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무즈타가타 해외원정 등반기 9

2007. 6. 2. 16:33[사람과 산]/▒ 해 외 원 정 ▒

7월 22일 토요일 15일차
아침에 일어나니 어제 무리하게 운행한 탓인지 모두 피곤해 보인다. 오늘은 캠프1에서 하루 휴식하기로 했다. 어제 저녁에 무전 교신으로 포터를 고용해서 맛있는 것을 수송하기로 했는데 아침에 대장이 다시 무전 교신으로 지시를 한다. 날씨도 너무 화창해서 모두 눈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이리저리 뒹굴면서 노래도 부르면서 휴식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지나 간다. 오후 1시 반쯤 포터들이 식량과 장비를 가지고 캠프1에 도착했다. 달걀, 염소고기, 라면, 떡국 등 푸짐하다. 점심으로 달걀을 넣고 떡라면을 끓여서 아주 맛있게 먹었다. 시원한 맥주도 한 잔씩 하고 대장님과 부대장님은 그 독한 고량주도 몇 잔씩 마신다. 아마도 이 무즈타가타 5,570m 캠프1에서 술을 마신 팀은 유일무이하게 우리팀이 최초일 것이라 확신한다. 5시 40분경 쿡겸 통역인 김영걸과 진영숙대원을 마중하기 위해 스키를 착용하고 5,200m 설사면 경계지점까지 헌남형과 같이 내려갔다. 두 사람 모두 아주 힘들어 하면서 올라온다. 김영걸은 자기 생애의 최고의 도달 높이를 경신했다고 하면서 사진을 한 장 부탁한 뒤 짐을 넘겨주고 내려가고 진영숙대원은 자기 침낭을 메고 올라간다. 캠프에 도착하니 정단장님이 카스에서 수바쉬캠프로 돌아 오셨다는 연락이 왔다. 조현숙대원은 어제 6,000m까지 등반한 후유증인지 오늘 고소증세가 나타나 컨디션이 별로 좋지 않다고 한다. 남자대원들도 힘들어 하는 등반에 참가하여 의연하게 잘 견뎌내는것 같다. 아무쪼록 회복이 되서 함께 등반할 수 있기를 빌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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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프1에서 여유로운 오후를 보내며 무즈타가타와 멀리 콩쿠르의 풍광도 감상하면서 캠프1에서의 여유를 즐긴다. 내일부터 3~4일 동안 날씨가 좋고 그 이후로 기상이 악화될 것이라는 기상정보를 다른 팀에게서 입수했다. 이 지역은 기상이 4~5일 주기로 좋았다 나빠졌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날씨 정보에 신경을 쓰야 한다. 악천후가 발생하면 몆 일씩 꼼짝하지 못하고 캠프에 발이 묶여 있어야 하므로 등반 일정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우리팀이 베이스캠프로 올라오면서 만난 프랑스와 미국팀도 7,200m까지 진출했으나 기상악화로 인한 화이트아웃 현상때문에 어쩔수 없이 등반을 포기하고 하산 했다고 하였다. 우리가 등반할 때는 날씨가 좋아지기를 간절히 빌어본다. 떡라면으로 저녁을 먹고 내일 스키등반을 위하여 스키플레이트에 스키씰을 부착하는데 접착이 잘 되지 않아 애를 먹는다. 이유인즉 지난 겨울 스키훈련을 마치고 단체로 왁싱작업을 하였는데 왁스 제거작업을 하지 않고 그대로 스키를 가져와서 바닥이 미끄러워 접착제가 잘 붙지 않는다. 큰일이다. 급기야 왁싱된 바닥 면을 한쪽 스키 엣지로 긁어내고 붙여봤지만 별 효과가 없다. 스키 씰 접착제가 베이스캠프에 있지만 지금 수송하기에는 너무 늦다. 스키씰을 대충 붙여놓고 텐트안에서 쉬고 있던 조현숙대원이 대장님에게 혼쭐이 났다. 할 수 없이 최대한 왁스를 제거하고 정성스럽게 씰을 붙여 텐트 사이에 스키를 보관한다. 어느 순간 우리의 등반 가이드인 양호석이 갑자기 나타났다. 그는 오늘 오후에 정상을 등정하고 캠프1으로 하산하는 길이라고 한다. 그는 여러가지 등반 정보와 주위의 상황을 알려주었다. 그는 우리가 제공한 간식과 물을 먹고 나서 날이 어두워지고 있는데도 더 이상 고소에 체류하기 싫어서 밤이 늦어도 베이스캠프까지 하산 하겠다며 서두른다. 그가 떠난 후 대장이 수바쉬캠프의 단장님에게 현재의 등반 진행 상황과 정상 공격일이 계획보다 하루 연기되었다는 보고를 한다. 오늘로써 캠프1에서 3일째 밤을 맞는다. (김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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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3일 일요일 16일차
