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빛나는 벽을 향하여...9탄

2007. 5. 29. 23:55[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6월 25일(카라반 13일차 - Gasherbrum Base Camp 도착 2시간 전)
오늘은 무조건 가셔브룸 베이스캠프까지 가야 한다. 그런데 이런 제기럴 아침부터 또 눈이 쏟아진다. 결정적인 순간에 또 눈이 오다니..다행히 오전 8시쯤 눈이 그쳐서 출발 준비를 하는데 정부연락관이 포터 1명이 폐수종에 걸려서 생명이 위험한 상태라고 한다. 기껏해야 5천대의 고도에서 폐수종에 걸리다니 이해가 잘 안된다. 고산지역에 거주하는 포터들은 왠만해서는 고소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하는데 그 포터는 평소에 건강이 좋지 않았는데 무리해서 병이 생긴 것 같다. 정부연락관의 이야기로는 그 포터는 몇 시간 밖에 살지 못할것 같다고 한다. 갑자기 마음이 우울해진다. 한 인간의 생명이 이렇게 허무하게 끝나버리다니..산다는 것이 다 무엇이랴? 뜻밖의 일 때문에 대원들 모두가 우울해졌다. 이제 하루만 더 가면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는데 정말 안타깝고 슬픈 일이다. 또 다른 몇 몇의 포터들은 선글라스를 착용하지 않아서 설맹에 걸려서 심한 고통을 호소해 왔다. 설맹에 걸리면 눈이 잘 보이지 않아서 아주 위험해 진다. 우리는 회의 결과 몸이 불편한 포터 3명은 후송포터 4명을 선발하여 하산 시키기로 결정하였다. 오전 9시 30분 가셔브룸 배이스캠프를 향하여 마지막 카라반 구간을 출발한다. 간도고로 루트에서 발토로빙하 루트로 접어드는 루트 부터는 완전히 바위 너덜로 뒤덮힌 모레인 지대로써 플라스틱 이중화를 착용하고 걷는다는 것은 고통 그 자체였다.


돌무더기로 뒤덮힌 모레인 지대를 통과하는 대원과 포터들

11시쯤 포터들은 짜파티와 짜이로 허기를 채우고 대원들은 약간의 비스킷을 먹고 다시 출발한다. 발토로 루트로 완전히 접어들자 전형적인 모레인 빙하지대가 펼쳐진다. 얼마후 폐수종에 걸린 포터가 상태가 심각하다는 연락이 왔다. 정부연락관은 2명의 포터를 추가로 선발하여 브로드피크 베이스캠프에 있을지도 모르는 의사를 찾아가 보라는 이야기와 함께 후송포터의 식량을 더 보냈다. 히말라야 원정대의 규정상 꼭 의사를 대원에 포함 시켜야 하지만 대부분의 원정대는 의사 원정대원을 구하기가 어려워 형식적으로 의료담당 대원을 한 명 임명하여 간단한 응급처치 교육만 받고 오는 실정이다. 폐수종이 심하게 되면 즉지 하산하여 의사의 응급처치를 받지 못하면 생명이 위독해 진다고 한다. 그 포터는 아마도 중간에 의사를 만난다고 해도 치료기구와 의약품의 부족으로 생명을 유지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정말 기분이 착찹하다. 물론 우리팀은 출발하기 전에 포터들의 보험을 들어 두었지만 죽고 나면 보험이 다 무슨 소용인가?


카라반중 히말라야 산맥을 배경으로 선 대원들(뒷줄 맨 왼쪽이 피츠)

