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8

2007. 6. 2. 16:14[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20일 목요일 13일차
10시 반쯤 권영주, 진영숙대원을 제외한 7명의 대원은 비장한 각오로 천천히 열을 맞춰서 베이스캠프를 출발한다. 일정상 오늘부터 날씨가 좋다는 가정하에 늦어도 1주일 안에 정상공격을 마쳐야 한다. 기상예보와 등반 일정을 고려할 때 이번 공격에서 실패한다면 후퇴 후 다시 재 도전하기는 결코 쉽지 않을 것 같다. 먼지가 흩날리는 자갈길을 천천히 올라간다. 오늘은 어제 내린 눈으로 먼지가 훨씬 적게 날리는 것 같다. 내가 선두에 서서 천천히 뒤따르는 대원들과 보조를 맞추어 올라갔다. 선두가 조금 빠른 속도를 내면 어김없이 대장님의 고함소리가 들려온다. 대장님의 그 말씀속에서 이제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되므로 전 대원이 호흡을 맞추어 대원들이 모두 체력과 고소적응만 순조롭게 이루어진다면 가능한 많은 대원들을 정상에 보내려는 마음을 읽을수 있었다. 하지만 빨리 오른 후 많이 쉬는 페이스를 가진 헌남형이나 원수형은 다소 불만이 있어 보인다. 하지만 원정대는 일사불란한 팀웍을 유지해야 하고 대장의 지시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은 대원 모두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캠프1을 향하여 열심히 올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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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중국팀, 이태리팀 스페인팀 등 여러 원정대가 우리와 비슷한 일정으로 등반 중이다. 그 중 우리팀과 뉴질랜드팀만 스키등반으로 등반하고 다른 팀들은 설피를 이용하여 등반하고 있었다. 이번 등반 시즌에는 적설량이 많지 않아 설피를 이용하여 등반해도 큰 어려움은 없어 보인다. 어젯밤 걱정과 달리 오늘은 날씨도 좋고 시야도 아주 맑고 깨끗하게 잘 보인다. 오후 3시반쯤 전 대원이 전진캠프에 도착하고 베이스캠프에 무전 교신을 해보니 권영주대원이 컨디션이 좋지 않아 수바쉬캠프까지 고소적응차 내려 갔다 올 것이라고 한다. 일년 넘게 동고동락하면서 열심히 훈련 했는데 이곳까지 와서 고소적응이 잘 안되어서 제대로 등반도 해보지 못하고 밑에서 머물러야 하는 상황에 가슴이 저려온다. 하지만 아직 나이가 젊으니까 이번 등반을 경험삼아 앞으로의 자기 인생과 산 악활동에 큰 보탬이 된다고 생각하면 다소 위안이 될 것이라 생각해 본다. 이제 정상을 향해 출발하면 내려오기 전까지는 전진캠프로 내려오지 못하므로 식량과 장비를 세밀하게 분류해서 패킹한다. 한참 장비를 점검하던 중 부대장님이 대장님한테 한 소리 듣는다. 베이스캠프에서 깜빡 잊고 표식기를 가져오지 않았다고 한다. 고소에서는 메모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기억을 상실하기가 쉽다. 그래도 다행히 등반루트 중간 중간에 다른 팀들의 표식기가 이따금씩 있다는 먼저 등반한 팀들의 이야기에 위안을 삼아 본다. 원정 기간동안 느낀 것이지만 해외원정 등반이란 대원 개개인이 강인한 의지로써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고 다른 대원들을 위해 자신이 먼저 희생할 줄 알고 대자연에 겸허한 마음자세로 등반에 임할때, 비록 정상등정에 실패한다고 해도 그 팀은 완전히 성공한 원정대가 될 것이다. 점심으로 즉석 쌀국수를 끓여 먹었는데 특히 국물 맛이 좋다. 오후 4시가 거의 다 되어서 캠프1으로 출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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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키장비 데포지점에 도착하여 스키부츠로 바꾸어 착용하고 스키는 배낭에 달고서 계속 오른다. 