아침에 일어나서 식사를 하기 위해 여대원 2명을 깨웠지만 거의 혼수 상태이다. 지난 밤 동안 고소증이 악화되어 제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다고 한다. 어찌 이런일이... 오늘 캠프1을 출발하면 정상까지 논스톱으로 올라가기 때문에 중간에 합류할 기회가 없으니 그들은 이미 등반이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뛰어난 체력으로 열심히 훈련하던 조현숙대원은 정상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 기대했는데 정말 안타까울 따름이다. 아침을 먹고 대장님과 부대장 그리고 덕규형, 원수형 김지성대원과 나 이렇게 6명의 대원이 캠프2를 향해 출발 한다. 오늘은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캠프1부터 크레바스지대가 끝나는 곳까지 스키를 배낭에 메달고 가기로 했다. 고도를 높여 갈수록 대원들은 점점 더 힘들어 하는 표정이지만 정상등정이라는 공동의 목표가 있기 때문에 고통을 인내로 극복하면서 오르고 있다. 얼마나 올랐을까? 먼저 등반하면서 보았던 거대한 크레바스 지대가 나타나자 한 사람씩 조심스럽게 통과한다. 크레바스 계곡에 있는 고드름 지대에 이르러 물을 한 모금 마시려고 보니 아직 햇볓이 들지않아 고드름이 녹지 않아서 물방울이 떨어지지 않고 전날 고드름에서 떨어져 고여있던 물도 꽁꽁 얼어 있다. 크레바스와 스노우리지 지역을 벗어나 픽스로프가 설치된 급경사면을 올라서 약 100m쯤 지나 조금 완만한 설사면에서 다시 스키를 착용하고 캠프2를 향해 스키등행을 시작한다. 어저께 짐을 데포시켜 놓은 텐트에서 식량과 장비를 챙겨 넣고 불필요한 장비는 눈 속에 데포 시킨 후 표식기로 표시해 놓고 다시 지루한 등행을 계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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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바닥은 얼어서 딲딲하고 표면은 녹아서 질퍽한 눈사면을 앞 사람이 만들고간 기차레일 같은 스키 궤적을 따라 무념무상의 정신으로 끝없이 전진한다. 하지만 무거운 배낭은 여전히 어깨를 짓누르고 고도를 높일수록 호흡소리는 더욱 거칠어지며 고소증세가 다시 약하게 나타난다. 스키 등반의 장점은 눈에 깊게 빠지지 않아 신속하게 등반 할 수 있으며 하산할 때도 단시간에 내려올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 스키등반 실력이 서툰 대원들은 오히려 더 힘들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미래지향적인 스키 알피니즘을 선도함으로써 진보적인 등반방식의 발전에 이바지 한다는 생각을 하면 한 편으로는 가슴이 뿌듯해 온다. 눈사면에 반사된 복사열이 내뿜는 강렬한 자외선 때문에 고글과 발라크라바, 창이 넓은 카라반 모자 등은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만약 이러한 장비를 준비하지 않고 30분 정도만 운행해도 얼굴은 삽시간에 검붉게 타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손상되므로 아주 주의해야 한다. 또한 눈사면 등반은 인체의 수분 이탈 현상이 아주 심하여 물을 자주 마시지 않으면 고산병에 노출될 위험이 증가하며 극심한 갈증을 겪게 된다. 