오후부터는 루트가 크고 작은 빙하지대속으로 연결된다. 때로는 픽스로프를 설치하고 때로는 스텝커팅도 하고 이제는 카라반이라기 보다는 차라리 본격적인 등반이라고 해야 할 지경이다. 하지만 포터들은 열악한 장비로 신기하게 잘도 간다. 오후 3시 30분쯤 대장과 대원들이 조금 뒤로 쳐져서 카라반을 하고 있는데 어느 순간 포터들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우리팀의 쿡인 유솝이라는 친구만 믿고 있다가 그 자신도 루트를 잘 모르겠다고 하자 갑자기 난감해진다. 우리는 가셔브룸 베이스캠프로 가는 루트를 찾기 위해 사방으로 헤메이고 다녔으나 빙하띠로 이루어진 곳을 넘어가야 하는 루트를 찾지 못했다. 빙하로 이루어진 뾰족한 얼음기둥은 보통 높이가 7~8미터 이상이어서 통로를 찾지 못하면 절대 넘어갈수 없다. 다행히 무전기로 연락이 닿았지만 언어 소통의 문제로 정확한 의사전달이 어려웠다. 더욱이 정인규, 조제철 두 대원마저 지치기 시작한다. 하기야 오늘 먹은 것이라고는 아침으로 라면과 점심대신 먹은 비스킷 몇 개가 전부이니 대원들이 지칠만도 하다. 아직까지 베이스캠프는 멀기만하고 날은 어두워지기 시작하고 걱정이 앞선다. 할수 없이 오늘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는 것을 포기하고 정부연락관에게 현 위치에서 막영을 하고 루트를 찾기위해 4~5명의 포터를 보내줄 것을 요청했다. 저녁 6시가 다 되어서야 겨우 포터들과 만날수 있었다. 대원들은 모두 기진맥진한 상태이다. 캠프는 가셔브룸 베이스캠프에서 2시간 가량 떨어진 입구에 설치했다. 포터들은 카라반 마지막 밤이라며 자신들이 운반한 짐을 각자 보관하고 있었다. 임금을 확실히 받기 위해서라고 한다. 정말 오늘은 카라반 중 가장 힘든 날이었다. 카라반중의 식량계획 실수가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대원들이 포터도 못 따라간다니 말이 되는 소리인가? 서둘러 캠프를 설치하고 저녁을 지어서 꿀맛처럼 맛있게 먹었다. 오늘은 푹 자고 내일 아침 7시에 기상하기로 하였다. 카라반을 떠날때는 포터 보험영수증과 등산규정집을 반드시 지참하고 가야한다. 우리는 이 서류들을 스카르두에 남겨두고 오는 바람에 다소 문제가 있었지만 정부연락관의 도움으로 겨우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었다. 이제 내일이면 꿈에도 그리던 가셔브룸 베이스캠프에 도착하게 된다. 정말 가슴 설레이는 밤이다. 샤그린에서 가셔브룸 베이스캠프까지는 통상 3~4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6월 26일(Gasherbrum Base Camp / 5,200m 도착 1일차)
가셔브룸 산군 입구에서 막영을 철수하고 아침 7시 20분 가셔브룸 베이스캠프를 향해 출발한다. 우리는 빙하를 건너서 다시 모레인지대로 접어 들었다. 말이 빙하를 건너는 것이지 거의 빙설벽 등반수준이다. 가셔브룸 베이스캠프는 금방 손에 잡힐것 같았지만 가도 가도 끝이 없다. 지금까지 약 2주간의 카라반으로 대원들이 몹시 지쳐있고 지난 2일동안 거의 하루에 9시간씩 강행군한 탓에 이제는 거의 비몽사몽간에 걷고 있다. 오전 9시 20분 딱 2주만에 드디어 꿈에도 그리고 그리던 가셔브룸 베이스캠프에 도착한다. 베이스캠프에는 스위스팀, 한국성균관대학교팀, 미국팀, 국제합동대팀에 이어 우리가 5번째 입성하는 원정팀이었다. 앞서 미국팀 한 팀이 이미 철수 했으므로 이번 시즌들어서는 우리가 6번째 원정팀인 셈이다.

