도가 높아 왠만한 초보자들은 엄두도 내기
힘든 곳이다.
얼음골 숫가마볼폭포
짖꿎은 샤모니님이 폭포속으로 들어가려는 듯이 머리를 숙여보지만
잘못하다간 내리 꼿히는 폭포수에 사정없이 떠밀려 날 것이다.
폭포앞에서 단체로 사진을 몇장 찍고 나서 약 2~30미터 위에 있는
암가마볼폭포쪽으로 이동했다. 숫가마볼폭포가 우람한 남성미를
자랑한다고 할 때 이 암가마볼폭포는 여성처럼 은밀함을 가진 숨은
폭포이다. 꿈틀거리는 뱀 모양을 한 이 폭포는 절대 속내를 완전히
드러내 보이지 않는다.
처음 이 폭포를 보는 사람들은 탄성을 지른다. 하지만 갈수기에는
수량이 아주 적어 거의 마른폭포나 다름없다. 오늘 이런 장관을
보는 것은 행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척의 거리에서 음양의 조화를 이루듯 요동치고 있는 두 폭포의
오묘한 모습을 보노라면 새삼 대 자연의 신비함을 느낄수 있다.
얼음골 암가마볼폭포
사람들은 암가마볼폭포의 모습에 매료되어 자리를 이동할 생각을
않는다. 잠시 후 오늘 탐방의 마지막 코스인 얼음골로 향한다.
얼음골은 부연설명을 하지 않아도 모두 잘 아는 유명한 명소이다.
하지만 오늘 날씨가 비가 내려서 얼음골의 진면목을 구경하기는
틀린것 같다. 그래도 막상 얼음골 앞에 다다르니 짧은 반바지 아래
종아리는 시원함을 쉽게 느낄수 있었다. 궂은 날씨임에도 불구하고
몇명의 관람객이 우산을 쓰고 관람을 하고 있었다.
얼음골 탐방을 마치고 이제 오늘의 본격적인 산행코스인
가지산 쇠점골로 가기위해 다시 얼음골 입구로 내려간다.
구연마을 입구에 다다렀을때 멀더님과 로체님이 보이지 않는다.
도깨비님이 목청껏 불러보아도 대답이 없다. 어느 여자회원은
총각 두사람이 작업(?)하러 갔다고 농담을 하기도 한다.
도깨비님이 두 사람을 찾으러간 사이 날씨도 좋지 않는데 노상에서
여러사람이 기다리기가 뭐해서 먼저 올라가라고 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도깨비님과 두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비는 아침부터 줄기차게 내리고 있지만 그리 많은 양은 아니었다.
구연마을을 지나 약 20여분 올라가니 능동터널 공사가 한창이다.
우리는 잠시 비를 피해가려고 고가도로 교각아래로 올라갔다.
너도 나도 아침을 거르고 왔는지 배가 고프다고 한다.
준비해간 오징어와 더덕막걸리를 한 잔씩 하면서 간단히 요기를
한다. 나는 괜찮지만 계속해서 비가 내리니까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하지만 비가 온다고 산행을 취소하고 다리밑에서
먹고 놀 수만은 없지 않는가?
잠시 휴식 후 10여분 올라가니 호박소폭포 입구 주차장이다.
건물사이로 들어서서 조금 올라가니 이내 우람한 호박소폭포가
시원한 물줄기를 내뿜으며 그 위용을 드러낸다.
예로부터 이 폭포 아래 소(沼)는 너무 깊어 정확한 깊이를 알 수
없다고 할 만큼 깊으며 소 아래부분이 항아리 모양처럼 되어있어
한 번 빠지만 쉽게 빠져나올수가 없다고 하니 아주 조심해야 한다.
호박소폭포
호박소폭포 앞에서 사진을 한 장 촬영한 후 계곡 왼쪽길을 따라
중간 중간 멋진 암반위를 흐르는 계곡풍경을 감상하며
빗소리와 시원한 계곡 물소리를 들으며 별 생각없이 올라갔다.
한참 올라가는데 이상하게 저 멀리 다리와 도로가 보인다.
이상하다?
벌써 도로가 보일리가 없는데...
쇠점골계곡에는 다리가 없는데?
혼돈된 생각을 정리하는 찰라
아차! 이런일이 있나...
호박소폭포를 지나 아무생각없이 주계곡을 따라
가지산 용수골쪽으로 올라와 버린 것이다.
일행들에게 낯 부끄러워서 말 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래서 옛말에 아는 길도 물어가라는 속담이 있는 모양이다.