눈사면 경계지점에 도착하니 일련의 미국팀이 정상 등정 후 스키를 이용하여 카고백에 줄을 연결해서 허리에 달고 멋진 포즈로 내려온다. 그들은 캠프1에 도착하여 짐을 포터에게 운반하게 하고 왼쪽 설계를 향하여 쏜살같이 내려간다. 스키 실력이 거의 수준급에 가까워 보였는데 정말 부러웠다. 이곳에서 등반하면서 느꼈지만 자연설과 급경사에서의 스키실력은 어릴 때부터 스키를 자주 접할수 있는 유럽인들이 아시안보다 훨씬 더 잘 타는 것 같다. 얼마 후 그들 뒤로 뉴질랜드팀 대원 2명이 텔레마크턴으로 내려오고 있었는데 그 중 한 명의 스키실력은 정말 환상적으로 아름다운 모습으로 내려오고 있었다. 미국대가 철수하고 나니 5,400m의 캠프1 자리는 절반 정도가 비어 있다. 두 번째 올라가는 5,570m의 캠프1은 처음보다는 훨씬 힘을 적게 들이고 올라갈수 있었다. 캠프 뒤쪽은 엄청나게 발달한 큰 세락이 크레바스와 함께 버티고 있고 뒤쪽이나 오른쪽으로 조금 가면 작은 크레바스들이 많이 있는데 처음에는 겁이 났지만 나중에는 조그만 크레바스들은 화장실로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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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원들은 아직까지 고소에 완전히 적응되지 않아 다들 경미한 두통과 호흡곤란 증세로 힘들어 한다. 빨리 고소에 적응하여 차질없이 일정대로 진행 되었으면 좋겠다. 등반이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거기에서 오는 불안감과 초조한 마음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발생해서 심리적으로 많은 갈등을 격게 한다. 나느 지금까지 등산을 다니면서 보아온 대부분의 텐트 색깔이 노란색이었는데 왜 노란색일까? 하는 의문점을 가진 적이 있었다. 몃 년전 내가 아는 선배님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눈위에서 선명하게 잘 보이고 또 텐트안에서 생활할 때 심리적 안정감과 스트레스에 관한 연구 결과 노란색이 가장 뛰어난 효과가 있기 때문에 많은 텐트 메이커에서 텐트를 노란색으로 제작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실제로 지금까지 눈위에서 본 대부분 텐트들은 노란색을 띠고 있었다. 그렇지만 폭풍설이나 악천후로 인해 어쩔수 없이 텐트안에서 몇 일씩 생활해야 할 때는 노란색 텐트 천장만 쳐다보면서 몇 일이 지나면 노란 텐트를 쥐어 뜻고 싶을 정도로 실어 진다는 이야기도 들은 기억이 난다. 가스버너로 눈을 녹여서 수통을 채우고 저녁은 알파미에 인스턴트 김치찌게를 곁들여 먹었는데 이 즉석 김치찌개는 먹을 때는 식욕을 자극해서 좋았으나 몇 일째 장이 아파서 장 기능이 약해져 있는 나에게는 속이 쓰릴 정도로 자극적인 음식이었다. 저녁 10시 반경 베이스캠프와 무전 교신을 해 보니 저녁 6시에 권영주대원은 수바쉬캠프에 도착했다고 연락이 왔었다고 한다. 이곳 무즈타가타 캠프1에서의 첫날밤이 지금까지 내가 등반하며 하룻밤 머문 높이중에 가장 높은 고도를 갱신한다.(2004년 엘브르즈는 5,642m를 올랐으나 푸리웃산장의 고도는 4,100m 였슴) 내일이면 캠프2로 올라가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 때문인지 대원들의 얼굴에는 긴장감마저 감도는 것 같다. 늦은 저녁을 먹고 내일 등반을 위해 모두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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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1일 금요일 14일차