가셔브룸 베이스캠프에 설치한 텐트

우리는 포터들을 모두 모아놓고 카라반 임금을 계산하였다. 이곳 후세 카라반루트는 7일간의 운행비와 1일의 휴식일 임금을 포함하여 총 8일분의 포터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 8일분의 임금중 3일은 90루피씩, 4일은 150루피씩, 1일은 25루피의 임금을 지급해야하고 1일 식량비로 30루피씩 지급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팀은 나쁜 기상으로 6일씩이나 일정이 더 걸려서 추가로 6일분의 임금을 지급해야 했는데 전체 추가 경비는 우리돈으로 약 45만원을 더 지급하였다. 발토로 빙하 카라반 루트보다는 포터 1인당 약 400~500루피가 절감되었다고 하니 다행이다. 포터들은 등반규정대로만 정확하게 계산해 주면 별 문제는 없다고 한다. 히말라야 포터들은 자신의 생명을 걸고 원정대의 짐꾼으로 참가하여 그 임금으로 생활을 하는데 1년에 몇 차례만 하면 1년은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 포터들의 한끼 식사비용이 불과 3~4루피면 해결되니 하루 100루피정도의 임금은 그들에게 있어서 결코 적은 돈은 아닌 셈이다. 성대팀은 이미 캠프2 구축을 마치고 캠프3까지 정찰을 갔다가 왔다고 한다. 성대팀의 한상국 대장과 대원 2명은 지난 5~6일간의 악천후로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가 다시 캠프로 올라갔으며 한 명의 대원은 설맹에 걸려 베이스캠프에 체류하고 있었다. 우리는 일단 눈과 얼음을 깎아서 베이스캠프를 구축하였다. 식당과 창고 텐트도 설치하고 대원용 텐트와 쿡용 텐트 등 총 6동의 텐트를 설치하였다. 베이스캠프에는 빙하 도랑을 따라 흘러 내리는 차갑고 맑은 빙하수가 있어서 식수 사정은 아주 좋았다. 오후에 성대팀의 김창선대원이 송대장에게 무전기로 교신하면서 자신들은 지금 캠프2를 향해서 등반하고 있는데 먼저 내린 눈때문에 아주 고생을 많이 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에는 각 팀의 정부연락관들이 방문을 해서 차를 대접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가 피곤해서 먼저 잠자리에 들었다.

6월 27일(Gasherbrum Base Camp 도착 2일차)
오늘은 모처럼 그동안 카라반으로 인한 피로도 풀겸 아침 늦으막이 일어났다. 모든 식량과 장비를 정리 정돈하고 오랜만에 이빨도 닦고 머리도 감고 세면을 하였다. 그리고 내일부터 본격적인 등반을 위하여 만반의 준비를 하기 시작하였다. 우리는 내일 하루만에 캠프1을 건설하기로 하였는데 우리팀은 카라반을 하면서 5,200m의 간도고로 패스를 등반하면서 이미 1차 고소적응이 끝났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된다. 그런데 장상기대원이 어제 짐을 옮기다가 허리를 약간 삐끗하였는데 상태가 별로 좋지 않은 모양이다. 이곳에서 허리를 다치면 치료가 불가능한데 걱정이 된다. 송대장이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하며 음력 보름날이 생일인데 음력 달력이 없어서 달을 보고 판단한 결과 오늘이 생일날이 확실하다고 한다. 그래서 낮부터 이용순대원, 정인규대원, 정부연락관이 합작으로 생일축하 음식을 만들고 있다. 오후 5시쯤 간략하게 가셔브룸 베이스캠프 도착 기념식을 가진 후 다른팀의 원정대원들과 정부연락관, 트레커들을 초정하여 대장의 생일파티를 열었다. 한국 음식과 파키스탄 음식을 만들어 서로 나누어 먹었다. 우리 대원들과 초청한 사람들을 합치면 무려 20여명 가까이나 된다.


대장의 생일파티에 참석한 외국인 원정대원들

오후에 히말라야 트레킹사의 무하맛 알리가 우리가 설치해 두었던 픽스로프와 스노우 바를 회수해서 가지고 왔다. 여러모로 신뢰감이 가고 정이 드는 사람이다. 잘 사귀어 두면 차후 이곳에 원정등반을 온다면 많은 도움을 받을수 있을것 같다. 오늘 성대팀은 캠프2나 캠프3까지 도달할 예정이고 스위스팀은 오늘이나 내일쯤 정상 공격을 시도할 것이라 한다. 우리팀은 어느 세월에 등반을 할 수 있을런지 걱정이다.

6월 28일(Gasherbrum Base Camp 도착 3일차 / Camp1 (5,900m) 건설-->Base Camp 귀환)
캠프1을 건설하기 위하여 오늘은 새벽 4시에 베이스캠프를 출발하였다. 처음 올라가는 가셔브룸의 캠프1은 정말 마음이 설레인다. 이렇게 새벽 일찍 올라가는 이유는 밤 사이 눈이 얼어서 표면이 단단하여 아이젠을 착용하고 등반하기가 용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장상기 대원을 제외한 전 대원과 스위스팀의 클람 알리와 함께 총 8명의 대원들이 등반에 나섰다. 캠프1으로 가는 처음 1/3 구간은 얕으막한 설벽이지만 히든크레바스가 많아서 아주 조심해야 한다.


