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관념일 뿐이다."
2007. 6. 4. 17:34ㆍ[알피니즘]/▒ 바람과구름 ▒
천성산! 이제 그 이름만 들어도 이 산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다. 자연의 친구들을 위하여 자신의 목숨까지 초개와 같이 저버리면서 오로지 그 산을 지키기 위해서 행동하는 양심으로 혼신의 힘을 다해 수행과 정진으로 자연의 생명과 자원의 소중함을 만인들에게 각인시켜 주신 아름다운 지율스님! 나는 그 분이야 말로 진정한 불성을 이룩한 부처나 다름 없다고 생각한다. “'깨달았다'고 하는 것은 관념일 뿐이며, 행동으로 증명되지 않는 깨달음은 휴지조각과 다름이 없다.” "삶에서 무아(無我)와 무심(無心)이 내면화됨으로써 당연히 따라야 할 무욕(無慾)과 무집착(無執着)과 무소유(無所有)는 행동으로 증명되어야 한다". 이 이야기는 진정한 구도자로써 수행과 정진을 하다가 열반하신 어느 스님의 수행 철학이라고 하는데 나로 하여금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글이다. 산에서 수행하는 사람들 사이에 전해 내려 오는 어느 스님의 이야기가 있어 소개한다. 내원사에는 산행을 좋아하는 스님이 한 분 계셨다. 항상 홀로 산 타기를 좋아했는데 그날도 어김없이 산에 오르기 위해 걸음을 떼셨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은 날이었다. 산을 오르다 근처 군부대에서 나온 듯한 젊은 군인들과 동행을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화엄벌에 다다랐다. 그들은 큰 바위 위에 둘러앉았는데, 젊은 군인들이 어찌나 신심이 장하던지 스님이 반야심경을 독송하면 반야심경을 떠라 하고, 이런저런 염불을 해도 모두 따라 하는 것이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군인들은 가방에서 오징어를 꺼내 스님께 드시겠냐고 권하는 것이었다. 스님은 먹지 않는다고 해도 막무가내로 권해 마지못해 오징어를 받아 한 옆에 놓아두었다. 그러다 스님은 습관처럼 화두를 들었다. 평소 정진을 열심히 하시던 분이라 금방 화두삼매에 빠져 버렸다. 갑자기 주위 군인 청년들이 놀라 두리번거리며 하는 말. “아니, 여기 있던 스님 어디 가셨지?” “어? 도대체 갑자기 어디 가신 거야?”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스님은 보이지 않았다. 군인을 가장한 저승사자들이 화두삼매에 든 스님들을 어찌 찾을까. 동이 틀 무렵 삼매에서 나온 스님 곁에는 오징어 한 마리만 있을 뿐이었다. 내가 위 글을 인용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나 홀로 캄캄한 밤 산길을 걷다가 작은 소리 하나에도 금방 귀를 쫑긋 세우고 들뜬 마음으로 야간 산행을 한다면 틀림없이 번뇌의 집착에서 오는 두려움이 그림자처럼 자신을 뒤따라 다녀 그 두려움에서 벗어나기에 급급해서 야간 산행의 진정한 즐거움을 느끼지 못 할 것이다. 밤 산 길을 걸을 때는 알아도 모른 척, 보아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스님들이 삼매를 수행하듯이 오랜 시간에 걸쳐 자신의 내면을 다스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악의 경우 당신과 같은 나 홀로 야간 산행 객을 산중에서 마주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산행을 해야 한다. 실제로 그런 사람을 캄캄한 밤 산 길에서 만난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그리고 또 나 홀로 야간 산행을 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중요한 등산장비를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 첫째. 