일행들에게 길을 잘못들었음을 알리고 용수골 하류 계곡을 건너서
계곡왼쪽 사면을 트레버스(가로지른다는 뜻의 등산용어)하기 시작
했다. 중간에 군데 군데 미끄러운 바위지역이 있어 조심해야 했다.
나는 쇠점골쪽으로 방향을 잡고 앞서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약 20여분 잡목지대의 비탈을 가로지르니 호박소 바로위 새로 만든
철교가 보이고 몇 팀의 야영객이 쇠점골 입구에 텐트를 설치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뒤에서는 몇 사람들은 배가 고파 이제 더 못가겠다고
엄살을 부리고 명옥님은 아예 다리밑으로 하산하자고 한다.ㅎㅎ
어림없지...난 조금만 더 올라가다가 적당한 곳이 나오면 점심을
먹자고 하고 앞서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하지만 속으론 걱정이다.
마땅히 비를 피할만한 곳이 있어야 냉면을 끓여 먹을텐데...
약 20여분 올라가다 보니 눈에 번쩍 뜨이는 것이 보인다.
휴가철 계곡에 피서왔다가 갈 때 버리고 간것으로 보이는 비닐이
보인다. 내 머리속에는 전광석화같이 비닐천막을 만들면 되겠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쇠점골 임시 만든 비닐천막 안에서...
비닐을 살펴보니 중간에 구멍도 없이 상태가 아주 양호하고
크기도 아주 넓었다 남자 몇사람이 모퉁이를 잡고 지지대를 세우고
끈으로 묶고해서 금방 훌륭한 비닐 천막을 만들었다.
그제서야 일행들의 얼굴에 화색이 피어난다. 가스버너를 피우고
남자들만 역할 분담을 시킨다. 공주님들은 쉬고 계십시오...ㅋㅋ
멀더와 그림자님은 계란국 담당, 용손, 샤모니, 로체, 도깨비님은
비빔냉면 담당 쿡...피츠는 주방장...ㅋㅋ
얼마후 먹음직스런 비빔냉면을 24인분 만들어서 공주님들에게
대령하니 모두 배가 많이 고팠는지 잘도 먹는다. 젓가락이 없는
사람들은 손으로...ㅎㅎ 숟가락이 없는 사람은 컵으로...ㅋㅋ
어떤 사람은 코펠채로 들고...ㅋㅋ
하루만 굶기면 피츠를 뜯어 먹을거라나...@@
모두들 한참을 정신없이 먹다보니 어느새 그 많은 냉면이 바닥을
보인다. 이제 모두 어지간히 배가 부른지 약 1인분 정도의 면만
남아있다. 내가 마저 먹지 않으면 혼낸다고 하니 우리 명옥님이
마지못해 코펠을 가져간다...ㅋㅋ
디저트도 먹고..커피도 한 잔씩 하고나니 아무생각이 없다.
설거지를 하고 배낭을 챙기고 나니 모두 내 눈치만 살피고 있다.
모두들 여기서 그만 하산했으면 하는 눈치였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내려가나 계곡으로 올라가나 시간이 비슷하다고 하니
그 말에 홀려서 모두 계곡으로 올라가기로 결정했다.ㅋㅋ
우리는 주변을 깨끗이 정리하고 계곡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올라갈수록 멋진 비경의 계곡미에 모두 감탄사를 연발한다.
그러길래 내가 뭐랬남? 산행을 하길 잘했지...ㅎㅎ
오천평반석의 위용은 날씨만 좋으면 모두 뛰어들어 계곡 미끄럼을
타고 싶은 충동을 누구나 느끼리라...
한결같이 비오는 날씨를 안타까워 했다. 날씨만 좋았다면 정말
잊을수 없는 계곡산행이 되었을텐데...
안개 자욱한 심연의 계곡은 정말 황홀하게 아름다웠다.
계곡을 약 30분정도 올라가는데 후미 여자일행 세 사람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무심한 사람들...연약한 공주님들을 그렇게 팽개
치고 오다니...일행을 먼저 보내고 나는 뒤처진 여인들을 기다
리고 있었는데 한참을 기다려도 모습이 보이지 않아 내심 걱정이
많이 되었다. 배낭에서 전화기를 꺼내어 전화를 하려고 하는 순간
세명의 여인들이 나타났다. 어떻게 남정네들이 그렇게 무심할 수
있느냐는 투정을 부리며...ㅋㅋ
한참을 더 올라가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곳이 나타났다.