어제 베이스캠프에서 캠프1까지 단시간만에 1,100m의 고도를 높여서 피곤한지 모두 늦잠을 잤다. 아침으로 누룽지를 삶아서 먹고 눈을 녹여 수통에 가득 채우고 11시 40분쯤 캠프2를 향하여 본격적인 스키 등반을 시작한다. 우리 바로 옆 텐트에 머물던 뉴질랜드팀 역시 스키를 이용하여 등반하고 있었는데 스키 크램폰을 준비하지 않아서 눈이 조금 녹을 때까지 기다렸다가 등반한다고 하면서 우리팀 먼저 출발하라고 한다. 우리는 대부분의 대원이 오스트리아의 다이나피트사에서 제작한 스키등반 전용 스키와 스키 크램폰을 구입해서 사용하였는데 특히 스키 크램폰은 설사면이 크러스트 된 구간에서 훌륭한 성능을 발휘하였다. 캠프2로 가는 루트는 왼쪽 설사면 대각선 방향으로 위쪽으로 올라간다. 오른쪽 설벽쪽으로 가까이 다가가면 크레바스가 많고 경사가 급하다. 우리는 설벽에 왼쪽으로 저만치 떨어져서 올라간다. 스키 폴을 사용하여 등행하다 보면 어떤 곳은 눈 밑이 텅 비었다는 느낌이 드는 곳이 가끔 있었다. 그래도 설마 스키 길이보다 더 넓은 히든 크레바스는 없겠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오른다. 눈사면이 거의 끝나갈 무렵 설벽의 왼쪽으로 돌아서 급경사 설벽을 지나 설릉위에 올라섰다. 이제부터는 크레바스와 스노우리지가 혼재된 구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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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스키등반으로 올라가기에는 너무 위험해서 대원들은 모두 스키를 벗어 베낭에 메달고 올라 간다. 설릉에서 약 5m의 설벽을 내려서서 양쪽에 크레바스가 발달된 좁은 스노우리지를 50여m 지나면 다시 약 10m의 설벽을 내려서야 한다. 여기서 오른쪽 방향에 보면 거의 80도 정도 되는 급경사 설벽이 있는데 스키등반으로 올라가기는 어려울것 같았는데 그 설벽을 점프턴으로 멋지게 내려오는 스키어들이 있었다. 나중에 알았지만 크레바스 사이로 난 스노우리지로 돌아서 내려오려면 최소한 30분은 소요되는 루트를 그들은 단 5분만에 내려오는 것이다. 내가 보기에 그들은 완전히 프로 스키선수들의 실력이었다. 그 지점에서 급경사 설벽을 다시 30여m 오르면 왼쪽으로 양쪽 옆에 크레바스가 있는 좁은 스노우리지를 통과하여 끝 지점에서 경사 80도 정도의 설벽을 10여m 클라이밍다운 해야 한다. 설벽을 내려서면 바로 앞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린 크레바스 계곡이 나오고 왼쪽으로 10여m 올라서면 다시 루트는 오른쪽으로 이어진다. 왼쪽에 깊은 크레바스가 있는 커니스로 이루어진 위험한 스노우리지를 약 50m를 통과하면 다시 10m 높이의 급경사 설벽이 나타나는데 피켈이 있다면 피올레망쉬 테크닉과 킥 스텝으로 올라가면 된다. 다행이 픽스로프가 설치되어 있어 우리는 로프를 잡고 킥스텝으로 올라간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고소에서 급경사 설벽을 등반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캠프1에서 캠프2로 올라가는 루트는 멀고도 험했다. 크레바스가 발달하여 높은 경사도와 심한 굴곡으로 이루어진 스노우리지 지역을 통과하며 스키 탈착을 반복하다 보니 힘도 많이 들고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뜨거운 태양이 내리쬐는 눈사면에서 복사된 자외선은 노출된 대원들의 피부를 사정없이 태워버린다. 또한 스키를 착용한 상태로는 휴식하는 것 조차도 쉽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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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바닥을 보일때 쯤 힘겹게 급경사 설벽을 올라 왼쪽으로 약 100m 진행하니 스키등반이 가능한 더 넓은 설사면이 캠프2까지 이어져 있다. 우리는 조금 완만한 설사면 하단부에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한 뒤 다시 스키를 착용하고 출발한다. 따뜻한 날씨로 인해 기온이 급상승하여 여기저기 숨어있던 크레바스가 드러나고 이미 바깥에 드러난 크레바스는 점점 더 크게 입을 벌린다. 설상등반에서는 사방 천지가 눈으로 덮여 있지만 버너를 피워서 눈을 녹여 식수를 만들기 전에는 절대 물을 구할수 없기 때문에 고소에서는 식수가 굉장히 중요하다. 혹자들은 지천에 눈이 있으니 물 대신 눈을 먹으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할지 몰라도 그것은 사정을 모르는 소리이다. 