가장 중요한 어둠의 등불 헤드랜턴을 준비해야 하는데 싸구려 랜턴은 좋지 않으며 조금 비싸더라도 성능 좋은 랜턴이 필요하다. Led Lanser사의 고휘도 3W~5W 밝기의 랜턴이면 밝으면서 무게도 가볍고 배터리 소모량도 적어서 금상첨화다. 둘째. 만약의 경우 헤드랜턴이 고장 날 경우와 배터리 교환 시에 필요한 예비 헤드랜턴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셋째. 산행 시간에 따라 예비 배터리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5시간 정도 내외의 산행이라면 예비 배터리를 추가로 2세트 정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넷째. 산행지도와 나침반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밤에는 안개가 자주 출몰하기 때문에 길을 혼돈하기 쉽다. 밤에는 옅은 운무만 끼어도 길이 잘 보이지 않는다. 다섯째. 산 정상 부근의 밤 기온은 낮 평지의 기온보다 상당히 많이 기온이 내려간다. 통상 1,000m 정도 고도 차이에 의한 기온 강하만 대략 5~6도 정도 내려가며 일몰 후에 내려가는 기온 강하까지 합하면 산정의 기온은 평지 낮 기온 보다 거의 10도 이상 내려간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추위에 대비한 모자와 장갑, 덧옷, 윈드자켓 등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여섯째. 야간 산행이라도 2~3시간 이상 산행하면 체내의 에너지가 소모되어 체력이 조금씩 떨어지게 되는데 그 때 약간의 간식을 섭취해야 한다. 하지만 자칫 그런 적절한 시간을 놓치면 쉽게 지쳐버리는 수가 있다. 한 번 지치게 되면 음식을 섭취하더라도 최소 30분 이상 경과해야 에너지로 전환되므로 주의해야 한다. 일곱째. 산행 중 물의 중요성은 더 이상 언급하지 않아도 잘 알 것이다. 보온 커버를 씌운 물통이 좋고 따뜻한 음료를 넣은 작은 보온 물통도 하나 준비하면 더욱 행복한 산행이 될 것이며, 음악을 좋아한다면 mp3 기기도 하나 준비해서 산행의 친구로 삼아도 좋을 것이다. 비단 야간 산행뿐만 아니라 변화무쌍한 대자연 속을 사계절 산행하면서 준비된 자에게는 기쁨 두 배가 될 것이며 준비되지 않은 자 고통 두 배가 된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기 바란다. 자 이제 모든 준비가 끝났다면 천성산으로 떠나 볼까요? 먼저 천성산에 대한 간단한 소개 글을 인용합니다. 천성산(812m) 옛날부터 계곡의 경관이 뛰어나기로 유명한 산이다. [신중동국여지승람] 양산 편 산천조에는 '고을 북쪽 20리에 있으며 혹은 천성산이라고 하고 또는 소금강산이라고도 한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줄율청수 천타부용(?率靑秀 千朶芙蓉)' 이라 해 '산세가 높고 험준하며 맑고 빼어나게 아름다워 천 가지 연꽃 같다'고 했다. 울산 편 산천조에 '연봉첩장 동부심수(連峰疊章 洞府深邃)'란 말로 연이어진 험준한 산봉 우리가 첩첩 하고 산골짜기는 깊고 깊으며 조용하다는 것이다. 천성산은 그 머리의 모습이 우뚝해서 눈에 잘 띄고 고스락에서의 조망이 좋으며 천성산이 품고 있는 계곡이 아주 좋아 명산의 조건을 다 갖춘 명산이다. 산하동 계곡과 성불암 계곡 사이의 암릉은 기암고봉이 이어져 누군가가 공룡능선이라 이름을 붙이기도 했다. 그 능선을 타는 것도 좋지만 아름다운 성불암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며 병풍처 럼 까마득하게 벼랑을 이룬 암 봉과 바위낭떠러지의 아름다운 경관을 올려다보는 멋도 좋다. 봉우리도 수리봉, 옥녀봉, 집북봉, 애기암봉 등 수려한 봉우리 들이 많다. 