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6. 2. 15:26ㆍ[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18일 화요일 11일차
전진캠프에서 처음 1박하고 아침 8시에 기상하니 그런대로 컨디션은 좋았다. 누룽지와 육개장으로 아침을 먹고 다시 전진캠프에 비치해 둔 식량을 분류하고 텐트정리를 했다. 식량 분류작업은 언제나 끝이 나려는지..아마도등반이 끝나야 이 작업도 끝날것 같다. 베이스캠프와 교신하니 의료 담당 덕규형이 의약품 1세트를 전진캠프에 비치해 두라고 한다. 오전 11시 30분경 전진캠프를 출발하여 스키장비 데포지점에서 등산화를 스키부츠로 바꾸어 착용했다. 지난 겨울 4월초까지 무주리조트 슬로프에서 스키등반 훈련을 할 때 사용하던 스키부츠를 한여름인 7월에 다시 착용하니 어색하다. 오후 1시 20분 대장과 협의하여 왼쪽 눈사면을 스키등반으로 오르기로 한다. 처음에는 스키등반이 좀 어색했는데 조금 지나니까 걷는 것 보다 편하다는 생각이 든다. 약 1시간 20분 후에 설사면을 깍아서 만든 5,400m의 캠프1에 도착했다. 그 곳은 캠프사이트가 좁아서 활동하기가 불편하며 급경사 설사면에 위치하고 있어서 등반시 주의해야 한다. 그 보다 더 높은 5,570m에 넓은 캠프사이트가 있다고 하는데 여기서도 보이지 않는다. 진영숙대원은 전진캠프에서부터 걸어서 캠프1으로 올라오고 있다.
GPS 고도는 이미 5,500m를 가르키고 있지만 여전히 캠프사이트는 보이지 않는다. 설사면의 경사도는 오를수록 더욱 가팔라진다. 고도 70m의 높이를 등반하는 거리는 200m이상의 거리였다. 스키 킥턴으로 지그제그로 한참을 올라 오후 3시경 마지막 경사면을 올라서니 별천지가 나타났다. 고도 5,570m의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한 캠프1에는 15동 가량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고 그 뒤로는 크레바스와 세락이 어지럽게 벽을 이루고 둘러쳐 있다. 캠프1 왼쪽 대각선 방향으로 캠프2로 올라가는 루트가 있는데 제법 경사가 심해 보인다. 3시 40분 마지막 대원이 도착한 후 장비와 식량을 정리하고 텐트도 보수하고 기념촬영도 했다. 전진캠프에서 고도를 약 470m 높였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고소증상은 없다. 4시 반경 스키를 착용하고 오랜만에 활강을 한다. 경사가 조금 급하지만 무게중심을 최대한 앞 부분에 위치하고 턴을 하면서 내려가니 그런대로 다운힐이 된다.
데포지점에 도착하여 스키와 부츠(내피는 제거해 들고 내러감)를 데포하고 오후 5시 반경 전진캠프에 도착해서 잠시 허기를 채우고 6시에 하산을 시작한다. 베이스캠프는 아직 까마득히 멀어 보이고 이젠 먼지 자욱히 날리는 이런 길을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싫어진다. 하지만 어쩌랴 등반 기간은 한정되어 있고 빠른 고소적응을 위해서는 열심히 발품을 팔아야 하는 것을...베이스캠프에 가까워 지니 원수형과 권영주대원이 조현숙대원과 진영숙대원의 배낭을 받으러 마중을 나왔다. 진영숙대원은 이제 차츰 고소적응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다. 7시쯤 베이스캠프에 도착해서 잠시 휴식 후 머리를 감는데 발라클라바를 사용해서 그런지 약 1주일 간격으로 머리를 감으면 머리카락이 한 줌씩 빠진다. 이러다가 대머리가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저녁 식사 후 오랜만에 양고기 꼬지를 안주삼아 맥주와 고량주를 한 잔씩 하고 아늑한 기분으로 오늘 등반을 마무리 한다. 베이스캠프의 하늘은 구름이 점점 짙어져 가고 하늘이 어스럼에 물들기 시작하면 집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어 진다. 오늘도 변함없이 빙하계곡의 물소리를 자장가 삼으며 잠을 청한다.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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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진캠프에서 처음 맞는 아침은 지난 밤 대장님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설치긴 했지만 생각보다 몸 상태가 양호하여 기분이 좋다. 고소증세 때문에 전진캠프에 올라가면 바로 하산해야 되지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다. 지성선배님이 끓여주시는 밀크티 한 잔으로 아침을 시작하니 기분이 좋아진다. 누룽지와 즉석국으로 아침을 먹고난 후 캠프1에 올릴 식량과 장비를 분류하여 12시쯤 캠프1으로 출발할 예정이라고 한다. 나는 원래 전진캠프까지만 올랐다가 베이스캠프로 하산할 계획이었는데 자고나서 컨디션도 좋고해서 곰곰히 생각해 보니 캠프1까지라도 다녀오면 여기까지 온 보람이 더 클것 같아 침낭과 간식을 챙겨 대원들을 따라 나섰다. 캠프1으로 가는 루트는 베이스캠프에서 전진캠프까지의 구간보다 더 험난한 길이다. 아주 천천히 오르고 있지만 힘도 들고 고도는 좀처럼 높아지지 않는다. 여기서 실패하면 앞으로 내 인생을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제대로 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이를 악물고 눈과 얼음으로 뒤섞인 비탈진 자갈길을 오른다. 다행이 도중에서 대장님이 잘 아는 포터를 만나 배낭을 공짜로 맡기기는 했지만 배낭없이 맨 몸으로 오르는 것도 나에겐 엄청난 고통으로 다가온다.