히든크레바스 지역을 통과하여 등반하고 있는 대원들

다행이 위험한 구간은 먼저 등반한 팀들이 픽스로프를 설치해 두어서 한결 낫다. 캠프1에 절반쯤 도착하니 우리보다 4일 먼저 도착한 미국팀이 짐과 표식기를 데포해 둔 곳이 나타난다. 캠프1으로 오르는 구간은 정말 힘들고 지겨웠다. 캠프1에 2/3쯤 올라갔을 때 국제팀의 폴란드 남자 1명과 오스트리아 여성 1명이 우리를 추월해서 올라간다. 그들은 이미 캠프1까지 고소적응이 되어 있어서 우리보다 손쉽게 올라갈수 있다. 각 캠프의 높이에 따라 고소적응를 해야 하는데 최소한 그 고도까지 한 두번은 왕복하고 하루 정도 캠프에 머물러야 고소적응이 된다. 오전 11시가 다 되어서 성대팀의 캠프1 텐트가 보이기 시작한다. 성대팀 캠프1에 도착해보니 텐트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모두 캠프2로 올라간 모양이다. 우리는 서둘러 캠프1에 텐트 2동을 설치하고 수송한 장비와 식량을 데포시킨 후 점심을 먹고 잠시 휴식한다. 캠프1 고도까지 아직 고소적응이 제대로 되지 않아서 그런지 약간의 두통이 오는것 같다. 캠프1에는 성대팀, 국제팀, 스위스팀과 우리팀이 캠프를 구축해 놓았다.


가셔브룸 캠프1(5,900m)에 설치한 우리팀의 텐트

우리는 오후 1시 베이스캠프를 향해서 내려가기 시작한다. 눈이 녹아서 루트가 많이 질퍽거려서 걷기가 아주 불편하다. 대부분의 원정팀들이 캠프1을 2~3일만에 구축하였는데 비해 우리팀은 단 하루만에 캠프1을 구축하였다. 절반 정도 내려와서 우리는 서로 안자일렌으로 연결하였다. 눈이 녹아서 히든 크레바스가 붕괴될 위험이 높기 때문이다. 하산하는 루트 또한 오르는 것 못지 않게 힘이 들고 위험하다.


로프로 서로 안자일렌으로 연결하고 등반하는 모습

올라가면서 힘을 많이 소모한 탓도 있으리라. 거의 다 내려오니 빙하가 녹아서 물이 많이 흘러 루트가 다 지워지고 없다. 다른팀들이 설치한 표식기를 보고 겨우 루트를 찾아서 내려올 수 있었는데 예상밖의 일이다. 캠프1에서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오는데 약 3시간 반 정도 소요되었다. 히말라야 등반은 새벽일찍 등반하고 오후에는 쉬는 것이 정석이다. 우리는 오후 4시 반정도 되어 모두 파김치가 되어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저녁 식사 후 내일 등반을 위한 회의를 했다. 내일은 장상기, 정인규, 이용순, 박을규대원이 올라가면서 대원들의 원활한 고소적응을 위해 중간에 ABC캠프(전진캠프)를 하나 건설하기로 했다. 나와 권순두, 조제철대원은 6월 30일 올라가기로 하였다.