계곡도 산하동 계곡, 성불암 계곡, 법수 계곡, 주남 계곡 등 모두 좋지만 천성산 제일의 아름다운 경관은 아무래도 내원사 계곡일 것이다. 낙락장송과 어우러진 계곡은 바위 낭떠러지로 떨어져 폭포가 되고 담과 소가 되기도 한다. 특히 넓은 암반을 하얗게 수놓으며 크고 작은 바위 사이를 흘러내리는 내원 사 계곡은 선경이며 자연의 조화가 빚은 아름다운 그림이다. 또한 기묘한 바위들의 이름도 다양해 병풍바위, 금강바위(석문바위), 신선대, 매바위, 신선바위, 형제 바위 등 수없이 많다. 특히 천성산 고스락에서 내원암 계곡으로 내려오는 산길 곳곳에 위 치한 바위들과 성불암 계곡과 내원암 계곡 사이의 산등성이에 박혀 있는 바위들은 전망이 좋아 이곳에서 주위를 조망하는 것도 천성산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재미다. 내원사 계곡의 선경 법수원계곡은 고스락에서 산 아래까지 거의 절벽으로 되어 있어 비가 많이 내린 뒤에는 하늘에서 땅으로 내리 꽂히는 한줄기 폭포와 같다. 또한 천성산에 오르면 바로 건너의 취서산, 신불산은 물론 북에서 동으로 돌아가며 가지산, 고헌산, 단석산, 토함산, 대운산이 보이고 남으로 금정산이 가까이 보이며 서쪽으로 신어산, 불모산, 무학산 등이 보인다. 천성산은 경관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골이 깊고 그윽해서 수도하기에도 좋은 곳이라고 한다. 일찍이 원효대사가 이 산에 자리잡고 불도에 정진하며 중생을 제도한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송고승전]의 '내원사유래'에 의하면 천성산은 이른바 원효의 척반구중(擲盤求衆 밥상을 던져 많은 사람을 구함)의 설화와 관계가 있다. 원효대사가 대운산 척판암에 머물고 있을 때 당나라의 담운사(또는 태화사)스님들이 집이 무너져 내려는 것도 모르고 공양 중이자 대사가 밥상을 던져 밥상이 공중을 날아가는 소리를 들은 1000여명의 스님들은 집이 쓰러지기 전에 밖으로 나와 목숨을 건졌다는 것이다 이후 목숨을 건진 천명의 스님이 당나라에서 원효대사를 찾아온 바 천명의 스님을 천성산으로 데 리고 들어가 모두 성불하게 해 천명의 성인이 나왔다는 뜻으로 천성산이라 했다. [출처 - http://www.cheonsung.com] 경남 양산시 웅상읍, 상북면, 하북면에 위치한 천성산은 나와는 아주 옛날부터 인연이 깊었던 산이다. 80년대 중반에 본격적인 산악활동에 입문하기 전에 천성산을 자주 찾았었는데 그 때는 주로 현재의 천성2봉에 오르는 정도였다. 그러다가 80년대 중, 후반에 접어들면서 본격적인 전문 산악활동의 길로 접어 들어서 천성산에 암벽등반 코스를 개척하기 시작했다. 현재도 가끔 등반 하는 곳인데 천성산 법수원에서 마주 보이는 약 10여 미터의 암벽에 울림길이라는 암벽등반 코스 가 있다. 암벽 등반 기술이 눈부시게 발달한 지금은 초라한 암벽 코스이지만 그 당시에는 결코 쉽지 않은 겔렌데였다. 우리는 거의 매주 주말이 되면 암벽장비를 챙겨서 버스를 타고 서창읍에 내려서 백동마을을 지나 원적암을 지나면 의례히 법수계곡으로 접어 들어서 계곡 등반으로 법수원까지 오르곤 했었다. 물론 대부분의 산행은 토요일 밤에 이루어 졌다. 때로는 늦게 혼자서 계곡을 등반하여 올라가서 먼저 올라간 선후배들과 야영지에서 합류하기도 하였다. 80년도 말쯤 암벽등반이 널리 성행하고 있을 무렵 몇몇 회원들이 의기 투합하여 평소 눈 여겨 보아 두었던 천성산 법수원 뒤 바위 능선에 리지(암릉)길을 개척하기로 하고서 매주 정찰 산행 을 하여 루트를 개척하기 시작하였다. 루트 개척 초기에는 푸석바위도 많고 암질도 아주 날카 로워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렇게 약 2여 년간 루트를 정비하여 리지 개척을 완료하였다. 