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퇴근후 모처럼 일찍 집으로 와서
몇일전에 익혀둔 동네 뒷산에 혼자 야간등산을 갔다.
하루 건너 한번씩 연말 모임에 참석하다 보니
운동할 틈도 나지 않고
술만 마셔대니 컨디션이 영 좋지가 않았다.
저녁을 먹고 혼자 배낭을 메고 집에서부터 걸어서 출발하여
산자락에 도착 하였다.
산은 이미 짙은 어둠이 내려와 있었다.
헤드랜턴을 켜고 종종 걸음으로 소나무 숲속으로 들어선다.
오랜만에 혼자 가보는 야간등산이다.
옛날에는 천미터가 넘는 산에도 혼자 야간산행을 하곤 했는데...
캄캄한 밤이지만 역시 산속에 들어서니 가슴이 상쾌하다.
아무도 없는 오르막길을 랜턴 불빛에 의지하며
가쁜 숨을 몰아쉬며 빠르게 올라간다.
가끔 이상한 형상의 나무가 나타나면 애써 두려움에 대한
자신과의 싸움에 몰입하며 극기를 연마해 본다.
하지만 지난세월 수도 없이 많이 해본 야간등산이기에
두려움보다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어슴푸레한 길을 잃지않기 위해
신경을 집중하며 계속 오른다.
멀리 달천공단의 불빛이
고요한 밤의 적막과 더불어 은은한 풍경을 자아낸다.
바싹 마른 억새들이 가느다란 바람에 사삭이며 밤의 이방인을
빼꼼이 내다보며 소곤거린다.
약 1시간이 지나서 마지막 봉우리에 올라선다.
산정에서 내려다 보는 밤의 풍경이 눈부시게 아름답다.
디지털 카메라로 사진을 몇장 촬영하고 멀리 울산시가지를
한동안 바라보다 왔던 길을 되돌아 하산하기 시작한다.
언제나 그렇듯이 낮이든 밤이든 산에서 내려올때면
가슴이 텅빈 것 같이 먼저 허전한 마음이 앞선다.
잠시 세속을 떠났다 다시 세속으로 되돌아 오기 위해
생각의 타임머신을 다시 원위치 시켜야 하는 걸까?
그런 세월을 반복적으로 살아온지 벌써 20년 가까이 되건만
그 동안 내가 깨달은 것은 무엇인가?
풀한포기 돌하나 나무 한그루가 아름답게 보이기 시작하고...
이름모를 들꽃이라도 보면 그냥 무심히 지나치지 못하고
잠시 멈추어서 소박한 아름다움에 행복해 하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덧 사십대 중반을 향하고 있다.
올해도 이제 일주일 남짓 남았을 뿐이다.
수레쳇바퀴같은 반복적인 일상을 내년에도 계속해야한다고
생각하니 벌써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이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면서 내려오다 보니
어느덧 아파트 불빛이 보이고 집에 도착하니 2시간 정도 소요되었다.
샤워를 하고나니 기분이 상쾌해진다.
앞으로 시간이 되면 가끔 야간산행을 해보는 것도 좋을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