6월 29일(Gasherbrum Base Camp 도착 4일차 / 배이스캠프 대기)
새벽 1시쯤에 쿡인 유솝이 박을규대원을 흔들어 깨운다. 3시에 깨워달라고 했는데 시계가 없었는지 한 밤중에 깨우고 난리다. 장상기대원이 시계를 건네주면서 3시에 다시 깨우라고 한다. 새벽 4시쯤 대원들이 출발하려고 떠드는 소리가 들렸으나 나는 너무 피곤해서 나가 보지도 못했다. 오늘은 아침 8시에 기상했다. 밤사이 기침이 심해서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고소증세의 하나로 발생하는 기침증상은 정말 고통스럽다. 오전 10시 30분쯤 스위스팀이 금년 시즌 처음으로 가셔브룸 2봉을 등정했다는 낭보가 들려온다. 1명의 고소포터와 3명의 대원이 정상등정에 성공하였다고 한다. 정말 부러운 마음이 든다. 그들은 3명의 고소포터를 고용하였는데 비용이 만만찮을 것이다. 우리 대장도 은근히 고소포터를 쓰고 싶은 눈치다. 하지만 우리팀은 등반경비가 부족해서 엄두도 낼 수 없다. 점심때쯤 오픈해 둔 무전기에서 성대팀의 한상국 대장님이 콜을 요청한다. 그들은 오늘 캠프3에서 머물다가 내일 다시 캠프1으로 내려와 머문 후 7월 1일 다시 캠프2와 캠프3을 통과해서 캠프4를 구축한 후 7월 2일 전대원이 베이스캠프로 귀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우리 짐작으로는 오늘이나 내일쯤 정상공격을 할 것으로 예상했는데 뜻밖의 일이다. 계획대로 등반이 잘 풀리지 않는 모양이다. 낮 12시에 대원들이 캠프1에 도착했다는 무전 교신이 온다. 오늘 처음 올라간 장상기대원만 제외하고는 모두 컨디션이 좋다고 한다. 스위스팀 캠프에 갔던 대장이 돌아와서 지금 그 팀은 축제 분위기라고 한다. 대장이 몹시 부러워하는 눈치다. 물론 우리도 부럽기 그지 없는 마음은 피차일반이다. 우리도 이번 등반을 반드시 성공해야 할텐데...오후 2시 다시 캠프1에서 무전 교신이 온다. 오늘 올라간 대원들은 모두 캠프1에서 자고 내일 아침 일찍 내려오겠다고 한다. 그들은 내일 내려오다가 올라가는 우리와 중간에서 만나기로 하고 우리 3명의 대원들도 컨디션이 좋으면 내일 캠프1에서 하루 머물기로 하였다. 얼마 후 정부연락관의 친구들이 캠프에 놀러왔다. 이 친구들은 모두 파키스탄의 군 장교들인데 카스트계급중 제법 높은 중, 상류층 출신들이며 휴가차 외국 등반대를 따라오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우리팀의 쿡인 유솝이 배가 아프다고 해서 정로환을 6정 주었다. 내일 캠프1으로 수송할 장비를 배낭에 패킹한 후 저녁을 먹었다. 저녁 6시 무전 교신 때 내일 ABC캠프에 데포해 둔 텐트와 장비를 철수해 오라고 한다. 배낭에 넣은 짐만해도 무거운데 가져갈수 있을런지 걱정이 된다.

6월 30일(Gasherbrum Base Camp 도착 5일차--> Camp1 / 5,900m 등반)
새벽 4시 45분 나와 권순두, 조제철대원 3명은 캠프1으로 향해 출발한다. 약 2시간 반 가량 올라가다 캠프1에서 하산하는 대원들을 만났다. 잠시 쉬면서 이야기를 나누다 서로 헤어졌다. 중간에 ABC캠프의 텐트와 장비도 회수하여 캠프1으로 지고 올라갔다. 캠프1으로 오르는 도중 미국인 솔로 등반가 1명을 만났는데 그는 정상 직하 약 200m전에서 중국쪽에서 불어오는 강력한 제트기류를 동반한 폭풍설로 인해 정상 공격을 포기하고 어쩔수 없이 후퇴했다고 한다. 현재 캠프1에는 국제팀 2명이 머물고 있으며 한 명은 캠프2에서 캠프1으로 하산중이라고 한다. 그리고 성대팀은 현재 캠프3에 머물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낮 12시쯤 캠프1에 도착하여 식량과 장비를 정리한 후 잠시 휴식을 가졌다.


가셔브룸 캠프1의 텐트앞에 선 조제철대원과 피츠(화이트아웃 현상으로 뒤가 잘 안보임)

캠프1의 기상은 오전에는 대체로 맑고 오후가 되면 구름이 몰려왔다. 대장에게 내일 캠프2 건설을 위해 등반 허가를 요청하니 고소적응을 위해 한 번 더 베이스캠프로 귀환하였다가 다시 캠프1을 경유하여 캠프2로 올라가라는 지시가 하달된다. 내일 아침 일찍 하산할 준비를 해 놓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는데 5,900m의 캠프1에서 처음 맞이하는 밤이라 다소 긴장이 되었다. 기침이 자주 나오는 증상외에 별다른 고소증상은 나타나지 않았다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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