하지만 암릉 길을 개척한 후 외부에 알리지 않아 그곳을 찾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입소 문을 통하여 조금씩 알려지면서 이곳을 찾는 산악인들이 점차 늘어나게 되면서 안전상 등반 루트 를 재 보수하고 확보 지점에 볼트 작업을 다시 하여 리지 이름을 "하늘리지" 로 명명하였다. 하늘리지는 별로 길지 않은 암릉 길이지만 암릉위에 올라서면 탁 트인 조망이 일품이다. 이 코스 는 전문적인 암벽등반 장비를 갖추어야 등반이 가능한 암릉 길이어서 일반인들은 갈 수가 없다. 천성산은 해발 800여 미터 남짓한 산이지만 수려한 계곡과 바위능선이 산재하여 현재는 수많은 등산 코스가 나 있다. 그야말로 방방 골골 모든 능선과 계곡에 길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이다. 뭐 하기야 요즘 인산인해 수준의 수 많은 등산객들이 전국의 산들을 샅샅이 이 잡듯이 뒤 지고 다니다 보니 산의 어떤 곳이라도 길이 없는 곳은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제는 지도가 없어 도 산세의 흐름만 보아도 저 곳에 길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만큼 무수히 많은 등산로가 개척 되어 있고 또 한 꺼 번에 수십 명씩 몰려 다니는 가이드 산행으로 말미암아 산이 무참하게 황폐해 져 가고 있는 현실이 가슴 아플 뿐이다. 4월 21일 토요일 밤 8시 30분쯤 산악회원들과 천성산 미타암 주차장까지 차로 올라갔다. 이곳까지 차로 올라가는 경우는 극히 드문데 하늘리지 암릉 등반을 하러 갈 때에 이곳까지 차로 올라가곤 한다. 나는 주차장 한 켠에 나의 2인용 Gore-Tex 텐트를 설치하여 잠자리를 마련하여 두고 배낭을 챙겨서 회원들과 헤어져서 9시경 나만의 황홀한 야간 산행을 하기 위하여 출발한다. 실제 오늘 낮 시간만 해도 비가 내려서 야간 산행을 하기 힘들 것 같아서 실망을 하였는데 다행 히 오후부터 비가 멈추어서 등산로가 약간 질퍽거리지만 비 개인 후의 산행이 주는 신선함은 또 다른 무엇이 있다는 것을 나는 안다. 오늘 야간 산행 코스는 미타암주차장-화엄사입구-철쭉군락지-임도 삼거리-은수고개-화엄벌 -은수고개-천성산2봉-법수원-미타암 주차장으로 되돌아 오는 코스로 정했다. 화엄사 입구 오른쪽으로 올라가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 보니 한 무리의 샤머니즘 신봉자들이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고 있었다. 천성산 법수원과 미타암 뒤쪽 계곡에는 요즘에도 치성을 드리는 사람들을 흔하게 볼 수 있다. 골짜기 위쪽에는 샤머니즘 신봉자들이 기거하는 것 같은 큼지막한 집까지 지어져 있었고 계곡에는 여기 저기 촛불을 밝혀 놓았다. 한참을 올라 작은 능선에 올라서니 멀리 도시의 불빛이 휘황 찬란하게 보인다. 나는 산에 올랐다가 다시 내가 돌아 갈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좋다. 산에서 수행 정진하는 수도승들과 우리는 생각의 관점이 같다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이지만 산 에 있는 동안은 나도 수도승이 되어 심연의 어둠 속에서 삼매에 빠져 자연 속에 몰입해 보고 싶다. 미타암 뒤 주 능선에 올라서니 상현달이 운무에 가려 뿌옇게 보인다. 낮의 습한 기온이 아직도 남아서 안개가 끼었다 사라졌다 반복하고 있다. 공터 삼거리에서 오른쪽 방향은 원적봉을 거쳐 법수원 뒤 능선으로 가는 길이고 곧바로 직진 해야 철죽 군락지를 지나 임도 삼거리에 다다른다. 옅은 운무가 이따금 시야를 가리곤 한다. 밤에는 비록 옅은 운무일지라도 진행에 상당한 장애가 된다. 나는 다시 한 번 지도를 꺼내어서 진행 방향을 확인한다. 얼마 후 드디어 임도 삼거리에 다다랐다. 임도 사이로 난 작은 능선 길을 따라 은수 고개를 향하여 내려 간다. 비가 갠 뒤 밤 산 길에서 만나는 작은 물 방울 하나 하나가 헤드랜턴 불빛에 반사되어 오색 찬란한 보석처럼 빛이 난다. 