결코 눈으로 갈증을 해소할수 없다. 고소순응과 신체의 탈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하루에 2리터 정도의 물을 마시는 것이 좋지만 식수 만들기가 쉽지 않으므로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기가 어렵다. 눈이나 고드름을 지속적으로 그냥 먹게되면 목구멍속의 미세 혈관이 손상되어 피가나거나 편도선이 부을 위험도 있기 때문에 미리 수통에 물이 남아있을 때 조금식 눈을 넣어 녹여서 식수를 보충해 가며 마시는 것이 좋다. 눈위에서 물이 떨어져 갈증을 겪게 되면 등반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고통스럽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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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보다 늦게 출발한 뉴질랜드팀과 플라스틱 빙벽화에 아이젠을 착용한채 등반하던 스페인팀이 우리를 앞질러서 올라간다. 그들은 이미 캠프 2까지 고소적응을 끝냈기 때문에 빠른 속도로 등반하고 있었다. 오후 5시경 급경사 설벽이 거의 끝나는 지점까지 열심히 올라갔다. 고도계가 6,000m를 가르킨다. 오른쪽 언덕에 작은 크래바스 계곡이 있었는데 대장이 오늘 대원들의 체력으로 더 이상 등반하는 것이 무리라고 판단했는지 캠프2까지 등반하는 것을 포기하고 임시로 데포짓 텐트를 1동 설치하여 짐을 데포하고 내려 가자고 하신다. 이곳에서 200m만 더 올라가면 캠프2인데 아쉽다. 우선 알파미로 허기를 달랜다. 대원들은 지친 몸을 이끌고 텐트를 1동 설치하여 짐을 보관하고 내일 하루 휴식한 후 다음에 올라와서 캠프2로 데포해 둔 장비를 수송하기로 하였다. 하산때는 스키로 활강을 시도했는데 고소증으로 인한 어지러움과 호흡곤란 때문에 스키로 다운힐하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크레바스 지역에 도착해서 스키를 벗고 통과하는데 일부 대원들은 아예 스키를 벗어 배낭에 메달고 걸어서 내려가고 나머지 대원들은 다시 스키를 착용하고 가끔 넘어지기도 하면서 무사히 캠프1으로 내려왔다. 내려 오면서 군데 군데 있는 히든 크레바스를 통과할 때는 스키가 아주 효과적이었다. 내일은 대원들의 피로 누적으로 인한 체력저하를 보충하기 위해 포터를 이용해 약간의 기호식량과 가스, 고기 등을 캠프1으로 수송하여 하루 휴식일을 가지기로 했다. 저녁에 베이스캠프와 무전 교신을 하니 진영숙대원과 조현숙도 내일 캠프1으로 올라 올 예정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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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을 뜨니 그런대로 컨디션이 괜찮아서 기분이 좋다. 몇 일째 맑은 날씨가 계속되니 무즈타가타 신이 우리의 등반을 도와주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오늘부터 정상을 향해 본격적인 등반이 시작된다. 캠프2로 수송할 장비와 식량을 준비하고 있노라니 내 마음도 더불어 흥분되기 시작한다. 캠프1 주위에 있는 스페인팀, 뉴질랜드팀, 중국팀 등 다른 등반팀들도 아침 일찍 분주하게 등반준비를 하고 있다. 우리는 서둘러 아침을 먹고 전 대원이 산악스키를 착용하고 스키등반으로 캠프2를 향해서 출발했다. 오른쪽 대각선 방향으로 보이는 능선의 끝까지 올라가야 그 뒤에 있는 또다른 능선이 보일 것 같다. 햇볕에 녹았던 눈이 밤 사이 다시 얼면서 크러스트된 곳이 많아서 스키등반을 하는데 힘이 든다. 어떤 곳은 완전히 빙판을 이루어 스키크램폰이 잘 박히지 않을 정도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우리는 한 줄로 대열을 유지하면서 지그재그로 킥턴을 하면서 올라갔다. 