또한 운행을 하면서 중간에 자주 간식 등으로 칼로리를 섭취하여 체내 에너지가 고갈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우리팀에서 준비한 간식은 주로 육포, 하비스트비스킷, 산도비스킷, 찰떡파이, 핫브레이크, 연양갱 등과 파워젤과 파워바분말, 미숫가루 등을 자신의 기호에 따라 섭취하였다. 사람에 따라 다소 식성의 차이가 있으므로 간식 종류는 여러 종류를 골고루 준비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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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거운 배낭을 짊어지고 급경사면을 길게 킥턴하며 캠프2를 향하여 오르고 또 오른다. 눈위에서는 거리를 제대로 가늠하기가 어렵다. 바로 앞에 있는 것처럼 가까워 보여도 실제 가보면 가도 가도 거리가 좁혀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현상은 눈사면에서 반사되는 강력한 빛 때문에 일어나는 착시현상 때문이다. 더구나 육체와 정신이 극도로 피곤하고 지친 상태에서는 더 자주 그러한 현상이 나타난다. 급경사 설벽의 상단부가 아주 가까워 보였으나 가도 가도 끝없이 정말 지루하고 힘이 든다. 급경사 설벽이 끝나는 지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 어느 순간 갑자기 캠프2(6,200m) 사이트가 나타난다. 캠프2는 제법 넓고 아늑하며 20여동의 텐트를 설치할 수 있다. 캠프2에 도착한 후 너무 피곤해서 한동안 쉬면서 거친 호흡을 가다듬었다. 한참 후 대원들이 모두 도착하여 텐트에 캠프3용 식량과 장비를 따로 분류하여 정리한 후 눈을 녹여 식수를 만들고 식사준비를 하였다. 6,200m의 고소에서는 조금만 몸을 움직여도 숨이 차서 한참을 쉬면서 호흡을 가다듬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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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캠프2 이상의 고도에서는 굉장히 건조하고 기온도 많이 내려가므로 가능하면 우모복을 착용하여 보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조금이라도 소홀히 했다가는 급격한 탈수증세와 체온저하에 따른 고소증세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부터는 대원 각자가 반드시 정상에 오르겠다는 강인한 정신력을 가져야만 등반에서 낙오되지 않는다. 우리 텐트 옆에는 먼저 올라온 뉴질랜드팀이 설치한 텐트도 보인다. 오후 9시경 베이스캠프와 무전 교신을 하니 캠프1에서 하산하던 조현숙대원과 진영숙대원은 전진캠프에서 권영주대원을 만나서 함께 베이스캠프에 내려가 있다고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식욕은 떨어지지만 그나마 먹지 않으면 피로회복도 힘들기 때문에 누룽지를 삶아 국물이라도 좀 마신다. 억지로 누룽지를 먹고나니 속이 더부룩해서 덕규형에게 소화제를 받아서 먹고 식수를 준비해 놓고 휴식을 취한다. 매일 아침에 얼굴에 선크림을 잔뜩 바르고 립크림도 바르지만 얼굴은 차츰 검게 변하고 입술은 여기저기 부르터서 엉망이다. 내일은 캠프3으로 올라간다. 극도로 힘든 운행의 연속이지만 일정상 어쩔수 없다는 것을 잘 아니 몸뚱아리라도 잘 견뎌내 주기만 바랄 뿐이다. 텐트에 누우니 머리가 어지러워 두통약을 한 알을 먹고 잠을 청했으나 좀처럼 잠이 오지 않는다. 내일을 위해서 어떻게든 눈을 붙여야 하는데... (김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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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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