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니시호타카의 별빛과 폭풍설...[2]

2007. 5. 29. 23:58[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2002년 12월30일
정확히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대원들도 모두 잠을 설친것 같았다. 우리는 서둘러 아침을 먹고 점심용 김밥 을 준비했다. 이 니시호타가리지 루트는 중간에 점심을 해먹을 조건이 안된다. 따라서 반드시 행동식으로 점심을 준비하는 것이 좋다. 배낭패킹을 끝내고 하산해서 사용할 식량과 필요없는 장비를 무료온천탕 앞에 있는 코인락카에 넣고 문을 잠궜다 . 이 코인락카는 큰사이즈는 300엔이고 작은 사이즈는 200엔한다. 하지 만 기간제한이 없어 짐을 데포하기에 아주 좋다. 아침이 되자 여러명의 일본 산악인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옆의 일본 산악인에게 케이블카 역이 몇시에 오픈하냐고 물으니 자기들도 반신 반의 하면서 아마도 7시부터 문을 열것이라고 했다. 이상하다 내 기억으로는 8시넘어서 문을 열던것 같은데 우리는 일단 기다려도 케이블카 역앞에서 기다리기로 하고 출발했다, 케이블카역은 이곳에서 걸어서 10분 도 채 못미쳐 위치하고 있는데 아니다 다를까 역시 8시부터 개점한다고 표시되어 있어서 우리는 문앞에서 스패츠도 착용하고 물도 마시고 사진도 촬영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이곳은 계단에 조차 온돌을 놓아 따뜻하 다. 온천물이 풍부하다 보니 아주 여러모로 활용하는 것이 부럽다. 케이블카 역이 문을 열자 우리는 배낭을 옮기고 티켓팅을 하였다. 그런데 짐이 8kg 가 넘으면 오버차지를 물게 되어 있었는데 1개당 300엔을 추가로 지불해야 했다. 이 케이블카는 등산로 입구까지 가려면 중간에서 한번 갈아타야 한다. 티켓은 한번에 두 구 간 요금을 지불하면 된다. 케이블카 역 종점 3층에는 음식점과 기념품점이 있으며 쓸만한 등산장비는 구입 할 것이 없으니 참고 바란다. 니시호 산장으로 올라가는 등산로 입구는 3층으로 올라가면 구석쪽에 출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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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스입성 신호타카 버스터미널 케이블카 승차장

그런데 출구 문을 열고 나가니 전에 올라갔던 등산로가 러셀이 되어 있지 않다. 아이구 맙소사 큰일이 다 라고 생각하면서 화장실을 갔다오니 종열이가 등산로가 전보다 조금 아래쪽으로 나있고 러셀이 되어있 다고 한다. 천만다행이다. 만약 이곳부터 러셀이 되어 있지 않으면 니시호산장까지 적어도 3~4시간은 죽도 록 고생하면서 러셀해야 할것이다. 러셀이 잘 되어 있는 덕분에 우리는 1시간만에 니시호 산장에 도착했다. 니시호산장앞 캠프사이트에는 많은 일본 산악인이 야영을 하고 있었다. 우리나라 같으면 이렇게 산장 바로 앞에 넓게 산악인을 위한 겨울 야영지가 있겠는가? 스노우 블록을 쌓은 텐트도 있고 형형색색의 텐트들이 아름답게 보인다. 산장 바로 앞에는 여러명의 일본산악인이 등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내가 보기엔 대다수 일반 워킹족들이다. 하기야 이곳 일본은 일반 워킹을 하는 산꾼들도 12포인트 아이젠과 피켈은 필수적으로 휴대하고 다닌다. 그렇치 않고는 등반자체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50대가 넘어 보이는 산악인들도 많이 보 인다. 우리는 약간의 간식을 먹고 아이젠을 착용하고 일부는 스키고글을 착용한채 니시호 독표를 향해 출발 했다.