어제 수송한 스키장비 데포 지점에서 다른 대원들은 스키로 등반을 하고 나는 걸어서 갬프1까지 오르기로 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다른 대원들이 스키를 전진캠프로 수송할 때 같이 보낼껄 하는 후회도 없지 않았지만 나에게는 워킹이 스키등반보다 더 빠를것 같다. 눈사면이 여기 저기 얼어붙어 스키등반이 쉽지 않은 듯 대원들이 힘들어 하는 것 같다. 나는 설사면을 오르는데 다행히 염려했던 것 보다는 미끄럽지 않아서 올라가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하지만 중간에 위치해 있는 또 다른 캠프1 이후 부터는 설사면의 경사가 급격히 세어진다. 급경사 설벽을 가쁜 숨을 몰아쉬며 한참 오르다 보니 드디어 넓다란 평지로 이루어진 캠프1이 눈앞에 나타난다. 해발고도 5,570m인 캠프1에는 약 15동 가량의 텐트가 설치되어 있었는데 밑에서는 전혀 보이지 않던 곳에 이렇게 넓고 평평한 곳이 있었다는 사실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내 생애 최고의 도달지점인 이 곳 캠프1에 지금 내가 서 있다는 사실에 가슴벅찬 희열이 밀려온다. 언제 또 다시 내가 이렇게 높은 산에 오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서 나 자신이 너무 대견한 것 같아 기쁘고 한편으로는 너무 몸을 혹사시켜서 미안한 생각도 든다.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얼마나 오랫동안 고생하면서 훈련했던가? 이제 나는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것이고 내 생애 멋진 추억 하나를 가슴에 안고 돌아갈수 있어 가슴이 뿌듯하다. 고산에 오래 머물면 고소증상이 나타날까 봐서 신속히 짐을 정리하고 몇 장의 사진을 찍은 후 하산 한다. 전진캠프를 지나 베이스캠프로 하산하는 발걸음이 이보다 더 가벼울수 있을까? 베이스캠프에 도착하니 선배님들이 환한 미소로 반가이 맞아준다. (진영숙)
7월 19일 수요일 12일차
9시 반쯤 자리에서 일어났는데 밤새 눈이 와서 캠프 주변이 하얗다. 기상이 악화되니 걱정이 앞선다. 오늘은 전대원이 베이스캠프에서 하루 휴식을 취하고 내일은 단장님과, 권영주, 진영숙대원을 제외한 7명의 대원이 캠프1으로 진출해서 하룻밤 자기로 했다. 아침으로 닭백숙과 계란찜, 황태미역국이 나온다. 식사는 정부대장님이 직접 챙기면서 쿡에게 한식 조리법까지 교육한 덕분에 맛있게 먹을 수 있어서 좋지만 혼자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죄송한 마음이 든다. 오후에는 내일 등반을 위해서 식량과 등반 장비를 다시 점검하고 등반일정에 대해 토의를 가졌다. 이웃 중국팀의 기상정보에 의하면 적어도 앞으로 5일 간은 날씨가 맑을 것이라고 한다. 등반 일정이 계획보다 조금 지체되니 대장님과 대원들의 얼굴에 초조한 기색이 엿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지금부터 우리가 등반을 할 수 있는 날짜가 일주일정도 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내일 베이스캠프에서 전 대원이 동시에 출발하여 캠프1으로 진출하여 다음날 캠프2를 설치하고, 다시 캠프1으로 복귀하여 하루 머물고 다음날 다시 캠프2로 진출하여 1박하고, 그 다음날 곧장 캠프3으로 진출한 후 다음날 정상공격을 감행하는 조금은 힘든 계획을 세웠다. 대원 각자에게 내일 수송할 장비와 식량을 배분하고 나자 대장님이 대원들의 지친 체력을 보강하기 위해 찰토막 마을에 염소 한 마리를 주문하였다. 중간 크기의 염소 한 마리의 가격이 모든 비용을 포함해서 겨우 200위안인데 우리나라 화폐로 계산하면 대략 24,000원 정도 하는 셈이다. 저녁은 염소 육회와 불고기를 해서 푸짐하게 먹고 몇 몇의 대원들은 밤 늦게 카레를 만들어 먹으며 향수를 달랜다. 밖에는 지금도 눈이 오는지 비가 오는지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가 요란하다. 밖에 불을 비춰보니 싸락눈이 하얗게 내리고 있다. 내일 등반 일정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이 앞선다. 부디 내일 아침에는 맑은 하늘과 바람이 불지 않기를 기대해 본다. (김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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