지도상으로 계곡 상단을 첫 번째 가르지르는 곳은 계곡의 2/3
정도 윗 지점이어서 이제 얼마 가지 않으면 계곡산행이 끝난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니 그런데 이번에는 샤모니님이 보이지 않는다. 모두 물어봐도
모른단다..아니 이런 귀신에 홀린것도 아닌데..이럴수가...ㅎㅎ
죽마고우 용손님이 잽싸게 샤모니님을 찾으러 내려간다.
잠시후 샤모니님이 나타났는데 이젠 용손님이 없다.@@
아니 서로 길이 엇갈렸나?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는데 용손님이
나타났다.
쇠점골계곡은 일반인에게 별로 알려지지 않은 비경의 계곡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호박소폭포까지만 올라왔다가 내려간다.
보통때도 수량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비가와서 수량이 많아
계곡 전 구간이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가히 장관이었다.
상류에 다다르자 모두 조금 지친듯이 묵묵히 걷기만 한다.
점심식사 후 불과 한 시간 남짓 밖에 산행을 하지 않았지만
흐린날씨와 비때문에 일행들의 기분이 별로인 것 같았다.
하지만 모두 계곡산행을 하기로 한 것이 잘했다는 표정을 볼 수가
있었다.
다시 한 차례 상류 계곡을 가로지르고나니 수량이 많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계곡 끄트머리에 가까워졌다는 걸 반증한다.
이제 길 흔적이 희미해지기 시작한다. 희미한 길 흔적을 쫒아가다
되돌아서기를 몇 차례 이래서는 안되겠다 싶어 위를 쳐다보니
도로가 보이고 윗쪽으로 너덜지대가 나타났다.
이제 그만 계곡산행을 종료하고 도로위로 올라가기로 마음을 먹고
나를 따르라! 너덜지대를 앞서서 올라가기 시작한다.
너덜지대를 약 10여분 올라가니
석남터널 조금지난 위치의 도로가 나타난다. 도로위에 올라서자
모두들 환성을 지른다. 시원하게 펼쳐진 조망은 가슴을 탁 트이게
만들었다. 골짜기마다 하얀 솜털같은 안개를 품고 있고 산정은
구름속에 잠기어 한 폭의 동양화를 연상하게 한다.
내가 오늘은 모두 산신령님이 먹는 신선한 공기를 많이 마셔서
산신령 사촌정도 되었다고 하니 모두 웃는다.
데포해 둔 용손님의 차를 타고 랄라님과 그림자님은 출발지에
차량을 회수하러 떠나고 나머지 일행은 정자밑에서 저녁노을님의
코미디를 들으며 물에 젖은 비옷도 정리하고 양말도 물기를 짜고
차량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체온이
떨어져서 모두 조금씩 추위를 느끼는 모양이다. 특히 로체님은
한겨울로 착각할 만큼 추운가 보다.
이순간이 아마 이번 여름 가장 추웠던 기억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얼마후 차량이 도착했다.
우리는 무거동에서 저녁식사를 하고 헤어지기로하고 울산을 향해
출발했다. 무거동 순두부집에 도착하여 순두부와 손두부를 안주
삼아 하산주를 간단히 하고 저녁을 먹고 있는데 지한이가 나타났
다. 경주에 문화유적 답사를 갔다 오는 길이라 한다.
저녁을 먹으면서 서로 담소를 나누다 저녁에 출근해야 하는 사람도
있고 해서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기로 한다.
저녁식사비를 로체님이 선뜻 5만원을 찬조해서 나머지는 피츠가
냈다.
바쁜 사람들은 먼저 돌아가고 몇 사람은 맥주 한 잔씩 더하자고
하고 헤어졌다. 오늘은 조현숙님이 꼬여서 남았다...ㅋㅋ
맥주를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비타민님이 어디선가 나타났다.
이유인즉 무거동 근처에서 모임을 하고 나오다가 먼저 간 멀더님
을 만났다나...
비타민님 덕분에 모두 집까지 바래다 주어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비오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14명이라는 많은 회원들이
이번 산행에 참석해 주셔서 대단히 고맙고 즐거웠습니다.
누구 왈 다음 산행때는 수제비를 해 달라나?? @@@@
한 번 고려해 보겠지만 피츠는 또 약 한 달반쯤 산행에 참석하기가
힘들것 같은데...지금까지 피츠 주방장한테 배운 요리사들이
많이 있으니 별 걱정 안 하셔도 될 겁니다...ㅋㅋㅋ
오랫동안 끝까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삶향 여러분 모두 사랑해요...♡♡♡♡♡♡♡♡♡♡♡♡♡♡♡
ps: 아고...간만에 장문의 산행기 한 번 쓸려니 어렵네..
업무 농땡이 치면서 산행기 쓰다가 짤리는 것 아닌가 몰러...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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