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향기]/▒ 문학의향기 ▒(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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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 어느 날, 마음 한가득 바람이 일어 낙엽 지는 거리로 나서면 벌거벗은 채 온 몸을 던져 습한 대지 위에 드러눕는 나뭇잎 하나를 만날 수 있다. 이따금, 살아가는 일이 쓸쓸해질 때나 누군가와 마음을 터 놓고 한동안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을 때 땅 위에 처연하게 나뒹구는 ..
2007.12.29 -
풀
풀 이상수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
2007.12.28 -
향수
향수 정지용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고,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 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게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 곳이..
2007.11.16 -
님의 침묵
님의 침묵 한 용 운 님은 갔습니다. 아아, 사랑하는 나의 님은 갔습니다. 푸른 산빛을 깨치고 단풍나무 숲을 향하여 난 작은 길을 걸어서 차마 떨치고 갔습니다. 황금의 꽃같이 굳고 빛나던 옛 맹세는 차디찬 티끌이 되어서 한숨의 미풍에 날아갔습니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
2007.10.26 -
佳人
佳人 1) 덧없어라! 人이 무엇이며 生이 무엇이며 나의 知가 무엇이냐 내가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도다 어찌하여 내가 혼란스러움에 神을 원망하며 그 지으심에 불만할까 수천수만가지 言語가 있을진데 마지막 인사 조차 싫어라 紅顔으로 도망치듯 가는 浸月 그리도 급히 떠나는 그 심사 이런저런 사유..
2007.09.20 -
0시의 단상
0시의 단상 (2부) - 글, 사진 山海 김유선 천년고도 신라의 봄 이야기를 렌즈속에 담으려 새벽 4시출발 할때 하늘을 보니 우리동네의 하늘은 맑고 청명하여 가끔씩 내리는 별빛이 보였다. 그런데 막상 천년고도 신라의 경주에 도착하니 하늘이 잠시 붉게 열리는것 같더니 이내 몰려온 먹구름이 계림쪽에..
2007.09.04