니시호산장 니시호 캠프사이트 피라미드 피크

능선으로 올라서자 매서운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니시호 산장부터 니시호독표까지는 쉬운 능선길로 되어있다. 마지막 니시호독표 오르는 암설벽이 조금 난이도가 있을 뿐이다. 12시 50분쯤 대원모두가 니시호 독표에 도착했다. 초반부터 종열이와 태곤이가 역력히 지친 모습을 보인다. 이런 고얀놈들 고참녀석들이 초 반부터 지치면 어떻게 하나 나는 속으로 화가 났으나 대원들에게 내색은 하지 않았다. 니시호독표에서 점심 을 먹고 안전벨트를 착용하였다. 이곳부터 본격적인 암설벽 업 다운이 시작되는데 크게 어려운 곳은 없지만 그래도 미끄러운 바위가 많아 아이젠 스텝을 조심해야 한다. 대원들이 삼각형으로 우뚝 솟은 피라미드 피크 를 보고 주눅이 들었는지 모두들 말이 없다. 나는 대원들에게 저곳은 보기에는 어려워 보이지만 가까이 다 가가보면 쉽게 오를수 있는 곳이라고 일러주었다. 니시호독표에서 피라미드피크까지는 약 30분 정도 소요 된다. 반대쪽에서 오는 대부분의 일본산악인들은 니시호타카 정상까지만 갔다가 되돌아 온다고 한다. 그곳 까지는 큰 어려움없이 약간의 설상등반 테크닉과 아이젠만 있으면 갔다올수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아무나 갈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다. 내가 말하는 테크닉이란 전문등반 기술을 이야기 하는 것이지 우리나라 일반 등산객들의 설상등반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라.

니시호 산장앞에서 니시호독표 피크 니시호독표 정상에서

우리는 몇 개의 봉우리를 트래버스하여 니시호 타카 다케 직전 작은 안부에 도착하였다. 종열이와 태곤이는 여전히 지친모습이 역력하다. 그런데 이곳은 2 년전에 왔을때와 완전히 지형이 틀린다. 그때는 이곳에 눈이 별로 없어서 캠프사이트를 설치할 만한 자리 가 없었는데 이번에 아주 많은 눈이 쌓여서 사면을 눈삽으로 좀 깍아내면 충분한 사이트가 될것 같았다. 오 늘 계획은 원래 니시호타카 정상을 넘어 2~3번 정도 하강하여 작은 꼴에 캠프를 설치하려고 마음 먹었으나 대원들의 눈치가 오늘은 이곳에서 캠프를 설치 했으면 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하긴 더 가려고 해도 어둡기 전에 니시호타카정상을 넘어 예상한 캠프사이트까지 갈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대부분의 대원들이 험난한 루 트에 주눅이 들었는지 운행속도도 느리고 모두 힘들어 하는 눈치다. 좋다 오늘 하루만 봐준다라는 생각으로 오늘은 이곳에서 야영하기로 하였다. 하지만 설벽상태가 다소 위험해 보여 옆 바위크랙에 확보용 하켄을 2 개 설치하고 로프로 확보한후 설사면을 다졌다. 약 3시간의 작업끝에 3인용 텐트 3동과 2인용 텐트 1동을 설치할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여 텐트를 설치 완료하였다. 아울러 밤새 불어닥칠지도 모르는 폭풍설에 대비 하여 스노우 블록도 쌓았다.

캠프1 건설작업 니시호타카를 향하여 등반중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니시호타카리지는 매년 눈이 내려서 설릉의 형태가 바뀌므로 내년에도 이곳이 좋은 캠프사이트가 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왜냐하면 2년전에 왔을때 이곳에는 텐트 2동도 치지못할 상황이 었으니까. 우리는 서둘러 장비를 정리하고 각조별로 자기 텐트로 들어갔다. 어둡기 시작하니 기온이 급강하 하고 있었다. 먼저 눈을 녹여 따뜻한 물을 만들어 목을 축이고 알파미국밥을 끓여 저녁을 먹었다. 알파미 국 밥은 무게도 가볍고 동결건조 수제비가 들어있어 맛이 괜찮은 편이지만 충분히 끓이지 않으면 딱딱해서 불 지 않은 누룽지 같아 먹기가 곤란하다. 때문에 조급하게 끓이지 말고 충분히 익혀야 먹기가 좋게 부드러워 진다. 식사후 커피도 한잔하고 내일 마실 물도 미리 만들어 보온커버가 있는 수통에 가득채웠다. 미국 OR 사의 수통 보온재 커버는 보온력이 좋아서 웬만한 추위에는 물이 얼지 않아서 좋다. 아침에 물을 끓여 넣으 면 점심때까지 미지근한 정도를 유지한다. 하지만 어리석게 수통을 배낭헤드에 넣어 다닌다면 금방 물이 식 어 버린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일본 현지에서 구입한 진흙색 글씨의 동계용 EPI 가스 1통이면 알파미 3인분 3식과 식수 3인분 1회 정도 취사가 가능하다. 우리는 모든 준비를 끝내고 저녁 8시경 일찌감치 잠자리 에 들었다. 하지만 나는 안다. 너무 일찍 잠자리에 들면 밤새도록 허리도 아프고 잠도 잘 안온다는 것을^^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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