나는 보석을 보고 아직까지 이러한 환희를 느낀 적이 없었지만 자연의 신비 앞에서는 그저 감탄사만 연발 할 뿐이다. 작은 바위 전망대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배낭 속 MP3 플레이어를 꺼내서 이어폰을 귀에 꽂는다. 산행에서 또 다른 나의 즐거움은 음악을 듣는 것이다. 초기 MP3 플레이어는 용량이 작아서 클래식 음악 파일을 몇 곡 정도 밖에 저장할 수 없었지만 요즘은 기가바이트 대용량의 제품이 많이 출시 되어서 웬만한 교향곡 10곡 정도까지 저장이 가능하다. 바쁜 직장 생활에서 장시간 음악을 감상한 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자주 울산시향의 연주회에서 음악을 접하지만 그것으로 나의 갈증을 달래주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등산을 가면 하루에 5시간 정도 마음껏 음악을 들을 수 있기 때문에 실컷 감상할 수 있어 너무 좋다. 나는 클래식 음악 중에도 베에토벤의 음악을 좋아한다. 베에토벤 교향곡의 장중함 다음에 오는 부 드러움과 그 강렬과 여림의 대조와 조화는 대자연의 아름다움에 견주어 손색이 없을 정도로 좋다. 특히 교향곡 3번 '영웅'과 5번 '운명' 6번 '전원' 9번 '합창'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악 중의 하나이며 이들 교향곡은 수십 번씩 들어도 들을 때 마다 새로운 감흥이 돋아나 나를 전율하게 만든 다. 대자연이 연주하는 오케스트라의 선율도 좋지만 클래식 음악도 그에 못지 않다. 그래서 나는 산에 가면 항상 기쁨이 두 배가 된다. 대자연의 풍경과 클래식 음악을 접목하면 정말 세상에서 가장 멋진 음악회를 즐길 수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은수고개에 도착하여 천성산 2봉으로 가는 길을 확인한다. 그 길은 임도 중간을 가로질러 가는 길 이다. 천성산 1봉 까지는 1.8km 남았다. 그러나 어차피 1봉 정상에는 가지 못하므로 화엄벌까지만 갔다 되돌아서 천성산 2봉으로 갈 생각이다. 은수고개에서 능선을 올라 원효암 갈림길에 도착하여 나는 화엄벌 쪽으로 진행한다. 등산로 옆에 설치되어 있는 흉물스런 철조망이 나의 기분을 상하게 한다. 항상 물이 흐르는 작은 계곡이 가까 워 지니 여기 저기서 투명한 작은 물줄기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조용하게 흐르는 물 줄기를 우람 한 등산화로 짓 밟으며 지나가려니 문득 미안한 생각이 든다. 그래서 마음 속으로나마 항상 당신 에게 감사하게 생각한다는 내 마음을 전해 본다. 누가 뭐래도 산에서 가장 맛있는 성찬은 물이다. 아무리 좋은 생수라 한 들 산의 정기가 스며있는 계곡 물 맛에 비하리오... 어느 순간 갑자기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한다. 화엄벌에 가까워 진 것이다. 더 넓은 화엄벌 이 어둠으로 보이지 않지만 나는 눈을 감고 내면의 기억을 더듬어 본다. 그 옛날 원효대사가 이곳 화엄벌에서 1,000명의 스님들을 성불하게 하였다는 그 독경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 또 내원사 어느 스님처럼 별안간 어디선가 군인으로 가장한 저승 사자들이 나를 유혹하러 나타나지나 않을까 하는 이상한 상상도 해 본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강렬하게 나의 가슴에 와 닿는 것은 새 생명을 잉태한 대지의 꿈틀거림이다. 마침 이어폰에서 들리는 음악도 신기할 정도로 막 베에토벤의 전원 교향곡이 끝나고 자연의 새 생명 탄생을 미리 축하라도 하듯이 합창 교향곡이 울려 퍼진다. 나도 모르게 콧노래로 음을 따라 불러본다. 지금 이 화엄벌 대지 속에는 무수히 많은 자연의 생명들이 새로운 탄생을 준비하고 있 을 것이다. 