그런데 갑자기 뒤쪽에서 쓰윽쓰윽 스키 소리를 내면서 아주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사람들이 있어서 자세히 보니 뉴질랜트팀 대원들이 씩씩하게 스키등반으로 올라오고 있다. 확실히 유럽인들은 체력조건이나 등반여건이 우리보다 유리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스키등반을 할 수 있는 시즌이 겨울에 고작 2~3개월 밖에 안될 뿐 아니라 스키등반을 즐길수 있는 대상산도 겨우 몇 군데로 한정되어 있으니 상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분명하다. 그들은 사전에 이미 다른 지역에서 고소적응을 끝내고 온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는 고소적응도 제대로 하지 않고 단 시간에 그렇게 급격하게 캠프의 고도를 높인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뉴질랜드팀에는 여자대원도 한 명 있었는데 우리의 체력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씩씩하게 지칠줄 모르고 잘 올라가서 너무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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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2로 가는 루트 중간에는 크레바스와 스노우리지로 이루어진 낭떠러지등 위험한 지역이 많아서 더욱 더 나를 힘들게 한다. 이미 캠프2까지 고소적응을 끝낸 다른 팀들이 우리 대원들을 앞질러 올라간다. 나도 그 사람들 처럼 빨리 올라가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아직까지 미숙한 스키실력과 무거운 배낭이 나의 몸을 끌어당기고 있으니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하나도 없다. 국내에서 훈련할 때는 힘들어도 죽기살기로 악착같이 대원들과 함께 산행을 하였지만 실제 고산으로 등반을 오니 무엇보다도 고소증으로 인한 두통과 호흡곤란 때문에 모든 것을 내 생각처럼 마음대로 할 수가 없다. 고소증상이란 바로 이런 것이구나 하는 것을 새삼 뼈저리게 체험한다. 위험한 지역을 벗어나서 조금 완만한 설사면에 도착해서 눈을 녹여 알파미를 끓여서 점심을 먹고 휴식한 후 다시 지루한 등행을 계속한다. 하지만 시간은 덧없이 빨리 지나 저녁이 가까워오고 대원들도 많이 지져서 오늘 캠프2까지 전진하는 것이 무리라고 생각하셨는지 6,000m 지점에 크레바스가 계곡을 이루고 있는 곳에 도착하자 대장님이 그 곳에 데포용 임시 텐트를 설치하고 장비와 식량을 데포시키고 하산할 것을 명하신다. 텐트를 설치한 후 저녁을 간단히 먹고 전대원이 스키로 다운힐 하기로 했다. 처음 대하는 자연설인데다 스키실력이 초보 수준인 나에에 6천미터대에서 스키로 다운힐 한다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나는 첫 구간의 설사면에서부터 스키로 하산을 시도하였는데 밑의 완만한 설사면에 도착할 때까지 얼마나 무섭고 힘들게 내려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정말 아찔하다. 더구나 유럽팀의 몇 몇 대원들은 정상을 등정한 후 거의 80도가 넘는 급경사 설벽을 스키로 점프턴을 하면서 거의 프로에 가까운 실력으로 다운힐 하는 모습은 나를 더욱 더 주눅들게 만들었다. 완만한 설사면에 도착해서 스키 다운힐이 너무 힘들어서 나는 스키를 배낭에 메고 걸어서 캠프1까지 내려왔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번 등반에서 스키를 이용하여 등반한다는 그 자체가 아직까지 나에겐 무리인 것 같다. 앞으로 스키등반을 하려면 많은 실전 훈련을 더 쌓아야 할 것 같다. (조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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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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