또 이 화엄벌에는 야생화가 많기로 유명하다. 이제 머지 않아 나에게 또 하나의 벅찬 환희를 안겨줄 야생화의 세계가 펼쳐질 때쯤 다시 이곳을 방문하리라 약속하고 다시 은수고개를 향햐여 되돌아 선다. 화엄벌에서 뒤 돌아 내려오는데 길가의 조릿대 잎들이 잘 가라는 작별의 인사를 하듯이 내 옷깃 을 스치며 바스락거리며 속삭인다. 은수 고개에 도착하여 천성산 2봉으로 가는 지름길을 택하여 올라 간다. 임도 옆 능선에 올라 임도로 내려서지 않고 능선으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 가면서 이따금 불어 오는 상쾌한 바람에 가슴을 활짝 열고 심 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오른다. 지금 나는 서두를 이유가 없다. 빨리 오라고 하거나 천천히 가자고 하는 그 누구도 나를 간섭하는 사람이 없다. 단 한 사람 나를 제어하는 사람은 나 자신 뿐이다. 별로 힘들이지 않고 바람에 실려 가듯이 가다 보니 어느덧 천성산 2봉 암봉이 시야에 들어온다. 2봉에 도착하여 오랜만에 내 사진을 한 장 찍어 본다. 난 산에 가면 낮이든 밤이든 다른 일행들 의 사진은 많이 찍어 주면서도 정작 내 사진은 잘 찍지 않는다. 후레쉬 성능이 좋지 않은 똑딱이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잘 나오지 않는 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그냥 오늘은 한 장 찍어본다. 이제 오름짓은 끝이 나고 속세로 돌아 가는 일만 남았다. 지금부터 끝까지 내리막길이다. 우리 의 삶처럼 내리막길을 내려 갈 때는 편안함 보다는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더 많이 남는 것은 왜 그럴까? 하산 코스는 법수계곡 상단 계곡 길을 따라 가다 왼쪽 법수원으로 내려가는 가파른 험로 를 따라 내려 가기로 한다. 그 길은 비가 온 뒤 밤에는 다소 위험할 것 같았지만 법수계곡을 따라 내려 가는 것 보다는 훨씬 안전한 길이다. 날씨만 좋았다면 망설이지 않고 법수계곡 길을 따라서 혈수용폭 옆으로 난 길로 법수원에 내려갈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비가 온 뒤라 바위에 아직 물기 가 많이 남아 있어 미끄럽기 때문에 계곡 길은 위험하다. 법수원 앞 작은 다리에 도착하니 낮에 내린 비로 계곡물이 불어서 작은 폭포가 굉음을 내면서 물을 아래로 토해내고 있다. 아주 오래 전에 이 다리 옆에서 수 많은 밤들을 천성산의 별들과 계곡의 가재들과 바람과 낙엽과 함께 지새웠던 기억이 아스라이 떠오른다. 법수원의 호랑이 스님은 나와는 잘 아는 분인데 뵌 지 오래 되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서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그냥 두 손을 합장한 후 스쳐 지나 간다. 미타암 입구에 도착하니 극락으로 가는 길인지 사바세 계로 가는 길인지 이제는 연등조차 양초를 쓰지 않고 전기를 가설해서 불을 밝혀 둔 것을 보니 과연 부처는 죽었을까? 아니면 지율스님처럼 살아 있을까? 하는 이상한 화두를 또 하나 가슴에 간직하며 오늘의 산행을 마무리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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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ethoven - Sonata No.5 for Piano and Violin [Spring]-4d
출처 : 자연과 삶의 향기
글쓴이 : 피츠로이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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